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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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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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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34
글자수 :
3,864,810

작성
20.06.01 06:30
조회
2,619
추천
50
글자
16쪽

32화 – 그래서 너만큼이나 거슬리는 것이 많은 나

DUMMY

“하아, 너도 참. 너도 어지간히도 대단하다.”


이걸 농이라고 봐야 하는지 아니면 진심이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만 딱 봐도 진지한 허저의 눈빛은 누가 뭐라 해도 진심이었다.


“예?”


“그래, 어디 진정시켜봐. 나도 저놈들에게 할 말이 있으니, 낭패가 괜히 낭패가 아니니 그럴듯한 별명이라도 하나 붙여줘야겠다.”


그리 한숨을 내쉬는 저를 뒤로한 채, 슬쩍 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허저가 그 육중한 체구를 과시하며 곽사의 앞에 섰다.


“뭐야, 이 곰 같은 놈은? 아니, 뭔 놈의 사람이 배 밖에 안 보이니, 끄응! 그 얼굴을 볼 수가 있어야지, 으갸갸각!”


허나 여전히 창살 사이로 끼어버린 얼굴을 빼내려는 곽사는 여전히 그러한 허저의 얼굴을 보지 못한 듯 싶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허저가 그의 머리 위로 손을 올렸다.


터업-


“어?”


“흐읍!”


“으그갸갸갸갹!”


그렇게 자세를 잡고 그 머리를 밀어 넣기 시작한 허저의 압도적인 신력 앞에 곽사는 때아닌 고통 속에 발버둥 치며 비명을 질러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너 내가 말에서 떨어졌을 그때의 그 덩치 큰 놈 아니냐? 그래, 그 압도적인 힘으로 저 등신 같은 놈 머리통을 눌러버려라!”


“끄흐으윽! 야, 이각 너 진짜 이럴 거야! 이 새끼 너 나가면 진짜 내 손에 뒤진다! 아아악! 아파, 아프다고!”


“하하하! 더해라! 더해! 아주 그리 구겨지고 찌그러져 봐야 정신을 차리지!”


“너 임마! 지금 누구 편을, 끄흐아아악!”


허나 그러한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이각은 이미 저와 안면이 있던 허저를 향해 신이 난 모양새로 목청을 높였으니, 그 와중에도 서로 간에 투닥임을 멈추지 않던 그 순간, 곽사의 머리가 창살의 뒤로 빠졌다.


쿵-


“되, 됐다!”


“끄흐으, 쓰라려 죽겠네.”


“괜찮냐, 곽사!”


“너, 치연......, 이 새끼 진짜 나가면 가만 안 둔다.”


“이 무식한 놈아, 그러니까 적당히 설처야......!”


쿠웅-


“어이구, 놀래라이씨!”


그리 뇌옥 안으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지니 그나마 한숨 돌린 듯했는데, 그 와중에도 서로를 향한 투닥임을 멈추지 않으니 돌연 발을 구르는 허저였다.


“조용. 주공께서 할 말이 있으시다.”


그렇게 반강제로 진정이 된 그들 앞에 저는 한심스러운 눈길을 담아 각기 한 번씩 제 손가락으로 그 둘을 가리켰다.


“너는 랑(狼), 너는 패(狽).”


“뭐, 뭐요? 그게?”


“둘이 합쳐서 낭패다.”


“낭패?”


“그래, 바로 그 낭패다.”


이리 둘을 합쳐 낭패라고 하니 뭔가 이상할 듯싶은데, 이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그 낭패가 맞다.


대신 그 어원이 제법 오래된 것으로 본래 전설 속에 자리한 이리 두 마리를 합쳐 부른 것인데 그 두 마리 중 낭은 앞다리가 짧고 패는 뒷다리가 짧아 항상 붙어 다녀야 했고, 혹 둘이 다퉈 떨어지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여 일이 어긋나는 것을 낭패라 하는 것이다.


“그게 뭐냐?”


한데 제 눈앞에 자리한 이들은 그리 제가 언급한 낭패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듯 했다.


“남북조 시대 양 원제가 지은 방유양지일전에 보면은......”


“남북조?”


이때, 뭔가 이상하다고 눈치를 챘어야 했거늘.


“아니지, 아니지. 정확히는 당대의 단성식이 지은 유양잡조를......, 하, 제길. 그렇구만.”


저는 거진 그 모든 것을 다 입에 올리고 나서야 작금의 상황이 이에 해당되지 않음을 알았다.


그리고 이로 말미암아 대신 제가 그 어원의 개창자가 되는 것을 확신했다.


“그래, 이 량주 땅에 자리한 전설 속의 이리가 두 마리가 있는데 그들 중 하나는 앞다리가 짧고 그들 중 하나는 뒷다리가 짧아 거진 함께 다녀야 하는 두 마리가 있다. 허나 그리 신체의 일부가 문제가 있어도 전설 속의 동물이라고 그 둘이 함께라면 거진 못하는 일이 없었지. 허나 막상 그 둘이 다퉈 떨어지게 되니 서로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일이 틀어지고 어긋남을 이야기한바, 기존에 함께해온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두 이리가 낭패고 그걸 지금 우리에게 빗댄 거요?”


“그런 셈이지, 예언이라고 봐도 좋다.”


낭패라, 어찌 보면 또 다른 전설 속의 동물인 비익조 같긴 한데 거진 이러한 쪽은 그 이야기들이 다 비슷한 셈이다.


뭐, 일상에서 이를 접한다면 두 나무가 자라면서 한데 붙거나 그 가지나 기둥이 맞붙어서 결이 통한 연리지가 더 흔한 예가 되겠지만 실상 이 또한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기다 량주의 무인이며 장수이자 군벌의 특성을 갖춘 이들을 두고 뭔가 부부의 사이와 연인의 사이를 빗대는 것에 가까운 비익연리(比翼連理)는 좀 그렇고, 역시 낭패가 제일 잘 어울리는 비유이기에 저는 이를 골랐다.


무엇보다 역사 속에 기록된 그들의 생이 정확히 그 비유에 들어맞지 않은가?


“둘이 함께하였을 때, 그 무엇도 두려울 것 없이 모든 것을 쥐었고 둘이 갈라섰을 때 함께하였을 적에 이룬 그 모든 것을 잃었다.”


그렇게 조용한 적막 속에 마치 시가를 읊듯 그 운율을 더하니 뻘쭘한 표정의 곽사는 홱하니 고개를 돌려 보였고, 코끝이 시큰한 것이 나름의 감동을 받은 모양인지 이각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손가락으로 제 콧잔등을 문지르고 있었다.


“칫, 유자도 아니고 별 같잖은 교훈으로 사람 화해시키려 하지 마시오. 우린 원체 사이가 좋으니.”


“그래, 허니 제발 그래라. 이제 조만간 동탁을 볼 것인데 그때 가서 네놈들이 싸워서 포홍의 목을 치지 못하고 졌어요, 할 건 아니지 않느냐? 그리되면 욕을 먹어도 네놈들이 다 먹을 것이고, 훗날의 승진은 물론, 동탁에게도 실망을 안겨줄 듯 싶은데?”


“그, 그건......!”


“제길, 내 그 생각을 못했네!”


“거기다 실상은 그 서로를 위하는 끔찍한 마음으로 덤벼들었어도 나 하나를 이기지 못하였으니 원래대로 그냥 내가 강한 것이 낫지 않더냐? 그래야 구겨진 너희의 체면도 좀 서겠지.”


그렇게 그들에 대한 입장이 정리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그들이 보는 앞에서 저는 동탁을 향한 친서를 써 내려갔다.


물론, 그 내용 또한 이들이 보는 앞에서 말이다.


“일만, 그러니까 우리의 목숨값이 고작해야 일만 밖에 아니 되오?”


“네놈들도 알 것 아니냐? 저 홀로 관군을 꿀꺽해 사병마냥 만들려는데 그 욕심도 적당히 부려야지.”


“크흠!”


“어찌 되었든 일만을 받으면 이제 안녕이다.”


안녕.


그래, 그 알게 모를 묵직한 감정의 동요 속에 저는 작금의 저를 돌아보며 멀어지는 그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쪼르륵-


“그래, 일만의 사병을 내어줄 정도로 훌륭한 무장인 것은 알겠습니다만 이토록 빨리 답변을 내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시간이 금세 흐른 셈이다.


거진 초원의 한가운데 떡하니 술상 하나를 두고 이리 동탁과 마주하고 있으니 말이다.


탁-


“누가 뭐라 한들 내 자식은 내가 챙겨야지.”


단단한 바윗돌과 같은 손이 찻잔을 내려놓음에 저는 서로 마주 앉은 상황에서도 연신 저보다 더 거대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를 천천히 살폈다.


‘허저보다는 좀 작아도 그 덩치는 거의 똑같네, 진짜.’


거진 돌아온 제정신으로 말미암아 마치 상대를 처음 보는 양 그리 그에 대한 소회를 밝히던 저는 의외로 제 사람들에 대한 노골적인 포용성을 드러내는 그의 발언에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왜, 내가 관병 일만을 그리 아까워할 이로 보였나?”


“그게......, 이 사람한테서는 전공을 사가셨지 않습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야, 당장에 필요하면 그에 대한 대가는 필연적으로 지불하지. 허나 이번에 다른 것이 있다면 거진 중앙군이라 한들, 일만 따위 내가 거둬들인 내 새끼들만 못하니 당연히 그쪽이 생각한 것과 결과가 달라졌다는 것이겠지.”


자존심도 있고 나름 제 안목에 대한 믿음도 있고 또 결단력가 더불어 의리도 있는 듯하니 마치 거대한 조직의 보스나 한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 수컷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그에 비한다면 저는 확실히 아직까진 어디 가서 한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 수컷이라 말하기도 뭐한 듯 보이니, 지금도 믿음직한 면면들이 그의 뒤에 주르륵 자리하고 있는 모습들이 절로 대단해 보였다.


물론, 이쪽도 순우경이나 허정 그리고 허저 등이 있으니 그리 꿇린다는 생각은 없었다만, 거진 수십에 달하는 장수들이 포진한 것과 같은 그 모습은 가히 이쪽의 부족함을 여실히 드러내 보이고 있었음에, 나름의 아쉬움이 느껴진달까?


그리고 그 와중에 이러한 제 속내를 동탁 또한 얼추 읽어낸 모양이었다.


슬쩍 미소를 지으며 이쪽을 향해 친절을 베푸는 것을 보니 말이다.


“하긴, 나보다 젊은 자네가 어째 그 평지풍파가 끊이질 않다 못해 그 와중에 권력을 맛보고 또 제 목도 날아갈 뻔했고 바닥으로 추락했다 다시금 이리 드높게 비상하였으니 생각이 많겠지.”


“그게 무슨 소립니까?”


“최소한도 사람이 배신당하지 않으려면 언제고 그 쓰임을 간직해야 해. 최소한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그 누군가에게 이용할 가치가 있으며 혹시 모를 상황에 기댈 수 있는 힘. 그리고 언제든 간택을 받으며 아쉬울 것 없는 입지를 내보일 수 있는 힘.”


쪼르륵-


“그런 의미에서 일단 한 잔 받게.”


“참, 나 죽이라고 신분도 숨긴 채, 사람 내려보낼 땐 언제고 이제와서 챙겨주는 척은.”


“이기적이지, 과거를 생각하면 말도 아니 될 일이야. 배신감도 느끼겠지, 허나 적응하게. 이게 량주 아닌가? 살려면 수그리고, 수그려야 그다음이 있지. 입지는 언제고 변하고, 상대에 대한 관계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대의 눈빛 속에 이를 확인했네. 허니 내가 그대에게 넘기는 일만, 이는 곧 그대에 대한 호의라 해두지.”


“방금 전엔 뭐 당연한 거래마냥 응했으면서.”


“하하하하! 좀생이마냥 좁은 속은 여전하구만, 그래 가지고 어디 크게 자리할 수 있겠나? 하긴 그러니까 엄한 판단을 내리며 건석 따위의 밑구녕이나 핥고 사는 것이겠지.”


콰앙-


“뭐요?”


그렇게 저는 거진 일부로 그의 도발에 걸려든 모양새를 취했다.


실상 저 또한 그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니 대저 어디까지인지 그 한계와 적정선을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그리 이빨 드러낸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네. 자네에게서 군공 몇 사갔다고 나라는 사람이 이륙한 모든 것이, 이 손아귀로 만들어 내고 쌓아 올린 모든 것이 자네를 비롯한 엄한 이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인 양 착각을 하면 곤란하지. 거기다 내가 꺾은 곽사와 그 실력이 엇비슷하다면 더더욱.”


“허나 그자가 그대의 앞에 굴복한 것은 오래전 일, 그동안 전장을 전전하며 갈고 닦은 실력이 있지 않겠소?”


“그래서, 그러는 그동안 나는 뭐 놀고 있었나 보지?”


스윽-


그렇게 제 육중한 거구를 일으키는데 거진 이번만큼은 저뿐만 아니라 제 뒤에 자리한 허저 또한 놀란 눈치였다.


슬그머니 가라앉은 눈빛 하며 무심함 속에 흘러넘치는 무장의 기도가 가히 절로 주변을 집어삼키며 날이 선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음에, 저 또한 그에 휘말려 절로 찌릿한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제법이시오?”


“이 땅에 군림하려면 당연히 제법이어야지, 그리고 한 가지 더. 내 자네를 껄끄럽게 여긴 것은 말 그대로 자네가 거슬려서이지 자네가 나보다 강해서가 아니네.”


터엉-


“허니 원한다면 양껏 덤벼보도록 하게. 내 직접 받아주지.”


그렇게 저쪽 또한 거진 일부로 이쪽의 도발에 응한 모양새였으니 돌연 제 칼을 상 위로 올려놓는 그 모습에 김이 팍 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저였다.


“쳇, 사람 떠보기로서니 어찌 그리 진심이 하나 없소?”


“그러는 자네야말로, 되지도 않을 짓은 하지 말게. 내 자네의 과거를 빤히 아는데 이제와 머리 좀 굴리며 조심성 있게 군다고 자네가 갑자기 영민한 짐승이 되는 것은 아니질 않은가?”


“끄응.”


그렇게 별반 소득 없을 서로의 연기를 확인한 저와 동탁은 다시금 자리에 앉아 본론을 꺼냈다.


“그래서, 언제까지 건석을 따를 게야?”


“뭐가 그리 불만이요? 내 작금에 그대보단 잘 살지 않소?”


“하하하! 저 홀로 우리 속에 들어가 사는 걸 좋아하는 짐승이 이제는 바깥 세상을 걱정하면 쓰나? 그래도 나는, 그대가 이전과는 달리 조금은 영민해진 듯하여 알아서 그 우리를 찢고 나온 줄 알았거늘, 그도 아니었던 모양이지?”


“........”


“것 보게. 이 사람아, 자네가 이 량주 땅에 들어서자마자 벌인 짓을 봐. 이쯤 되면 자네가 과거에 벌려놓은 일들이 거진 작금의 상황을 위해 일부러 벌인 일이라 생각될 정도야. 나처럼 모두와 두루두루 친하게 지낸다면야 다들 어줍잖은 관계 속에 어줍잖은 것만을 주고 받을 뿐이지만, 최소한도 자네처럼 적아의 구분이 확실하다면 최소한도 자네의 편에 설 절반은 확실히 건질 수 있지 않은가?”


외부의 시선이라 그런지 자세한 내부사정을 잘 모르는 듯 보였으나 그럼에도 얼추 이쪽의 상황을 꿰고 있는 동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건석을 택한 것은 실로 잘못되었어. 그 후계가 아닌 짧디짧은 당대의 영달을 택한 것은 실로 잘못되었네.”


“그건......”


“결국 후계는 폐하의 의중일 것이고 그 의중이라 해봤자, 하씨나 동씨 둘 중 하나일 뿐이야. 그러나 제 욕심 많고 천한 이들이 멋대로 날뛰는 꼴을 그저 좋게 볼 폐하는 아니시지. 설령, 자신마저 그 핏줄이 천한 장시 바닥을 굴러다니며 살았다고는 해도 막상 다시금 저 같은 이가 설치는 것이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지 않나?”


그도 모자라 노골적인 진심을 보이니 이미 그 또한 동 태후를 비롯한 이들에게 따로 언질을 받았는지 궁 내의 상황 또한 얼추 알고 있기에 이리 나온 모양이었다.


쿠웅-


“지금 감히 일개 신료가 국본을 논하는 게요?”


“논하네, 앞날이 머지않았으니.”


“그건 또 무슨......!”


저야 역사를 안다지만, 동탁에게 이는 그저 짐작일 뿐이었을 것을 벌써부터 이에 대한 확신을 보이고 움직인다는 것이 저로 하여금 절로 소름을 돋게 만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미 영제의 소식과 더불어 거진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바가 아닌가?


스윽-


“허니 잘 생각해. 어차피 내게서 빼앗아간 일만, 그 일만을 자네 잠깐 좋으라고 다시금 도성에 가져다 바치면 자넨 그냥 황보숭 같은 작자로 저 홀로 좋은 사람, 허울뿐인 명성을 간직한 채 쓸쓸히 죽어가는 조당과 외척을 위한 사냥개이자 치장으로 끝나는 게야. 허나 나마냥 이를 집어삼키면......., 그래. 그땐 내 자네가 나의 가까이에 섰음을, 비로소 나와 같은 꿈을 꾸고 있음을 내 인정하지.”


그렇게 의자를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그 육중한 몸을 움직여 자신의 본진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 그리고-!”


그 와중에 돌연 제 할 말이 떠오른 모양인지 목청을 높이고 몸을 돌인 그는 이내 저를 보며 아주 시원하고 후련한 미소와 더불어 감히 제가 거부할 수 없을 제안을 건네고 있었다.


“사람은 저와 같은 동류와 동족을 거부해도, 짐승은 도리어 그러한 이들을 반기네. 뭐 먹이도 풍족하고 내 적은 아직도 강하니 살아남으려면 함께 해야지. 한데 이를 두고 낭패라고? 허면 내 이리 제안하지. 어차피 하씨의 자식이 보위에 오를 것을 두고 볼 생각이 아니면, 하진과 양립할 수 없다면 그땐 건석이고 천자고 다 버리고 진심으로 나를 찾게. 누가 낭패가 되든 내가 그 반쪽이 되어주지. 나는 우리와 같은 이리가 다스리는 세상을 원하는 사람이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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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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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화 – 그런 나조차 아직은 온전히 돌아설 수 없어 +6 20.06.02 2,808 46 16쪽
» 32화 – 그래서 너만큼이나 거슬리는 것이 많은 나 +12 20.06.01 2,620 50 16쪽
32 31화 – 보여줄게, 완벽히 달라진 나 +8 20.05.31 2,639 41 17쪽
31 30화 – 너는 내가 꺾는다(3) +6 20.05.30 2,563 42 20쪽
30 29화 – 너는 내가 꺾는다(2) +8 20.05.29 2,645 45 17쪽
29 28화 – 너는 내가 꺾는다(1) 20.05.28 2,600 37 15쪽
28 27화 –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동탁 그리고 그에 필적하는 사내 +4 20.05.28 3,099 50 13쪽
27 26화 – 그런데 그 송곳니에 자꾸만 고기가 낀다 20.05.27 2,650 48 18쪽
26 25화 –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졌다 +4 20.05.26 2,673 55 17쪽
25 24화 – 량주 최고를 논하던 사내는 +4 20.05.25 2,781 51 15쪽
24 23화 – 량주에서 +4 20.05.24 2,815 54 17쪽
23 22화 – 마지막, 그 세 번째는 살길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6 20.05.22 2,821 52 13쪽
22 21화 – 그 두 번째는 함께하는 이들 속에서 다시금 적아를 구별하는 일이었으며 +4 20.05.22 2,894 48 21쪽
21 20화 – 그 첫 번째는 다름이 아닌 충성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14 20.05.21 2,894 55 16쪽
20 19화 – 본격적으로 시작된 파국의 초 세기 +4 20.05.21 3,010 51 23쪽
19 18화 – 새해가 다가올수록 제가 아는 앞날이 가까워짐에 점차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했다 +4 20.05.20 3,041 50 19쪽
18 17화 - 너희의 허락이자 승낙이 그간의 모든 쓴맛을 씻어냈다 +2 20.05.20 3,187 50 18쪽
17 16화 – 대나무서부터 입을 버려서 그런가, 사탕수수가 찾아와도 그 입이 쓴 것은 마찬가지였다 +21 20.05.19 3,292 50 19쪽
16 15화 - 언뜻 보면 대나무와 사탕수수는 닮았다, 허나 그 맛은 천지 차이일 것이다 +9 20.05.19 3,353 55 17쪽
15 14화 – 파죽지세의 낭만은 사내의 로망이다 +7 20.05.18 3,371 64 18쪽
14 13화 – 잘못 잘린 대나무는 그 끝이 날카롭고, 그렇게 드러난 대나무의 속은 반쯤 썩어있다 +10 20.05.16 3,304 69 15쪽
13 12화 – 대나무를 잘라 죽통을 만들고 그 안에 쌀이든 돈이든 모조리 담아라 +6 20.05.15 3,395 64 17쪽
12 11화 – 겨울에 반하는 푸르름을 간직한 대나무는 군자가 아닌 반기를 상징한다 +21 20.05.15 3,628 69 19쪽
11 10화 – 실수가 지속되면 이는 곧 고의라 볼 수밖에 없다 +5 20.05.14 3,732 70 17쪽
10 9화 – 화려한 복귀는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9 20.05.14 3,908 71 16쪽
9 8화 – 해서 모두는 고민한다, 그다음에 찾아올 것은 정치일까, 전쟁일까? +6 20.05.13 4,130 60 17쪽
8 7화 – 세 번째 당고의 금은 그다음을 위한 전초전에 불과했다 +2 20.05.13 4,440 72 18쪽
7 6화 – 그 뒤집힌 정세 속 영제와 건석은 자신들을 위한 그림을 그렸다 +11 20.05.12 4,785 69 17쪽
6 5화 – 원 역사와 갈라선 이면의 결말 +6 20.05.12 5,104 78 15쪽
5 4화 – 충신과 간신 사이 +4 20.05.11 5,690 83 17쪽
4 3화 – 청류가 사주한 옥중 암살 미수 사건(2) +9 20.05.11 5,931 97 14쪽
3 2화 – 청류가 사주한 옥중 암살 미수 사건(1) +8 20.05.11 7,253 110 17쪽
2 1화 – 그렇게 깨어난 하군 교위가 이번에는 상군 교위를 만났다 +18 20.05.11 10,178 137 18쪽
1 서장 – 감옥에서 눈을 뜬 서원 팔교위 +23 20.05.11 15,145 20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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