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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럼블 님의 서재입니다.

리메르 공녀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연어럼블
그림/삽화
연어럼블
작품등록일 :
2018.11.05 21:22
최근연재일 :
2019.07.28 15:06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5,083
추천수 :
237
글자수 :
421,154

작성
18.11.08 00:10
조회
253
추천
8
글자
9쪽

2.신데렐라와 목걸이

DUMMY

(6)


햇빛 때문에 문에 누가 서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굳이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바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내가 왔다!"

"우리겠지."

"이 가시나가 지 혼자 다 해 먹으려고 하네."


리메르는 잔뜩 눈살을 찌푸렸다. 저것들이 오늘같이 좋은 날 우리 집에 왜 온단 말인가. 저절로 말투가 싸늘해졌다.


"야. 불청객들. 나가."

"어허. 우리가 이미 이런 것도 가지고 왔다네."


시르가 연극톤으로 말하며 번쩍 들어 올린 것은 케이크였다. 그것도 상점가에서 꽤나 유명한 케이크.


"그게 뭐야? 너희들이 사 온 거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는 리메르의 반응에 만족한 시르가 엣헴 하고 잔뜩 우쭐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럼! 파비안이 너무 늦게 가서 원하던 케이크는 사 오지 못했지만.“


삐죽거리고 하는 말에 파비안의 항변이 따라붙었다.


"시끄러! 네가 사러 가면 되지 왜 우리를 시키느냔 말이야! 누나들이 심부름 온 거냐고 자꾸 물어봐서 창피했다고!"


파비안은 리안과 함께 케이크 가게 줄을 서며 누나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것을 떠올렸다. 얼굴이 벌게지는 파비안을 보며 세실이 쯧 하고 혀를 찼다.


"우리가 장을 봐야 하는데 그럼 어떻게 해? 너희가 장 볼 수 있어?"

"그건 아니지만..."

"장? 장은 또 무슨 소리야?"


이 아수라장 속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들은 리메르가 눈을 가늘게 떴다. 세실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시장에서 사온 야채들과 군것질거리 등을 들어 올렸다.


그에 리메르가 묘한 얼굴을 했다. 세실이 미간을 좁히고 아니길 바라며 입을 열었다.


"뭐야, 혹시 이미 장을 봐왔다던가?"

"그건 아니긴 한데···."

"그럼 음식은 어떻게 하려고 했어?"

"그냥 있는 걸로 하려고··· 했는데···?"


세실이 말없이 걸어와 리메르의 이마를 가볍게 튕겼다.


”악!“

"요 아가씨야. 선물만 딱 준다고 되는 게 아니란다."


생전에 누굴 챙겨줘 봤어야 알지. 작년까지도 이렇게 본격적인 생일 파티는 해본 적이 없었다. 리메르는 이마를 문지르며 입을 삐쭉 내밀었다.


세실과 시르의 진두지휘 아래 < 리메르네 아주머니 생일상 차려드리기 > 계획이 진행되었다. 요리에 한해 손이 야무지지 못한 리나와 리메르, 리안, 파비안은 부엌에서 쫓겨났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은 방을 치우고 꾸미는 것이었다.


맘껏 쓰라며 던져준 봉지를 뒤집어 바닥에 쏟아놓은 리메르는 탄성을 내뱉었다. 예전 다ㅇ소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HAPPY BIRTHDAY'를 알파벳 하나씩 크게 크게 써서 줄로 연결한 장식처럼 생긴 그것은 글자 하나하나가 떨어져 있지는 않았지만 '당신의 생일을 축복합니다'라고 길게 써진 천이 양옆에 얇은 끈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색깔별로 예쁜 천 재질의 리본들과 생일 모자까지 가득 담겨 있었다.


이것들은 슬슬 한국이란 나라가 희미해지고 있었던 리메르에게 먼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했다. 리메르는 고깔모자를 잠시 쓸어보았다. 혜빈일 때의 기억이 아롱아롱 떠오르는 것 같기도 했다.


"리리?"


리메르는 옆에서 조심스럽게 자신을 부르는 리나의 목소리에 얼른 정신을 차리고 밝게 웃었다. 팔을 걷어붙인 리메르가 기합을 넣듯 외쳤다.


"자! 그럼 어떻게 해볼까?"





요즘 집안일을 배우고 있다더니, 세실과 시르의 음식 솜씨는 생각 이상이었다. 순식간에 볶음밥과 감자 야채 버섯 수프, 양념 꿩 구이가 완성되었다. 고소한 냄새가 리메르의 코끝을 자극했다.


리메르는 그 음식들을 바닥에 깐 알록달록한 보 위에 내려놓으며 세실을 곁눈질했다.


"너네 혹시··· 돈 다 쓴 거야?"

"에이, 꿩이랑 케이크가 좀 비싸서 그렇지, 별로 안 썼어."

"···."

"아, 진짜야. 6실버가 어디 이 정도로 다 쓸 돈이야? 게다가 에드쉬도 보탰어."

"흐으음.“


‘더럽게 의심도 많네.’


리메르는 여전히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세실을 바라보았다. 세실은 집에 오면서 생각했던 변명들이 리메르에게 안 통하자 정수리를 긁적였다.


"아니, 근데 저것들이 아무리 비싸다 해도 6명이 모이니까 티도 안 난다고."

"그렇기야 하겠지만···."


세실은 못 말리겠다는 듯이 웃으며 리메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진짜로 티도 별로 안 나고, 무엇보다 우리는 계속 이 집에서 모일 거니까. 뭐, 정 고마우면 방값이라고 생각해."

"그게 뭐야."


결국 리메르는 웃으면서 세실의 옆구리를 꼬집는 것을 택했다.




상을 다 차리고 모두가 방구석에 앉아 숨을 돌릴 때였다. 리나가 부시럭거리면서 무언가를 꺼냈다.


"다들, 쿠키 먹을래?"

"쿠키?"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쿠키를 취급하는 빵집은 남쪽 시장 근처에나 있었다.


"헤헤. 내가 구웠어."

"우와! 진짜?"


아이들이 쿠키를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쿠키는 동그라미, 네모, 세모, 꽃 등 다양한 모양으로 구워져 있었다. 그때 옆에서 세실이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허윽···. 토끼 모양도 있어.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세실, 이건 어때?“


리나가 방싯거리며 세실에게 다가가 강아지 머리 모양의 쿠키를 내밀었다. 세실이 쿠키를 부여잡고 이것을 어떻게 먹냐며 오열했다.


리메르는 조심스럽게 동그란 쿠키를 집어 들었다. 고소한 냄새가 날 먹어달라며 유혹했다.


"이거, 지금 먹어도 되는 거야?"

"그럼! 많이 가져왔어. 맛은 어때?"


한 입을 조심스럽게 깨문 리메르는 혀끝에 닿는 맛에 한 번 놀라고, 씹을수록 느껴지는 맛에 한 번 더 놀랐다. 리메르는 쿠키 하나를 입에 다 털어 넣고 자신을 보며 두 손을 꼭 쥐고 있는 리나의 손을 감쌌다. 리나의 의아한 듯한 분홍색 눈을 마주 보며 리메르가 진지하게 말했다.


"저기. 내 제빵사가 되어ㅈ···. 아니, 이게 아니지. 저기···, 빵집 해보지 않을래?"

"···."


리나는 입을 헤벌렸고 옆에서 그 둘이 하는 양을 바라보고 있던 나머지가 리메르를 타박하며 웃었다. 리안은 그 모습을 보고는 입에 물고 있던 쿠키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




"어머? 왜 이렇게 조용하지? 리리~ 엄마 왔어~"


헤르시아는 문 앞에 걸어놓은 발을 걷어냈다. 그 순간 짜잔! 하며 7명의 아이들이 나타났다.

리메르는 얼른 헤르시아를 앉혔다. 헤르시아는 아직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아이들과 자신의 앞에 펼쳐져 있는 알록달록한 음식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리메르가 친구들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아이들도 덩달아 씨익 웃었다. ‘계획 성공’이라고 중얼거리며 리메르는 등 뒤에 숨겨놨던 벨벳 상자를 헤르시아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야?"

"엄마 선물! 얼른 풀어봐!"


헤르시아는 선물이라는 말에 설레는 자신을 주책이라고 타박하면서도 상자를 풀기 위해 손을 뻗었다. 리본을 잡은 손이 약간 떨렸다. 결 좋은 리본이 스르륵 풀리고 드러난 레드벨벳 상자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웠다. 손으로 느릿하게 벨벳 상자를 쓰다듬은 그녀는 천천히 뚜껑을 위로 들어 올렸다.


"···어머."


헤르시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상자 안에서 영롱한 호박색 토파즈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리메르는 얼른 상자에서 목걸이를 꺼내 헤르시아의 목에 걸어줬다. 앞으로 후다닥 돌아간 리메르가 눈을 빛냈다.


"역시 이거야! 너무 잘 어울려, 엄마!"

"와! 진짜 잘 어울려요!"

"흠흠. 아주머니 좀 예쁘시네요."


헤르시아는 손으로 자신의 목을 쓸었다. 이제 다시는 이런 사치를 부리지 못 할 줄 알았는데, 자신의 딸은 이렇게나 매번 커다란 선물을 안겨준다.


"자자, 감동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구요?"


시르가 사뭇 비장하게 말하며 등 뒤에서 똑같은 디자인의 작은 벨벳 상자를 내밀었다. 헤르시아가 머뭇거리다가 그 벨벳 상자를 받아 풀어보았다. 그 안에는 목걸이와 똑같은 호박색 토파즈가 박힌 귀걸이가 가지런하게 놓여있었다.


"아얏."


세실은 따끔거리는 팔을 부여잡았다. 리메르가 눈을 가늘게 뜨고 세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뭐죠, 세실 양?"

"아니··· 뭐, 우리도 선물하고 싶었으니까! 거절은 안 받아요! 알겠죠, 아주머니?"


”진짜···.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너무 고마워, 얘들아.“


헤르시아가 눈물을 글썽였다. 주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누가 자신에게 이런 천사 같은 아이들을 내려준 건지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었다. 헤르시아의 반응을 본 아이들은 괜히 가슴이 간질거려 코를 찡긋거렸다.


꼬르륵-


이 공간을 가로지르는 우렁찬 소리가 있었다. 아이들은 범인을 색출하는 대신 이 파티를 느긋하게 즐기는 것을 택했다. 헤르시아가 케이크를 8등분 하여 나눠주는 것으로 본격적인 생일 파티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와 고운 웃음소리가 한데 섞여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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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3.부정 (否定) 18.11.09 254 9 10쪽
12 3.부정 (否定) 18.11.08 266 7 19쪽
» 2.신데렐라와 목걸이 18.11.08 254 8 9쪽
10 2.신데렐라와 목걸이 18.11.07 240 8 19쪽
9 2.신데렐라와 목걸이 +2 18.11.07 260 8 14쪽
8 2.신데렐라와 목걸이 18.11.06 253 8 12쪽
7 2.신데렐라와 목걸이 18.11.05 320 7 16쪽
6 2.신데렐라와 목걸이 18.11.05 322 6 12쪽
5 1.리메르라는 소녀 18.11.05 347 7 14쪽
4 1.리메르라는 소녀 18.11.05 364 8 16쪽
3 1.리메르라는 소녀 (2) 18.11.05 464 9 14쪽
2 1.리메르라는 소녀 (1) 18.11.05 594 9 15쪽
1 0.프롤로그 +2 18.11.05 842 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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