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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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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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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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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4.2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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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용을 끌어내리다(12)

DUMMY

무현은 살수들이 잠복해 있는 갈대밭으로 걸음을 옮기며 생각에 잠겼다.


처음엔 놈들만 잡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단순히 무림사로만 치부되기엔, 규모가 커져 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이미 사건은 돌이킬 수 없는 바람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마치 이번 사건의 처음부터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처럼···.


사건의 방향은 미궁 속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


그렇게 무현의 걸음이 갈대밭 중심지 지척에 다다랐을 무렵.


'피 냄새···.'


진하고 농축된 피 냄새가 코를 확 찌르고 들어온다.

기감을 통해 발견된 살수의 수는 대략 삼백 명.


대부분은 초절정, 나머진 화경.

그리고 그 너머로 잡히는 강자.


"간 보지 말고 거기서 나오지?"


순식간에 바람 소리가 일순간의 정적과 함께 사라졌다.

그러나 사라진 것은 바람 소리만이 아니었다.

내내 무현을 노골적으로 쏘아 붙던 살기도 소리와 함께 사라진 상태.


그제야 어디서 내뱉는 것인지 모를 서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제 발로 사지를 알아서 기어들어 왔구나."


무현이 갈대밭의 중심으로 걸어가면서 대꾸했다.


"여기가 네 사지가 될 수도 있겠지."


피식하는 비웃음과 함께 대답이 들려왔다.


"···그 계집은 어디로 갔느냐?"

"네가 알아서 뭐 하게?"

"인질로 잡을 것이다."

"그 실력으로?"


무현은 노골적인 비웃음을 다시 한번 지었다.


"···애송이가 자만이 심하군."

"그 말을 뇌제 앞에서도 할 수는 있고?"

"······."

"하긴 네놈들이 뭔 짓을 하던 뇌제 앞에선 등불 앞의 부나방만도 못하겠지."


무현이 갈비량을 주시하고 있는 사이 살수들이 일제히 무현을 중심으로 포위망을 펼쳤다.

이어서 갈비량 또한 만반의 준비를 마치며, 허리춤의 단검을 뽑아 들었다.


사방이 전부 살수들에 의해 포위된 상태.

바람 소리와 함께 사라진 음습한 살기가 또다시 스멀스멀 흘러나오더니, 어느새 일대를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후우···."


무현은 눈을 감은 채 내공을 끌어 올려 모든 감각을 예민 상태로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무현을 향한 짙은 살기와 날이 선 팽팽한 분위기는 평화에 찌들었던 그를 고조시켰다.


하지만 곧 그는 미소를 지웠다.

그러고는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총 삼백하고도 칠십이.’


은밀히 숨어있는 살수들의 모든 기척을 모두 파악한 뒤, 내공을 끌어올렸다.


스으으-


기세가 바람과 함께 빠르게 퍼져갔다.


“······!”


당장이라도 출수하려던 살수들의 몸이 경직됐다.

갈비량 또한 마찬가지였다.

무현이 한 일련의 행동을 물끄러미 보던 그의 얼굴이 잔뜩 굳었다.


고작 애송이인 줄 알았건만.


‘위험한 놈이다!’


재빨리 살수들에게 전음을 보냈다.


- 저놈을 죽여라.


전음을 통한 그의 명령이 그들에게 닿자, 일대 전체의 공기가 일변했다.

이어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사아아아-!


바람 소리와 함께 갈대밭 사이로 암기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왔다.

무현 또한 품에서 암기를 꺼내 들어 던졌다.

그러자.


채채채채챙-!!


던진 건 고작 몇 개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무현이 있는 곳으로 밀려오던 암기들은 대다수 힘을 잃은 채로 바닥에 떨어졌다.


무현은 위를 주시했다.

암기는 눈속임이었는지, 무현이 있는 쪽으로 살수들이 갈대밭을 헤치면서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무현은 검을 뽑아서 한 번 휘둘렀다.

달려오던 살수들의 하반신이 갈라져 내장을 쏱아내며 쓰러졌다.


바람 소리는 피 냄새를 동반하며 날아왔다.

그 찰나, 갈대밭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던 살수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무현은 그대로 무형기를 주입한 손을 휘둘러서 일대의 갈대와 함께 도착한 살수들을 한꺼번에 베어버렸다.


연계 수준이 높았다.

무현은 저절로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재미있군."


뒤에서 멀찍이 지켜만 보던 갈비량이 대꾸했다.


"···고작 몇 놈 베었다고 자만하는구나."

"그럼 네가 직접 나서던가. 아까부터 촉새 새끼처럼 계속 떠들어대네."


무현은 순간 사방으로 달려오는 살수들을 향해 검에 무형기를 주입해서 빠르게 발검했다.


푸화아아아악-!!


살이 찢어지는 소리, 뼈가 부서지는 소리.

내장과 함께 핏물이 공중으로 솟구치며 나는 소리에 뒤이어서 희미하게 무언가 잘린 듯한 소리가 귀에 꽂혔다.


"거기에 숨어있었구나?"


그 즉시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들었다.

그러자 은신 중이던 살수 하나가 잘린 팔을 움켜잡은 채 연달아 신음을 헐떡이고 있었다.


"화골산(花骨散)인가."


치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잘려 나간 팔을 녹이고 있었다.


그 사이에 무현의 주변에 다시 암기가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하다가 어쩔 수 없을 때만 검면을 비켜 세우며 튕겨냈다.


바람 소리와 함께 꾸준히 날아오는 암기들을 모조리 쳐내면서 계속 살수들을 죽여나갔다.

이곳엔 자신을 방해할 만한 아군이 없다.


즉, 모든 제약을 벗어던지고.

거리낌 없이 살수들을 죽일 수 있었다.


다시 살수들이 덤벼들자.

무현은 진각으로 땅을 박살 냈다.


콰아아아앙-!!!


무현을 중심으로 땅이 순식간에 꺼져나가면서, 땅 아래 숨어있던 살수들이 죽어 나갔다.

전방에 백의를 갖춰 입은 살수 여럿이 보였다.

살수들이 급격하게 죽어 나가자, 본격적으로 나선 모양이다.


무현은 그대로 튀어 나가서 살수들을 베어나갔다.


일검에 목을 날리고.


푸욱-!


시체를 즈려밟고 옆에 있는 백의 살수의 멱살을 잡고, 급하게 뛰어오는 살수에게 던졌다.

검기를 뽑아 채찍처럼 길게 늘어뜨려, 사지를 찢어발겼다.

전부 비명도 없이 빠르게 죽어 나갔다.


쿠웅-!!


다시 진각을 밟자마자, 밀려나는 땅덩어리를 박차고 나가서 살수들의 몸을 찢어발기면서 나아갔다.

그 와중에 죽어가면서 독을 내뿜는 녀석들은 시체를 던져 대신 막아내고, 눈앞에 나타난 적의(赤衣)의 살수들에게 화골산을 박아 넣었다.


치이익-!!


순간 오른쪽 옆구리로 다가오는 검을 피하면서 놈의 멱살을 잡아 패대기치고.

검에 무형기를 휘감아서 채찍처럼 늘어뜨려 휘둘렀다.


서걱-!


세월의 정취가 묻은 황색의 세상에 붉은 꽃잎들이 퍼져나갔다.

어디선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시체의 머리를 집어 던졌다.

시체의 머리가 터지고, 힘 잃은 암기가 그대로 추락했다.

비산하는 피와 살점 사이로, 갈비량과 잠시 눈을 마주쳤다.


“······."


무현은 녀석과 눈빛을 교환하자마자 달려들었다.

찰나지만 무현과 갈비량은 서로의 위치를 확인한 상태.


무현은 진각을 밟은 다음에 이번에는 공중으로 높이 솟구쳤다.

갈대밭이 한눈에 보일 만큼 높이 올라갔다가 정점에서 몸을 비튼 다음에 바닥을 향해 무형기를 가득 머금은 검격을 쏟아냈다.


파파바바바박-!!


무현의 검격이 지상의 살수들에게 일제히 쏟아지자.

살수들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 나갔다.


'아직 많이도 남았군.'


무현은 그제야 지상으로 내려섰다가 문득 갈대들이 픽-하고 쓰러져 나가는 것을 바라봤다.

자세히 보니 공기 중으로 메케한 연기 같은 것이 일대로 번져나가고 있었다.


'독공이군.'


호흡을 멈춘 채로 손을 내저었다.


파앙-!


독 안개는 빠르게 흩어졌다.

무현은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말했다.


"도망쳤네."


그제야 무현은 바닥을 확인했다.


사지가 잘리고, 머리가 떨어져 나간 시체들이 바닥 곳곳에 누워 있었다.

그 수가 대략 백여 구는 넘어 보였다.


무현은 시체를 발로 치우며 핏자국을 확인한 다음에 중얼거렸다.


"저쪽으로 도망쳤군. 유인이라기보단, 뇌제가 올 것을 대비하기 위해 천라지망을 뚫고 나아가려는 셈인가."


무현은 서서히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밤은 살수들의 시간이지."


하지만 살수들의 장단에 맞춰줄 마음은 없다.

무현이 갈대밭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쯤이면 놈들도 눈치챘겠지."


무현은 입꼬리를 이죽이며 검집에 검을 집어넣었다.


"복구하는데도 애 좀 먹겠군."


황색이 넘실거리는 아름다운 갈대밭이 불타오른다니

조금 마음이 아프지만···.


'내 알반가.'


어차피 무림맹이 복구시켜 줄 텐데.


"오. 저기 오는군."


이때, 하늘 높이 솟구치는 신호탄을 바라봤다.

무현은 그 너머로 점점 거세게 타오르는 불길을 보면서 웃었다.

이제 살문 놈들의 퇴로까지 막힌 상황.


시뻘겋게 변하기 시작한 갈대밭을 둘러보면서 무현이 중얼거렸다.


"손님 가시는데, 저승길 노잣돈도 좀 챙겨드려야지."


***


갈비량은 점점 거세게 타오르는 불길을 보면서 이가 부서지랴 잔뜩 깨물었다.


"···모두 불을 꺼라."

"하지만 이미 불길이 걷잡을 수 없게 되어···."

"그럼 갈대를 잘라서라도 불길을 막아!"


갈비량의 분노 섞인 일갈을 내뱉었다.

다급해진 살수들을 갈대를 잘라가며 불길의 경로를 틀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길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이 개 같은 위선자들이!'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천라지망만 벗어나면 될 줄 알았으나.

설마 화공을 펼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갈비량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상황이 점점 꼬이고 있었다.

주요 전력들도 이미 무현에게 당했다.

굳이 건드리지 않아도 되었을 인물을 건드려서 일을 키웠다.


미청년과도 같은 그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이대로 가다간 천라지망을 뚫기는커녕, 불길 속에서 생을 마감할 수도 있었다.

현재 앞뒤로 모두 퇴로가 일제히 막힌 상황이었다.


'정면 대결은 무리다.'


무현의 무위는 잘 알고 있다.


놈을 처리하려면 자신이 직접 나서거나, 그동안 일군 살수들을 전부 투입해야 한다.

고작 몇 개의 대대만으로는 무현을 처리할 수 없다.


녀석을 죽여야 한다.

갈비량이 움직였다.


"살혼대는 나를 따라와라. 너희는 내가 돌아올 때까지 불을 끄고 있어라."

"존명."

"난 놈을 죽이러 간다."


갈비량의 고민이 깊어진다.

이대로 가다간 모든 것을 잃고 말 것이다.

이제껏 살문을 키운 공이 물거품처럼 꺼져버릴 것이다.


'이것만큼은 쓰지 않으려 했건만···.'


본래라면 삼제의 일인에게 쓰여야 할 물건이지만, 상황이 좋지 못했다.


갈비량은 당장 무현이 있는 곳으로 발을 밟았다.


그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면, 차라리 미래에 큰 방해가 될 수 있는 인물을 죽이는 것이 나았다.


갈비량이 갈대밭을 나서자, 그의 몸 곳곳에 검붉은 기운이 일렁거렸다.


"한낱 미꾸라지가 대업을 망치려 들다니."


지금 갈비량의 분노는 온전히 무현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만약 갈비량이 무현을 죽인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질 수도 있었다.


***


바람을 타고 전해져오는 탄 내, 그리고 재와 불똥들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걸었다.


불길에 점철되어 새까맣게 물들어가는 황색의 세계를 보니, 무현의 마음도 타들어가는 듯했다.


'시간 축은 이미 틀어져 버렸다.'


살수로 위장한 의형을 당한 죄수.

갑작스러운 살문의 습격.

무현이 알던 전생과 한참이나 동떨어진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그러다 갈대밭을 헤치며 다가오는 여러 무리의 인영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살문의 최정예 부대 살혼대(殺魂隊)였다.

그리고 그런 녀석들 앞으로 다가오는 살문주 갈비량.


녀석을 본 순간.

아주 잠깐이지만 무현은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보이지 말았어야 할 것이 보였으니까.

무현의 시선이 닿은 곳.

갈비량이 검붉은 기운을 연신 풍기며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미꾸라지 한 놈 때문에 대업이 흐트러졌구나."


갈비량이 살기 어린 표정을 지으며 양손에 각각 단검을 치켜세웠다.

그 모습을 본 무현은 의문을 품었다.


'저건···?'


단검을 휘감은 검붉은 기운.

마치 의지를 가진 것처럼, 그것은 자유자재로 갈비량의 주변을 돌아다녔다.


검붉은 기운.

새빨갛게 달아오른 홍채.


무현의 머릿속에 한 가지 확신이 뇌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너 혈교하고 무슨 관계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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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을 끌어내리다(12) +5 24.04.26 1,294 26 12쪽
68 용을 끌어내리다(11) +3 24.04.25 1,255 24 13쪽
67 용을 끌어내리다(10) +1 24.04.24 1,270 22 12쪽
66 용을 끌어내리다(9) +2 24.04.23 1,283 23 13쪽
65 용을 끌어내리다(8) +1 24.04.22 1,312 20 12쪽
64 용을 끌어내리다(7) +4 24.04.19 1,379 22 13쪽
63 용을 끌어내리다(6) +3 24.04.18 1,391 23 13쪽
62 용을 끌어내리다(5) +3 24.04.17 1,388 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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