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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노래 님의 서재입니다.

사슬의 학살자와 오두막의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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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공의노래
작품등록일 :
2021.04.09 16:55
최근연재일 :
2021.08.02 07:50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8,219
추천수 :
231
글자수 :
613,867

작성
21.04.30 07:20
조회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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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3화

+와 +사이의 글은 외국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DUMMY

“이 오두막에 들어온 이후 이런 일상을 보낼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리나가 온 지 시간이 꽤 지났다.

리나의 호라 말 실력은 나날이 늘어갔고, 다리도 많이 나았다.

숲에서도 이렇다 할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왜······.’


어째서일까, 계속 뭔가가 불편하다.

불편한 일들이 겹쳐서 뭐 때문에 불편한 건지 일일이 따지기도 힘들다.

괜스레 밥상 앞에서 기분이 나빠진다.


위즈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눈살을 찌푸리며 밥그릇을 보고만 있자,

리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말을 건다.


“+위즈, 식사 안 해?+”


위즈의 눈앞에 대고 손을 흔든다.


“+어? 아, 어. 먹어야지.+”


그제야 위즈가 제대로 숟가락을 든다.


“+무슨 고민 있어?+”


리나가 위즈의 안색을 살피며 묻는다.


“+별거 아니야. 그냥 어······.+”


위즈가 그렇게 낯빛이 어두웠나 싶어 얼굴을 만져보며 말한다.


“+이 오두막에서 다른 사람이랑 같이 사는 게 처음이다 보니까 이래저래 생각할 게 늘어나서.+”

“+그래? 식량 때문이야?+”

=“+아니. 식량은 딱히 걱정 안 해. 고기가 부족하면 사냥을 해도 되니까.+”


위즈가 숟가락을 놓고 등받이에 기대며 기지개를 켠다.


“+지금까지는 여기서 혼자 어떻게 지냈어?+”


리나도 밥을 다 먹고 혼자 젓가락질 연습을 하며 말한다.


“+지금까지는 본가에서 지원을 받으면서 지냈지. 식량도, 천도. 장작 같은 건 내가 패도 되니까 굳이 받지 않았고.+”

“+······본가에서 지원을 해줘?+”


리나가 의심스럽다는 듯이 말한다.


“+응. 본가에서 온 사람이 숲에 들어와서 정해진 곳에 보급품을 두면 내가 가서 받아와.+”

“+왜?+”

“+응? 왜 가져 오냐고?+”

“+아니, 왜 지원을 해 주는가 해서.+”

“+어······.+”


위즈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한다.


“+그건 말해주기가 조금 곤란한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말해줄게.+”


위즈가 머리를 긁적이며 그렇게 말하자 리나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뭐, 그래서 네가 좋아하는 반찬도 그렇게 지원을 받는데 갑자기 본가랑 연락이 안 되거든.+”


리나가 눈을 깜빡인다.


“+원래 폭포 위에서 매를 보내 성안에 있는 동생이랑 연락하고 지내는데, 답장이 돌아오지를 않더라고.+”

“+매? 매로 편지를 주고받는 거야? 막 휘파람 불면 날아와?+”


책에서 본 장면을 떠올리며 리나가 목소리를 높인다.


“+어? 뭐, 굳이 안 불어도 폭포 위에 올라가면 알아서 오더라.+”

“+정말? 그럼 매가 새끼일 때부터 길렀던 거야?+”

“+아니. 책 보고 폭포에 갔는데 알아서 오더라고. 사실 나도 신기해. 어떻게 알고 나한테 온 건지.+”


리나가 눈을 반짝인다.


“+한번 봐보고 싶어. 나중에 같이 따라가도 돼?+”

“+안 돼. 다리도 낫지 않았으면서. 거기 올라가려면 꽤 힘들어.+”

“+그럼 다리 나으면?+”


위즈가 잠시 생각해본다.

어차피 소풍 갈 생각도 했고.


“+그럴까? 이 오두막에 들어온 이상 굳이 숨길 필요도 없을 테고.+”

“+진짜?+”

“+응. 나중에 다리 낫고 매가 돌아오면 같이 가자.+”


리나가 환하게 웃자 상을 치우던 위즈는 그 모습을 보며 웃는다.


‘그래. 매가 돌아온다면.’


위즈가 괜히 솟아오르려는 불안감을 누르려고, 그렇게 중얼거린다.


식사를 마친 뒤.


“+리나.+”


설거지가 끝나고, 위즈는 거실에 갔다가 방으로 들어가며 리나를 부른다.


“+자, 이거 받아.+”


위즈가 들고 있던 작은 수첩을 건넨다.


“+이게 뭐야?+”

“+한번 열어봐.+”


수첩을 열자 딱딱한 번역 말투로 된 크레센타 어들이 쭉 적혀있다.


“+공식? 수학 공식이야?+”

“+아니.+”


위즈가 실실 웃는다.


“+뭐일 거 같아?+”


갑자기 정신을 놓은 건가, 하고 생각한 리나는 무표정으로 수첩을 넘기며 대충 훑어본다.

그러다가 무슨 내용인지 깨닫고 점차 눈이 커진다.


“+위즈, 이거······.+”

“+응. 맞아.+”


리나가 환하게 웃는다.


“+마법 이론들이야.+”


리나가 호라의 모든 일상 회화를 섭렵하고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호라 말로 표현할 때.

그런데도 아직 유르페르 문자를 제대로 쓰지 못하던 때.

처음 호라 인사말들을 알려주던 때처럼 밤늦게까지 깨어 수첩을 채웠다.


‘크레센타 말로 번역하려니 이상한 말이 많겠지만 뭐, 이 정도면 잘 알아먹겠지.’


천재니까.

리나 스스로에게는 부담될 수 있는 말이지만, 그래도 거기에 걸어보기로 했다.


‘부담이더라도······, 아니 부담을 느끼기는 할까? 천재라고 하면 엄청나게 좋아하던데.’


크레센타 말로 그대로 적은 뒤에 틀린 부분이 있는지 몇 번씩 확인했다.

확인하고, 확인하고, 확인했다.

잘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하나 그것보다 중요한 게,


‘실수하면 대참사니까.’


밖으로 잘못되면 눈앞의 사람이 죽고, 안으로 잘못되면 자기 자신이 죽는다.

호라가 교사 임용을 제국 정부에서 관리하는 이유다.

만약 어린아이가 멋대로 마법을 쓰다 사고가 나면 무조건 부모 책임일 정도로,

호라에서는 마법 사용과 교육을 엄격하게 규제한다.


즉, 다르게 말하면 위즈가 하는 짓도 불법이다.

불법이든 아니든 딱히 상관없지만.


‘이거 보면 좋아하겠지?’


그리고 수첩을 받은 리나는 훌쩍이다 울기 시작한다.


“+뭐, 뭐야. 왜? 맘에 안 들어?+”

“+어? 아니, 그,+”


처음에는 리나도 당황하더니 이내 멈추지 않고 계속 운다.

그 와중에 수첩이 젖지 않도록 팔은 쭉 펴고 있다.


“+리나? 왜 그래? 그······, 별로야?+”


막연히 위험하다는 이유로 마법을 배울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리나가 평범하게 살도록 하다가 목숨을 잃었던 그 사람이 이 모습을 본다면 얼마나 기뻐할까.


“+아니.+”


리나가 울먹이며 말하고는 고개를 드는데 입은 웃고 있다.


“고마, 워.”


리나가 호라 말로 그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받았던 선물 중에 제일 맘에 들어.+”


차마 그 말까지는 호라 말로 하기 힘든 모양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내쉰다.


“+후우. 다행이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는 줄 알았어.+”

“+히히힛.+”


리나는 계속 훌쩍이면서 눈가를 닦고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 웃는다.

자기 나이에 맞도록, 아이처럼.


“+그렇게 맘에 들어?+”


대답 대신 눈물범벅으로 환하게 웃어준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사실 이런 거 만들어서 선물해주는 건 처음이라서. 네가 좋아할지 확신이 서질 않았거든.+”

“+정말로, 정말로 맘에 들어.+”


리나가 빨개진 눈으로 수첩을 이리저리 읽어본다.


“+지금까지 여러 선물을 받아봤지만 이게 최고야. 고마워.+”

“+유르페르 문자 공부는 다 끝냈으니까 이제 바로 마법을 배워도 괜찮을 테니 준 거야. 원래 줄려고 했던 거니까.+”

“+그래도 이렇게 직접 만들어준 거잖아.+”


리나가 유르페르 문자를 생각보다 빨리 익혀서 시간이 촉박하기는 했으나 그래도

리나가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쉬지 않았다.


“+그런데 나 지금 호라 전래동화랑 신화집 읽고 있잖아. 지금 당장은 못 배우지 않아?+”

“+그 정도는 괜찮아. 특히 창조 신화는 크레센타랑 별로 다를 것도 없으니까 머리를 별로 안 쓰잖아?+”

“+창조자의 망토 조각인 세 헤즈라, 키레이시에(빛. 호라 말로 키레시), 토오루마에(어둠. 호라 말로 토루마), 아이라에(시간. 호라 말로 아라)가 세상 창조했다는 거?+”

“+응. 그러니까 별로 신경 안 써도 돼.+”


리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튼, 위즈. 이 수첩만 있으면 나도 위즈처럼 마법을 쓸 수 있어?+”

“+아니? 그러면 누구나 마법사로 살지. 겨우 그거 공부해놓고 마법 쓸 수 있다고 하면 안 돼.+”


위즈가 단호하게 부정한다.


‘+마법사로 살지 않는 건 굶어 죽기 싫어서가 아니었나?+’


“+여기에 적힌 건 ‘기초’야. 이걸 마음 깊이 새겨야 마법을 쓸 수 있어.+”

“+그럼 이걸 공부 안 하면 아예 못 쓰는 거야?+”

“+아예 못 쓰지는 않고 굳이 쓰라면 쓰겠지만, 자기조절을 못 하고 결국······.+”

“+······결국?+”


위즈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 터지는 손짓을 한다.


“+죽는, 거야?+”

“+가끔은, 그냥 말 그대로 죽는 게 나을 때도 있어.+”

“+어떻게 되는데?+”

“+마법을 쓰다가 마력이 역류해서 몸이 감당 못 하고 마법을 쓰던 손이 그······, 망가지는 게 그나마 나아.+”


위즈가 자기 손목을 붙잡으면서 말한다.


“+또 정신과 관련이 있다 보니까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아. 이따금 생활을 못 할 정도로 망가지기도 하고.+”


그렇게 으스스하게 말하자 리나가 긴장해 침을 꼴깍 삼킨다.


“+걱정하지 마. 그럴 일 없게 내가 자알 가르쳐 줄게. 이래 봬도 마법 제어하는 분야는 그 누구보다 잘 아니까.+”


위즈가 잔뜩 움츠린 리나를 보고 웃으며 말한다.

그 말대로, 특이체질 때문에 살려면 공부해야 했다.


“+정말? 믿어도 돼?+”

“+응. 절대 잘못될 일 없어. 끝까지 책임지고 네 소원을 맡아줄게.+”


위즈가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리나와 눈을 맞추고 리나도 피하지 않는다.


“+응. 잘 부탁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시선을 내려 수첩을 이리저리 본다.


‘혹시 벌써 외우기 시작했나?’


그렇게 생각하며 위즈는 웃는 얼굴로 무심결에 손을 뻗는다.

자기도 모르게, 리나의 머리로.


“+어?+”

“응?”


멍하게 머리를 쓰다듬자 리나가 먼저 반응해 위즈를 쳐다본다.

위즈는 계속 쓰다듬다가 계속 쳐다보는 눈빛에 정신을 차린다.


“+아, 미, 미안. 또······.+”

“+아니, 그,+”


리나가 전처럼 심하게 피하진 않고 말한다.


“+괜찮아. 그, 인형도 그렇고, 선물도 줬으니까, 이번에는 봐줄게.+”

“+정말? 그러면 리나 네 머리 더 쓰다듬어도 돼?+”


어림도 없다는 듯 머리를 손으로 감싼다.


“+리나 너도 내 머리 쓰다듬어도 돼.+”

“+딱히 그러고 싶진 않아.+”


아쉬워하며 뒤로 물러서는 위즈를 보며 생각한다.


‘+그런 일을 저지를 정도면 다른 사람 따위 신경도 안 쓸 텐데.+’


“+내가 마법 가르칠 때 제대로 못 하면 혼 많이 날 줄 알아.+”


굳이 말을 해도 그런 소심한 말만 꺼내는 저 사람이,


‘+진짜 학살을 저지른 장본인이 맞는 걸까?+’


어떻게 봐도 악의는 보이지 않는다.

고민은 제쳐두고 수첩을 본다.

지금까지 바라던 소원의 결실.


“+위즈. 그럼 지금 당장 시작하면 안 돼?+”

“+안 돼.+”

“+왜?+”

“+내가 귀찮아서.+”


그리고 늑대 부리미를 상대하며 교재를 만드느라 힘들었던 만큼

지금은 좀 쉬고 싶다.


“+그럼 내일은?+”

“+어차피 내일 바로 가르친다고 해도 오전에 숲에 갔다가 오후에나 가르칠 것 같은데.+”

“+그러면 아침 일찍 출발해서 최대한 빨리 돌아와.+”


진짜로 약초 뽑으러 가는 게 아닌 만큼 무리한 부탁이지만,


“+그럴까?+”


적이 위즈를 조사하듯 위즈도 적을 조사하고 있었어도

리나의 말을 우선으로 하기로 한다.

어차피 조사의 목적이 배후 확인 정도니.


“+뭐, 그러면.+”


리나가 책을 탁, 하고 덮고 위즈를 바라보며 호라 말로 말한다.


“잘 부탁드립니다.”


위즈도 리나를 잠깐 멍하니 보다 웃으며 답한다.


“+저도 잘 부탁합니다, 아가씨.+”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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