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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노래 님의 서재입니다.

사슬의 학살자와 오두막의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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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공의노래
작품등록일 :
2021.04.09 16:55
최근연재일 :
2021.08.02 07:50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8,207
추천수 :
231
글자수 :
613,867

작성
21.05.08 19:20
조회
56
추천
2
글자
12쪽

25화

+와 +사이의 글은 외국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DUMMY

장마가 끝났다.

위즈가 일어나 밖에 나가자, 오랜만에 푸른 하늘이 반긴다.


“으으으.”


위즈가 손으로 그늘을 만들면서 탄식한다.


‘노는 날은 다 갔네.’


위즈를 비웃는 건지, 풀잎에 맺힌 이슬이 반짝인다.


“+하아암.+”


리나도 자연스럽게 따라 나와 똑같이 하품하고 기지개를 켠다.


“+잘 잤어? 일찍 일어났네.+”


눈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이는 거로 대답을 대신한다.


“+위즈는?+”

“+나야 뭐 늘 똑같지.+”

“+그런데 위즈, 매일 빨리 일어나지 않아? 잠은 나보다 늦게 자면서.+”

“+그냥 뭐, 습관이야.+”

“+학교에서 했다는 그 훈련?+”

“+그것도 있고, 뭐······.+”


굳이 다 말하지 않고 말을 흐린다.


“+그런데 리나 너는 왜 일찍 나온 거야?+”

“+위즈가 나가길래 그냥 같이 나왔어.+”

“+어때? 새벽 공기 시원하지?+”


살짝 응석 부리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리나를 보자니 왠지 위화감이 든다.


‘애가 원래 이렇게 부드럽게 대했나.’


물론 평소에도 긍정적으로 위즈를 대하긴 했으나 느낌이 다르다.


“+왜 그렇게 빤히 봐?+”

“+리나 너 왠지 살가워진 것 같아서.+”

“+그래? 난 평소랑 같은데.+”


말은 그렇게 해도 사실 위즈가 생각한 게 맞다.

어제 위즈에게 손을 댔을 때 위즈가 속에 담은 걸 모두 보고야 말았다.

사람이 제정신인 게 신기할 정도로 끔찍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리나한테는 이상하리만치 좋은 감정만 품고 있었다.

귀엽다든가, 머리를 쓰다듬고 싶다든가, 열심히 배우는 모습이 좋다든가.

갑자기 얹혀살아 불편할 법도 한데도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그리고 그런 만큼 위즈를 가만히 두고 싶지 않다.

분명 위즈가 한 짓은 용서받을 수 없을 정도로 큰 잘못이나 그래도 너무 마음 쓰인다.


“+위즈. 오늘 아침은 뭐야?+”

“+뭐 먹고 싶은 거라도 있어?+”

“+음, 과일?+”


그래서 위즈에게 조금은 마음을 열기로 했다.



******



비가 내리는 기간 동안 리나는 여러모로 성장했다.

웬만한 대화를 호라 말로 할 정도로 실력이 늘었고,

마력을 조종하는 것도 이제 수준급이다.

손 위에서 마력을 조종하며 위즈와 대화도 하고 집안일까지 하다 결국,


“+너, 그러다가 마력 떨어진다.+”

“+그래도 연습해야지.+”

“+안 돼. 오늘은 거기까지만 해둬. 회복만큼 중요한 것도 없으니까.+”


라면서 위즈가 말렸다.

물론 막는다고 하지 않을 리나는 아니었고

밤에 몰래 더 연습하다가 지쳐 잠들기 일쑤였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는 게 보기 좋아 모른 체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 아침을 먹고 난 뒤.


“+후. 준비됐어?+”


리나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안 아픈 거 맞지?+”

“+그럴걸?+”

“+뭐? 분명 안 아프다고 그랬잖아.+”

“+아니, 난 확답한 적 없는데······.+”


애초에 리나처럼 다쳐본 적도 없으니.

리나의 불만은 일단 무시하고 조심히 붕대에 손을 댄다.

붕대 안에 있는 다리는 흉터 하나 없이 깔끔하고, 그걸 본 둘은 같이 환호성을 지른다.


“+축하해, 리나.+”


리나도 그제야 안심하며 활짝 웃는다.

숲에 들어왔을 적부터 계속 절던 다리가 이제 완벽하게 나았다.


“+고마워. 위즈 덕분이야.+”

“+정확히는 내 시조 덕분이지.+”


그렇게 말하자 왠지 소설 속 주인공이 책에서 나와 도와준 기분이다.

아니, 어쩌면 데스트리아누스가 리나를 도와주려고 위즈를 보낸 게 아닐까.

좋아서 다리를 계속 움직이고 주먹으로 두들겨보는 데 불편하지도, 아프지도 않다.


‘이제 마법만 가르치면, 떠나보내야겠네.’


리나가 다리를 험하게 굴려보는 동안 속으로 그리 생각한다.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정도의 마법 실력과 도망칠 때 필요한 빠른 발.

적들이 ‘요정’이라고 불렀을 정도니 달리는 건 별문제 없으리라.


위즈가 교육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않은 만큼 위즈 밑에서는 마법 실력이 늘 수 없다.

그러니 마법도 적을 막는 정도로 가르치고 크레센타로 보내면

거기 있는 마법사들이 대신 호들갑을 떨며 잘 가르쳐줄 것이다.


이제 위즈가 해야 할 일은 모두 끝났고, 마음 편히 돌려보낼 일만 생각하면 된다.

다시 느긋하게 혼자서 지낼 수 있다.


그래도 역시, 조금 씁쓸하다.


“세상에서 벗어나려고 한 대가일까.”

“+어? 방금 뭐라고 했어?+”

“+아니야.+”


살짝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 그 아이를 네 몸보다 더 아끼고 있구나.


문득 어디선가 들리는, 끔찍하고 절대로 익숙해지기 싫은 목소리에 조용히 긍정한다.

혹여나 리나가 다칠까 봐 눈을 떼기 싫을 정도로 리나를 아끼고 있다.


‘그렇다고 여기 계속 붙잡아둘 수는 없으니.’


리나가 있을 곳은 이런 척박한 정원이 아니라

리나를 진심으로 아끼고 뭐든지 해줄 이들이 있는 곳이니까.

일부러 잡념을 없애려고 리나 발을 긁어 간지럽힌다.


“역시 금방 포기하는구나.”


그리고 누군가 정원 외곽 나무에 걸터앉아 중얼거린다.

그림자에 가려져 있어서라고 하기에는,

주위의 나무 그늘이 환해 보일 정도로 유난히 어둡다.


“그래서, 정말로 저 애로 할 거야?”

“그래.”


뒤를 돌아보며 얘기하자 그곳에 같이 있던 다른 이가 대답한다.

마법이라도 쓰고 있는 것처럼, 몸이 뚜렷한 형체를 보이지 않으나 노란빛과 푸른빛으로 일렁이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보인다.


“취향 참 독특하네. 좀 제대로 된 애로 고를 생각은 없어?”

“내가 고른 이들 중 제대로 된 이가 있던가?”

“그건 그래.”


어둠 속에 있는 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따지면,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뭐가?”

“너 역시 저자를 선택하지 않았나.”


어둠 속에 있는 이가 입을 쭉 내밀며 생각하다가 말한다.


“그래도 난 나름 합당한 이유가 있어.”

“이유?”

“저 애가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저 애가 어릴 때 만난 적이 있어.”

“뭐?”

“그렇게 날 세우지 마. 테 살베니움 본가를 떠날 때였으니까.”

“그렇다면 저들 기준으로는 꽤 전이군.”


고개를 끄덕인다.


“그때 이미 느꼈지. 저 아이의 속은 그 누구보다 검다고.”

“너보다?”

“그럴 리가. ‘흐리프키르스’ 기준이야.”


어둠 속에 있는 이가 살짝 웃는다.


“그래서, 넌 왜 저 애를 뽑은 거야?”

“난 위대하신 분께서 만드신 결과를 본다. 그리고 완성할 뿐. 위대하신 분께서 계획하셨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네게 이유를 굳이 대야 하는가?”

“그냥 궁금해서 그래. 그 정도는 상관없잖아.”


오만한 말에도 어둠 속에 있는 이는 어깨만 으쓱인다.


“곧 새 시대가 열린다.”

“그 시대의 기준이 뭐야? 세상? 아니면 네가 세운 나라?”

“나라. 그분께서는 아직 새 세상을 계획하시지 않으셨다.”


어둠 속에 숨은 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그거랑 저 애랑 무슨 상관인데?”

“그걸 이끌 재목으로 충분하다.”

“충분하다는, 그 기준이 뭔데?”

“그것까지 일일이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저자를 선택했을 때의 미래가 그분 마음에 가장 맘에 들 뿐이지.”

“결국, 저 애 개인을 보는 건 아니구나.”


어둠 속에 숨은 이의 말에 딱히 부정하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 역시 개인의 성품 정도는 본다.”

“그래? 어때?”


잠시 고민하다가 말한다.


“특이하더군.”

“······끝? 좀 더 좋은 말은 없어?”

“내가 뽑았던 이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나저나, 왜 그렇게 집착하는 거지?”

“나한테는 자식이나 마찬가지니까.”


어둠 속에 숨은 이가 가지에 앉아 다리를 흔들며 말한다.


“아무튼, 지금 시대에는 저자가 딱 맞다.”

“특이해서 뽑히다니.”


피식, 소리를 내며 비웃는다.


“하긴, 웬만한 ‘흐리프키르스’들은 다 똑같으니까. 특이한 애 하나 정도는 필요하겠지.”


숲에서 그런 얘기가 오가는 것도 모른 채, 위즈와 붕대를 푼 리나는 정원으로 간다.


“+자, 드디어 제대로 마법을 배우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와아아.+”


리나가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박수를 친다.


“+그럼 나도 이제, 위즈처럼 사슬을 날리고 그러는 거야?+”

“+너, 나한테 마법 가르쳐달라고 할 때 뭐라고 했지?+”

“+어······, 나를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했어.+”

“+응. 그래서 딱 지킬 수 있는 정도만 할 거야.+”


눈에 물을 뿌리기.

눈앞에 안개를 만들어 정신을 팔리게 하기.

넝쿨을 자라게 하거나 땅을 살짝 움푹하게 만들어 진로 방해하기.


“+뭐야, 그게. 그걸로 끝이야?+”

“+응. 너를 지키기에 딱 좋은 마법들이지. 내가 가르칠 수 있는, 안전범위기도 하고.+”

“+막 투명한 방패 만들고 하는 그런 건?+”

“+지금 수준에서는 무리야. 엄청나게. 만든다고 해도 못 버텨.+”


위즈가 입으로 와장창, 하는 소리를 낸다.


“+혹시 모르잖아.+”

“+리나. 왜 마법사가 수련을 많이 할수록 강해진다고 했지?+”


위즈가 기습적으로 질문한다.


“+그거······, 마력을 쓰면 쓸수록 한 번에 뿜을 수 있는 마력의 양이 한계치까지 도달하고······,+”

“+그만큼 마력을 더 많이 사용하는 강한 마법들을 쓸 수 있다고 했잖아. 한번 마력을 뿜어봐. 최대한 강하게.+”


리나가 오른팔을 들고 왼손으로 오른 손목을 쥔 뒤에 힘을 모아 마력을 뿜는다.


“+어때?+”

“+어······, 갓 배우기 시작한 사람치고는 강하네?+”


뜻밖에도 빠른 계곡물 수준으로 마력이 뿜어져 나온다.


“+나는 힘을 조절해도 이 정도야.+”


위즈가 검지를 펴자 폭포수보다 강하게 마력이 뿜어져 나온다.

리나가 입을 벌리고 쏟아져 나오는 마력들을 보고 있을 때 위즈가 말한다.


“+리나 너는 천재야. 그걸 부정하지는 않아. 분명 요령을 안다면 남들보다 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겠지.+”


위즈가 마력들을 손 바로 앞에서 구형으로 뭉치고는 그대로 손을 툭 내리자

구체가 조금 날아가더니 폭죽처럼 터진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건 다 똑같아. 굳이 어떻게든 빠르게 늘고 싶다면, 정신에 조금씩 무리를 줘서 뿜는 양을 늘려야 해.+”

“+그렇게 하면 얼마나 걸려?+”

“+5년. 평범한 사람 기준으로. 너는 아마 3년은 걸리겠지.+”


리나가 부정하고 싶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무리를 하는 만큼 부작용도 심한 편이고.+”

“+그런데 그렇게 해서 악착같이 뿜는 양을 늘릴 필요가 있어? 어차피 총 마력이 얼마나 많으냐가 중요하다면서.+”

“+응. 그런데 마력량이 가장 중요한 건, 수련을 끝낸 마법사들의 출력은 서로 비슷해서야. 출력에 차이가 있다면 마력이 많아도 오히려 밀려. 꼭 기억해.+”


위즈가 손을 살짝 든다.


“+잘하면 마력만으로도 상대를 공격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당장 네가 쓸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생각하지 마.+”


리나가 살짝 밀린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방패가 있다.


“+방패 만드는 것 정도야 지금 바로 알려줄 수는 있어. 하지만 그런다고 한들, 매우 급한 상황에서 네가 이걸로 적을 막을 수 있을까?+”

“+연습하면 어떻게든······.+”


위즈가 고개를 젓는다.


“+지금 상태에서 몸 절반 정도를 막는데 빨라야 30초. 운 좋게 마법을 정확히 막으면 모를까, 30초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는 시간이야.+”


리나가 침을 삼키고, 위즈는 차갑게 말을 맺는다.


“+지금 아무리 강한 마법을 배워도, 싸움이 일어나면 결국 넌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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