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와 +사이의 글은 외국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날씨 좋다.+”
위즈가 손으로 차양을 만들고 하늘을 본다.
해가 정중앙에 가까워지고 풀들은 그만큼 더 푸르게 흔들린다.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둘은 풀을 그대로 깔고 앉는다.
“+그런데 진짜 다리 괜찮겠어?+”
리나는 다친 오른쪽 다리를 쭉 뻗고 몸을 숙인 채로 앉아있다.
“+정말로 불편하면 의자 갖다준다니까?+”
“+괜찮아.+”
리나가 풀들을 손으로 훑으며 말한다.
“+이렇게 하늘 아래에 그대로 앉아보는 게 꿈이었어.+”
“+그렇다면야 뭐······.+”
그렇게 말하며 리나가 챙겨온 수첩을 펼쳐준다.
“+마법은 마력과 정신력으로 써. 마력은 마법을 쓸 수 있게 해주고 정신력은 마력을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주지.+”
“+정신력이 기반이라면, 피곤할 때는 마법 못 써?+”
“+마력만 있다면 쓸 수는 있어. 그렇지만 원하는 대로 쓸 수는 없지.+”
아군을 지키려고 쓴 마법이 아군을 덮치는 건 생각보다 흔하다.
“+그래서 잘 자는 습관이 중요해. 스트레스도 받지 않도록 해야 하고.+”
“+그렇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는? 전쟁 같은 때는 잘 수 없잖아.+”
“+응. 대신 군인들은 그만큼 훈련을 많이 해.+”
잠깐 눈만 감고도 피로가 풀려야 하고 서투르게 감정에 휩쓸리지도 말아야 한다.
“+위즈도 했겠네?+”
“+그렇지. 그런데 군에 들어가면 그것보다 더 심하게 훈련한다더라.+”
“+그래서 군에 안 들어간 거야?+”
“+그것도 이유 중 하나긴 해.+”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정신력은 알겠는데, 마력은 뭐야?+”
“+음식으로 설명하자면, 정신력을 레시피라고 할 때 마력은 재료라고 할 수 있어.+”
“+그럼 마력은 어떻게 얻는 거야?+”
“+그건 아무도 몰라.+”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게 없다.
자연에서 얻을 수도 있고 사람이 밥 먹고 살면서 몸에서 만들어질 수도 있다.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고.
“+왜? 왜 모르는 거야?+”
“+연구할 때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온대.+”
그렇지만 확실하게 알아낸 것도 있다.
“+사람마다 마력을 담는 그릇이 있는데 그 크기가 서로 달라.+”
“+최대*****가 정해졌다는 말이야?+”
“+응. 자기 그릇에서 마력을 사용해 마법을 써야 하는데 마력 그릇이 작은 사람은 함부로 마법을 못 쓰지. 심지어 태어날 때부터 그래서 늘릴 수도 없어.+”
“+그럼 위즈랑 내가 가질 수 있는 마력의 양이 다르다는 거야?+”
“+응. 그래서 마법으로 싸울 때도 함부로 마법을 날리지 못해.+”
리나가 곰곰이 생각하고 말한다.
“+그러면 마법사들은 일단 마력이 많아야겠네?+”
“+꼭 그렇지만도 않아. 마력이 많다고 무조건 이기는 건 아니거든.+”
품에서 위즈의 주먹 두 개만 한 돌 하나를 꺼낸다.
묘하게 안에서 뭔가 소용돌이치는 느낌이 난다.
“+일단, 이건 마 엘구룬이라는 거야. 마법을 다시 마력으로 돌리기도 하고, 여기에 직접 마력을 넣어서 여러 용도로 쓰곤 해.+”
마 엘구룬을 쥐고 힘을 살짝 주자 푸른빛이 감돌며 투명하던 돌이
보라색으로 점점 진해진다.
이번에는 마법으로 만든 사슬을 갖다 대는데
사슬은 가만히 있고 마 엘구룬만 불투명해지더니
갑자기 사슬이 빛나는 가루로 변하며 모두 마 엘구룬 안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마법과 닿으면 마법의 속에서부터 마력을 빼앗아. 그래서 방패나 갑옷에 마 엘구룬을 넣곤 해.+”
“+그런데 그러면 아군에게 도움이 되는 마법도 못 걸잖아?+”
“+방법이 있기는 한데, 일단 넘어갈게. 당장 중요한 건 아니니까.+”
리나가 위즈 손에 있던 마 엘구룬을 빤히 쳐다보다 묻는다.
“+색이 진해지는 걸 보면, 흡수할 수 있는 한계가 있나 보네?+”
“+응. 한계를 넘으면 깨져.+”
위즈가 좀 더 마력을 넣자 마 엘구룬에 금이 가더니 곧 깨진다.
깨진 마 엘구룬은 연속해서 더 깨지고는 이내 가루가 된다.
“+이렇게 가루가 되면 다시 마력이 공중으로 빠져나가고.+”
“+그럼 위즈처럼 마 엘구룬을 깨뜨리면 이길 수 있다는 거 아니야?+”
“+내가 해서 간단해 보일 텐데, 사실 이거 깨뜨리기 힘들어. 보기보다 마력이 많이 들어가거든. 그리고 마 엘구룬은 비마법사가 마법사를 상대할 때 사용하는 거고.+”
“+마법사는 다른 방법을 써?+”
“+다른 방법이라기 보단, 음······.+”
조금 생각해보고 일단 수첩 다음 내용을 가리킨다.
“+마력 그릇의 크기가 다른 것처럼 마력을 뿜을 수 있는 양도 달라. 그리고 그 둘은 절대로 비례하지 않고.+”
위즈는 마력량에 비해 배출량이 평범한 수준이다.
“+그리고 마법의 강함은 마법에 쏟아부은 마력의 양에 달렸지.+”
“+그렇다면 마력이 적고 배출량이 많은 마법사는 싸우자마자 끝을 내려고 하겠구나?+”
“+맞아. 그리고 마력이 많으면서 배출량이 적은 마법사는 오래 끌려고 해.+”
정작 위즈는 빨리 끝내려고 하지만.
“+마력이 많고 배출량도 많은 마법사가 제일 강할 텐데, 그럴 때는 어떻게 싸워?+”
“+별거 없어. 그냥 정신을 건드리면 돼. 정신이 흐트러지면 마법을 제대로 못 쓰니까.+”
그래서 마법사들은 심리 공부도 하곤 한다.
“+그런 사람이 실제로 있었어? 마력도 많고 배출량도 많은 사람.+”
“+응. 꽤 있는 거로 알아. 내 시조가 그랬고, 또 막시밀리아누스 본 에레체인도 그랬고.+”
“+막시······, 어?+”
“+그, 있잖아. 용 사냥하던 사람 중에 니베룬게니아스 본 에레체인. 그 사람 동생이래.+”
“+정말? 동생이 마법사였대?+”
“+시조님 실력이 압도적이라 그랬다고는 하는데, 꽤 뛰어났다고 여러 책에 나와 있더라.+”
다만 반역을 저질러 그 삶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뭐, 결국 마력이 많을수록 마법사로 살기 유리하기는 해. 그런데 그렇다고 무조건 마법사가 되는 건 아니지.+”
“+그래도 마력이 적으면 마법사로 살기 힘들 거 아니야.+”
“+꼭 그렇지만도 않아. 마 엘구룬을 이용해서 마력을 보조해주는 장치도 많거든. 그리고 연구 쪽으로 진로를 정하는 경우도 많고. 솔직히 체질로 운명이 정해지는 건 억울하잖아.+”
“+운명······.+”
리나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면 위즈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위즈는 어때? 마력이랑 상관없이 마법사가 됐어?+”
“+응. 아니, 마력이 많기는 해. 그래도 마법사가 된 건 내 의지야.+”
영향을 많이 준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데 만약에 내 마력이 적으면 어떻게 가르칠 거야? 여기에 마력을 보조한다는 그 기구도 없을 거 아니야.+”
“+걱정하지 마. 너한테 제대로 된 마법은 가르치지 않을 거야.+”
“+어?+”
“+애초에 마법은 위험해서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이 가르쳐야 해. 내가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위험한 건 그대로거든.+”
리나가 조금 생각하다가 말한다.
“+왠지 약속이랑 다른 것 같은데?+”
“+대신 기초이론이랑 간단한 마법으로 마력을 운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줄 거야. 그러면 나중에 크레센타에 가서 제대로 마법을 배울 수밖에 없어.+”
말 그대로 어중간하게 끝내서 더 위험한 상태니까.
“+하지만 크레센타에 돌아가도 못 배울지도 모르는데?+”
“+배울 수밖에 없······.+”
오히려 마법을 아예 못 쓰도록 수를 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리나를 보며 위즈는 잠깐 고민하다가 결심한다.
“+어······, 좋아. 정 그렇다면.+”
“+응?+”
“+네가 이 수업을 다 끝내면 제대로 된 마법 하나 가르쳐줄게. 진짜 어마어마한 거로.+”
“+정말? 진짜로?+”
“+응. 진짜로.+”
리나가 눈을 반짝인다.
“+그렇게 좋아?+”
대답 대신 배시시 웃는다.
“+그나저나 진도가 엄청나게 빨리 나갔네?+”
“+원래는 오늘 이 정도만 하려고 했어?+”
“+응. 봐서 조금 더 나갈 수는 있겠다 싶었는데, 리나 네가 이해를 너무 잘해서. 내가 설명한 것들을 다시 얘기해볼래?+”
위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리나가 막힘없이 얘기한다.
“+완벽해. 역시 천재는 달라.+”
칭찬에 쑥쓰러워 한다.
“+자, 이제 마법 쓰는 부분이네. 마법은 마력을 주변에 뿌려둔 뒤에 써.+”
“+어? 그런데 위즈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썼잖아. 마력이 원래 투명한 거야?+”
위즈가 검지 끝에서 보라색으로 반짝이는, 가루 같은 빛을 뿜어낸다.
“+이렇게 마력을 뿜는데, 익숙해지면 눈에 안 보여.+”
“+그럼 이 주위에 위즈 마력이 이미 가득 차 있어?+”
“+응. 이 주위뿐만 아니라 근처 숲에도.+”
손짓하자 정원 이곳저곳에서 사슬이 솟아난다.
“+마력은 신경 안 써? 부족하지 않아?+”
“+괜찮아. 체질 때문에 문제없어.+”
“+그러면 마력이 적은 마법사는 기습 공격 같은 걸 어떻게 막아?+”
“+다른 도구를 이용해. 마법약 같은 거.+”
“+마법약 혹시 보여줄 수 있어?+”
“+여긴 마법약 없어. 애초에 내가 만들 줄을 모르거든.+”
지금까지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대신 리나 네 다리를 고칠 때처럼 내 속성과 관련 없는 마법을 써야 할 때는 필요하긴 하겠다.+”
“+그러면 내가 마법약 공부해볼까?+”
“+굳이? 하고 싶은 거 해.+”
어차피 곧 떠날 사람 아닌가.
위즈를 위해서 공부를 시키고 싶진 않다.
“+속성은 뭐야? 불, 물, 그런 거야?+”
“+응. 자기 속성에 맞는 마법을 쓸 때는 마법이 잘 써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많이 힘들지.+”
“+쓸 수는 있어?+”
“+그냥 아예 못 쓴다고 생각하는 게 편해. 사실 리나 네 다리 고쳐준 것도 운이 좋았어.+”
속성이 상극에 가까워 평소 같으면 보기 좋게 실패했으리라.
다만 그때는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날 실험체로 쓴 거야?+”
“+아니, 진짜로 어떻게든 고치려고 한 건데. 간절했다고 표현해주면 안 될까?+”
리나가 의심스럽다는 눈으로 위즈를 본다.
“+어쨌든, 어, 속성에 따라 마법사의 실력이 판가름 나기도 해.+”
“+상성을 넘어서 이기는 게 더 뛰어나다는 말이니까?+”
“+응. 주변의 상황과 자신의 특성, 적의 약점을 모두 이용해서 이기는 마법사가 진짜 강한 마법사야.+”
진짜 강한 마법사.
‘+내가 그런 사람이었으면, 다들 살 수 있었을까.+’
상념에 빠지기 직전에 정신을 차린다.
“+그런데 속성을 정해서 못 쓰는 마법이 있으면, 속성은 왜 정해?+”
“+실제로 마법을 배우면 모든 마법을 다 쓰지 않고 손에 익은 마법만 쓰거든.+”
위즈가 어깨를 으쓱인다.
“+그럼 이제 진도를 나가볼까? 리나. 세상을 창조한 세 헤즈라 얘기 기억하지?+”
“+응. 어제 했잖아.+”
“+그리고 헤즈라를 따르는 360여 헤즈도 알아?+”
“+헤즈라를 만들고 남은 망토를 조각냈다는 이야기?+”
고개를 끄덕인다.
“+마법은 그 헤즈라와 헤즈들을 기반으로 해. 마력의 근원과 그 성질과 그에 따라 나타나는 속성.+”
“+······어?+”
리나가 눈살을 찌푸린다.
“+동화에 빗대어 표현하면 마력의 근원은 헤즈라에 해당해. 빛, 어둠, 시간. 속성은 그 헤즈라를 따르는 헤즈에 해당하고. 성질은, 헤즈가 헤즈라를 따르는 이유?+”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위즈가 잠깐 생각해보고 예시를 들어준다.
“+빛 하면 뭐가 떠올라?+”
“+어······, 따뜻하다?+”
“+그렇다면, 따뜻하다는 성질을 가진 다른 건 뭐가 있을까?+”
“+······불?+”
“+맞아. 빛, 따뜻함, 불. 이게 불 속성에 대한 설명이야. 내가 거기 적어둔, ‘빛-열기-불’의 형식으로 표현하지. 다른 거로 해볼까? 어둠, 하면 뭐가 생각나?+”
리나는 동굴을 떠올리고 말한다.
“+축축하고 습해.+”
“+축축하고 습한, 다른 것은?+”
“+물?+”
“+맞아. 그렇게 속성들의 정의를 정하는 거야.+”
“+그렇지만 그렇게 하면 겹치는 게 있지 않아? 빛과 시간에 속할 수 있는 속도라거나······.+"
“+거기에 그렇게 연연할 필요는 없어. 가장 중요한 건 마법사의 선택이야. 스스로 선택하고 각인을 거는 거지.+”
리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위즈의 마법은 어디서 파생된 거야?+”
“+어둠.+”
새까만 사슬을 보여주며 말한다.
“+그럼 속성은 뭐야?+”
위즈가 대답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고는 살짝 웃으며 얘기한다.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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