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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노래 님의 서재입니다.

사슬의 학살자와 오두막의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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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공의노래
작품등록일 :
2021.04.09 16:55
최근연재일 :
2021.08.02 07:50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8,191
추천수 :
231
글자수 :
613,867

작성
21.05.10 07:20
조회
62
추천
2
글자
12쪽

28화

+와 +사이의 글은 외국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DUMMY

“수색 마치고 복귀했습니다.”


유르페르의 숲 어딘가. 갈색 망토를 두른 병사가 한쪽 무릎을 꿇고 대대장에게 보고한다.


“그래. 결과는?”


병사가 고개를 젓는다.


“역시 끊겨있었습니다.”

“근처에 다른 흔적도 없나?”

“예. 마치 의도한 것처럼, 수상할 정도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대대장이 한숨을 내쉰다.


“이거야 원. 이러다가 다른 부대에 공을 빼앗길 텐데.”

“상대는 분명 자신의 흔적을 일일이 지웠습니다. 이 정도로 수색해도 나오지 않았다면, 다른 부대 역시 수색에 난항을 겪고 있을 겁니다.”


대대장 옆에 있던 참모 장교가 말한다.


“그렇다면 더더욱 우리가 찾아야지. 군단장께서 얼마나 기대를 하고 계시는데.”


이 숲에 들어온 지 꽤 많은 기간이 지났으나 적의 위치는커녕 이동 경로도 모른다.


“가끔 드는 생각인데 말이야.”


대대장이 의자에 털썩 앉아서 말한다.


“수색대상이 우리 몰래 포위망을 드나드는 게 아닌가 싶어.”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가 상대의 능력을 자세히 아는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참모가 고개를 끄덕인다.


“군단장께서 하신 말씀도 있고.”


산책하러 나갔던 군단장이 만신창이로 돌아와서 알려준 정보 덕에

수색 범위를 좁힐 수 있었다.

그리고 각 부대를 배치하는 중에 군단장이 말했다.


- 겨우 이런 포위망으로, 놈을 막을 생각하지 마라.


대체 무슨 마법이기에 사슬을 날린다는 걸까.

기습을 당했다 해도 그 군단장이 다친 상태로 돌아왔고.


“아무튼, 경계를 똑바로 하라고 다시 한번 병사들에게 얘기해.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도 하고.”

“대대장님!”


병사 하나가 급히 들어온다.


“군단장님이 오셨습니다.”

“뭐?”


뜬금없는 소식에 모두 가만히 병사를 쳐다만 본다.


“지금 뭐라고 했나?”

“그, 군단장님이 지금 부대에 방문을······.

“여기는 사건 발생부터 보고까지 하루가 꼬박 걸리나?”


군단장이 천막 입구를 막는 병사를 툭툭 쳐 나오라고 하고는 안에 들어간다.


“구, 군단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순찰이네.”


군단장이 임시 막사를 둘러보고 말한다.


“그래도 여기는 운이 좋군. 내가 오는 걸 대대장이 눈치채지 못했는데도 멀쩡하니.”

“죄송합니다.”

“습격당한 부대도 있던데 말이야. 듣지 않았나?”

“예? 아, 그,”


멋쩍게 웃으며 고개만 끄덕인다.

다행히 군단장도 크게 문제 삼지는 않는다.


“습격한 자가 이 방향으로 갔다고 해서 혹시 본 게 있나 해서 온 건데.”

“그럼 그놈이 결국 숲으로 나온 겁니까?”

“아니. 그 둘이 아니야.”


군단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손톱을 물어뜯는다.


“연락되지 않는 부대에 정찰병을 보냈는데, 정신을 놓은 놈 하나를 빼고는 다 끔찍하게 죽어있더군. 최대한 진정시키고 묻자 여자애 하나가 그랬다고 말했다.”

“그 요정이······.”

“아니. 아무리 요정이 머리가 좋다고 해도 그 정도로 마법을 빨리 배울 수는 없어. 다른 사람이야.”


군단장이 받아 적으라고 시키자 대대장이 급하게 종이와 펜을 꺼낸다.


“검은 옷차림을 한 여자아이. 나이는 요정보다 더 어려 보인다. 머리카락은 검고 길다.”

“얼굴 생김새는 어떻습니까?”

“어째서인지 얼굴은 기억하지 못하더군. 하지만 딱 하나, 눈에 띄는 특징이 있었다.”


군단장이 말을 끊고 심호흡을 한다.

대대장이 바로 적으려고 고개를 들고 멍하니 상관을 본다.


“보라색. 눈동자가 보라색이라고 그러더군.”

“그럼 ‘테 살베니움’ 집안······. 하지만 저희가 사전에 파악했을 때, 엘렌 지역 안에 있는 이들 중 성에 없는 직계는 놈 하나가 끝이었습니다. 거기다가,”


대대장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한다.


“엘렌 지역 밖에 있는 테 살베니움의 직계 중에도, ‘마법으로 부대 하나를 없앨 수 있는 어린 여자아이’는 없습니다.”


마법 하나만큼은 호라 제국 엘렌 지역의 테 살베니움 가문을 넘어설 수 없다.

갓 마법을 배운 아이들이 평범한 마법사를 이기기도 하니.


“그래서 일부러 변수가 단 하나일 때 엘렌에 온 것 아닙니까.”

“맞다. 계획대로였다면 그 변수는 우릴 절대 건드리지 않았겠지.”

“그런데 군단장께서 말씀하신 건······.”


군단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변수가 늘어났다.”


주위에서 듣고 있던 이들이 숨을 짧게 내쉰다.


“그래도 아직 그 아이가 놈의 아군이라고 확정되지는 않았다. 만약에 마주친다면 최대한 포섭하려고 노력해라.”

“알겠습니다.”


말을 들어줄지 의문이지만 대대장은 일단 대답한다.

당장 군단장에게 맞는 것보다야.


“변수는 최대한 없애야 한다. 있어도 영향을 줄여야 한다. 그래. 빨리······.”


군단장이 계속 손톱을 씹으며 불안에 떤다.

그도 그럴 게, 지금 계획이 틀어진 지 꽤 되었다.


‘등신 같은 원로 놈들. 왜 그렇게 죽어서 위대하신 분께 폐를 끼치는 건지.’


애초 계획은 엘렌 성안에 있는 테 살베니움의 원로들과 힘을 합쳐

엘렌 전 지역을 손에 넣는 것이었다.


- 2군단장은 생각이라는 걸 하는 겁니까? 일주일 안에 그 성을 함락시킬 거라니.

- 이래서 능력을 보고 뽑아야 한다니까.


모두가 반대한 싸움을 어떻게든 시작했다.

위대하신 분 곁에 당당히 설 수 있을 거라고 믿고.


- 정 그렇게 가고 싶다면 당신네만 가시오. 애꿎은 우리 병사들을 사지로 내몰고 싶지는 않으니까.

- 우리도 참가할 생각은 없소. 뭐, 2군단만 해도 수는 많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능력만 있다면.


모두가 마지막 말에 웃고 있을 때, 위대하신 분이 말했다.


- 2군단장. 자신 있는가?

- 물론이옵니다.


그렇게 세 달 분의 식량을 가져가는 조건으로 출정했다.

처음에 주장한 대로 일주일 치만 가져갔으면 정말로 큰일 날 뻔했다.


- 성 함락에 실패했습니다!


새로 개발한 무기들로도 성은 쉽게 함락되지 않았고,


- 아군의 피해가 막심합니다!


오히려 젊은 영주가 성을 나와 아군을 짓밟기도 했다. 거기다가,


- 요정을 놓쳤다고 합니다.


요정을 확보하지도 못했다.

도망친 요정은 수색대상, 즉 ‘변수’에게 보호받고 있고

그 변수는 숲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블라스투스 테 살베니움. 위자드리아누스 테 살베니움.”


군단장이 허공을 노려다 보며 중얼거린다.


“그 형제 때문에 내 목이 날아가게 둘 수는 없어.”


혼자 심각한 상관을 보며 대대장은 조용히

다른 병사들에게 막사로 돌아가라고 손짓한다.

애꿎은 부하들이 얻어맞는 것도 볼 수 없다.


“군단장님. 진정하십시오.”


군단장과 같이 온 부관이 살짝 말한다.


“진정? 아, 그래. 진정해야지. 진정하지 않으면 될 일도 안 되니까. 위대하신 분께 폐를 끼치면 안 되지.”


군단장이 심호흡을 크게 몇 번 하곤 곧 평소의 여유로운 모습을 되찾는다.


“그래. 아무튼, 그 여자아이가 나타나면 최대한 포섭하도록 노력하고. 놈이나 ‘요정’이 나타나면 빠르게 주위 부대에 연락해서 잡도록. 놈은 죽이고 ‘요정’은 살린다. 알았지?”

“예, 알겠습니다!”


군단장이 땀을 닦으며 돌아갈 채비를 하자 대대장이 경례하며 외친다.


“버려진 이들에게 끝없는 행복을!”

“위대하신 그분께 넘치는 영광을.”


그 말과 함께 군단장이 망토를 펄럭이며 돌아간다.

망토에는 그들을 상징하는 문양이 그려져 있다.

테 살베니움의 원로들이 사용하던 문양이자, 늑대의 목걸이에서 발견된 문양이.



******



“+진짜? 정말로 형제야?+”

“+응. 내가 동생 있다고 말했잖아. 걔가 걔야.+”


아침 해 아래에서 정원을 걷던 위즈가 말한다.


“+그렇긴 하지만 동생이 그 사람일 줄은······.+”


리나가 여전히 눈을 크게 뜬 채 말한다.


“+내가 잘 모른다고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

“+조금만 알아보면 들킬 거짓말을 내가 왜 하니?+”

“+그래도 솔직히 안 믿기는걸.+”


리나가 침을 삼키고 말한다.


“+동생이 엘렌 영주라니.+”


블라스투스 테 살베니움.


테 살베니움의 가주. 엘렌 성의 성주이자 엘렌 지역의 영주. 데스트리아누스 테 살베니움의 직계 후손. 나이트리아스 테 살베니움의 직계 후손. 에리하타마누스 테 살베니움과 키레사메리아 테 살베니움의 아들.

그리고 위자드리아누스 테 살베니움의 동생.


“+형보다 더 믿음직했나 보네. 딱히 별다른 일 없이 가주가 된 걸 보면.+”

“+아니, 호라는 시험으로 가주를 뽑아. 난 애초에 시험부터 치르질 않았고.+”

“+음, 정말?+”


리나가 못 믿겠다는 눈초리로 웃으며 묻는다.


“+진짜거든.+”


위즈가 피식 웃으면서 리나의 머리를 헝클어뜨린다.


“+신기하다. 가주를 시험으로 뽑는다니.+”

“+그래? 크레센타는 어때?+”

“+우리는 보통 가주가 후계자를 골라서 직접 물려줘.+”

“+그런데 후계자를 정하지 않고 죽을 때도 있지 않아?+”

“+그러면 후보끼리 싸우는 거지. 각 후보를 지원해주는 집안들도 합세하고.+”

“+지원해 주다니?+”

“+강한 귀족 집안들을 따르는 약소 귀족들이 있어. 그리고 그 약소 귀족들은 유력한 후계자 후보를 지원해서 차기 가주를 등에 업고 권력을 손에 넣으려고 하는 거야. 심해지면 황군이 개입하기도 한대.+”


그 말에 위즈가 진저리를 친다.


“+호라도 시험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반항할 때가 있지 않아?+”

“+예전에는 있었어. 우리도 옛날에는 크레센타랑 방식이 비슷했거든. 그러다가 정말로 망한 귀족 가문도 있었을 텐데.+”


위즈가 손가락을 꼽으며 일일이 세 보려다가 그냥 손을 내린다.


“+아무튼, 그런 경우가 있으니 파견된 관리가 시험을 감독하고 황제에게 보고해. 그리고 새 가주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조사를 하는 거지.+”

“+효과가 있어?+”

“+응. 그 제도 도입 이후로 신임 가주들의 사망률은 거의 0에 가까워졌어.+”

“+흠. 괜찮은 제도구나.+”


리나가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만 그건 뭐랄까, 간섭이 너무 심하지 않아?+”

“+간섭? 간섭이라.+”


위즈가 입을 삐죽 내밀다가 말한다.


“+크레센타는 정부가 영주들에게 크게 간섭 안 하지? 임명이랑 세금 걷는 정도?+”

“+응. 그럴 거야.+”

“+호라는 예전부터 각 성에 성주가 있어도 관리가 따로 파견되거든. 그러다 보니 따로 간섭이 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가주를 바꾸라고 명령을 해도 웬만해서는 순순히 따르고.+”

“+영주를 맡은 가문을 바꾸지는 않나 보네.+”

“+응. 성을 영주 개인이 아닌 가문에게 하사한 거라서.+”

“+바뀌는 일은 없어?+”

“+드물지만 있어. 반역죄로 집안 자체가 숙청되기도 하고, 가문 내에서 싸우다가 이리저리 쪼개지더니 결국 자멸하기도 하고. 전쟁이 나서 일가가 몰살당하기도 있지.+”


리나가 쩝, 하고 입맛을 다신다.


“+그나저나 위즈의 동생은 무슨 시험을······.+”

“+자, 오늘이 어쩌면 마법 수업 마지막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네.+”


위즈가 리나의 말을 끊는다.


“+어? 아니, 그······.+”

“+오늘 불 피우는 마법을 마무리하면 내일 바로 엄청나게 강한 마법을 가르쳐줄게.+”

“+그, 그래?+”


좋은 얘기이기는 하지만, 괜히 기분이 이상하다.


“+그래도 일단 하던 얘기······.+”


위즈가 리나의 손목을 잡는다.


“+나중에, 나중에 해 줄게.+”


손목이 순식간에 땀으로 흥건해진다.

더 묻고 싶지만,


‘+왜 갑자기 안색이······.+’


입술을 깨물고, 입꼬리가 떨리는 위즈를 보고는 그만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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