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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럼블 님의 서재입니다.

리메르 공녀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연어럼블
그림/삽화
연어럼블
작품등록일 :
2018.11.05 21:22
최근연재일 :
2019.07.28 15:06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15,077
추천수 :
237
글자수 :
421,154

작성
18.11.05 21:37
조회
319
추천
7
글자
16쪽

2.신데렐라와 목걸이

DUMMY

(2)


탁- 소리와 함께 리메르 앞에 시원한 물을 내려놓은 에드쉬가 방긋 웃었다. 고개를 기울임에 따라 결 좋은 남색 머리카락들이 그의 볼을 간질였다.


"물 고마워."

"별말씀을."


벌떡 일어난 리메르가 가득 담긴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아이들이 제 집 마냥 편하게 앉아있는 이 곳은 리메르의 집으로, 너무 덥거나 비가 올 때 와서 놀라며 헤르시아가 방문을 허락했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일을 하느라 집에 없으니 딸이 혼자 남겨지기 보다는 집에서 같이 놀라는 그녀의 배려였다.


처음 의도는 분명 더위와 추위를 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이곳은 아이들의 아지트가 된 지 오래였다. 가끔 아이들은 먹을 것을 잔뜩 싸와서 두 사람의 저녁시간, 혹은 휴일에 난입하기도 했다.


리메르는 친구들을 정말 좋아했지만, 둘이 있을 시간도 부족한데 갑자기 처들어와서 엄마에게 환영받는 친구들이 퍽 아니꼬왔다. 게다가 이 좁은 집은 모두를 수용하기에 벅찼기 때문에 가끔은 둘만 있고 싶다며 친구들을 내쫓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헤르시아에 의해 번번이 실패했다.


헤르시아는 북적거리는 분위기를 좋아했고, 딸과 함께 있어주는 친구들을 굉장히 예뻐했다. 그 사실을 얼추 깨닫고 있던 리메르는 내가 얘네랑 놀아주는 거라며 한숨을 쉬면서도 엄마가 밝게 웃는 것을 보며 잠자코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에드쉬. 리메르는 어느새 주방에서 집 식기를 능숙하게 정리하고 있는 에드쉬를 빤히 바라보았다.




소년을 만난 것은 살을 애는 듯한 추위가 만연한 겨울밤이었다.


집에 가려고 바삐 걸음을 옮기던 리메르 시야에 이질적인 것이 걸렸다. 무언가가 눈에 파묻혀 있었는데, 사람 같기도 했고 그냥 쓰레기 같기도 했다. 리메르는 가지 말라고 말리는 시르를 뒤로하고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영 찝찝했기 때문이었다.


“리메르! 도대체 뭔 줄 알고 이렇게 막 다가가는 거야?”


리메르라고 할 정도로 시르는 말 안 듣는 리메르에게 화가 나 있었다. 하지만 리메르는 멈출 수가 없었다.


시르를 뒤로하고 다가간 리메르는 눈에 파묻힌 소년을 마주할 수 있었다. 저와 비슷한 나이대의,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얼굴이 희게 질린. 살짝 건드린 볼이 너무나 차가워서 굳게 닫힌 눈꺼풀이 다시는 올라가지 않을 것 같았다.


“···사람이야.”

“뭐? 사람? 죽었어?”


초조한 표정으로 리메르를 기다리고 있던 시르가 후다닥 뛰어왔다. 리메르는 호들갑 떠는 시르를 뒤로한 채 쪼그려 앉아 얇은 목에 손가락을 올렸다. 차가운 한기 후, 미약하게나마 심장의 박동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대로 밖에 놔뒀다가는 동사할 것이 뻔했다.


고민은 짧았다. 리메르는 그 남자아이를 등에 업었다.


“리리! 너 이렇게 막 데려가도 되는 거야?”

“괜찮아. 엄마는 오히려 잘했다고 할 걸. 그렇지 않아?”

“그럴 것 같기는 한데···.”


시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리메르는 확신할 수 있었다. 엄마는 이렇게 죽어가는 사람을 모른 척 하기보다는 앞장서서 데려갈 사람이었다. 엄마라면, 분명히 잘했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줄 것이다.


게다가, 만에 하나 헤르시아가 반대한다고 해도 리메르는 이 아이를 놓고 갈 생각이 눈꼽만치도 없었다. ‘인생은 길고 얇게’가 그녀의 신조라지만 놓고 가면 죽을 것이 뻔한 아이를 모른척하기에 리메르는 그렇게 모질지 못했다. 내일 이 자리에 동사해 있는 것을 보게 된다면 꿈자리가 뒤숭숭할 것이 뻔했고.


“난 진짜 모른다···.”


시르의 한숨 섞인 말을 뒤로한 리메르는 집으로 돌아와 남자아이를 눕히고 미지근한 물로 얼굴,손,발을 차례로 닦았다. 이후 어디선가 들었던 것처럼 두 손으로 팔,다리를 주물러주며 혈액순환을 도왔고, 얼굴에 살짝이나마 혈색이 돌아온 후에는 이불을 겹겹이 덮어줬다.


이제서야 한숨 돌린 리메르는 남자아이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남자아이는 자기가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상 편안한 얼굴로 자고 있었다. 남자아이가 걸치고 있던 셔츠, 조끼, 바지 등 고급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귀족가의 도련님 같은데 도대체 왜 그런 곳에 쓰러져 있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일을 끝내고 돌아온 헤르시아는 현관에서 가만히 서있는 자신의 딸을 보며 무슨 일이 있음을 직감했다. 9년 차 엄마의 감이었다. 흐음. 의미 모를 말을 내뱉은 헤르시아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일 있지?”

“내가 사람을 주워왔어.”

“그래? 한 번 볼까?”


여상스러운 어조에 여상스러운 대답이 따라붙었다. 내심 헤르시아가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던 리메르는 한결 편해진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근데 옷 재질이 좀 좋은 것 같아.”

“어라, 진짜 그렇긴 하네. 일단 상태를 좀 볼까.”


헤르시아는 이불을 걷고 아이를 꼼꼼히 살폈다. 운 좋게도 동상 걸린 곳은 없었다. 옷장을 뒤적여 리메르의 실내복을 꺼낸 헤르시아는 리메르를 뒤돌게 하고 남자아이의 옷을 벗겼다.


헤르시아의 고운 미간이 살포시 찌푸려졌다.


“상처가··· 좀 있네. 열도 좀 있고.”

“어? 그래?”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려는 리메르의 고개를 다시 원상 복귀시킨 헤르시아가 아이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교묘하게 숨겨진 곳에 피멍이 가득했다. 한두 번 맞은 게 아닌 듯했다.


얼른 옷을 입히고 소년을 눕힌 헤르시아가 소년의 머리맡에 앉았다. 눈치를 보던 리메르도 주춤거리며 따라 앉았다.


“상처가 심각해?”

“응. 조금.”


리메르는 아이의 상태를 살피는 헤르시아를 빤히 바라보았다. 집요한 시선에 헤르시아가 의아한 듯 고개를 들었다.


“왜?”

“화 안 내?”

“화를 왜 내?”

“내가 아무거나 막 주워왔잖아.”


리메르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였다. 한동안 말이 없어 역시 화났나 싶어 더욱 고개를 숙이는 소녀의 정수리에 따뜻하고 큰 손이 살포시 얹어졌다. 살짝 웃음기 어린 목소리가 귀에 콕 박혔다.


“그럼 다시 버리고 올까?”

“···그건 아니지만.”


리메르는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렸다. 이 겨울에 멀쩡한 사람을 내버리고 오기는 싫었다.


“엄마도 주워졌어.”


어느새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하는 아이의 이마에 수건을 올리며 물 흐르듯 내뱉은 말에 리메르가 몸을 들썩였다. 화등잔만 하게 떠진 눈이 헤르시아를 향했다


“진짜로?”

“응. 시르네 부모님이 엄마를 주워줬어. 엄마도 그렇게 살아남았어.”


뜻밖의 사실에 혼란스러워하는 리메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헤르시아가 하얗게 웃었다.


“엄마도 아무거나였을 거야. 하지만 그분들 덕분에 엄마는 이렇게 리메르랑 함께 웃고 떠들 수 있어.”




아이는 꼬박 하루를 고열에 시달렸다. 다음날이 헤르시아가 쉬는 날이라 다행이었다.


아이가 의식을 차린 것은 저녁 깨였다.


고소한 냄새에 이끌린 에드쉬가 느릿하게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낡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윽.”


상체를 일으키던 에드쉬가 살풋 얼굴을 찡그렸다. 온 몸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자 무언가가 묵직한 소리를 내며 이불에 떨어졌다. 이마에 올려져 있던 물수건이었다.


“어? 깼다!”


앳된 목소리에 에드쉬가 고개를 들었다. 새 물동이를 품 안 가득 안고 있는 소녀가 보라색 눈을 반짝이며 입가에 큰 호를 만들어냈다.


“여긴···.”


목소리가 심하게 갈라져서 나왔다. 에드쉬가 놀란 듯 제 목을 감쌌고, 소녀가 눈치껏 물이 가득 담긴 잔을 내밀었다. 물 잔을 받아드는 손이 잘게 떨렸다. 리메르는 그걸 모른 척 넘기며 두 손 가득 잔을 쥐여주었다.


소년은 물잔을 꼭 잡은 채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잔을 기울였다. 정신없이 물을 넘기던 소년이 아까보다 밝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가 잔을 떨어트렸다.


“어? 왜 그래?”

“아아······ 그, 아니···. 괘,괜찮습니다.”


하도 급하게 마시기에 한 잔 더 따라주려고 대기하고 있던 리메르가 깜짝 놀라 에드쉬 옆에 쪼그려 앉았다. 소년이 달달 떨리는 손으로 제 얼굴을 훑었다가 간신히 물컵을 주워 리메르에게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너······.”

“그게···.”

“아무것도 아니야.”


묻고 싶은 것이 많았기에 소녀의 입술이 쉴 새 없이 달싹였다. 하지만 리메르는 차마 제 궁금증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소년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메르는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며 평이한 주제를 꺼냈다.


“아픈 곳은 없어? 너 꼬박 하루를 잤어.”


‘벌써 그렇게나 잤나.’


에드쉬가 바닥에 손을 짚고 다리에 힘을 줬다. 일어서려는 의도였지만 몸이 제대로 가누어지지 않아 실패로 돌아갔다. 힘 없이 바닥에 고꾸라지는 에드쉬를 재빠르게 손으로 받친 리메르가 작게 혀를 찼다.


“아직 일어서면 안 돼. 절대 안정이야.”

“그···, 여기는.”

“우리 집이야. 어제 집 가는 길에 쓰러져 있길래.”

“아.”

“그래서, 이름은 뭐야?”


그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이름이... 뭐였더라?


“에드쉬라고 합니다.”

“흐음. 에드쉬. 멋진 이름이네. 나는 리메르라고 해!”

“리메르···.”


한 번 입안에서 이름을 굴려보았다. 에드쉬의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맑게 빛났다. 그가 하는 양을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리메르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에드쉬는 몇 살이야?”

“아마 9살일 거예요.”

“아! 나랑 동갑이네. 에드쉬도 말을 놓는 건 어때?”

“음. 저는 이게 편해서요. 놓으라 하시면 놓겠지만···.”

“어? 아냐아냐! 편한 대로 해. 불편할까봐.”


황급히 고개를 내젓는 리메르를 보며 에드쉬는 살포시 미소 지었다. 그 미소에 넋이 나간 표정을 짓던 리메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방문을 쾅 열어젖혔다. 당황 어린 목소리만이 메아리처럼 방을 맴돌았다.


“엄마 불러올게!”


리메르가 남기고 간 물동이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던 에드쉬가 고개를 들었다. 조심스럽게 방 문을 열었던 헤르시아가 고개를 내밀며 씩 웃음지었다.


“안녕, 에드쉬?”




“흐음. 그렇구나.”

“네.”

“그래.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네.”


자초지종을 들은 헤르시아가 연신 턱을 쓰다듬었다.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던 그녀가 평소와는 달리 진지한 얼굴로 제안했다.


“에드쉬만 괜찮다면 여기서 같이 사는 건 어때?”

“예?”

“난 좋아!”


리메르도 내심 그것을 바랬으므로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곤란한 표정을 지은 것은 에드쉬였다.


“그건 내키지 않습니다.”

“그치만, 갈 곳도 없잖아?”


에드쉬가 머뭇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급히 도망쳐 나오긴 했지만 갈 곳이 없었다. 아마 이대로 리메르의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그는 제도의 부랑자가 될 것이다.


“사연이 있어서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마. 우리도 빠져나갈 길은 있으니까.”


전혀 설득성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에드쉬는 어쩐지 그 말을 믿고 싶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이 집에 머무르고 싶었다. 허나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저가 이 집에 머무름으로 인해 두 사람이 어떤 피해를 볼지 몰랐기 때문에.


잠시 입술을 달싹이던 에드쉬가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용기를 내기엔 두 사람이 베풀어준 온기가 너무나 따스했다. 그로 인해 이들의 생활이 어그러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고민을 끝낸 소년이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역시 저는 상처만 치료하고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같이 살자. 에드쉬.”


에드쉬의 말을 무시하고 강하게 내뱉은 헤르시아가 싱긋 웃었다. 더 이상의 거절은 허락지 않는다. 헤르시아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에드쉬는 입술을 깨물었다.


‘같이 있고 싶어. 남고 싶어. 하지만 그러면 두 사람은···.’


슬쩍 고개를 들었던 에드쉬가 깜짝 놀라 시선을 푹 숙였다. 두 사람 모두 너무나 따스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왈칵 치솟는 서러운 마음에 시야가 촉촉하게 젖어왔다. 에드쉬는 넘치는 감정을 애써 내리누르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욕심을 부려도 될까.’


긴장한 얼굴로 에드쉬를 바라보고 있던 리메르가 두 팔을 위로 펼치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헤르시아도 잘 했다는 듯 에드쉬의 등을 연신 토닥였다.


‘아주··· 아주 조금만. 위험해지면 바로 떠날 테니까.’


두 사람의 진심 어린 모습에 에드쉬는 마음 한구석에 있는 죄책감을 잠시 눌러두기로 했다.


에드쉬는 빠르게 리메르의 집에 적응했다. 그는 손재주가 좋았으며, 요리도 잘했다. 사실 잘한다기보다는 습득이 빨라 실력이 일취월장한다는 표현이 더 맞았다. 헤르시아는 그를 가슴으로 낳은 아들로 받아들였다.




"어! 그거 좋다! 우리 다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지?"


세실의 말에 상념에서 빠져나온 리메르는 자신의 기억 속에서 단체로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렸다. 가판대랑, 인형탈이랑, 그리고···


"아!"


리메르는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짧게 탄성을 뱉었다. 하지만 할 수 있을까. 너무 힘들 것도 같았다.


“뭔데?”

“근데 좀 힘들 것 같아. 다른 것을 생각해볼게.”

“에이! 이미 궁금해졌다고! 얼른 말해봐!”

“맞아. 안 그러면 네 옆구리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으름장을 놓은 세실이 버티고 있는 리메르의 옆구리를 간질였다.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리메르는 결국 백기를 들고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연극."

"연극?"


고개를 끄덕인 리메르가 얼마 전에 상가 아줌마가 고민하던 것을 기억해내며 말을 이었다.


"이제 곧 여름 축제잖아. 그래서 그전부터 제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니까, 상가 주민들이 모여서 연극을 하기로 하셨었나 봐. 그 중간중간에는 제품들을 홍보하고. 근데 뜻이 안 맞아서 엎어졌나 보더라고. 이미 홍보를 다 해놔서 무를 수도 없대. 근데 지금 극단들도 바빠서 대신 무대를 해줄 사람이 필요하다셔서.”

“이미 하기로 한 거야?”

“아니. 생각있으면 말 해달라고 하셨어.”


세실이 눈썹을 모로 모았다.


“으음. 진짜 힘들 것 같은데."

“확실히.”


이럴 줄 알았지. 생각보다 더 부정적인 반응에 리메르가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인형탈이나 가판대를 하는 게···."

"연극. 괜찮은 것 같은데."


힘 없는 목소리에 무뚝뚝한 목소리가 덧씌워졌다. 리메르는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 고개를 들었다. 리안이 식탁 의자에 앉아 손을 톡톡 두드라며 리메르와 시선을 맞췄다.


리안은 엄밀히 말하면 리메르 패거리의 객원 멤버인 셈이었지만 요즘은 꽤나 자주 얼굴을 보이고 있었다. 다들 집안일을 돕거나 배우느라 바빠 일주일에 두,세 번만 만나는 상황에 그를 한 달에 5번 정도 본다는 것은 꽤나 놀라운 일이었다. 심지어 리안은 리나가 오지 못할 때 혼자 오는 수준까지 발전해 있었다.


아무튼 간에, 보통은 모두가 하자는 대로 따르는 편이라 의견을 낼 때는 조용한 리안이 리메르의 의견에 긍정을 표하자, 다른 친구들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7명 모두 연극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입을 모았다.


리메르는 이걸로 돈 모으기도 끝이라며 환하게 미소지었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기분이 묘했다. 자신이 말했을 때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던 친구들이 단숨에 마음을 바꾸다니, 뭔가······,


"배신감이 드는걸."


표정 없이 중얼거리는 말에 가장 가까이에 있던 시르가 어색하게 웃으며 리메르의 등을 토닥였다.


작가의말

일단은 여기까지..

혹시 여기까지 다 읽어준 분이 계시다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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