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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노래 님의 서재입니다.

사슬의 학살자와 오두막의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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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공의노래
작품등록일 :
2021.04.09 16:55
최근연재일 :
2021.08.02 07:50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8,197
추천수 :
231
글자수 :
613,867

작성
21.04.23 21:26
조회
370
추천
4
글자
11쪽

2화

+와 +사이의 글은 외국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DUMMY

- +그거 아세요?+

- +엘렌 성 근처에 위자드리아누스라는 무서운 마법사가 산대요.+


호라에 오기 전에 들었던 이야기.


- +그렇게 좋아하시는 테 살베니움 가문 사람인데 자기 집안사람을 학살하고는 도망쳤다던데요?+

- +2년 정도 지났는데도 안 잡혔다는 걸 보면 아마 근처 숲에 숨지 않았을까요?+

- +굶어 죽었을 거란 말도 많고요.+


그때는 숲이고 뭐고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로 치부했는데.


- +사람을 그리 쉽게 죽이다니, 역시 엄청나게 나쁜 사람이겠죠?+


검은 머리칼에 보라색 눈동자.

테 살베니움 가문 사람의 특징.

늑대와 함께 나타난 마법사.



******



“+***!+”


아이가 크게 움찔하더니 눈을 번쩍 뜬다.

머리가 땅을 향한 채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자신을 메고 있는 마법사를 발견한다.

검은 머리칼에 보라색 눈동자를 가진, 늑대와 함께 나타났던 그 마법사.


아이가 움직이자 마법사가 걸음을 멈추고 인사한다.


“안녕?”


대답이 없다.


마법사가 좀 더 아이의 얼굴을 봐도 아이는 별 반응 없이 굳어있다.


‘잠꼬대가 특이한 건가? 아니면 몽유병?’


막연히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고개를 돌리고 걸음을 옮기려 하는데,


“+*****!+”


아이가 외마디 외침과 함께 크게 버둥거린다.

그대로 중심을 잃고 쓰러지고, 아이도 땅바닥에 떨어져 구른다.


“어우······.”

“+******!+”


마법사는 넘어지자마자 바로 자세를 잡아 일어났지만, 아이는 다시 부러졌던 다리를 붙잡는다.


‘기절한 사이에 마취 효과가 끝났나.’


마법사는 한숨을 쉬고 아파하는 아이를 다시 기절시키려 보라색 선이 가득한 손을 아이의 머리에 뻗는다.


그런데 아이가 몸을 떤다.

턱을 따라 물방울이 맺혀있다.


“어, 어?”


마법사는 머리를 향하던 손을 멈췄다가 천천히 아이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다.

겁에 질려 우는 아이.


문득 제 아비 시신을 끌어안고 울던 한 아이가 생각난다.


고통을 참으려고 끅끅거리며 우는 아이 앞에서 잠시 침묵하곤 이내 손을 거둔다.

마법사의 손에 가득하던 선들도 서서히 사라진다.


‘기절시키자니 괜히 미안하네.’


마법사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계속 울고 있다.

그렇다고 이대로 둘 수도 없으니 다리로 손을 뻗는다.


마법사의 손에서 난 보라색 빛이 다리로 옮겨 가고, 그 모습에 놀랐는지 울음을 그친다.


“이제 괜찮을 거야.”


아픔이 싹 가셨는지 몇 번 눌러보다가 다시 얼굴을 찡그린다.


“+아파······.+”

“크레센타 말?”


마법사가 중얼거린다.

아이는 익숙한 단어가 들려서인지 고개를 들어 마법사를 본다.


“+너, 크레센타 사람?+”


마법사가 잠시 생각하다 크레센타 말로 묻자 아이가 눈을 똥그랗게 고개를 끄덕인다.

예상대로 바다 건너에서 온 외국인이다.


“+크레센타 말 ***** 알아?+”


아이가 크레센타 말로 외친다.


‘할 줄 아느냐는 뜻이겠지?’


마법사는 지레짐작하고 말한다.


“+조금 알아.+”

“+***** *** ***** *******?+”

“+어?+”


아이가 빠르게 말하자 마법사가 당황한다.


“+어떻게 ***** 알아?+”


아이가 천천히 말해준다.

마법사는 ‘혼자’가 크레센타 말로 뭐였는지 기억해내려다가 그냥 말한다.


“+공부했어.+”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신기한 동물 보듯이 마법사를 본다.

마법사는 부담스러워서 눈을 피하고 손을 내민다.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마법사의 손을 잡고 일어나려다가 다시 주저앉는다.


“+아얏!+”


그리고 부러진 다리에 손을 갖다 대려고 한다.


“+안 돼.+”


마법사가 아이의 손을 막는다.


“건드리지 마. 더 아플 테니까.”

“응?”

“+그러니까······, 만지면 아프다.+”


마법사가 다시 번역해서 말한다.

그러자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고 부축을 받아 천천히 일어난다.


“+그럼 가볼까?+”

“+저기······.+”


아이가 머뭇거리며 가려고 하지 않는다.


“+치료**** 고맙*******, 나는 이제 *******?+”


아이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마법사는 잠시 생각하다가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아이를 쳐다본다.


“+우리를 ******* 했잖아?+”

“+저기, 다시 얘기해줄래? 모르는 단어라서.+”


마법사의 태도에 아이가 멍하니 바라보다가 말한다.


“+우리를, 그러니까······. 그래, 때렸잖아.+”

“+때렸다? 공격했다는 뜻이야?+”

“+그래, 그거. 공격했잖아.+”

“아아.”


늑대와 한패로 보였을까.


‘하긴, 늑대와 같이 나타났으니까.’


어깨를 으쓱거리곤 아이에게 말한다.


“+나, 그 늑대들과 그······, 친구 아니야.+”

“+동료 아니야?+”

“+어. 늑대들과 동료 아니야.+”

“+그러면 왜 여기에 있어?+”


아이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본다.


“+그야 뭐, 난 이 숲에 살고 있으니까.+”

“+늑대들도 여기에서 왔는데?+”

“+난 그 전부터 살고 있었어. 늑대들은 여기 온 지 며칠밖에 안 됐고.+”

“+거짓말.+”


아이가 말한다.


“+그럼 그 늑대들 *****에서 어떻게 살아남는데? *******니까 늑대들이 공격하지 않은 거잖아?+”


아이가 다시 잔뜩 경계한다.

그런데 정작 마법사는 미소 짓기만 할 뿐 화를 내지 않는다.


“+맞지? 내 말 맞지?+”


마법사는 말없이 천천히 아이를 향해 다가간다.


“내가 정말로 늑대들과 동료였다면,”


마법사가 조용히 말하며 아이를 무섭게 쳐다본다.

그리고 아이가 물러나려고 뒤를 살짝 돌아보는 순간,


“넌 이렇게 말할 수도 없었어.”


어느새 아이 앞에 바짝 붙어 귀에 대고 말한다.

소매에서 나온 사슬들이 땅에 부딪혀 소리를 낸다.


아이는 알아듣지 못해도 뭘 얘기하려는지 눈치채고 벌벌 떨며 가만히 있다.

조금 전처럼 울지도 못하고 곧 잡아먹힐 토끼처럼 앞만 쳐다본다.


“+하지만 난 정말로 늑대들의 동료가 아니야.+”


마법사가 웃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무거웠던 공기가 팍, 하고 풀린다.

아이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앞으로 쓰러지려고 하니 마법사가 바로 받아준다.


“+내가 사는 오두막에서 치료해주려고 했어.+”

“+치료?+”

“+응.+”


죽다 살아난 아이에게 마법사가 부드럽게 말한다.


“+그리고 어떻게 늑대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느냐고 했지?+”


마법사가 간신히 선 아이에게 등을 내밀며 말한다.


“+따라와, 보여줄게.+”



******



오두막에 가까워질수록 바닥에 큰 돌들이 많아진다.


마법사의 집안 시조(始祖)가 살았다던 오두막과 정원은 아무나 접근하지 못하게 되어있다.

정원 바로 옆에 있어도 나무만 보이도록 설계되었고, 들어가려면 바닥에 있는 돌을 일정 순서대로 밟아야 한다.


“이제 들어가는 방법을 아는 사람은 살아있는 사람 중에서 두 명이네.”


발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아이의 고갯짓을 느끼며 마법사가 중얼거린다.

물론 한 번 본다고 아이가 외울 수 있을 리는 없겠지만.

13개의 바위를 모두 밟고 나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자 조금 전까지 빽빽하던 나무들 사이로 햇살이 비친다.


“+와아!+”


아이가 감탄하며 오두막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마법사는 미소 지으며 천천히 오두막으로 향한다.

딱 한 발자국만 더 내디디면 오두막 정원인 위치.


‘어?’


그런데 갑자기 마법사가 발걸음을 멈추곤 몸을 팍 돌려 뒤를 노려본다.

아이가 떨어지지 않으려고 꽉 붙잡는 건 신경 쓰지 않고 숲에 뭔가 있다는 듯이 뚫어지라 본다.


“+저기 뭐가 있어?+”


아이가 마법사의 얼굴을 보고는 마법사가 보고 있는 방향을 그대로 똑같이 본다.

하지만 아이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


아이가 뭔가 물어보는 듯이 말끝을 올리지만, 마법사는 듣지 않는다.


“흠······. 아닌가?”


계속 보다가, 다시 몸을 돌려 정원에 들어간다.


숲으로 둥글게 둘러싸인 오두막과 정원은 햇빛을 그대로 받고 있다.


오두막을 둘러싼 정원에는 작은 풀들과 꽃이 자라고 있고,

오두막 바로 옆에는 장작들과 우물과 도랑,

그리고 지붕에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 한 그루가 있다.


토끼들이 이따금 정원 안으로 들어와 풀을 뜯고 다시 숲으로 사라진다.


“+숲속에 숨어있는 정원과 작은 오두막.+”


정원 한가운데에 있는, 나무로 지은 오두막은 큰 세 채와 작은 한 채가 연결되어 있다.

모두 아래에 나무로 막힌 공간이 있고, 바깥으로 마루가 나와 있으며,

바닥과는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다.


“+마법사의 오두막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아가씨.+”

“+와······.+”


입을 벌리고 주위를 돌아보는 아이를 업은 채 마법사는 그대로 집에 들어간다.


햇빛이 창을 통해 실내에 들어온다.

현관이 있는 곳은 거실은 오른쪽으로는 침실, 왼쪽으로는 부엌으로 쓰는 큰 오두막과 이어져 있다.

그리고 화장실로 쓰이는 작은 오두막은 문이 닫혀있다.


마법사는 아이를 잠깐 내려 멀쩡한 발에 힘을 줘서 벽에 기대게 한다.


“+잠깐만 기다려봐.+”


마법사는 신발을 벗고 급히 부엌으로 들어가서 의자를 꺼내온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계단 아래에 의자를 두고 아이를 다시 들어 의자에 앉힌다.

아이가 주변을 보다가 마법사를 본다.


“+******?+”


마법사는 빗자루를 쓰는 시늉을 한다.


“+그······, 깨끗이 하고 올게.+”

“+청소?+”

“+응. 맞아, 청소.+”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법사는 다시 급히 오두막으로 들어간다.


약 10분 뒤, 아이가 토끼에게 손짓하고 있을 때 마법사가 문을 열고 나온다.

쾅 소리에 놀란 토끼들이 숲으로 도망치자 아이가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마법사가 땀을 닦으며 아이에게 간다.


“+끝났어?+”

“+응. 그······, 들어서, 옮겨줄게.+”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를 꽉 잡는다.

마법사의 몸에 선들이 나타난다.


‘아무리 실험의 대가라지만, 너무 오래 가는데.’


의자 채로 들자 아이가 놀랐는지 소리를 지른다.

또 버둥거릴까 재빨리 오두막 안으로 옮기는데 아이는 내려놓자마자 얌전히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한다.


“+잠깐만. 신발 어······, 빼야 해.+”

“+신발? 신발을 왜?+”


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마법사가 아이 앞에서 신발을 벗는다.

그러자 마법사의 손과 신발과 마법사의 눈을 번갈아 가며 쳐다본다.


“+신발을 그······, 발에서 없애야 해.+”


마법사는 자신이 말해놓고도 어이가 없는 문장이라서 피식 웃는다.

정작 아이는 계속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래서 마법사는 맨발로 바닥을 직접 딛는다.


“+바닥 더러워.+”

“+더럽지 않아.+”

“+*****로 걸어 다니는 건 ***나 하는 짓이라고 했어.+”

“+아니라고는 못 하겠는데, 그, 적어도 호라 집 안에서는 아니야.+”


흐음, 하고 소리를 낸 아이가 조금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적어도 마법사가 자신을 놀리는 게 아니라는 것은 알아챈 모양이다.


“+오른쪽은 내가 도와줄게.+”

“응. 그······, +고마, 고마······.+”

“+어? 뭐라고 했어?+”

“고마, 다? 고마, 어요?”


마법사가 신발을 벗기다 말고 아이를 쳐다본다.


“+저기, 감사 인사는 어떻게 해? 전에 들었는데 잊어버렸어.+”

“+······우리 말로?+ 고맙습니다?”

“고마스미다?”


마법사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고마······, 스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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