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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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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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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34
글자수 :
3,864,810

작성
20.05.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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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글자
16쪽

9화 – 화려한 복귀는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DUMMY

“지금 중요한 것은.”


작금의 제 눈앞엔 마치 성문과도 같은 거대한 대문이 자리하고 있다.


터억-


실로 제 인생의 전성기가 찾아왔음을, 그 많은 감상이 이 문 앞에서 이루어졌음을 돌이킨 저는 무의식중에 이를 쓰다듬듯 그 위로 제 양손을 올렸다.


‘서원팔교위 후보로 이만한 이가 없습니다.’


‘동탁은 이미 물 건너간 후보이니 우리 또한 그에 비견될 자를 구해야 합니다.’


‘인세의 천당이 이곳에 있다고 들었네만은......’


‘어서오시게, 이곳은 처음이신가?’


‘받아라, 술자리에서 주는 것이 뭣하다만 그래도 어명이라고 나름의 값어치가 있는 것이니.’


‘지금 자네가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지 알고는 있는 게야!’


그리고 느껴지는 기억.


그렇게 자신을 감싼, 이곳에서의 저를 지나친 기억을 되새긴 저는 이내 현실로 돌아와 제 앞에 자리한 이 문을 다시금 열어젖혔다.


“흐읍!”


쿠구구궁-


거대한 성문이 열리듯 열리는 대문의 사이로 광채와 가까울 화려한 오색빛깔이 쏟아져 내렸다.


인세에 자리할 아름다움이 그득하며 도원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이곳은, 휘황찬란한 장식이 더해진 가옥들과 치장 그리고 사방에서 흐르는 분 냄새와 돈 냄새는 물론, 사시사철 주향이 떠나지 않는 실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소리와 운율을 타는 듯 느껴지는 악공의 가락은 가히 신이 나서 어깨를 들썩이는 이들의 흥취가 절로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였으니 역시 오늘도 이곳의 풍경은 제가 냑양을 떠나 예주로 향할 그때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오셨군요.”


그리 과거와 현재가 한데 뒤섞이는 감상 속에 제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어린 환관이었다.


“폐하께서는?”


“서원 내부에 자리하고 계십니다.”


그렇게 저는 어린 환관의 안내에 따라 점점 더 짙어지는 분내와 주향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채, 황궁에 자리한 누각에 비견될 정도로 거대한 전각의 앞에 멈춰섰다.


연못과 더불어 다리가 자리한 운치 속에 천천히 그 위로 발을 내딛은 저는, 이내 헐벗은 수십의 궁녀와 더불어 두 눈을 가린 채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 영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 눈에 들어온 것은 그러한 궁녀들과 영제가 노니는 한가운데를 지나쳐 그 발소리조차 내지 않은 채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건석이었다.


“조금 이르네. 폐하의 지락(至樂)이 끝나지 않았음이야.”


“체구도 크신 분이 몸놀림은 깃털보다 가벼우십니다.”


“어심을 흐트러트릴 순 없는 일. 하늘의 즐거움을 방해해도 죄악일세.”


슬쩍 그 고개를 돌아본 건석의 시선을 따라 저 또한 연신 비틀거리며 저를 뿌리치는 여자들의 몸짓조차 제대로 쫓지 못하는 영제를 보았다.


평범한 듯 보여도 팔은 얇아 보였고 배는 나온 것이 확실했는데 몸이 망가져 혈색이 돌지 않는 모양인지 허옇게 마르다 못해 가벼운 장난질에도 그 호흡마저도 가빠 보였다.


“그보다도 어째 이전보다 수척해지신 듯 싶습니다.”


“자네가 폐하를 뵌 적이 있던가?”


“기억조차 안 나시는 겝니까? 서원팔교위에 처음 제수되자마자 이곳으로 끌려와 부복한 채 턱하니 황명을 받고 예주로 내려가지 않았습니까?”


“아, 맞아! 그랬지, 분명 그러했어.”


“물론, 돌아온 제게 더할 나위 없는 실망을 표하신 분도 소황문 어른이시고 말입니다.”


“하하하, 이는 내 따로 사과함세. 잘못을 두고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자네였으니, 세간의 눈이 있어 그대를 곧바로 무죄라고 방면할 수 없었어.”


“아닙니다, 어찌 제가 감히 제가 모시는 분의 사과를 받겠습니까? 그저 사연이 있다, 사정이 있다, 아직은 더 뜸을 들여야 한다, 홀로 생각을 내리며 입을 꾹 다물었던 제 스스로가 답답하면서도 속앓이를 했던 게지요.”


“그래도 자네가 그리 뜸을 들여 이리 멋들어진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가?”


“예, 그래서 더 기분이 묘합니다. 그때와 똑같은 자리에 똑같은 명을 받게 되었으니까요.”


다시금 감상에 잠긴 제게 있어 제 과거는 작금의 현실과 같았다.


뭐, 상상 같아선 과거의 기억이 흑백이나 빛바랜 칼라와 톤으로 비춰질 줄 알았는데 어째 돌이킨 제 과거 또한 실로 딱 지금만큼의 감정과 색채를 가지고 있었으니, 그 와중에 단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당시에는 뜬금없이 천자를 마주하게 된 것에 당혹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물론, 제정신을 차리다 못해 그 기억마저 온전해진 지금에선 그다지 크게 놀랄 것도 없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런 이미 알고 있었는가?”


“실상 서원팔교위라고는 하나 이 서원에 유일무이하게 출입 가능하신 분은 여기 제 앞에 자리하고 계신 두 분이 아니십니까? 거기다 돌아가는 모양새가 그때와 같으니 은연중에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그 어떠한 뒷배도, 세력의 확인도 없이 깨끗한 자네만이 실질적으로 이곳에 자주 발을 들일 수 있었음이야, 본초도 실상 회의를 제한 이곳 서원 내의 후원을 비롯한 다른 전각들에는 일절 그 발을 들이지도 못하지. 그리고 앞으로는 더 자주 이곳에 들를 테고.”


건석은 은연중에 원소를 낮추고 저를 높이며 제게 친밀감을 표현했다.


제 어깨에 손을 올리는 것은 물론, 그 머리마저 가까이 맞댄 채 이미 준비된 자리로 저를 이끄는 것이 꼭 저와 한배를 타게 돼서라기보단, 조금 전 제가 언급한 과거의 자신의 실책을 일부러 지워내려는 듯 과잉 친절을 베푸는 모양새였다.


“예서, 잠시 기다리게.”


그렇게 멀끔하다 못해 화려하게 치장된 비단이 깔린 자리로 저를 인도한 그는 이내 쫄래쫄래 영제의 곁으로 다가가 일부러 그에게 잡힌 뒤, 여인인 척 아양을 떨다 안대를 벗긴 영제의 뚱한 표정 속에 때가 되었음을 알려주었다.


“허, 참.”


그 와중에 이을 지켜보던 저는 덩치는 산만한 이가 계집과도 같은 비음이 섞인 높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놀라 경탄을 감출 수 없었지만, 그렇게 놀이를 끝낸 채 이쪽을 향해 휘적휘적 걸어오는 영제의 시선 속에 자세를 바로 한 채, 예를 갖출 수밖에 없었다.


쿠웅-


“신 하군교위 포홍, 폐하를 뵈옵니다.”


그렇게 바닥을 찧은 제 머리가 큰 소리를 내며 전각을 울리자 이에 놀란 궁녀들은 잠깐 긴장한 모양새가 되었다가 이내 깔깔대며 저들끼리 재잘거렸다.


소리가 커서 놀랐다는 둥, 간담이 떨어질 뻔했다는 둥 새들이 지저귀듯 하는 그 소리에 영제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미소짓다 이내 그 고개를 돌려 저를 칭찬했다.


“네가 짐의 여인들을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구나.”


“송구하옵니다.”


“송구는 무슨, 이 또한 즐거운 일이지.”


허나 그 와중에 오랜만에 듣게 된 옥음은 가히 이전만 못한 듯 싶었다.


‘확실히 젊디젊은 노친네가 이제는 노는 것에도 힘에 부치니 죽을 때가 다되었긴 하지?’


제게 예주로의 출병을 명하였던 두 달 전에 비해 그 목소리는 반쯤 쉬어 있었고, 그 끝에 발음이 부정확한 것은 기운에 부쳐 은연중에 말꼬리가 흐려지는 듯 싶었다.


“그흐....., 실로 오랜만이야. 그렇지?”


“예주로의 출병을 명 받은 뒤로 처음이옵니다, 폐하.”


“허면 그때와 같군그래, 짐에게 무한한 실망을 가져다준 결과를 가지고 돌아오기 전이었던 그때와 같아.”


이곳에서의 저를 잊었던 건석과는 달리 자신은 이를 기억한다는 것일까?


제가 그리 큰 피해를 보았으니 이번만큼은 실수하지도, 실패하지도 말라는 크나큰 경고인 것일까?


허나 그렇기에 저는 도리어 무던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그가 바라던 바를 그대로 들어주었다.


“그렇사옵니다, 폐하. 소신을 기억해주시는 것도 모자라 더는 그러한 실수가 없도록 그 과거마저 꼬집어주시니 다시 한번 감읍, 또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이것 참, 나는 너무 잘 짖는 개도 싫은데 말이지. 최소한도 길들이고 훈련하며 조금씩 경과를 보여야 성취감이 있거늘, 너무나도 변했어. 아니면 자네 본성이 원체 이랬던 겐가? 내가 기억하는 자네는 이리 내 앞에 아부를 잘할 정도로 인사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야.”


“.......”


생각해보니 이건 정말 의외였다.


어쩌면 진정으로 영제는 건석보다 더 저를 자세히 관찰하고 기억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대는 단순하고 투박한 사람이었지. 그 욕심도 순수하리만치 대놓고 드러나던 사람이었고. 하여 주인 된 이의 눈에 작은 걱정은 있었어도 큰 걱정은 없었어. 한데 이제는 그도 아닌 것 같아.”


간단히 말해 대가리 굴리는 것이 보통이 아니니까 거슬린다. 난 내가 파악한 네가 진짜인 줄 알았는데 건방지게 나를 속이고 기만했다. 허니 조심해라 여차하면 죽는다 뭐 이런 경고성 내용이긴 한데 결국 그렇다면 일은 그대로 맡기겠다는 소리가 아닌가?


스윽-


저는 부족한 채, 슬쩍 고개를 돌려 제 옆에 자리한 건석을 살폈다.


이에 인상을 찡그린 그는 이내 가벼운 손짓으로 계속 바닥을 가리키며 지속적으로 그 몸을 수그릴 것을 명했다.


하긴, 그래 뭐 지금은 이 정도면 되었다.


이미 명은 내려질 것이니 결국 남은 것이라 해봐야 약간의 굴욕 그리고 비위 맞추기 정도인가?


“어째서 말이 없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그렇사옵니다.”


“그렇다면 그리 말할 것이지. 감히 짐을 먼저 보채게 만든 것인가?”


“시정 하겠습니다.”


“허어, 재미있는 표현이로군.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느니, 어찌 제가 감히 폐하께, 살려주시옵소서 뭐 이딴 빤한 표현은 아니야.”


“........”


“이런 또 침묵인가? 시정하겠다더니 고작 그 찰나도 못 넘기는 게야?”


“그것이, 뭐라 답을 해야 할지 몰라 그리하게 되었사옵니다.”


“뭐라? 하하하하하!”


순간, 투박하리만치 솔직한 제 답을 들은 영제는 돌연 미소를 지으며 크게 웃었다.


“여전히 투박한 면이 남아있긴 하군그래. 허면 내가 본 것은 그대의 전체는 아닌 일면이었다는 소리겠지. 그래서 내 묻는 바이네만, 여전히 재화를 좋아하나?”


어찌 본다면 이것은 영제에게 안도였던 모양이다. 자신이 제 능력을 과신할 수 있는 저만의 절차가 담긴 화법이었던 모양이기도 하고.


“환장합니다.”


“흐하하하하하!”


그렇기에 저는 다시금 그가 좋아할 법할 답을 건넸다.


그리고 영제는 이에 다시 한번 미친 듯이 소리를 내며 웃었다.


“어째서, 어째서 그리 재화가 좋은 게야?”


“열심히 살아도, 노력해도, 전쟁터에서 살려고 발버둥 쳐도 남들만큼 모이지 않는 것이라 그렇사옵니다.”


“그래, 그래! 돈이 그런 게지, 암! 그리 지랄 맞은 게지! 하아, 이리 재미있는 장수이거늘, 왜 여태껏 내 이를 몰랐을꼬? 아니 그러한가, 소황문?”


이미 그 무릎을 탁 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그 옆에 자리한 건석마저 찾고 있으니, 저는 얼추 제 비위가 맞았음을 알고 가벼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하옵니다, 황상.”


“그래, 과거의 잘못에 대한 면박이야 그만한 공을 세웠으니 뭐, 이만하기로 하고.”


그래, 제발 이쯤 하였으면 그만이니 어서 본론으로 넘어가 준다면 감사하지 않을까?


“그대가 데려온 재주꾼 말이야, 아주 재주가 좋아. 줄도 잘 타고 수극도 잘 던지는 것으로 모자라 그 몸놀림이 가히 잔나비와 다를 바 없이 재빠르지, 내 조만간 내가 기르는 잔나비와 직접 경쟁을 시킬 생각이야.”


허나 그 와중에 들려온 것은 전혀 의외의 소식이었다.


“그....., 렇습니까?”


물론, 제가 천운으로 건진 귀한 사람을 한낮 재주꾼, 그도 아니면 그보다 못한 제가 기르는 동물 취급하는 영제의 태도에 잠시 흔들린 저였으나, 이를 찰나에 부여잡은 저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금 그의 앞에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였다.


“자네도 기대되지 않은가?”


“예, 실로......, 기대가 됩니다.”


“하하하하! 그래, 내 보여주지! 꼭 자네에게 보여주지!”


그렇게 즐거워한 영제는 그 뒤 한참을 이런저런 저만의 이야기를 쏟아내며 시간을 허비했다.


슬쩍 건석의 눈치를 보아하니 다시금 인상을 찡그리며 제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보아 이 또한 그에게는 일상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래, 어디 바라는 대로 다시 한번 예주로 다녀와.”


그렇게 간절한 와중에, 쓸데없는 이야기 속에 휘말려 시간을 허비하던 제가 그토록 바라던 이야기를 듣게 되니 실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마음 같아선 그냥 그 자리에서 일어나 그 얼굴을 부여잡고 뽀뽀를 왕창 해주고 싶지만 정작 그리되면 제 목이 날아갈 것이니, 제아무리 되찾은 정신이라고 해도 그 안에 제 이성은 살아있었다.


“황공하옵니다.”


그리고 결국 그 본론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여전히 부복한 제게서 조금씩 멀어지다 사라지는 육중하면서도 가벼운 듯한 그의 발걸음 소리가 정녕 끝이었다.


스윽-


그렇게 마치 꿈에서 깨어나듯, 무릉도원 속을 노닐다 현실로 돌아오듯 고개를 든 제 옆에 자리한 것은 한시름을 덜었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건석이었다.


“운이 좋았어. 황상께서 자네의 계획을 확실히 좋게 보신 모양이야. 거기다 오늘은 예상보다 짧게 끝났군.”


“좋게 봐주셨다니 다행이지요. 한데 어째서 이를 제 계획이라 말씀하신 겁니까?”


하지만 그 찰나에 문득 떠오른 것은 제가 이용당한 채 버려지게 되는 가정이었다.


이제는 저와 이별한 실 역사 속 저의 몰락.


그래, 분명 그때의 그림이 떠오르는 것은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끝내 살아남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여전히 건석을 경계해야 됨을 잊지 않았기 때문일까?


“허면 자네가 아닌 누구의 입에 나온 것이라 하나?”


“뭐, 소황문께서 직접 생각하신 바라 이야기하셔도 되는 것 아닙니까? 뭐 저야 쓰다 버리시면 되는 건 아닌가 해서 말입니다.”


“아, 그리 자네 공을 강탈하라? 해서 황상의 총애도 좀 더 독차지하고?”


“아닙니까?”


“승자의 비관이로군. 자네는 나를 천치로 아나? 그리되면 결국 그 입막음을 위해 자네를 죽여야 할 것이고 그리되면 결국 저 서원 바깥에 자리한 이들만 좋아하겠지. 무엇보다 그다음으로 튀어나올 자네의 재주와 사고를 써먹을 수 없지 않은가? 거기다 자네 정도 되는 이를 또 구하는 것도 힘들고 말이야.”


“과분한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다른 이도 아닌 소황문께서 그리 말씀해주시니 말입니다.”


“아니야, 아니야. 이는 두말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 맞아. 거기다 실상 나라고 매양 답을 내는 것이 아니지, 또한 내가 언제고 안팎으로 모든 일에 신경 쓰기도 힘에 부치고 말이야. 평상시에 이를 대비했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내 밑엔 죽었다 깨어나도 내 말만 듣는 놈들뿐이 없어. 제가 알아서 사고하고 행동하며 판단하는 놈들이 위험하다고 일찍이 다 쳐낸 것이 결국 이런 결과를 낳았던 셈이지. 나도 내 능력을 과신했던 셈이야. 해서 이제야 느낀 것이지만 자네의 존재는 내게 중요해. 그래서 하는 말이네만, 나는 자네를 안고 갈 생각이야.”


어떻게 보면 고백을 받은 느낌인데 이게 짝사랑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모양새였다.


어찌 본다면 집착이고 어찌 본다면 이제야 제대로 대우를 받게 된다고나 할까?


그래도 좋은 싫든 한동안의 목숨은 연장된 듯 보였다.


이쯤이면 제게 있어서도 충분히 좋은 결과인 셈이다.


“영광입니다.”


“영광은 무슨 이 모든 것은 다 자네가 쟁취한 게지.”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난 저는 그에게 몇 가지 주의사항을 들으며 천천히 서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때와 같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이라는 다짐을 속에 품고서 말이다.


그렇게 다시금 그 거대한 정문을 열고 멀어지는 저를 본 건석은, 이내 이전과는 달리 조금은 깊어진 눈길을 끝까지 제게서 떼지 않았다.


“화려한 복귀를 축하하네. 하지만 은연중에 어른이 빠져있더군. 그래 다들 그리 시작하는 게지. 그래도, 뭐 지금은 실수라 생각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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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화 – 그런 나조차 아직은 온전히 돌아설 수 없어 +6 20.06.02 2,805 46 16쪽
33 32화 – 그래서 너만큼이나 거슬리는 것이 많은 나 +12 20.06.01 2,616 50 16쪽
32 31화 – 보여줄게, 완벽히 달라진 나 +8 20.05.31 2,635 41 17쪽
31 30화 – 너는 내가 꺾는다(3) +6 20.05.30 2,559 42 20쪽
30 29화 – 너는 내가 꺾는다(2) +8 20.05.29 2,642 45 17쪽
29 28화 – 너는 내가 꺾는다(1) 20.05.28 2,595 37 15쪽
28 27화 –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동탁 그리고 그에 필적하는 사내 +4 20.05.28 3,094 50 13쪽
27 26화 – 그런데 그 송곳니에 자꾸만 고기가 낀다 20.05.27 2,646 48 18쪽
26 25화 –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졌다 +4 20.05.26 2,670 55 17쪽
25 24화 – 량주 최고를 논하던 사내는 +4 20.05.25 2,778 51 15쪽
24 23화 – 량주에서 +4 20.05.24 2,812 54 17쪽
23 22화 – 마지막, 그 세 번째는 살길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6 20.05.22 2,818 52 13쪽
22 21화 – 그 두 번째는 함께하는 이들 속에서 다시금 적아를 구별하는 일이었으며 +4 20.05.22 2,891 48 21쪽
21 20화 – 그 첫 번째는 다름이 아닌 충성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14 20.05.21 2,891 55 16쪽
20 19화 – 본격적으로 시작된 파국의 초 세기 +4 20.05.21 3,006 51 23쪽
19 18화 – 새해가 다가올수록 제가 아는 앞날이 가까워짐에 점차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4 20.05.20 3,038 50 19쪽
18 17화 - 너희의 허락이자 승낙이 그간의 모든 쓴맛을 씻어냈다 +2 20.05.20 3,184 50 18쪽
17 16화 – 대나무서부터 입을 버려서 그런가, 사탕수수가 찾아와도 그 입이 쓴 것은 마찬가지였다 +21 20.05.19 3,287 50 19쪽
16 15화 - 언뜻 보면 대나무와 사탕수수는 닮았다, 허나 그 맛은 천지 차이일 것이다 +9 20.05.19 3,350 55 17쪽
15 14화 – 파죽지세의 낭만은 사내의 로망이다 +7 20.05.18 3,368 64 18쪽
14 13화 – 잘못 잘린 대나무는 그 끝이 날카롭고, 그렇게 드러난 대나무의 속은 반쯤 썩어있다 +10 20.05.16 3,301 69 15쪽
13 12화 – 대나무를 잘라 죽통을 만들고 그 안에 쌀이든 돈이든 모조리 담아라 +6 20.05.15 3,391 64 17쪽
12 11화 – 겨울에 반하는 푸르름을 간직한 대나무는 군자가 아닌 반기를 상징한다 +21 20.05.15 3,621 69 19쪽
11 10화 – 실수가 지속되면 이는 곧 고의라 볼 수밖에 없다 +5 20.05.14 3,727 70 17쪽
» 9화 – 화려한 복귀는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9 20.05.14 3,901 71 16쪽
9 8화 – 해서 모두는 고민한다, 그다음에 찾아올 것은 정치일까, 전쟁일까? +6 20.05.13 4,124 60 17쪽
8 7화 – 세 번째 당고의 금은 그다음을 위한 전초전에 불과했다 +2 20.05.13 4,435 72 18쪽
7 6화 – 그 뒤집힌 정세 속 영제와 건석은 자신들을 위한 그림을 그렸다 +11 20.05.12 4,779 69 17쪽
6 5화 – 원 역사와 갈라선 이면의 결말 +6 20.05.12 5,098 78 15쪽
5 4화 – 충신과 간신 사이 +4 20.05.11 5,685 83 17쪽
4 3화 – 청류가 사주한 옥중 암살 미수 사건(2) +9 20.05.11 5,925 97 14쪽
3 2화 – 청류가 사주한 옥중 암살 미수 사건(1) +8 20.05.11 7,247 110 17쪽
2 1화 – 그렇게 깨어난 하군 교위가 이번에는 상군 교위를 만났다 +18 20.05.11 10,166 137 18쪽
1 서장 – 감옥에서 눈을 뜬 서원 팔교위 +23 20.05.11 15,120 20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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