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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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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5.1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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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7,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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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30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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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38. 끝나지 않은 전쟁

DUMMY




마치 먹이를 가져다주기를 기다리는 둥지 안의 새처럼 아리나가 난간에 아슬하게 매달리며 우주를 관찰하다 피렌의 팔을 붙잡고 말한다.

“ 우리 먼저 출발할까? “

부디 그렇게 하자고 말해주기를 바랐지만 다행인지 아닌지 피렌은 굉장히 냉철한 사람이었으며 상황을 똑바로 볼 줄 알았다.

“ 지금 가면 우리만 위험해질 뿐이야. 괜히 우리가 나섰다가 아디나랑 마주치지 못하면 아디나가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는 건데... 그럼 안돼. “

최초의 신이 가진 마나와 에이아의 연산 능력. 그리고 [XXI. 세계(The World)]를 이용해 전장 전체를 거짓된 세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계획.

그 터무니없는 계획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가능하리라고 믿는 수밖에 없다.

지금 상황에서 저 전쟁을 멈추게 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적어도 우리 은하의 길드가 뒤로 물러나는데.

아니.. 작전을 성공하는데 있어서 아디나가 해준다면 그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겠지만

그것은 아디나가 원하는 세상이 아니다.

아디나가 바라는 은하가 아니다.

그 역할을 네이렌의 길드장인 아리나가 대신 한다고는 하지만..

당연하게도 긴장되겠지.

그런 아리나를 위해 피렌은 옆에 있어 주는 것이다.

“ 그래도.. 춘향이 있으니까 춘향이 하면 되잖아? 나보다 말 더 잘할 수도 있고. 아. 내가 하기 싫어서 그런 건 아니야. 그냥... 우리가 여기에 있는 동안.. “

“ 알아. 무슨 말 하는지. “

한 명이라도 더 구하고 싶은 거겠지.

지금 이렇게 대화하는 순간에도 최소 수억 명이 죽어간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숫자에 와닿지는 않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 미안하지만 아리나... 나에게 있어서는 너가 더 소중해. 우리가 안전한 위치에서 완벽하게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1순위야. 절대 지금 우리끼리 먼저 출발하는 걸 허락할 수 없어. 이해해 줘. “

너무나도 당연하게 아리나는 피렌의 말을 이해한다.

자신이 지금 조급한 마음에 말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도.. 지켜보기만 하는 건 너무 답답했던지라 이렇게 말을 꺼낸 것이고

그 말들을 흘려듣지 않고 하나하나 제대로 답해주는 피렌이 참 고맙게 느껴졌다.

“ 고마워. “

“ 음? “

물론.. 피렌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말이다.

머리는 참 좋은데 이런 부분은 전혀 모른단 말이지..

똑똑한 것인지 순박한 것인지 모르겠다.

“ 어? 저거.. 저거 별.. 저거 싸우는 거 아니지? “

피렌이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을 보며 아리나는 살며시 미소짓고 우주를 보고 있을 때

어느 별 하나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저 느낌 뿐이기에 아닐 가능성도 크지만..

피렌이 활을 들어 스코프를 통해 다가온다고 생각하는 별을 관찰하고

그 별은 규칙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행성이 아닌 것을,

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우주선이 아닌 것을 확인하자마자 미소지었다.

“ [VII. 전차(The Chariot)]야. 이쪽으로 오고 있어. 다들 출발할 준비 해!! “

물론 작전을 수행할 수 없다고 말하러 오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최악의 상황은 배제한다.

모두가 시끌벅적하게 출발할 준비를 마칠 때쯤 정신 나간 속도를 자랑하는 [VII. 전차(The Chariot)]는 함선 위까지 도착했으며 아리나가 기대감을 품고 [VII. 전차(The Chariot)]의 주인을 부른다.

“ 아디나! “

“ 아~.. 죄송합니다 아리나님. 아디나님과 춘향님은 같이 오시지 않았어요. “

어..

알비스도 미소 짓는 것을 보면.. 분위기상 심각한 일은 아닌 듯해 보이기는 하는데..

“ 우선 작전은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초의 신께서 마나를 주셨는데.. 에이아의 계산 결과 마나는 넘치지만 제가 견디지 못해서 다 쓰지는 못하고 거짓된 세상을 천천히 확장하는 방식으로 사용해 최종적으로 모든 전장을 덮을 거라고 하네요. “

“ 아디나와 춘향은? “

알비스는 피렌의 질문에 있는 그대로 답하려다 살짝 미소지었다.

아무래도..

지금부터 큰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말해주는 건 좋지 않겠지.

물론 같은 가족이라고 하는 만큼 서로가 중요하겠지만 지금 이곳에서 네이렌이 하는 일도 너무나도 중요하다.

“ 최초의 신에게 의뢰를 받아 수행하고 있습니다. 춘향님과 아디나님께서 승낙하고 저에게 [VII. 전차(The Chariot)]를 빌려주신 거구요. 아. 물론 [XXI. 세계(The World)]도 받아왔습니다. “

더 자세한 내용을 듣고 싶지만...

그래.

그들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 판단이 옳은 일이겠지.

“ 후우. 가자. 알비스. 먼저 가서 부탁할게. 윌. 타이밍 맞춰서 연결 부탁할게. “

“ 걱정 마라. “

그렇게 빠른 속도로 함선은 전선으로 날아가고

알비스는 그대로 [VII. 전차(The Chariot)]를 타고 네이렌보다도 훨씬 더 위로 날아갔다.

“ 후우... 긴장되네요. “

알비스가 [VII. 전차(The Chariot)]에서 일어나 화려하게 터져나가며 사라지는 별들을 보고 말하자 옆에서 에이아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비어있는 우주를 바라보다 말한다.

“ 시작할게. 정신을 잃어서는 안 돼. 최대한 많은 빈 패널을 생성해 줄 테니 이곳에 생각의 데이터들을 하나씩 쌓아나가. 그렇게 모든 전장을 거짓으로 뒤덮는 거야. “

아마 에이아도 걱정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해주는 것이리라.

알비스는 그런 에이아 덕분에 긴장이 풀렸는지 환하게 미소짓고서는 아르카나를 꺼내 들었다.

“ 시작합니다. [XXI. 세계(The World) - 거짓된 세상] “

한순간 아르카나에서부터 퍼져나간 새하얀 빛이 한없이 늘어만 가고

우주의 끝에서 우주의 끝까지 펼쳐진 듯이 보이는 전장을 전부 뒤덮어 이 세상을 거짓된 세상으로 만든다.






“ 이곳은 끝났고.. 아씨.. 여긴 또 터진 건가. “

자신의 방에서 모든 길드의 정보망에 자신의 정보망을 끼워 넣은 윌은 에너지의 흐름을 토대로 우주 지도를 최신화하며 전장을 살펴보고 있었다.

물론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 양이 아니었기에 이미 부서져 버린 곳들이 너무 많았지만..

아직... 절반은 살아있다.

“ 전부 연결했어! 아리나!! 세계가 완성되면 말해도 돼! 곧바로 길드에 전달될 거야!! “

...

윌이 다급하게 팔찌를 통해 전달했지만..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다.

팔찌 사용하는 방법을 항상 어색해했던 윌이었기에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건가 싶었지만..

그건 아닌 듯한 느낌이랄까.

“ 으음..? 듣고 있는 거 맞지?! 아리나! 준비 끝났어! 타이밍은 네가 정해서 말하면 돼! “

...

뭐.

긴장한 거겠지.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 전쟁 한가운데서 새로운 세력의 등장과 함께 전쟁을 멈추라고 고작 몇 명이 말하는 것이다.

아니. 말 자체는 아리나 혼자서 말하는 것이다.

긴장이 되지 않을 리가 없다.

윌은 괜히 한 번 더 말해서 아리나를 밀어 넣은 게 아닌가 싶어 머리를 긁적였다.

“ 흐음.. “

아니..

뭔가 조금..

이상한데..?

분명 윌 자신은 팔짱을 끼고 있다.

그런데 뭔가..

자신의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듯한 느낌이랄까.

마치 피곤에 찌들어버려 몸과 의식이 살짝씩 차이가 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 ..또 무리한 건가. “

이럴 때면 참.. 마나를 듬뿍 가진 이 녀석들이 부럽단 말이지.

...

“ 아냐. 이거.. 뭔가 이상한데? 야. 들리는 사람 없냐? 누구든 좋으니 나와봐라. 라티안. 피렌. 아리나. 앨리ㅅ.. 얘는 말 안 하겠고.. “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아무도 대답이 없다..?

“ 어이 카린. 미야. 대답해라. 레오네라. 라라케니아. .. .. “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윌은 다급하게 자신의 방으로 나와 급하게 사람들을 찾는다.

그러나 윌의 걱정은 쓸데없는 것이었다는 듯이 조금만 뛰면 나오는 조타실에서 카린이 날개를 오므리고 키를 잡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 하아.. 깜짝 놀랐네.. 어이 카린. 왜 불러도 대답.. “

...

...아니다.

뭔가 이상하다.

움직임이..

조금도 없다.

마치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이.. 가만히 있었다.

“ ...카린? “

정말 조심스럽게..

건들면 안 될 것처럼 가만히 멈춰버린 카린에게 손을 뻗어보지만

윌의 손은 카린을 자연스럽게 통과해 지나가 버린다.

“ ...이게 무슨.. “

왜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마치 눈앞에 보이지만 눈앞에 없는 것만 같다.

윌은 급하게 갑판 위로 달려나가 다른 이들을 찾아보았다.

“ ...아리나..? 피렌? “

조금.. 무서운 느낌이랄까.

멈춘 시간 속에서 혼자서만 움직이는 느낌이지만..

저 전장에서 빛나는 별들을 보면 그건 또 아닌 느낌이다.

네이렌의 함선에만 시간이 멈췄냐 라고 묻는다면.. 윌이 멈추지 않은 것이 말이 안 된다.

뭐. 윌이 특별한 존재도 아니지 않은가.

남들과 똑같은 사람이고..

그나마 다른 점이라면..

..

“ ...마나.. “

맞네.

이들은 마나를 가지고 있는 자들이다.

아니. 거의 마나가 육체를 전부 이루고 있다고 봐도 되는 수준이다.

윌 본인은 마나를 섭취하기는 했지만, 이들에 비해서는 압도적으로 적은 양이기 때문에 몸이 불편한 정도로 끝난 것이다.

“ ...그래서.. 내가 지금 이렇게 어지러운 건가. “

육체와 정신의 반응이 미묘하게 다른 이 느낌.

왜 갑자기 마나를 지닌 자들이 이렇게까지 멈춰버렸는지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일단 이 이상 현상에 대해 알려야 한다.





“ 누.. 누구든 연락 좀 줘봐...! “

“ 이게 무슨 일이야... 나만 이래?! 나만 시간이 멈춘 거야?! “

“ 이 녀석들 갑자기 제자리에 멈췄어..!! 건드려도 건드려지지도 않아!! 레베른이 공격해오고 있는데..! 쟤네는 왜.. 나는 왜..?! 이건 뭐야..?!!! “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정보망에서 쏟아지는 사람들의 말이 들려온다.

이 사람들은 전부 정보망을 잡고 우주선끼리, 길드끼리 소통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며 이들은 전부 에이아 은하의 사람들.

그러니까 마나가 몸에 돌지 않는 사람들이다.

...

어쩔 수 없나.

윌은 버튼을 누르고 정보망에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 우주선에 전파한다.

“ 네이렌 길드에서 전파합니다. 여러분 괜찮습니다. 이 전장 전체를 거짓된 세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진정해봐요. “

이것으로 진정해주면 좋겠지만..

“ 뭐? 거짓된 뭐? 뭐라는 거야? “

“ 네이렌이라고?! 네 녀석들이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

그래 뭐. 이런 반응이 정상적인 반응이지.

아르카나의 힘을 직접 보지 않고서야 누가 믿겠는가.

“ ...일단.. 다들 진정하고 들어. 너희들은 여기서 죽어도 죽은 게 아니야. 이 세계는 거짓된 세계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진정하고 받아들여. 그리고 최대한 레베른에게 말해. 더이상 전쟁은 그만두라고. “

아리나가 할 일이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아리나였으면 훨씬 더 잘 말했겠지만..

애초에 아리나가 할 일을 대신하려고 말한 건 아니었으니까.


“ 카린. 미안하다. 키 좀 뺏어가마. “

윌은 카린의 손에 자신의 손을 겹치고 자연스레 통과해 키를 움켜쥔 뒤 카린의 손에서부터 빼내서 키를 함선과 연결하자 케트라시움이 활성화되면서 에너지가 함선에 감돌고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게 되었다.

“ 어 음... 거짓된 세상은 그냥 계속 움직이면 벗어날 수 있으려나..? “

안타깝게도 아르카나에 대해 자세히는 알지 못하는 윌이었기에 조금 망설여졌지만...

우선 이곳에서 나가야 알비스를 만날 수 있기에 선택지는 없었다.

-쿠쿵...!!!!

“ 읏..! “

한참을 나아가던 도중 갑자기 함선이 말을 듣지 않고 무언가에 걸려버린 듯 멈춰버린 탓에 윌은 순간적으로 앞으로 쏠렸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지 옆에서 여전히 키를 잡은 것처럼 손을 뻗고 있는 카린은 조금의 움직임도 없었달까.

“ ...뭐지? “

아니.

고민할 필요도 없다.

레베른이겠지.

그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붙잡은 것이겠지.

“ ...이런.. 아직 알비스에게 연락이 닿으려면 조금 더 가까이 가야 하는데.. “

현재 네이렌에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네이렌 소속도 아니며 이 은하 소속도 아닌, 마나를 지니지 않은 윌 밖에 없다.

어차피 죽더라도, 함선이 부서지더라도 이 세계는 거짓된 세상이므로 상관은 없지만...

이를 어쩐다...





작가의말

어 잠깐만

난 끝난 줄 알고 공지도 쓰고 별 짓 다 했는디

안되는디

왜 왜?

아니왜? 어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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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9 549. 매순간 전력을 다해 24.05.16 2 0 13쪽
558 548. 이대로는 안돼 24.05.15 3 0 13쪽
557 547. 죽어버린 도시 24.05.14 5 0 13쪽
556 546. 아무런 영향이 없는 세상 24.05.13 6 0 13쪽
555 545. 최악과 최선의 가정 24.05.10 5 0 14쪽
554 544. 차원을 넘어갈 방법 24.05.09 6 0 14쪽
553 543. 생각이 많아지는 밤 24.05.08 5 0 14쪽
552 542. 인원 선별 24.05.07 5 0 14쪽
551 541. 휴전 24.05.06 7 0 14쪽
550 540. 이제 우리 어떻게 해 24.05.03 7 0 14쪽
549 539.5 어색한 항해 24.05.02 9 0 13쪽
548 539. 윌의 거래 24.05.01 10 0 15쪽
» 538. 끝나지 않은 전쟁 24.04.30 8 0 13쪽
546 537. 차원이 다른 존재 24.04.29 7 0 17쪽
545 536. 돌아간 시선 24.04.28 8 0 14쪽
544 535. 크릭의 계략 24.04.27 8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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