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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노래 님의 서재입니다.

사슬의 학살자와 오두막의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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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공의노래
작품등록일 :
2021.04.09 16:55
최근연재일 :
2021.08.02 07:50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8,211
추천수 :
231
글자수 :
613,867

작성
21.05.0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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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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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23화

+와 +사이의 글은 외국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DUMMY

“+지금 시대에서 딱 한 사람 빼고는 불가능할걸.+”

“+그럼, 누가 가능한데?+”


위즈가 씨익 웃으며 엄지로 자신을 가리킨다.


“+바로 나.+”


리나가 의혹의 눈길만 보낸다.


“+위즈. 너무 자만하는 거 아니야?+”

“+진짜인데.+”

“+그럼 지금 바로 방어막 없애봐.+”

“+바로 밖에 적이 있는데? 방어막이 사라지면 적들이 바로 눈치채고 몰려들 거야.+”

“+싸우면서 다시 만들면 되잖아.+”

“+그러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아가씨.+”


위즈가 살짝 허리를 숙이며 말한다.


“+그런데 없앨 때는 별로 안 힘들어?+”

“+책들 뒤져보면서 방법 찾으면 뭐. 대신 만드는 건 제대로 연구해야 해서 훨씬 어려워.+”


다시 방어막을 만들려면 설계부터 해야 하는데,

이런저런 조건들을 설정하는 데만도 며칠씩 걸린다.


“+그런데 네가 있으면 설계는 금방 끝낼 수 있겠다.+”

“+어? 그 정도로 날 믿는 거야?+”


장난치려다 그냥 웃는다.


“+응. 믿고 있어.+”


그 말에 리나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실실 웃는다.


“+그런데 위즈는 몸에 마법을 쓴 부작용으로 선이 나타났다고 그랬지?+”

“+응.+”

“+그런데 방어막에 닿아도 괜찮나 보네. 공격이랑 상관없는 거였어?+”

“+어? 아, 그렇긴 한데,+”


위즈가 팔을 이리저리 본다.


“+그것도 그렇고 효과가 끝났나 봐. 희미해지는 건 알고 있었는데.+”

“+어쩐지 방금 마법 쓸 때 팔에 아무것도 없더라.+”

“+아, 이제 좀 맘이 편하다.+”


위즈가 기지개를 켠다.


“+그래도 싸울 일은 없었잖아. 안 그래?+”

“+어?+”


리나에게는 늑대 부리미와 마주쳐서 겪었던 일을 얘기해주지 않았다.

트라우마를 건드릴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냥 위즈가 싸운다는 것 자체를 몰랐으면 한다.

말로만 들은 것과 눈앞에서 보는 건 차이가 크니까.


“+그렇지, 응.+”

“+축하해. 이제 맘껏 싸울 수 있겠네.+”


리나가 해맑게 웃으며 말한다.


‘제대로 싸운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면, 그때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위즈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리나를 빤히 쳐다본다.


“+왜?+”

“+그냥. 마력 연습이 어느 정도 끝난 뒤라 다행이다 싶어서.+”


몸에 나타나는 선을 이용해서 마력이 몸속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 보여줬다.

갑자기 옷을 벗는다고 멀쩡한 쪽 발로 걷어차일 뻔했지만.


“+이게 아니었으면 말로만 설명하느라 훨씬 힘들었겠지.+”

“+그래도 난 어떻게든 배웠을걸. 위즈도 어떻게든 가르쳤겠고.+”


그 말에 위즈가 웃다가 자연스럽게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하자

리나가 자연스럽게 피한다.


“+정원이 꽤 넓지?+”

“+응. 나갔다가 들어올 때도 힘들겠다.+”


위즈가 말을 돌리자 리나가 다 안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그런 리나 얼굴을 잠깐 보던 위즈가 묻는다.


“+혹시 다리 아파?+”

“=응. 조금. 어떻게 알았어?+”

“+얼굴에 다 적혀있던데, 뭘.+”


위즈가 씩 웃고는 땅을 보고 손을 휘젓자

풀들이 손을 따라 흔들리더니 물방울들이 사라진다.


“+자. 여기 잠깐 앉아 있다가 가자.+”

“=이것도 마법이야?+”


풀밭을 손으로 훑으며 리나가 살짝 감탄한다.


“+물기가 정말로 사라졌네.+”

“+그렇지?+”

“+이 마법도 배울 수 있어?+”


위즈가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해본다.


“+안될 건 없겠······, 지? 속성이 달라도 비슷한 마법은 있을 테니.+”

“+위즈의 속성이랑 관련 있는 마법이야?+”

“+응.+”

“+그럼, 이것도 힌트네?+”

“+어차피 이걸로는 힘들걸?+”


위즈가 살짝 웃으며 앉자 리나도 따라서 주저앉는데,

다리가 불편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여기 정원 정말 넓은 것 같아.+”

“+그렇지? 대체 왜 이렇게 넓게 만든 걸까.+”

“+다 돌려면 중간에 한 번 더 쉬어야 할 거 같은데.+”


리나가 건너편을 가리킨다.


그리고 웃으며 이리저리 돌아보다가 빗방울이 마법에 닿는 모습을 본다.

유난히 신나있는 그 얼굴을 위즈가 빤히 쳐다본다.


“+왜?+”

“+그냥. 웃는 거 보니까 좋아서.+”


위즈도 마주 웃으며 답해준다.


“+네가 여기 오니까 나도 유난히 많이 웃는 것 같아.+”

“+그래? 전에는 별로 안 웃었어?+”

“+응. 딱히 웃을 일이 없었으니까. 학교에서도 그렇고, 본가에서도 그렇고.+”

“+학교에서도? 책에서 보면, 학교는 즐거운 일만 가득하다고 그러던데.+”


그러자 위즈가 인상을 찌푸린다.


“+아니야. 거긴 그냥······, 즐거운 일은 별로 없어.+”

“+왜? 뭐 하는데?+”

“+일단은 공부하는 곳이지.+”

“+공부? 마법 공부가 싫었어?+”


리나가 의외라는 듯이 말한다.


“+마법 공부는 좋긴 했는데, 그렇다고 마법만 배울 수는 없으니까.+”

“+그러면? 다른 것도 배워?+”

“+응. 내가 옛날 책들 갖고 번역하는 거 봤지?+”


리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책들에 적힌 옛날 말들을 배우기도 하고, 수학 같은 것들도 배우기도 하고, 마법이랑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들도 배워야 해.+”

“+안 배울 수는 없어?+”

“+응. 그러면 학년이 올라가지 않아서 내가 원하는 것들도 공부할 수 없거든. 사는 데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싫지.+”


리나가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도 학교가 좋을 것 같아?+”

“+그 얘기만 들으면 안 좋아 보이는데······.+”


리나가 조금 생각해보고 말한다.


“+그래도 친구들이랑 같이 지낼 수 있잖아?+”


위즈가 이번에는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인다.


“+그래······, 뭐. 친구들이랑 같이 지낼 수 있기는 하지······.+”

“+어······.+”


리나가 위즈를 보다가 말한다.


“+친구 없었어?+”

“+어? 아니, 그건 아닌데······.+”

“+왕따야?+”

“+너 학교 안 다녔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 말은 어디서 배운 거야?+”

“+******가 알려줬는데.+”


리나에게 영향을 끼친 게 대체 누구인지 슬슬 궁금해진다.


“+친구가 없던 건 아니고. 아니, 확실히 있었지, 응.+”


위즈가 한숨을 쉬고 이어 말한다.


“+학교의 수많은 사람 모두가 내 친구가 되지는 않아. 학교도 사람 사는 곳이다 보니 서로 싸우기도 하고,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 버리기도 해.+”

“+그럼 위즈도 그랬어?+”

“+응. 애초에 난 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날 싫어했던 사람이 있었거든.+”


위즈가 콧방귀를 뀌며 말한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걔 주위에는 나보다 친구가 더 많았어. 그래서 규칙을 어기지 않을 정도의 괴롭힘도 많았고. 자연스럽게 내 주위에는 친구들이 없어지더라.+”


위즈와 더 친하다는 이유로 물건을 잃어버렸다.

위즈와 더 친하다는 이유로 발에 걸려 넘어졌다.

위즈와 더 친하다는 이유로 툭툭 맞고 다녔다.


“+나중에 가니까, 나를 거의 역병 수준으로 취급하면서 가까이 오지를 않더라고.+”

“+그럼, 위즈는 친구 없이 지낸 거야?+”

“+아니. 친구가 있다고 했잖아. 끝까지 내 곁에 있어 준 애가 있었어.+”

“+정말? 그 친구는 괴롭힘당해도 괜찮았던 거야?+”


위즈가 씩 웃는다.


“+괴롭힘을 안 당했거든.+”

“+어떻게?+”

“+호라의 4대 대 귀족 집안에 대해서 들어봤어?+”


리나가 고개를 젓는다.

위즈가 손을 펴고 손가락을 하나씩 꼽으며 말한다.


“+서쪽에는 루데브리아뭄, 북쪽에는 본 에레체인, 동쪽에는 테 살베니움, 남쪽에는 체테누스.+”

“+어? 그거,+”

“+맞아. 이 중 서쪽을 제외한 집안들의 시조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

“+용을 잡았던 사람들. 맞지? 우리······, 나라 황가인 스케루드 가문 시조님과 같이.+”

“+정답이야. 그리고 내 친구 토운사나스 체테누스도 대 귀족 출신이었어. 그러다 보니 다들 함부로 건드리지를 못한 거야.+”

“+어? 뭔가 이상한데?+”


리나가 흐름을 끊는다.


“+위즈도 테 살베니움 집안이니까 대 귀족 집안 출신이잖아? 그런데 왜 괴롭힘을 당한 거야?+”

“+날 괴롭힌 애도 우리 집안 출신이거든. 나랑 먼 친척이었어. 자신이 책임질 테니 날 괴롭히라고 시킨 거지.+”


위즈가 비웃으며 말한다.


“+그럼 위즈는 친구가 별로 없던 거구나.+”


리나가 살짝 안타깝다는 듯이 보지만, 위즈는 따뜻하게 미소 짓는다.


“+다른 사람을 괴롭히라는 말에 반항도 못 하고 따른 애들이 과연 친구일까, 아니면 부하일까?+”


아무리 같은 패거리라도, ‘걔’의 심기를 건드리면 어김없이 맞곤 했다.

숙제를 대신하는 건 기본이요, 규칙을 어긴 벌을 대신 받아야 했다.


“+그런 애들 수만 명이 토운사나스 하나만 못하지.+”


집안과는 상관없다.

위즈가 잘못이 없기에 곁에 남아줬고 위즈가 옳기에 같이 견뎌줬다.


“+그러니까 난 네가 한 ‘친구가 없느냐’는 질문에 언제나 ‘있다’고 대답할 거야. 그게 맞기도 하고.+”

“+뭔가, 멋지다.+”

“+그래?+”

“+응. 책에서 읽은 친구보다 더 멋있는 것 같아.+”

“+정말로 단 한 명이라도 누가 마음을 다해 곁에 있어주면 큰 힘이 돼. 물론 물질적으로도 도움을 받긴 했지만.+”


집안 방해로 대학에 못 들어갈 뻔했으나

체테누스 가문에서 압박하고 지원해 들어갈 수 있었다.


리나가 무릎을 끌어안고 앞뒤로 몸을 흔든다.


“+학교생활 얘기 더 해주면 안 돼?+”

“+딱히 재미있는 건 없는데.+”


위즈가 잠시 생각해보고 몇 가지 말해주는데

모두 토운사나스와 관련 있는 얘기뿐이다.

곁에 있을 때는 이토록 가깝다고 여긴 적 없었는데.


“+토운사······? 나도 한번 만나보고 싶다.+”

“+나중에 호라 남쪽에 갈 일이 있으면 체테누스 본가에 찾아가 봐. 가서 내 소개로 왔다고 하면 들여보내 줄 거야.+”

“+위즈는 만나고 싶지 않아?+”

“+만날 수 있다면야 만나고는 싶지. 꽤 오랫동안 못 봤고, 걔도 바빠서 여기 오기 힘들 테고.+”

“+그래? 그럼······.+”


리나가 살짝 머뭇거리다가 말한다.


“+그럼 차라리 나랑 같이 가면 안 돼?+”


리나가 위즈를 쳐다보며 갑자기 그렇게 말하자

위즈가 리나를 쳐다보는 자세 그대로 멈춘다.


“+어······, 같이?+”

“+거기까지 가는데 힘들지? 얼마나 멀어?+”


위즈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인다.


“+그······, 체테누스 본가는 여기서 꽤 멀어. 말을 타고 가도 며칠이 걸릴지 모르고.+”

“+마법으로는 못 가?+”

“+갈 수는 있는데 절차가 있지. 또, 밖은 위험해. 성과 성 사이에는 도적들이 이따금 나오거든.+”

“+그러니까 위즈도 같이 가야겠네. 날 지켜야 하니까. 위즈가 이기잖아, 그렇지?+”

“+그거야 그렇기는 한데······.+”


위즈대로 당황해 뚫어지라 쳐다보는 리나의 눈을 피한다.


“+왜? 거짓말이었어?+”

“+아니, 그건 아니고······.+”

“+무슨 일인데?+”


이 얘기를 하면서 과거를 모두 안 밝힐 수 있을까.

조금 고민하고 정리한 뒤 얘기한다.


“+숲을 나가는 거는 조금 그래서.+”

“+응? 왜?+”

“+그,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제대로 얘기한 적 있던가?+”

“+어······, 아니?+”


리나가 ‘어. 했어.’라고 말하려다가 바꾼다.

위즈는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

전 세계에 위즈에 대한 이야기가 퍼져있어서 그렇지.


“+지금 자세히 얘기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사실 나 여기 온 이유가······.+”


위즈가 단어를 고르고 고르다가 다시 입을 연다.


“+그, 무서워서, 도망친 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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