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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노래 님의 서재입니다.

사슬의 학살자와 오두막의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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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공의노래
작품등록일 :
2021.04.09 16:55
최근연재일 :
2021.08.02 07:50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8,220
추천수 :
231
글자수 :
613,867

작성
21.04.28 07:20
조회
108
추천
2
글자
12쪽

11화

+와 +사이의 글은 외국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DUMMY

- +데스트리아누스 이야기가 그렇게나 좋아요?+

- +반역자를 베어라. 네 검으로 반역자를 직접 베란 말이다.+


그 순간에 위즈가 본 눈은,


- +힘이 있었다면, 지킬 수 있었을까요?+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리나! 무슨 일이야? 리나!+”

“+히익!+”


위즈가 손을 뻗자 리나가 뒤로 빠져 그대로 손을 멈춘다.


그날 죽은 자.

그날 죽인 자.

그리고 모든 걸 명령한 자.


“+리나.+”


위즈도 똑같다.

위즈도 똑같이······.


“+리나. 괜찮으니까 진정하고 심호흡해 봐.+”


똑같을까?

지금 눈앞에서 걱정해주는 위즈가 정말 똑같을까?


약 3분 뒤, 리나의 숨이 조금씩 진정된다.

떨림도 멎어간다.

스스로 손이 차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정신도 돌아왔다.


“+괜찮아? 나 보여?+”


그 상태에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위즈를 본다.

땀에 젖은 머리칼이 눈을 가리는 와중에도 위즈가 걱정하는 모습은 보인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야 가까이 다가온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소문으로 전해지던 ‘숲속의 테 살베니움’과는 전혀 다른 사람 같다.

위즈가 천천히 손을 뻗고, 이번에는 피하지 않는다.


“+어우, 식은땀. 어디 몸이 안 좋은 거야?+”


리나는 자다 깬 기분으로 최대한 머리를 굴리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다리에 마법을 쓰는 게 아니었나? 아니면 염증이라도 도진 건가? 그런 것치고 다리는 멀쩡해 보이는데.+”


위즈는 그 말을 믿고 아픈 원인을 최대한 떠올려본다.

리나는 잘 움직이지 않는 팔로 땀을 닦고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이제 괜찮아졌어.+”

“+정말?+”


리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니 위즈는 리나를 좀 더 보다가 중얼거린다.


“뭐, 여기 있어도 할 수 있는 건 없을 테니.”


그리고 뒤로 돌아 어깨너머로 리나의 팔을 잡고 당긴다.


“+······어?+”


리나가 놀란 반응을 보이려고 하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위즈는 그대로 리나를 업고 몸을 낮춘다.


“+바로 오두막으로 날아갈게. 한순간이니까 잠깐만 참아.+”


그러고는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빠르게 날아간다.


‘+의자는······.+’


몽롱한 기분으로 뒤를 보는데, 의자가 사슬에 묶여 딸려오고 있다.

멍하니 의자를 보는 사이에 오두막 입구에 도착한다.


“+자, 도착했어. 일단 내리자.+”


멈추지 않고 그대로 날아오는 의자를, 위즈는 보지도 않고 한 손으로 잡는다.


“+자, 괜찮아. 들어가자. 괜찮아.+”


대체 뭐가 괜찮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위즈는 괜찮다는 말을 반복한다.

오두막 안에 들어와서도 리나는 맥을 못 추고,

멀쩡한 다리로도 서지 못한 채 주저앉는다.

위즈는 곧바로 따뜻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얼굴과 목을 닦아준다.


“+어때? 정신이 들어?+”


그 모습을 보고 힘없이 끄덕이던 리나는 속으로 웃는다.

꿈에 나올까 봐 무서워하던 상대가 자신을 걱정해서 간호해주고 있다.


‘+어쩌면, 소문은 믿을 게 못 되는 걸까.+’


만일, 소문이 사실이라고 해도, 리나는 부정하고 싶었다.

지금 눈앞에서 잔뜩 당황한 티를 숨기지 못한 이 사람이,

그런 잔인한 짓을 벌일 리 없으니까.


“+리나, 힘이 돌아와?+”


위즈가 리나의 손바닥을 꾹꾹 누르면서 말한다.


“+한번 손 쥐었다가 펴봐. 어때?+”

“+······괜찮은 것 같아.+”


리나가 힘없이 대답한다.

위즈가 사슬로 컵과 물 주전자를 가져와 물을 따르고 손에 쥐여 준다.


“+마실 수 있겠어?+”


리나가 천천히 팔을 올려 물을 마시자 볼로 물 한줄기가 살짝 흐른다.


“+그래도 나아진 모양이네.+”


위즈가 소매로 살짝 흐른 물을 닦아준다.


“+어우, 식은땀 봐. 갑자기 왜 그런 거야?+”

“+어······, 나도 몰라.+”


알고 있다.

자신이 왜 쓰러진 건지.

다 잊은 줄 알았는데, 이겨낸 줄 알았는데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그것보다, 씻어도 돼?+”

“+괜찮겠어? 안에 들어가서 또 쓰러질 수도 있잖아.+”

“+욕조 안에 물 받아놓고 앉아있을게.+”


위즈가 잠깐 생각해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어. 그럼 물 받아올 테니까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



위즈의 부축을 받고 욕실에 들어와 욕조에 앉아 가만히 생각해본다.


- +위자드리아누스 테 살베니움+?


리나에게 세상은 오직 리나가 지내는 방뿐이었다.

그나마 책과 이따금 주위에서 해주는 얘기들이 지식의 지평을 넓혀줬다.


- +마마께서 좋아하시는 그 호라 사람인데요,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고 하네요. 네? 아, 그, 무슨 짓인지 말하기에는 너무 잔인해서······.+


지평이 넓어질수록 방은 좁아졌고, 그러다 운 좋게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처음 겪는 세상은 책과 달랐다.

새로운 걸 경험하기도 전에 사랑하는 이를 잃었고,

자신에게는 상황을 바꿀 능력이 없었다.


그러다가 새로운 걸 알려주고 위험한 일에서 지켜주는 사람을, 위즈를 만났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오두막에 온 게 마치 책 속으로 들어온 것 같아 마냥 좋았다.


하지만 계속 눈을 돌릴 수 없다.


- +눈앞에 보이는 게 모두 진실이라고 생각했느냐?+


숲 밖에 목숨을 노리는 적들이 있다.

게다가 지금 보호해주는 사람이 어쩌면 가장 위험한 인물일 지도 모르는 상황.


- +네가 누구인지 너 스스로 깨달아라. 네 목숨이 얼마나 귀중한지 너 스스로 기억해라.+


‘+내 목숨은,+’


리나가 양손으로 물을 떠 그 안에 담긴 얼굴을 마주 본다.


‘+나 혼자의 것이 아니니까.+’


외면하던 진실을 마주하니까 정신이 든다.


- +언제까지 어린아이로 남아있을 생각이느냐. 너도 곧 성인이거늘.+


그 말대로, 언제까지 어린아이로만 남아있을 수는 없다.


- +왜 바깥에 보내지 않느냐고? 우린 널 구속하는 게 아니다. 널 보호하고플 뿐이니라.+


그리고 그 핑계로 사랑하던 사람이 죽었다.

자신을 사랑해주고 똑같이 사랑을 베풀던 이가

리나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죽었다.

그 사람 말고도 리나를 위해서 많은 이들이 죽었다.


전에 읽었던 책에서 말했다.


- +주위에 보호받기만 하는 건 자신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예속되는 것이다.+


‘+위즈가 자기 마법은 위험하다고 했지.+’


그런 마법이라면 정말로 사랑하는 이들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결심했다.


“+위즈.+”


다 씻고 머리를 닦아주는 위즈에게(닦기 전에 리나에게 정말 그래도 되느냐고 다섯 번이나 물어봤다) 리나가 말한다.


“+응? 혹시 또 어디 안 좋아?+”


위즈가 말과는 달리 헤벌쭉한 표정으로 묻는다.


“+아니, 그게 아니라······.+”


리나는 침을 삼키고 말한다.


“마법을,”


호라 말로, 정중하게.

이제 보호받기만 할 수는 없다.


“마법을, 가르쳐, 주세요.”

“+어? 갑자기 왜? 크레센타에서도 마법은 배울 수 있잖아?+”


리나가 고개를 젓는다.


“+나, 마법 처음 봐.+”

“+······뭐?+”


위즈가 ‘요즘 세상에?’라고 생각할 정도로 마법이 흔한 시대다.


“+아니, 처음까진 아니고. 그니까, 지금까지 봤던 마법은 집안일에 쓰이는 정도?+”

“+사실 그런 마법이 더 대단한 건데······.+”


위즈가 수건에서 손을 떼고 머리를 긁적인다.


“+아무튼, 위즈가 하는 것처럼 화려하고 강한 마법은 처음 봤어.+”

“+흐음.+”


‘아무리 그래도, 이런 마법을 처음 볼 정도라고?’


전쟁이 없는 세상이 오면 모를까, 웬만한 시골 마을에도

마을을 지키는 마법사가 하나씩은 분명히 있다.

위즈가 썼던 것 이상으로 화려한 마법도 얼마든지 볼 수 있을 만큼 흔한 게 마법이고 마법사인데.


“+뭐, 그래서 마법은 갑자기 왜 배우고 싶어?+”


성도 말 안 해줬는데, 자세한 사정을 말해줄 리 없다 싶어서 수건을 걷으며 묻는다.

이제 시작이다. 위즈를 설득해야 한다.

리나는 정원에서 되살아난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는 몸을 한번 떤다.


“+나도, 나도 나 자신을 지키고 싶어. 다른 사람이 지켜주는 건 싫어.+”


리나가 주먹을 쥔다.


“+나를 지키겠다고 목숨을 저버리는 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

“+목······.+”


자세한 걸 물어보려다 이내 그만둔다.

필요하면 직접 말해줄 테니까.


“+물론 여기에서는 위즈가······.+”

“+알았어.+”


뜻밖에도 위즈가 순순히 수긍한다.


“+어?+”

“+가르쳐줄게.+”


위즈가 수건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왜? 싫다고 할 줄 알았어? 설득하기 힘들 줄 알았어?+”


리나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가르쳐 줄 거야?+”

“+응. 당연하지.+”


위즈가 오히려 왜 아니라고 생각하느냐는 듯이 답한다.


“+자기 몸 지키려고 배운다는데 뭐, 안 될 이유도 없잖아. 내가 싫다고 튕길 정도로 뛰어난 사람도 아니고.+”


위즈가 가볍게 수건을 털며 말하자 리나가 안도한 표정을 짓는다.


“+다행이다······. 사실 전부터 배우고 싶었는데.+”

“+그래? 그럼 배우지 그랬어. 크레센타에도 학교 자체는 있잖아.+”


리나가 고개를 젓는다.


“+나, 학교 간 적 없어. 아니, 애초에······.+”


리나가 자기도 모르게 너무 많은 걸 말하려 했다는 걸 알고 멈춘다.


“+아무튼, 난 위즈가 쓴 그런 마법 책에서나 봤어.+”


그 말을 들은 위즈는 흐음, 하는 소리를 낸다.


“+그래도 마법은 배울 수 있었을 텐데. 법이 우리랑은 달라도 배울 방법이 아예 없지는 않을 테니까.+”

“+아니야. 혹시나 다칠까 봐 못 배우게 하셨어.+”

“+누가?+”

“+*****, 아니, 그, 아버지가.+”

“+그래? 널 엄청나게 아끼시나 보네, 그 정도면.+”


위즈가 그렇게 말하고 수건을 갖다 놓으러 잠시 자리를 뜬다.


“+정말 그럴까······.+”


그 사이 리나가 조용히 중얼거린다.


“+그래, 뭐, 그러면 호라 말 공부가 끝난 뒤에 알려줄게.+”

“+지금 바로 같이하면 안 돼?+”

“+마법이야 얼마든지 가르쳐 줄 수 있어. 하지만 네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버틸 수 있느냐가 문제야.+”

“+왜?+”


위즈가 손 위에 작은 사슬 여러 가닥을 만들자 팔에 희미하게 선이 나타난다.


“+마법은 마력을 쓰고, 마력은 정신력이 기반이야. 즉, 마법을 공부하는 건 네가 지금 호라 말을 공부하는 것처럼 머리를 써야 한다는 거지.+”


위즈가 자기 머리를 툭툭 친다.


“+언어 공부랑 마법 공부를 같이하면 정신적으로 엄청나게 힘들어. 잘못하면 정신을 놓아버릴 수도 있고.+”

“+정말?+”


리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묻자 그 반응이 재밌어 위즈도 심각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정말이야. 그래서 호라에서는 마법을 배울 때 절대 이론과 실습을 같이 하지 않아.+”

“+그래도 정말로 정신을 놓은 건 아닐 거 아니야.+”


위즈가 고개를 젓는다.


“+예전에는 정말로 미쳐서 학교를 자퇴한 예도 많았다고 했거든.+”


거짓말이다.

그런 사람 없다.


“+그러니까, 이왕이면 호라 말을 배우고 마법을 공부했으면 좋겠어.+”


위즈가 진지하게 말한다.

그도 그럴 게,


‘두 과목을 한 번에 가르치기에는 너무 귀찮으니까.’


진지한 표정이 통했는지 리나도 웃음기 없는 얼굴로 고민해본다.


“+그럼 위즈.+”

“+응?+”

“+만약에 호라 말 배우는 게 빨리 끝나면, 그만큼 마법을 빨리 배울 수 있는 거야?+”

“+물론이지. 애초에 이 안에서는 호라 말을 가르쳐 주고 싶어도, 대화하는 방법? 뭐, 그런 거나 이 안에서 쓸 수 있는 단어들 정도만 알려줄 수밖에 없으니까.+”


위즈가 팔짱을 끼고 대답한다.


“+네 생각보다 금방 끝날 거야.+”

“+그럼, 그렇게 할게.+”

“+어?+”

“+호라 말, 빨리 배우고 바로 마법 배울게.+”


생각보다 순순히 따른다.


“+위즈도 내 말 들어주기로 했으니까.+”


전보다 훨씬 편안하게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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