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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적 님의 서재입니다.

오늘도 아수라장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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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적
작품등록일 :
2024.03.29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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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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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2화 - 짭은 짭이요, 찐은 찐이로다. (3)

DUMMY

“우와.”


장건도는 인간의 경지를 벗어난 두 사람의 대결에 차마 끼어들 생각을 못하고 물러섰다. 저 띠그레 우라칸이라는 루차도라의 실력은 적어도 사도급은 되어보였다. 그렇다면 아라한급인 라훌라와 비빌 정도는 된다.


“아니 도대체 부산은 뭐하는 동네길래···. 나 지금까지 이렇단 얘기 못 들었다고.”


장건도는 통도사의 동자승으로 자라서 경남권에서 살았지만 부산이 이런 동네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때 궁시렁대는 그를 향해 라훌라가 날아온다.


“으악!”


장건도가 잽싸게 피하자 라훌라는 방금까지 장건도가 있던 자리를 구르고, 저 위 검품장 천장을 띠그레 우라칸이 날아온다. 우아한 궤도와 함께 날아오는 라운딩 바디 프레스가 쩍하고 라훌라에게 명중하자 바닥에 금이 간다.


“흠!”


하지만 라훌라는 폭발적인 브릿지로 띠그레 우라칸을 위로 발사했다. 그리고 자신도 몸을 일으키더니 떨어지는 띠그레 우라칸을 걷어찼다. 굉음과 함께 띠그레 우라칸이 저쪽 구석으로 날아가고, 라훌라가 성큼성큼 걸어간다.


“왜 굳이 저 수녀를 부른 거지?”


납륜법왕의 손이 김하운의 팝콘을 한 움큼 가져간다. 김하운은 아예 팝콘 봉투를 그녀에게로 내밀었다.


“이번 사건의 배후 아시죠?”


루시퍼. 무장돌격대가 진신사리를 훔칠 수 있었던 것은 루시퍼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놈은 사천왕에게 잡혀갔지 않나.”


당시 루시퍼는 통도사에서 김하운의 술수에 말려 사천왕에게 잡혀갔다.


“고작 화신체 하나죠.”


그러나 그 루시퍼는 어디까지나 본체의 수많은 화신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 신중한 놈이 나타날까?”


납륜법왕의 말대로 루시퍼는 신중하고 또 음흉하다. 이번에 화신체가 잡혀간 것도 그의 계획일 가능성이 높다.


“띠그레 우라칸은 사도입니다. 그리고 루시퍼는 사도와 신도에게 간섭할 수 있죠. 지금은 유혹하기 위해서 쓰지만, 원래부터 그에게 주어진 권한이 바로 그거였으니.”


“흐음.”


“루시퍼는 신중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뛰어넘는 관심종자죠. 당연히 본체는 안 나타나겠지만 다른 화신체가 나타난다면 놈의 의중이 무엇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습니다.”


“만약 나타나지 않는다면?”


“어쩌겠습니까. 여기서 쇼부쳐야죠. 뭐.”


둘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라훌라는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크윽!”


띠그레 우라칸이 차츰 밀리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녀가 두억시니와 싸웠을 때는 벌여놓은 판에서 싸웠었다.그래서 그녀는 관중들의 힘을 얻어 강해질 수 있었고, 두억시니 또한 도깨비인 특성상 띠그레 우라칸의 기술을 접수할 수밖에 없었기에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 띠그레 우라칸이 밀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녀가 제아무리 화려한 루차 리브레를 펼쳐도 라훌라가 접수를 하지 않으니 경기는 자연 타격계로 흘러갔고, 승기는 라훌라에게로 흘러갔다. 와장창하는 굉음과 함께 라훌라의 펀치를 막은 띠그레 우라칸이 검품장 벽을 부수며 바깥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부서진 벽을 라훌라가 뚫고 나가자 일행도 우르르 따라 나갔다.


“자, 띠그레 우라칸. 그만! 됐습니다! 충분히 시간 끌어주셨습니다.”


서둘러 김하운이 경기 종료를 알렸다. 그의 말에 띠그레 우라칸은 숨을 고르며 뒷걸음질을 쳤고, 라훌라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띠그레 우라칸과 김하운, 납륜법왕을 번갈아 보았다.


“뭐냐, 싸우다 마는 거냐? 겨우 이정도야?”


“아니, 아직 싸우고 있다니까. 너 조지려고 열심히.”

그때 이미 김하운은 통화중이었는데, 그는 전화기에 대고 또 뭐라고 속닥대고 있었다.


“예, 안 늦었습니다. 수녀님이 오프닝 이벤트로 시간을 벌어주셔서요. 자, 스님들, 준비 되셨습니까?”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디선가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왔다. 김하운의 뒤쪽 저 멀리서 소방 헬기 하나가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또 저쪽에는 방송국 헬기가 날아오는 중이다.


“뭐냐, 네놈 뭘 꾸미는 거냐.”


당황한 납륜법왕의 말에 김하운은 피식 웃었다.


“흥, 천계의 일은 천계에, 인계의 일은 인계에.”


그리고 들고 있는 폰을 스피커 모드로 해서 내밀었다. 그룹 통화였는지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하하! 곰방와, 코토입니다.


-후토입니다, 오야스미.


통도사에 유학을 와있던 두 일본 스님들이 저 헬기들에 나눠 타고 있었다.


“자, 스님들, 아까 부탁드렸던 대로만 해주시면 됩니다.”


김하운의 말에 장건도와 납륜법왕은 여기 오면서 계속 어디론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굉장히 다급한 연락으로 보였는데 이번에 김하운의 여러 인맥 덕에 수사에 굉장한 성과를 얻은지라 그때는 아무 말 않고 보기만 했었다. 그런데 이 김하운이란 또라이는 문자로 부산성당의 마르가리타 수녀와 통도사의 코토, 후토까지 부른 것이다.

김하운의 폰을 통해 코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불법을 수호하는 우리 앞에 적은 없을지니!


이어지는 후토의 목소리가 헬기의 소음을 밀어내며 울려 퍼진다.


-마셜 제도의 성화여! 지금 이곳에 다시 등장하라!


순간 두 헬기에서 푸른 청광이 빛난다.


--비키니 비-무!


두 사람의 낭랑한 기합과 동시에 가느다랗게 압축된 고온의 플라스마 빔이 두 헬기에서 뿜어져 나와 라훌라에게 명중했다.


“아아악!”


플라스마의 교차사격에 갇힌 라훌라가 비명을 지른다. 아무리 아라한인 그라고 해도 이 성화의 힘은 버텨낼 수 없는 것이다. 플라스마가 반인반신의 아라한의 육체에 직격하다가 땅바닥을 긁자 순식간에 아스팔트 바닥이 녹아내린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이 비키니 섬에서 가져온 빔의 초탄은 라훌라에게 정확히 명중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마트 앞마당을 녹이고만 있었다. 설마 조준 실패인가 싶었지만 김하운을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바닥을 지지는 플라스마 빔을 보던 김하운이 초조한 목소리로 통화했다.


“스님, 성화 소환을 계속하셔도 되겠습니까?”


-히-하! 걱정은 야메떼. 피로가 뿅하고 사라지는 비약을 먹고 왔습니다.


순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장건도가 끼어들었다.


“뭐? 뭐가 뿅?”


-피로뿅 데스. 신의 바람을 탈 때 피로뿅 복용은 우리 민족의 전통!


“어? 어어?”


코토의 대답에 장건도가 긴가민가해서 우물쭈물할 때 김하운이 나섰다.


“어허, 그런 거 있어요. 시골 할배할매들이 무릎 아플 때 먹는 거. 그 뭐야, 유기농, 예예, 무농약입니다.”


김하운은 저리 가라는 듯이 장건도를 밀쳤고 거기 밀려 뒷걸음치던 장건도는 문득 바닥을 보았다. 그리고 눈을 크게 떴다.


“어어?”


저 플라스마 빔은 빗나간 것이 아니었다. 아주 정밀하게 쏘아져 바닥에 진을 그리고 있었다. 비키니 빔에 맞고 무릎을 꿇은 라훌라의 주변으로 플라스마 빔이 술법진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건···축지법의 진? 아니, 소환의 진인가?”


장건도는 축지법에 일가견이 있어서 지금 플라스마로 그리는 진이 무엇인지 대번에 눈치챘다.


“네놈! 이 축지법은 설마?”


납륜법왕 또한 여기 그려진 진이 어디와 통하는 지 바로 알아봤다. 그리고 노호성을 터트렸다.


“이 미친 새끼! 여긴 룸비니! 마야데비 사원이잖아!”


하지만 김하운은 실실 웃으며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성화소환은 시간과 공간을 추월해서 차원 간의 문을 여는 것이죠.”


김하운의 술법력이 들어가자 축지법의 진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그때 저 두 스님의 성화 소환은 루시퍼의 차원결계를 깰 정도였습니다. 그 성화 소환술로 축지법의 진을 그리면 어떻게 될까요?”


김하운은 지금 자신의 심력을 모두 이 진의 생성에 쏟아붓고 있었다.


“으음!”


납륜법왕은 이 축지법의 진이 보통이 아님을 깨달았다. 원래 축지법은 이 땅과 저 땅을 연결하는 것. 그러나 김하운이 만든 축지법은 시공을 초월해 그 땅에 인연이 있는 자들을 서로 연결하고 있었다.


“후후, 라훌라여. 너의 인연도 만만찮게 깊구나.”


김하운이 일어섬과 동시에 축지법의 진이 완성되었다. 비키니 빔의 발사가 끝나자 헬기들은 돌아갔고, 바닥을 녹여 만든 진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석가모니가 태어난 룸비니에서 라훌라와 인연이 있는 존재를 시공을 넘어서 데려오려는 것이다.


마침내 축지법의 진 위로 어떤 형상이 등장했다.


“저, 저건 뭐지?”


장건도가 본 것은 어스름이다. 아직 밝은 낯에 손 아래 약간씩 보이는 희미한 그림자. 그 그림자가 인간의 형태를 하고 일어섰다. 납륜법왕은 그 인간의 형태를 보더니 바로 무릎을 꿇고는 합장했다. 그 모습에선 지금까지 그녀에게서 볼수 없었던 경건함과 존경심이 깃들어있었다. 오륜법왕인 그녀가 이런 자세를 보일만한 인물은 몇 없다.

합장을 마치고 고개를 든 납륜법왕이 조용히 말했다.


“이것은, 잔향···이군.”


“네, 잔향입니다.


김하운의 말대로 저 그림자는 과거 석가모니가 남겼던 향기, 그것을 불러온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곳에 오는 순간 저 진 위에 서있던 라훌라라는 존재가, 거기에 깃든 석가모니의 진신사리에서 인간을 만들고자 했던 무장돌격대의 술법이 과거에서 불러온 향기마저 인간의 형태로 벼려낸 것이다.


플라스마의 공격으로부터 다시 일어난 라훌라는 ‘자신이란 그림자’를 만든 존재가 과거에 남겼던 향기를 맡았다. 자신의 아들을 라훌라라고 부르며 출가한 자의 과거, 그가 남기고 간 향기가 이곳에 축지법으로 소환되어 자신의 앞에 선 것이다.


“자자, 선수입장. 결자해지.”


김하운이 깝죽대면서 나서서 라훌라와 잔향의 그림자를 번갈아 보았다.


“어디보자, 누가 찐이고 누가 짭일까요? 룰루루.”


장건도와 납륜법왕은 김하운의 만행에 말도 안 나올 지경이다. 소환을 해도 할 게 있고 안할 게 있지, 이놈은 냅다 선을 넘어버리는 것이다.


“야, 너, 이씹···.”


장건도는 뒷목을 잡고 말을 더듬었고, 그를 보며 김하운은 콧방귀를 뀌었다.


“아놔, 나 회색이라니까아. 나 원래 이런 짓 하는 놈이라니까아.”


킬킬대는 김하운의 모습에 장건도는 어이가 털려서 납륜법왕을 돌아보았다.


“이, 이거 괜찮은 겁니까?”


그러자 납륜법왕은 눈을 꼭 감은채로 대답했다.


“우리처럼 깨달음이 얕은 아랫것들이야 노발대발하겠지만, 그분께서 이런 것을 신경이나 쓰실까.”


납륜법왕의 말대로 석가모니는 이런 일에 신경을 전혀 안 쓴다. 애초에 모든 미련과 집착을 버린 존재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생들이 해를 입을 경우를 염려해 납륜법왕을 보낸 것이지, 라훌라와 자신의 향기가 싸운다면 그냥 내버려 둘 것이다.


“에혀, 진신사리를 들고 모시는 놈들이 향기 좀 불러왔다고 유난은. 쯧.”


납륜법왕과 장건도는 눈에 불을 튀기며 김하운을 노려보았다. 그러는 사이 라훌라와 잔향이 충돌했다.


-우르릉-


-꽈르릉-


엄청난 굉음이 공기를 울리고, 진동이 땅을 울린다. 아까 띠그레 우라칸과의 격돌은 인간과 인간의 대결이었다면, 지금은 자연재해 수준이다. 김하운은 감당 안되는 둘의 격돌을 보며 납륜법왕을 불렀다.


“시작됐다. 어이, 거기 납륜법왕. 멍하게 넋 놓고 보지만 말고 간 보다가 각 나오면 바로 뒤치기 들어가세요.”


어이가 털린 납륜법왕은 우선 저놈부터 뒤치기를 해버릴까 잠시 고민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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