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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노래 님의 서재입니다.

사슬의 학살자와 오두막의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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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공의노래
작품등록일 :
2021.04.09 16:55
최근연재일 :
2021.08.02 07:50
연재수 :
1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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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8
추천수 :
231
글자수 :
613,867

작성
21.05.0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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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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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20화

+와 +사이의 글은 외국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DUMMY

프레그와 만나고 며칠이 지났다.

숲에 나가서는 적만 달라졌지 지금처럼 지냈고, 리나와도 많이 가까워졌다.

위즈 혼자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러던 어느 하루, 마법 수업 시간.


“+됐다! 해냈다!+”


리나가 손을 보면서 외친다.


“+위즈! 이거 봐봐! 이거! 됐어!+”

“+드디어.+”


위즈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감동에 차 중얼거린다.

리나의 손에서 연한 푸른빛을 띤 마력 입자들이 뿜어져 나오다 끊기길 반복한다.


“+위즈, 울어?+”

“+아니, 아니.+”


위즈가 눈가를 닦는다.


“+뭐야, 내가 성공한 게 그렇게 기뻤어?+”

“+응.+”


그런데 영 반응이 이상하다.


“+성공하는 데 5일이 걸리다니.+”

“+5일이 왜?+”


별 답 없이 기지개만 켠다.


“+위즈.+”

“+응?+”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위즈는 얼마나 걸렸어?+”

“+나?+”


위즈가 손가락을 하나씩 꼽더니 네 개째에서 멈춘다.


“+4일? 나보다 빠르네?+”

“+아니, 4시간.+”


표정이 이상하게 굳는다.


“+거짓말. 그렇게 빨리해낼 리 없잖아.+”

“+그렇지만 사실인걸. 보통 아침에 배우면 저녁 먹기 전에는 다들 뿜던데.+”

“+그럼 내가 느린 거야?+”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자 심히 충격받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 나,+”

“+뭘 그리 충격받고 그래.+”

“+나, 바보야?+”

“+그 정도로 충격이야?+”


넋이 나간 눈.


“+뭘 그리 신경 쓰고 그래. 애초에 우리 집안 기준이고 이거 좀 늦는다고 마법을 못 배우는 것도 아닌데.+”

“+그렇지만, 그······.+”


강하지 않으면, 이런 것에도 능숙하지 않으면,


‘+모두를 지킬 수 없으니까.+’


리나가 품은 게 뭔지 모르지만, 저렇게 잠시 생각에 빠지면 나쁜 표정을 짓는다.

그게 싫어서 일단 리나를 부른다.


“+리나. 괜찮아. 뭘 그리 축 처지고 그래.+”

“+그렇지만 나, 너무 늦잖아.+”

“+이론을 그렇게 빨리 끝냈으면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농담이 아니라, 평범한 학생의 몇 배는 빠른 속도로 끝냈다.

이론 이해뿐만 아니라 계산 공부까지 완벽하게.


“+그냥 실전에 약한 것뿐이지. 실제로 마법 배우면 실전에서도 강할지 모르고.+”

“+이론에만 강하면 뭐해. 싸울 때 아무 도움 안 될 텐데.+”

“+이론이 왜 도움이 안 돼? 애초에 내가 쓰던 모든 마법, 이론 공부하는 이들이 없었으면 발전할 수 없었을 텐데.+”


마법진으로 방어막이나 함정을 만들기도 하고,

마법약을 만들어 아군을 돕기도 한다.


“+난 위즈처럼 직접 싸우고 싶단 말이야.+”

“+왜 굳이 직접 싸우려고 하는 건데. 별로 좋지도 않은데.+”

“+그야······.+”


눈앞에서 사랑하는 이들이 죽는 모습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그걸 위즈에게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다.


“+리나. 네가 단순히 멋있다는 이유로 그런 얘기 한 게 아니라는 건 알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단순히 내가 실전에서 잘 싸우는 게 아니야. 이론 부분이 너무 취약해서 실전 연습을 극도로 많이 한 거거든.+”

“+이론? 지금까지 나 잘 가르쳤잖아.+”

“+그건 그냥 기본 정도고. 그 이상으로 넘어가면 나도 제대로 못 해. 그리고 이론에 능한 마법사가 실전에 쓸모없는 것도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마력으로 만든 작은 공을 하늘로 날리니 공이 방어막에 부딪힌다.


“+저기 방어막 보이지? 우리 시조 양반이 만든 건데 저게 정말로 쓸모없을까?+”

“+그건······.+”

“+내가 여기 왔을 때 조금이나마 남은 식재료가 마법 때문에 모두 썩지 않고 남아있었어. 그런 마법이 쓸모없을까?+”


방어막에서 벼락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리나. 네가 뭘 품고 있는지, 정확히 무슨 생각으로 마법을 배우고 싶다고 말한 지 난 몰라. 그나마 아는 건, 리나 네가 자신을 지키고 싶다고 한 것뿐이지.+”


그렇지만 앞에서 직접 적과 싸우는 것만이 답일까.


“+······뒤에서 지켜만 보라는 거야?+”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


갑자기 들어오는 질문.

평소 같으면 별 신경 쓰지 않을 텐데

위즈가 진지한 상황에 뜬금없는 소리를 하진 않는다.


“+장수? 숙련된 병사?+”

“+그것도 중요는 하지만, 보급이야말로 가장 중요해.+”


먹지 못하는 병사가 잘 싸워봤자 얼마나 잘 싸울까.

화살도 없는데 어떻게 적을 무찌를 수 있을까.


“+뒤에서 보는 게 아니야. 뒤에서 같이 싸우는 거지. 지원해주는 사람의 중요성을 모르는 자는 이길 자격이 없어.+”

“+뒤에서 같이······.+”


내 목숨의 가치. 내 목숨의 중요성.

조금이나마 그 말이 이해가 간다.


“+그리고 또 마력 뿜는 게 늦었을 뿐이지, 못 배운 건 아니잖아? 그렇지?+”


빠르게 성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완벽하게 성공하는 거라며

리나의 손을 잡는다.


“+리나 너는 늦지만, 바로 완벽하게 성공했잖아. 다시 해볼래?+”


리나가 손을 들어 마력을 뿜자 끊기지 않고 나온다.


“+봐. 처음부터 이 정도로 성공하는 사람도 거의 없어.+”


‘나는 완벽했지만.’


위즈는 굳이 한마디 더 하지 않고 속으로 넘긴다.


“+마력을 빨리 뿜느냐 늦게 뿜느냐가 좋은 마법사의 기준이 될 순 없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떤 마법사가 되느냐.+”


데스트리아누스가 책에서 했던 말.

위즈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리나도 기분이 풀린 듯 살짝 웃는다.


“+자, 그럼 계속 진도 나갈까?+”

“+어? 계속 수업할 거야?+”

“+응. 마력 뿜는 법을 배웠고, 뿜는 것도 안정되어 있으니까 바로 나가지 뭐. 싫어?+”


고개를 세차게 젓는데 어느새 자기 나이에 맞는 모습이다 싶다.

마음을 많이 연 걸까.


리나는 마력 입자들을 손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여본다.

처음 성공한 것치고는 생각보다 능숙하다.


“+잘하네. 그다음 것까지 성공하면 바로 마법 배울 수 있겠다.+”

“+뭔데?+”

“+다른 행동 하면서 마력 뿜기.+”

“+별로 안 어려운 거 아니야?+”

“+말로는 쉽지.+”


위즈가 비웃으며 말하자 리나가 볼을 부풀린다.


“+할 수 있어.+”

“+정말?+”


위즈가 마력을 손 위에 모으며 말한다.


“+그럼 내가 하는 거 따라 할 수 있어?+”

“+어······, 응.+”


리나가 고민하다가 별거 없을 거로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자, 그럼 따라 해 봐.+”


위즈가 손가락을 움직여 마력 입자들이 손바닥 위를 빙글빙글 돌게 한 뒤 호라 말로 말한다.


“하늘을날던새가나무에앉더니나무가주저앉아땅에드러누웠더니다람쥐가굴러나와바위에부딪혔더니돌이물에빠져물살에휩쓸렸더니다리에걸려다리가무너졌더라이야학교안갈이유가생겼다.”

“+······뭐?+”


리나가 미간을 찌푸린다.


“+방금 뭐라고 한 거야?+”

“+별 뜻 없이 긴 문장을 빠르게 말한 거야. 그리고,+”


위즈가 자기 손을 가리킨다.


“+마력은 계속 쓰고 있었지.+”


말의 억양이나 목소리 크기와는 상관없이, 마력은 일정하게 나온다.


“+자, 무슨 문장이든 상관없어. 호라 말로 할 필요도 없고. 마력이 멋대로 움직여도 상관없으니까, 한번 유지해봐.+”

“+흠······.+”


리나가 심호흡하고 손 위로 마력 입자들을 불러낸다.


“+시작할······.+”


위즈를 보고 말하자마자 다시 사라진다.


“+자, 연습하자.+”

“+잠깐만, 잠깐만!+”


리나가 당황하며 다시 마력을 뿜고 숨을 가다듬는다.


“+자, 이번에는 반드시······.+”


물론 그런다고 성공하진 않는다.

위즈가 씨익 웃으면서 마력으로 만든 고리를 손가락에 끼워 돌린다.


“+왜? 빨리해봐.+”


리나는 다시 마력을 불러내려다가 팔을 축 늘어뜨린다.


“+못하겠어.+”

“+어? 마력이 부족한 거야? 그럼 내가······.+”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위즈는 안도의 숨을 내쉰다.


“+놀래라. 전체 마력량이 얼마 되지도 않은 줄 알았잖아.+”


리나는 아니라고 말한 뒤 마력을 다시 뿜어본다.

끊김 없이 시원하게 나온다.

그렇게 뿜어져 나오는 마력을 계속 보던 리나가 손을 내리고 말한다.


“+알았어. 연습할게.+”

“+어? 웬일로 순순히 말을 듣네?+”


리나가 어깨를 으쓱거린다.


“+어차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잖아?+”


리나가 해탈한 것처럼 말하자 위즈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에도 할 수 있을 거야. 완벽하게.+”


그리고 마력 고리로 하던 저글링을 멈춘다.


“+성공할 때까지 기다려줄게.+”

“+응.+”


리나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마력을 부른다.

마력을 뿜고 손안에 가두는 데까지 3초도 걸리지 않았고,

손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도 숙련자처럼 능숙하다.


“+너는 액체를 다루는 마법과 잘 맞겠다.+”

“+그래?+”


리나가 위즈를 돌아보다가 마력이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아, 방해하지 마!+”

“+알았어, 알았어.+”


그래도 맘이 놓이지 않는지, 위즈를 노려다 보면서 마력을 다시 부른다.

위즈는 한쪽 다리를 세우고 팔을 무릎에 얹은 채로 앉아 리나를 본다.


‘다리도 거의 다 나았으니 슬슬 뛰어다녀도 될 테고.’


볼을 긁적인다.

리나는 두 손으로 마력을 조종하며 입을 열지만,

마력은 바로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마법을 좀 더 배우면 도망칠 수 있을 텐데.’


그런데 숲 상황이 상황인 만큼 위즈도 일단 숲을 나서야 한다.

최대한 그 상황을 피하려고 하겠지만.


‘계속 여기에 둘 수는 없어. 만에 하나 실수로라도 정원 밖으로 나간다면······.’


리나는 마력을 뿜어내면서 아아아, 하고 소리를 낸다.

심하게 떨리다가 사라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끊어지지 않았다.


‘오두막이 안전하다는 것도 숲이 멀쩡히 남아있을 때의 얘기지, 다 불타거나 하면 결국 들킬 거야.’


아무리 방어막이 있다고 해도, 숲이 사라지면 위치가 다 드러난다.

이상하게 불타지 않는 나무들.

딱 봐도 수상하니까.

거기다가 단체로 달려들어 사방에서 공격하면,


‘아무리 내가 있다고 해도, 결국은 뚫릴 테고.’


머리를 긁는다.

리나는 이번엔 마력을 손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아아아, 하고 소리를 내본다.

그러다가 위즈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웃는다.


“+웃을 때가 아니지 않니?+”


위즈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지금 너 입 벌리자마자 마력이 사라지잖아. 뭐가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소리를 낸다는 거야.+”


리나가 볼을 부풀리며 노려보자

위즈가 보란 듯이 마력으로 공 세 개를 만들고 저글링을 한다.


“+자, 이렇게, 말을, 하면서, 마력을, 써봐.+”

“+계속 궁금하던 건데, 그건 어떻게 한 거야?+”


리나가 이상한 곳에 관심을 둔다.

위즈가 쓰읍, 하고 소리를 낸다.


“+어허. 빨리.+”

“+칫.+”


리나가 혀를 차고 다시 목을 가다듬는다.


“+아아아아아.+”

“+굳이 길게 소리를 내는 이유가 뭐야?+”


위즈가 킬킬거리자 리나가 또 노려보고는

이내 새침한 표정으로 다시 마력을 뿜는다.

몇 번 더 하다 보니 소리를 내면서 마력을 뿜어도 나름대로 유지는 된다.


“+어때?+”

“+괜찮은데? 좀 더 숙달되면 흔들리지 않을 거야.+”


위즈가 예시인지 자기과시인지 똑같이 마력을 뿜으며 말한다.

정말로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다.


“+그럼 이번에는 마력을 손안에 가두고 소리를 내봐.+”

“+어? 말은 안 하고?+”

“+응. 우선 마력을 조종하면서 소리를 내는 걸 목표로 삼자.+”


리나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손에 집중한다.

위즈는 양반다리를 하고 발을 손으로 잡은 상태에서 흐뭇하게 본다.


‘이런 게 제자를 가르친다는 느낌이구나.’


처음에는 솔직히 귀찮았지만,

지금은 다음 수업 때 뭘 가르칠지 생각하면서 혼자 즐거워한다.

가르쳐준 걸 이해하고 성공하면서 기뻐하는 리나 모습을 보는 게 좋다.


이래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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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 21.05.04 72 2 12쪽
19 18화 21.05.03 71 2 11쪽
18 17화 21.05.02 97 2 12쪽
17 16화 21.05.02 110 2 12쪽
16 15화 21.05.01 94 2 12쪽
15 14화 21.05.01 96 2 13쪽
14 13화 21.04.30 96 2 12쪽
13 12화 21.04.29 96 2 12쪽
12 11화 21.04.28 10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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