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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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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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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끌어내리다(4)

DUMMY

무림사에선 웬만하면 황실이 개입하는 일은 없었다.


어지간한 일에도 개입하지 않은 황실이 움직였다면, 이는 무림사를 크게 휘청거릴 수도 있는 큰 문제였다.

오죽하면 전 왕조가 과거에 한번 무림을 토벌한 적이 있었을 때, 수많은 문파가 멸문지화를 당하고 무림인들의 피가 장강을 붉게 만들 정도였으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고금을 막론하고, 그동안 수많은 왕조는 동창과 금위위를 통해 무림을 주도면밀히 감시해 왔다.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곧바로 군대를 풀어 제압했다.

제아무리 무인이라 한들, 황실의 100만 대군 앞에선 소용이 없었다.


물론, 지금의 무림은 무림사를 통틀어 태평성대를 누리는 세대이긴 하다.

과거 전 왕조를 내쫓아 명을 세운 주원장을 도운 것이 바로 무림맹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명이라는 왕조를 세운 주원장은 훗날, 무림맹을 포함한 전쟁에 참여한 불가, 도가 문파의 세금을 면제했다.


그러나, 무림맹은 한가지 착각하고 있었다.

황실은 언제든지 무림맹에 주어진 혜택을 거두어 갈 수 있다는걸.

허나, 무림맹은 이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어째서 그런 말을 한 거지?"

"뇌제께선 지금의 무림이 과연 정상이라 생각하십니까?"


그 말에 남궁혁은 쉬이 답하지 못했다.


"작금의 황실은 약해졌다지만, 그렇다 해서 그 힘이 어디 간 것이 아닙니다. 지금도 마음만 먹는다면 그들은 언제든 무림맹을 없애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

"이번 사건과 더불어, 동천의 학살 사건까지. 만약 이런 식으로 사태를 방관하면···."


무현은 지독하고, 잔혹한 현실적인 대답을 꺼내 들었다.


“황실은 무림맹에 주어진 여러 특권과 혜택을 거두어 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세금을 내지 않은 도가와 불가가 가장 먼저 몰락하겠지요. 그렇게 되면 그들은 세금을 내기 위해 백성들의 고혈을 쥐어짤 것이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 어떻게 될 거 같습니까? 무림인이라는 무뢰배를 토벌할 명분을 얻은 황실이 당장 군대를 보낼 겁니다.”


제아무리 무림의 명문정파들이 힘이 강하다고 한들, 황실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미친 짓거리는 무림사를 통틀어 단 한 번도 없었다.

실패하기라고 한 순간, 삼족이 아닌 구족을 멸해도 모자랄 판에, 뿌리째로 뽑혀 산 채로 불태워 죽을 것이다.


"무림맹은 현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이에 속한 도가와 불가 문파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세금 면제 혜택이 본래 자신의 것처럼 다루고 있지 않습니까."

"······."

"황실의 입장에선 무림맹은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 대체제가 사도천이고.”

“그렇습니다.”


사도의 길을 걷는 이들이지만, 그들 역시 엄연한 무림인이고 무림맹과 같은 무림 단체.

무림맹이라는 늙은 사냥개가 쓸모없어진 순간, 황실은 즉시 다른 대체제를 찾을 것이다.

그게 바로 사도천이다.


"황실은 그저 자신들에게 잘 보이는 사냥개가 필요한 겁니다."

"즉, 무림맹이 한시라고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소리더냐?"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한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무인이란 자존심 그 자체다.

특히나 무림맹의 명숙들은 그 자존심이 남달랐다.

자신들의 치부를 숨기려 들고, 본인의 잘난 점만 치켜세우는 자존심의 부산물들이다.

전형적인 강약약강(强弱弱强)의 표본 그 자체이며, 동시에 파리처럼 빌붙어 먹으려는 졸렬함의 극치.

그런 이들이 과연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낼까?


절대 아니다.


"쉽게 응하지 않을 거다."

"그게 설령 자신들의 사문이 멸문하는 일이라도요?"

"······."

"꼴에 사문의 명예를 먹칠한다며 응하지 않으면 어쩔 겁니까? 사문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봐야 그들도 정신을 차리겠죠."

"무림이 그리 쉬운 줄 알더냐? 고금의 역사를 봐도 황실은 결코 무림을 어쩌지 못했다."

"그러니 300년 전에 그 꼴이 났죠."


무림맹의 치부를 노골적인 비웃음과 함께 드러낸 무현을 남궁혁이 달가워할 리가 없었다.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는구나."

"제가 틀린 말이라도 했습니까? 이 자리에서 무림맹이 얼마나 썩어 빠졌는지, 제 입으로 당당히 말해드릴까요?"


무현은 남궁혁의 날카로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읊조렸다.


"300년 전, 마교가 중원을 침공했을 때 없어졌을 무림을 구원한 것이 바로 무신 단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들은 그런 무신의 은혜를 저버리고,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린 것만도 못한 짓거리를 하고 있고."


고오오오오-!


"그 망할 주둥이 닥쳐라!"


보다 못한 남궁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상천십삼좌의 일인 삼제에 오른 남궁혁.

급격하게 솟구치는 벼락의 파도에 객잔 전체가 무너질 듯 진동했다.

무현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어쩌면 창천검대 전체와 남궁혁을 상대할 수 있음에도.

그렇기에···.


남궁혁이 터뜨린 분노가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이제 진정이 좀 되셨습니까?"

"······."


남궁혁은 언제 그랬냐는 듯, 솟구치는 벼락을 완전히 갈무리한 뒤에야 자리에 다시 앉았다.


"···날 시험한 것이냐?"

"그렇습니다."


그제야 미소를 짓는 무현.

무현의 이상 행동에 어처구니없다며 남궁혁이은 고개를 절레절레 지었다.


"고얀 놈 같으니···."

"그래야 뇌제의 진심을 확인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내 심정을 다 까발리니까 좋았나?"

"아주 좋았습니다."


낄낄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무현은 좌중을 한번 훑어보았다.

무현은 쳐다보는 창천검대는 물론이고, 무릎이 꿇린 채 기다리던 지부장도.

그런 옆에서 두 사내의 대화를 듣던 남궁무애도 하나같이 전부 그를 미친놈 보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계획이 뭔가?"


무현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용 한 마리를 떨어뜨릴 생각입니다."


***

"지부장의 처벌은 확정되었어요. 아마 편히 죽기 힘들 거에요."


지부장이 저지른 죄목은 너무나도 많았다.

일일이 세기도 힘들지만, 어쨌건 놈이 죽는다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무림맹원들은?"

"죄목이 약한 사람은 백의종군하여 죄를 뉘우치는 명목으로 받아들였고, 그렇지 않은 자들은 전부 단전을 폐하고 사지근맥을 잘라 일꾼으로 만들었어요."

"입단속도 잘해놔. 간자들 가운데 놈들을 통해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그 양반은?"

"···지부장이 미룬 업무를 보시는 중입니다. 아마 당분간은 나오시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요."


지부장이 저지른 죄목을 떠나서, 업무 태만으로 쌓아둔 서류가 산더미 수준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지부장의 일을 반강제로 떠맡게 된 남궁혁은, 한동안 칩거하여 서류를 정리하고 고치고 있었다.


"이걸로 호남의 간자들은 전부 정리되었네요."

"어디까지나 호남일 뿐이지."

"···중원 전체를 따지면 한도 끝도 없겠죠."

"그래서 살문을 더욱 빨리 없애야 하고."


살문의 붕괴는 단순히 상징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사도천의 사지 하나를 날려버리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며, 조금 과대 해석하면, 대륙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폭풍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근데, 정말 우리만으로 살문을 처리할 수 있을까요?"


살문이 누군가?

사도천의 일인이자, 신주사패, 그리고 말단이라고 한들 그 수장이 무려 상천십삼좌였다.

그리고 그런 살왕이 만든 살문은, 중원 무림에 여러 세작과 분파를 두어 세상의 정보를 긁어모으며, 의뢰를 통해 많은 무인들을 죽인 살인귀들의 집합소였으니.

그런 살문을, 그것도 한 명의 무인이 직접 처리하겠다며 비밀리에 공표했으니, 걱정이 앞선 건 당연했다.


"무력 자체만 놓고 보면 살수는 별거 없어. 문제는 경공이 문제지. 속도만 놓고 본다면, 살수의 경공은 중원 제일이라 봐도 무방하거든."


살수의 경공은 은밀함과 회피, 그리고 도망에 특화되어 있어 경공을 죽어라 판 고수도 쉽게 따라잡기 힘들었다.


"가주님께서 제갈세가를 설득한다고 하셨지만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다른 이도 아니고, 같은 오대세가의 영역에, 그것도 가주가 직접 나섰으니."


문제는 여기서만 그치지 않았다.

이 문제가 무림맹의 귀에 들어간 순간, 남궁세가는 여론의 질타를 피하기 힘들 것이다.


"쇠뿔도 단김에 뽑아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한시라도 살문을 멸문시켜야 무림맹의 노괴 녀석들도 함부로 나불대지 못하겠지."


무현이 고개를 살짝 꺾으며, 다시 검을 치켜들었다.


"···몸은 그만 풀고, 이번엔 다른 걸 하자고."

“뭐 할 건데요?”

"이제부터 속행으로 살수를 상대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려고."

"일반적으로 뭐가 다른가요?"


무현이 손가락으로 급소 여러 곳을 가리켰다.


"일반적인 무인은 정면승부를 고집하고 단칼에 급소를 노리는 방식이면, 살수는 암살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 급습하는 방식이다."

"눈에 보이지 않은 사각지대 말인가요?"

"그렇지. 그래서 살수들이 필수적으로 들고 다니는 게 바로 독과 암기다."

"사천당가하고 별로 다르진 없네요?"

"사천당가의 주특기는 독과 암기라서 그래. 반면에 살수는 상대를 암살해야 하니까 독과 암기라는 수단 중 하나를 선택한 거고. 물론, 이건 절대적인 건 아니야. 살수들 가운데 별난 놈은 손가락만을 사용해서 암살하기도 하니까."


무현이 피식 웃었다.


"말로 하는 것보다 직접 보여주는 편이 옳겠지."


무현은 사납게 웃더니, 체격에 어울리지 않은 은밀한 속도로 남궁무애의 주위를 맴돌았다.

눈으로 좇기도 힘든 속도로 남궁무애의 사각지대로 숨어든 무현.

난생처음으로 상대해 보는 살수의 방식.

남궁무애는 그 모습을 눈에 담고 싶었으나,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은밀함으로 감춰진 살수의 공격이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으니까.


***


무현의 검이 품은 기운은 지금까지 남궁무애가 상대했던 방식과 궤를 달리했다.

단순히 검을 휘두르는데도 베어내기보단 침을 놓기 위한 공격처럼 느껴질 정도로 은밀한 기세.

무림대전 시절의 남궁무애였다면 이 일격으로 죽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의 남궁무애는 무림대전에서 헤매던 시절과 수준이 달랐다.


"흡!"


남궁무애는 자시를 낮추어 하체를 안정시키고, 동시에 검을 역수로 쥐어 참격을 받아냈다.

무현의 검이 주르르 밀리며, 틈이 생기자, 발을 굴러 몸을 내뺐다.

하나하나가 은밀한 초식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초식을 연결하는 투로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워,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다.


'막고만 있으면 오히려 틈이 생긴다.'


남궁무애는 되레 과격하게 앞으로 뛰어들어 상대의 투로를 방해하며 초식을 펼쳤다.

무현은 뒤로 물러나며 남궁무애의 검을 쉽게 떨쳤다.


'물처럼 흘러가는 방식. 부드러운 초식의 투로에서 모든 행동거지가 상대를 급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바로 암살이다. 이게 살수의 방식인가.'


남궁무애는 다시 검을 치켜들며 생각했다.


'공격 자체에 변수가 많지만···승산이 없는 건 아니야.'


살수의 방식은 은밀했다.

하지만 반응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것도 아니고, 단지 사각지대를 노리고 들어오는 공격이 대조적이었다.

그저 일반적인 무인의 공격보다 좀더 은밀하고, 조금 더 빠르고, 조금 더 변칙적일 뿐.


반대로 말하자면, 급소를 노리기 위해 사각지대와 같은 환경을 구사한다는 이야기.


남궁무애는 모든 감각을 눈과 귀에 집중했다.

조바심을 내지 않고, 공격을 흘렸다.

피하고 흘리는데 모든 신경을 기울였다.


'한번 삐끗하면 급소를 내줘야 한다.'


처음엔 위태로웠던 보법과 투로도, 어느 순간부터는 탄력감이 붙었다.

남궁무애는 자신의 감각을 믿고 거침없이 움직였다.


춤을 추듯 보법을 밟는 사이, 남궁무애는 조금씩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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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중독(2) +3 24.05.01 1,201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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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용을 끌어내리다(12) +5 24.04.26 1,292 26 12쪽
68 용을 끌어내리다(11) +3 24.04.25 1,254 24 13쪽
67 용을 끌어내리다(10) +1 24.04.24 1,269 22 12쪽
66 용을 끌어내리다(9) +2 24.04.23 1,282 23 13쪽
65 용을 끌어내리다(8) +1 24.04.22 1,311 20 12쪽
64 용을 끌어내리다(7) +4 24.04.19 1,378 22 13쪽
63 용을 끌어내리다(6) +3 24.04.18 1,389 23 13쪽
62 용을 끌어내리다(5) +3 24.04.17 1,385 23 13쪽
» 용을 끌어내리다(4) +1 24.04.16 1,413 21 12쪽
60 용을 끌어내리다(3) +1 24.04.15 1,378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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