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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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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5.1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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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7,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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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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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39.5 어색한 항해

DUMMY




그렇게 나. 윌은 다프트 레베른과의 신경전이 끝없이 이어지다가 이것은 두 사람만의 또 다른 거짓된 세상과 별다를 게 없다고 생각해 관두기로 하고 서로 간의 타협점을 억지로 찾아냈다.

우선..

다프트 레베른.

피아슈페르 레베른.

엘리 레베른.

레베른 쪽에서는 이렇게 3명이 움직이기로 정했다.

대신.

네이렌의 함선과 레베른 쪽의 우주선 한 대를 같이 움직이기로 했으며 그중에서 전투 능력이 없는 엘리 레베른을 네이렌의 함선에 태우는 쪽으로 합의를 보았다.

이로써 레베른이 함선을 공격하려고 해도 자신의 가족까지 한 번에 공격하는 것이며

허튼짓을 꾸민다면 내가 엘리 레베른을 공격할 수도 있었고

레베른 또한 갑자기 이 이상 현상이 풀려난다고 해도 피아슈페르라는 녀석이 함께 있기에 전력 면에서는 뒤처지지 않았다.

물론 나는 피아슈페르라는 이름을 듣기만 했을 뿐 실제로 본 적은 없기에 얼마나 강한지 몰라 이 결정에 동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뭐.

괜찮겠지.

그렇게 강해봤자 아디나만큼 강하지는 않을 테니까.

그렇게 정한 우리는 두 대의 거대한 우주선을 몰며 거짓된 세상의 끝자락까지 항해를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

정한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결국, 엘리 레베른과 둘이서 이 함선에 타고 있게 되었으며

도망가지 못하도록, 내가 어떻게든 이 녀석을 붙잡아서 내가 위험해졌을 때 협박할 수 있도록 내 근처에 두다 보니...

...

너무 어색했다.

“ ...뭐... 뭐해? “

내가 어색하게 물어보자 시간이 멈춘 듯 가만히 서 있는 카린을 쳐다보던 엘리 레베른은 조심스레 고개를 기울였다.

“ ...신기해.. “

이렇게 멈춰있는 모습을 보면 신기해 보다 무서워 거나 괜찮은 건가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우선이 아닌가 싶은데.

“ ...날개.. 진짜.. 움직이는 거야..? “

...그쪽이 신기한 거였냐.

“ ...그래. 그러니까 그만 떨어지지? “

어차피 위협을 가하지도 못하지만.. 왠지 기분 나쁜 느낌인 나는 카린에게 달라붙은 엘리 레베른을 향해 손짓했다.

재밌게도 네이렌의 함선은 혼자서 키를 잡고 움직일 수 있었지만, 레베른의 우주선은 최소 3명이 조종을 해야 한다고 들었으니 지금 저쪽 우주선에서 다프트 레베른과 피아슈페르 레베른은 두 사람이 세 명의 몫을 조종해야 하기에 굉장히 바빠져 네이렌의 함선보다 속도가 느려져 이렇게 나에게도 여유가 생겨나고 있었다.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아무런 반항 없이

아무런 감정 없이 뒤로 물러난 엘리 레베른은..

이번엔 창을 통해 우주를 빤히 바라본다.

“ 거짓된 세상은.. 언제.. 벗어나..? “

니네 우주선이 조금만 더 빨리 움직였더라면 진작 벗어났을 텐데 말이지.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전투 능력이 없는 엘리 레베른에게 하는 말이라고 하더라도 괜히 신경을 긁는 말들은 자제하는 편이 좋겠지.

나는 손을 들어 팔찌를 알맞은 방향으로 돌리고 알비스와 연결해 물어보기로 한다.

“ 알비스. 언제쯤 벗어날 수 있는 거지? 이 녀석이 궁금해해서 말이야. “

일부러 엘리 레베른을 바라보며 부담감을 느끼라고 물어보았지만..

음...

전혀 신경 쓰지 않네.

“ 에? 이미 벗어나셨습니다. 말씀하셨을 때 곧바로 에이아가 두 대의 우주선만 진실된 세상으로 바꿔놓았어요. 조심하셔야 해요. 곧 윌님께서는 제 정보망 거리에도 닿지 않을 위치라 곧 연락이 끊길 거에요. “

...

아니...

그러면 진작 말 좀 해주지..

여기는 거짓된 세상 속이라고 자신이 죽을 걱정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지금 이 상황이 가장 위험한 순간이었다는 건 전혀 몰랐다.

“ ...뭐래? “

“ ... 조금 남았다는군. 기다려라. “

당황스러웠지만 침착하게 거짓말로 내 안전을..

“ 거짓말.. 이미 벗어났구나.. .. 진짜랑 구분하기 어렵네... “

“ ... “

쉬운 상대가 아니군.

“ 에이아의 조사에 따르면 이 은하의 마나들이 한순간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고 하네요. 그... 춘향님께서 보여주셨던 기계중에 그런 거 있잖아요? 누르면 움직이고 손을 떼면 멈추는 거. 딱 그것과 같은 상태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저 은하 속의 마나들은 우리가 보기에만 정지 상태일 뿐 마나 스스로는 움직이고 있다고 해요.. .. .. 물론.. 전 이해 못 하겠어요. “

알비스.. 니가 이해 못 하는 걸 나에게 들이밀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겠냐고.

“ 그래. 고맙다. “

“ 슬슬 제 범위도 벗어나서 제가 감시하지도 못해요. 윌님.. 부디 몸조심하세요. “

“ ...그것도 참 고맙네. “

어쩌겠는가.

우주는 넓고

아무리 에이아라고 해도 거짓된 세상을 유지하느라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므로 나를 따라올 수도 없었으며

에이아라는 강력한 존재가 윌과 함께해버리면 다프트 레베른과 피아슈페르 레베른이 어떻게 생각할지 알 수 없다.

불안하고 무섭지만..

이대로 나아가는 수밖에.

“ ...뭐가.. 고마워? “

...

이 여자.

귀찮네..

“ 나보고 조심하란다. 너가 날 죽일까 봐. “

“ ...거짓말.. 하지만.. 결은 비슷하네.. “

...대체 어떻게 이걸 아는 거지?

팔찌에서 흘러나오는 에너지 정보망에 간섭하는 건가?

“ ...직감. “

“ 으.. 응? “

“ 궁금해하는 것 같아서.. 직감이야. “

....

여자의 직감...

무섭다.

“ 그.. 그래. 고맙다. “

조금은 무안하게 계속 쳐다보는 바람에 나는 억지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조금 위쪽에 달린 화면을 켜 우주선 후방에 있을 레베른의 우주선을 바라보았다.

“ ...저 녀석들은 왜 뒤집혀있는 거냐. “

아무리 우주에서 뒤집힌다는 개념은 없다지만...

원래 저렇게 오고 있지는 않았는데.

저 녀석들 있는 폼 없는 폼 다 잡더니 알고 보니 조금 허당인 녀석들인 건가.

...이렇게 항해하는 것이 어려웠나.

“ 하아.. 다시 정보망이나 잡고 싶군.. “

“ ...그건 재밌어? “

“ ..재미없어. “

어렵다.

얘네들..



조금 불편했던 항해는 상당히 불편한 항해가 되어 나아가는 동안에도 나는 꾸준히 괴롭힘... 을 받았다.

“ ...이건.. 뭐야? “

“ 건들지 마라. 나도 뭔지 모르니까. 난 원래 여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

혹여나 긴급한 상황에서 내가 항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기에 간단한 조작만 배웠었기에 나 역시 이 조타실에 있는 다양한 버튼들이 무엇을 하는 녀석들인지 모른다.

물론 누른다고 해서 폭발하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하나하나 잘못 건드려보다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딸칵.

무언가 누르는 소리와 함께 눈앞의 우주가 한순간에 가려지고 다른 벽과 똑같이 만들어진다.

상당히 당황스러웠지만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고개를 돌려 이 거지 같은 여자를 바라보자..

이년도 나랑 눈을 마주 보고 뭐 어쩌라는 식으로 쳐다본다.

“ ..너. 뭐했냐. “

“ ...이거.. 궁금해서.. “

이런 정신 나간 녀석을 봤나..

“ 왜 멋대로 누른 거지? “

“ ...눌러도.. 안전해 보여서.. “

“ 눌러서 안전하다는 보장은? “

“ 위험한 버튼을 이렇게 함부로 놓을 리가.. 바보야..? “

아 그냥 바로 칼을 빼 들고 찔러버릴까.

라는 생각은 하면 안 되겠지?

“ ...우주 안 보여. 열어줘. “

이 자식이 지가 닫아놓고

아오..

-딸칵.

“ 한 번 더 누르면 열릴 거라고는 생각 못 하나? 바보냐? “

“ ...함부로 누르지 말라며. 바보야..? “

“ 이 자식이 정말.. “

“ 어어.. 위협.. 무서워.. 다프트.. 피아슈페르.. “

“ 아아 그래그래 알았어 안 할 테니까 너도 제발 얌전히 쫌. 응? “

이거 원 어린애 달래는 것도 아니고..

다프트 이 자식.

일부러 이 녀석을 네이렌의 함선에 태운 것이 분명하다.

“ ...신비로워. “

“ 이번엔 뭐가 또? 왜? “

그래도 이번엔 말을 먼저 해줘서 다행이지 아까처럼 버튼을 일단 누르고 봤더라면 난 참을 수 없었을 것 같다.

“ 우주가.. 마치 사진을 찍은 듯이 멈춰있어.. “

아까부터 그랬는데 새삼 뭔 소리람.

애초에 평범하게 흐르던 때에도 너무나도 넓은 우주에 너무나도 멀리 있는 거대한 것들이 움직이다 보니 여기서 봤을 땐 그저 멈춰있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 그런데... 우리 은하 바깥은... 여전히 움직여... 신기해... “

...뭐 보이지도 않는데 말이지.

아마 이 녀석이 그렇게 눈이 좋아서 관찰을 잘한다고 데려온 녀석인 만큼 내가 보지 못한 부분까지도 보고 있는 모양이다.

“ ....응..? 이 버튼은.. 뭐야..? “

“ 어어 잠깐 저기. 저기 봐봐. 저기가 은하의 중심부거든? 저기에는 뭐 보이는지 한번 봐라. “

“ ...어디? “

엉뚱한 버튼을 눌러버리기 전에 얼른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이 녀석의 눈앞에서 손을 흔든 것이 잘 먹혀들었는지 엘리 레베른의 시선이 내 손끝을 따라 우주를 향한다.

평범한 사람보다 두 배는 더 커 보이는 눈에 동공도 없다 보니 꽤 무섭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그녀의 집중하는 얼굴은 정말 순수하게 어린아이가 구석에서 튀어나오는 귀신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두렵긴 했지만..

그래도 할 것은 해야 하기에 나는 조심스레 그녀의 손 위에 내 손을 올리고

버튼에서 손을 뗄 수 있도록 옆으로 치웠다.

“ ...날 만지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야. “

“ 그 버튼을 만지는 것도 좋지 않은 선택인데. “

“ ..응. “

정말..

말을 안 듣다가도 이런 부분에서는 갑자기 말을 들어주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저 버튼에서 관심을 꺼 준 것에 감사해야만 하겠지..?

하...

미야가 보고 싶다.

이런 녀석을 잘 상대해 줄 텐데..

“ 그래서. 뭐 보이는 건 있나? “

“ ...없어. 새까매.. 그리고.. 시끄러워.. “

“ ... “

이런 싸가지없는..

에휴..

말을 말자 말을 말아..

“ ...안 볼래. 은하의 중심부.. 재미없어.. 말 너무 많아.. “

..?

“ 내가 아니라 은하의 중심부가 시끄럽다고? “

“ ...응. “

이 녀석.

눈만 좋은 게 아닌 건가?

아니 그렇다고 해도 내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거리에 있는 은하의 중심부의 소리를 듣는다는 건 조금 어이없는 말인데.

“ 어떻게? “

“ 마나의 흐름. 마나의 진동. 마나의 성질. 나는.. 마나를 보는 거야. 맨눈으론 당연히 안 보여 바보야.. “

...

알았다.

나는 모든 것을 파악했다.

이 녀석은 춘향이다.

엮이면 골치 아프고 엮일수록 짜증 나고 엮여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이런 녀석을 다루기 위해서 미야는 어떻게 했더라..

..

..

“ 야. “

“ ...? “

“ 뭐 좀 먹을래? “

언젠가 한 번 내가 미야에게 고생이 많다며 물어보았을 때 그렇게 답했었지.

분명 미야는 춘향에게 온갖 밥들을 먹이며 먹는 동안에 사고 치지 않도록.

배가 불러서 그 여운을 즐기는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오직 음식만 바라보도록 했기에 자신은 딱히 힘든 것이 없다고.

그저 밥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기분이 좋아진다고.

어린아이가 완전 엄마가 된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것이 제일 현명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 ...뭐 있는데? “

미끼를 던졌고

상대는 미끼를 물었다.

정말 다행히도 이 함선에는 춘향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카린의 수많은 음식이 냉동 보관되어 있으며 안 그래도 마나가 멈춰버리는 바람에 조금 난감하던 차에 잘 됐다고 생각한 나는 이 기회에 빨리 처리해야 하는 음식들을 처리하기로 마음먹는다.

“ 니가 본적도 없는 요리들을 보여줄 수 있지. 나도 처음 봤거든. 어때. 흥미롭지 않나? 먹어볼래? “

“ ...넌 에이아 은하 사람이니까 처음 보겠지. 바보야..? “

진짜 주먹이..

후 아니야.

참자.

“ ...너네도 행성마다 음식은 다를 거 아니냐. 그냥 얌전히 처먹어라 제발. “





그렇게 윌은..

은하의 중심부를 향해 오랜 시간 항해를 하며 엘리 레베른에게 다양한 음식을 먹이고

가끔 입에 묻은 음식을 닦아주고, 변태냐며 비난을 받으며

온갖 버튼들을 누르는 것을 틀어막고

억지로 카린의 침대에 눕혀서 잠재우기를 반복하며

힘들게..

아주 힘들게 은하의 중심부로 향했다.






작가의말

.5 ... 오랜만이네요...

맨날 싸우느라 이런 사소한 이야기를 쓰기가 애매했는데

솔직히 이번것도 굳이 .5로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지만

이유는 모르겠는데 윌의 시점으로 한 번 써보고 싶어서 써봤어요

왠지 윌이 아기를 키우는 느낌이라 재밌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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