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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찮게 좀 하지 마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휴학생P
작품등록일 :
2020.05.14 19:41
최근연재일 :
2022.05.17 09:05
연재수 :
1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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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3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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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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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6. 왕이 잠든 땅 (10)

안녕하세요~




DUMMY

그는 그런 말을 하면서도 진을 구축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오브가 머리 옆에서 떨려왔다.


“완전히 미쳤군. 그것도 이제 끝이야.”


프리드는 콘쿼러를 높게 들어 진을 이루던 선들을 훼손하고자 했다.


파캉-!


“이제 소용없어. 애초에 이 진은 나스란이나 내 죽음으로 완성되는 술식이야.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찌 보면 그 친구가 성공한 거지.”


보이지 않는 마나의 장벽이 펼쳐진 상태였다.


“끝이다.”


도시 전체를 기반하여 구축된 술식. 노사는 남은 보따리를 허공에 뿌렸다.


“이제 문이 열릴 때까지는 이 늙은이랑 어울려주실까.”


프리드는 노사 자체를 경계 대상에 두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노사의 체구 자체는 바실로프들 중에서도 평균 이하였기 때문이었다. 오죽하면 인간인 프리드보다도 작을 수준이었으니까. 허나 그건 명백한 오판이었다.


노사는 처음으로 로브를 벗었다. 전신이 흉터로 빼곡했다. 거기에 더불어 기괴할 정도로 굽어진 허리.


우둑. 우두둑!


한껏 굽어있던 그의 골격이 굉장한 소리를 내며 펴지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시야를 가득 채울 정도의 거구였다.


슈우욱! 퍽!


그의 바로 옆에 무언가 날아와 꽂혔다.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푸른 뇌전을 뿌리는 짙은 남색의 창이었다.


“이 거짓된 세상만 무너진다면 바실로프는 대륙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그러니 이 이상의 방해는 허락할 수 없네.”


프리드는 조용히 검을 들었다. 대화의 여지는 보이지 않았다. 프리드는 조용히 콘쿼러에 남은 마나의 양을 셈하기 시작했다. 발밑의 거대한 술식이 서서히 밝아지고 있었다.


‘발동된 술식. 한정된 힘. 문 너머의 존재.’


아무리 계산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다행스럽게 노사는 먼저 달려들지 않았다.


‘애초에 목적은 술식의 보호. 철저히 수비 위주로 가려고 하는군.’


프리드는 순간 아차 싶었다. 생각이 길어질수록 시간은 줄었다. 이런 급박한 순간에까지 계산기를 두드릴 정도로 힘에 여유가 있나? 그런 것도 아니었다.


“지금은 지금에 전력을 다한다! 그쪽을 쓰러뜨리면 뭔가 일어나겠지!”


오브에 담긴 일부 마나와 콘쿼러의 마나를 끌어올렸다.


“검이 창을 상대할 때에는...!”


콘쿼러의 가르침이었다.


“항상 반걸음 정도 먼저 움직인다는 생각으로!”


간단하면서도 실행하기는 어려운 개념. 허나 프리드는 제대로 해내고 있었다. 힘은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여전히 자연적인 회복은 기대할 수 없겠네.’


노사의 창술은 그 자체로만 보면 대단했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순간도 여럿이었으니까. 다만 그에게선 마나가 느껴지지 않았다. 술식에 마나를 비롯한 자신의 모든 걸 쏟은 것이다.


‘마나가 없는 몸으로 내 공격을 받아내고 있다.’


허나 육체의 한계는 명확했다. 대부분의 공격을 흘려냈지만 그게 모두라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의 손바닥은 그 일부의 충격을 버텨낼 수 없었다.


채앵!


프리드는 그의 옆구리를 베어냈다. 상처는 벌어졌지만 피는 흐르지 않았다. 기이했다. 허나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창은 이미 놓쳐버렸으니.


기력을 다소 쇠해보였지만 노사의 목숨에 직접적인 지장은 없어 보였다. 프리드는 낮아진 그의 목에 칼을 들이밀었다.


“그래서, 저 술식을 해체할 방법은? 설마 모른다고 하지는 않을 텐데.”


“늦었어. 왕이 돌아온다. 대륙은 태양을 등진 거대한 새를 맞이하라.”


그는 전혀 협조적이지 않았다. 다만 적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광소하는 그를 뒤로 하고 술식의 중심으로 향했다.


다소 난해한 문양들이 즐비했다. 강력하게 펼쳐진 마력장. 물리적인 간섭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정답이었다.


“다 자네 덕분이야. 이곳에 묶인 우리를 위해 그 많은 재료를 구해주다니.”


“그 왕이라는 녀석을 깨우면 당신에게는 뭐가 남는 거지?”


노사의 답에는 일체의 망설임도 없었다.


“왕이 일으킨 군세의 일부가 될 수 있겠지. 그렇게 대륙으로 나간다면 일족의 저주받은 윤회는 자연스레 끊기게 될 것이다.”


그렇게 말해주면서도 정말 핵심이 되는 질문에는 귀신 같이 묵묵부답이었다. 덕분에 프리드는 혼자 골똘히 생각해야만 했다.


‘따지고 보면 미궁은 하나의 거대한 퍼즐이다. 위엣 계층에서 얻은 오크들의 정령석을 다른 계층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원리겠지.’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 프리드는 생각했다. 자신이 뭔가 놓친 게 있는 건 아닌지.


“아!”


프리드는 아공간을 뒤졌다. 될 거라는 확신이 아니었다. 될 지도 모른다는 그 가능성 하나면 충분했다. 그의 손에 들린 건 단검이었다. 단검치고 검신이 극도로 짧은 단검.


====================

 퀘넥의 독니


차갑게 식힌 백색 마녀의 독으로 수차례 담금질한 단검. 

“죽어라. 마법사.”


-고요한 칼날 : 칼날에 상처를 입으면 침묵 상태에 빠집니다.

-?????

====================


짧은 설명 중간에 프리드의 시선이 고정된 곳은 정해져 있었다.


“침묵.”


골렘의 핵을 곱게 빻은 저 가루는 일종의 전선이다. 마나는 그 길을 따라 지나가는 전기였다. 그 흐름이 문제가 된다면 끊어버리면 그만이 아닌가?


“그래. 죽자. 안 통하면 그때 생각하지.”


프리드는 과감하게 퀘넥의 독니를 역수로 쥐었다. 잠시간 물리력의 간섭이 일어났다. 진을 보호하는 마나의 장벽에 간섭이 들어온 것이다. 프리드는 조금 더 집중을 모았다.


‘나름 계층주의 마력이라 이거야. 이 정도 잡스런 마법은 별 거 아니잖아!’


“제발!”


파지직!


위험할 수준으로 불협화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독니가 장벽을 침묵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그 짧은 칼날은 점점 더 깊숙이 들어가고 있었다.


터억!


“좋아! 이제 끊...”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침묵을 이용해 마법진에 간섭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진 자체의 기동에는 아무런 간섭도 하지 못했다.


“진을 구축할 때, 병렬식을 사용하는 건 클래스 1도 아닌 사실이지. 그 힘은 분명 신기하지만 거기까질세. 부질없는 짓은 관두게나.”


프리드의 시도가 실패하자 노사는 조소를 보였다. 허나 프리드는 그에게 시선 하나 주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퀘넥의 독니에 향해 있었다.


“지독하네. 누가 이기나 해보자.”


휘익. 푸욱.


가볍게 던진 단검이 바닥에 부드럽게 박혔다.


“부수는 건 일단 나도 자신이 있어서 말이야. 이 공간을 깔끔하게 날려도 웃을 수 있을지 보자고.”


마병은 세월의 마나를 기물 안에 제어하고 있는 일종의 왜곡이다. 긴 시간 마나를 담아야 만들어지는 만큼 그 마병에서 마나가 일시에 터진다면 환경에 왜곡을 일으킬 정도니까. 그렇다면 이 단검을 과부하 시킨다면 이 일대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때까지만 해도 노사는 프리드의 행위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포기 정도로만 받아들였으니까.


“하, 결국 포기한 게로군. 자네도 이 대업의 마지막을 볼 영광 정도는 주지.”


그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프리드가 원래의 하얀 롱소드를 치켜들고 붉은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멈춰! 미쳤나! 자살이라도 하고 싶은 건가!”


마병을 부수는 일. 그것도 그저 그런 싸구려 마병이 아니었다. 재앙급의 힘을 내포한 마병.


“진지한 충고야! 어리석은 짓이라고!”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프리드의 검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내려가고 있었다.





◎◎◎◎◎◎





“또 붉은 하늘이군요.”


제도의 하늘이 다시금 붉게 물들었다.


“이젠 놀랍지도 않군. 또 길이 열리겠어.”


“그렇지.”


제도에 위치한 마탑이었다. 마탑 소속의 마법사들은 천공섬이 등장한 이래로 단 하루도 편하게 휴식할 수 없었다. 부유석을 이용한다면 비슷한 느낌으로 흉내는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저 말도 안 되는 규모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오로지 정해진 길로만 들어갈 수 있다니.”


“비겁하지요.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는 일이고.”


제도에서도 극히 희귀한 취급을 받는 생물이 와이번이었다. 와이번 기병들을 이용해 다수의 마법사를 투입시키고자 했으나 일정 고도 이상으로는 접근을 거부하는 건지 일시에 고꾸라졌다.


제도의 중앙은 매일이 전쟁이었다. 악재가 쌓이고, 쌓여서 벽이 되어버린 것이다.


“크로스 경, 청기사들을 소집하도록. 지금 당장 남부로 떠나도록 해야겠어.”


“예? 하지만 저희는...”


“그만, 자네가 우려할 일은 없을 거야. 제도는 싱글 넘버들이 수호할 예정이니까.”


유사시에는 임시직이지만 제도에 머무르고 있는 모츠포가 있었다. 자유기사이기는 하나 황제의 명을 거부할 리는 없을 터. 그보다는 급한 일의 봉합이 우선이었다. 남부에서는 이민족들의 준동이 쉬이 가라앉을 생각을 안 했으며 연이은 패전 소식만 들려왔다.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최강의 패라도 꺼내야지.”


황제는 쓰게 웃었다. 향락에 젖어 살던 고운 외모는 몇 날을 고생했는지 푸석해진 상태였다.


“궁정백, 숙부님께는? 서신은 전했나?”


“에, 그게... 답장이 오기는 했습니다만.”


황제는 반색했다. 드디어 답장이 온 것이다.


“뭔데! 당장 말해! 당장 제도로 오신다고 하던? 어떻지?”


제국 최고의 검이라고 불리는 소르다스가 제도에 주둔해주기만 한다면 기사력의 공백을 채우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시나리오였다.


“그래도 내가 황제인데... 서신의 내용도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았나? 설마 거절하시지는 않았겠지?”


“아...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거절을... 하셨습니다.”


“뭐라고?”


황제는 두통이 지끈거리는 걸 느꼈다.


“내용은 그대로 읽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궁정백은 서한을 꺼냈다. 눈에 확 띄는 저 인장은 확실히 소르다스의 그것이었다. 내용은 간결했다.


“이미 쓸만한 녀석들로 한 수레는 보낸 걸로 기억합니다. 더는 일선에서 저를 찾지 않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재차 말씀드리겠습니다. 황제 폐하.”


황제는 표정을 찡그렸다. 허나 굳이 서신을 들여다 보지는 않았다. 저 말투는 숙부님의 말투가 아니었다. 자신에게 존대를 하지도, 황제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아마 궁정백이 황제의 자존심을 위해서 임의로 수정을 가한 것이다.


“그렇다면 파스크란 선생은?”


“파스크란 님이야 제도에 머무르고 계시겠지만...”


“계시겠지만 뭐! 말 좀 끌지 않아줬으면 하는군!”


“직접 서한을 전달했지만 제 눈앞에서 찢어버리셨습니다.”


황제는 머리를 싸맸다. 다른 이들도 아니고 제국을 지탱했던 최강의 검과 현재 제도에 머무르는 최강의 검이 모두 황제를 외면했다. 다른 인물이 생각나긴 했지만 그녀는 이전의 둘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을 위인이었다.


“젠장!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건데? 이런 상황에서까지!”


궁정백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솔직히 파스크란 님께는 큰 죄를 지으시지 않았습니까? 황실과는 이미 어긋나도 한참을 어긋난 게지요.”


적국으로 넘어가지 않은 것만 해도 감사하셔야 합니다. 라는 말은 차마 뱉지 못하고 목구멍에 머물렀다.


파스크란은 감히 그 정도의 인물이었다.




제 글이 여러분에게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향을 끼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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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171. 기사, 최선의 기사 (2) 22.03.26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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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169. 왕이 잠든 땅 (13) 22.03.19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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