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하랑님의 서재입니다

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새글

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4.06.22 18:10
연재수 :
294 회
조회수 :
1,529,205
추천수 :
30,565
글자수 :
2,242,906

작성
23.07.02 18:10
조회
9,532
추천
166
글자
16쪽

안휘행(2)

DUMMY

※※※



늦여름은 금방 도래했다. 삼 주의 시간은 바람처럼 흘러갔다. 아침 공기가 차갑다 느껴지던 첫날, 백연은 곤륜산 아래에 내려와 있었다.


챙긴것은 단촐했다. 몇가지 물품과 건량. 그리고 조금의 여비가 든 행낭. 더해 비상시에 쓸 단약도 챙겨져 있었다. 미량의 기운을 돋게 하고 치유 속도를 증진시키는 영약이었다. 무복 위에 두른 가벼운 피풍의와 여휘검도 함께였다.


“용봉지회에는 큰 방파들이 많다. 대부분 선한 이들이겠지만, 마음속에 질시를 품고 있는 자들은 어디에나 있으니 조심하거라.”


운결의 말에 옆에 서 있던 단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사형된 몸으로 잘 이끌겠습니다.”

“그거 맞아, 사형?”

“허허. 두 사람 다 위험한 일에 휘말리지는 말거라. 도인으로써 협의를 행하는 것은 좋으나 문파의 장문된 몸으로써 너희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라 하고 싶구나.”


그리 말하며 그들을 내려다보는 운결의 시선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이른 아침부터 도복을 걸치고 나온 장문인의 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눈가에 어둠이 드리워져 있는 것이 필히 밤을 지샌 모양이었다.


‘만금장 이야기는 안하길 잘했나.’


이번 여정이 용봉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장문인에게 밝히지 않았다. 괜한 기우를 더해줄 뿐이라 생각해서였다. 지금 보니 맞는 판단이었다.


“걱정 마시지요.”


백연이 여휘검의 검파를 매만졌다.


“다 눌러주고 오겠습니다. 곤륜의 이름 아래.”

“패기가 당돌하구나. 자질을 의심치 않고 있다. 너라면 할 수 있겠지.”


운결의 시선이 부드러이 그들을 쓸었다. 무공 성취가 나날이 달라지는 소년들이다. 그 중 백연은 이미 암화라는 별호까지 얻었다 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그로써 듣고도 믿지 못할 일들을 연달아 해내는 소년이다. 천고의 자질이 눈앞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눈에는 여전히 어린 아이들일 뿐이었다. 한번 외유를 다녀온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다시 나가다니. 걱정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백연은 그런 장문인의 시선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안휘행. 중요한 일이다. 하오문에서 자신이 약조한 두 번의 조력중 한 차례를 사용해가며 맡긴 일이니 그 중요도가 낮지 않다. 위험도도 그랬다. 이번 일의 성공 여부에 따라 하오문의 세력 균형이 크게 기울 것이라 봐도 무방했다.


더해 이번 일은 하오문에게만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만금장은 안돼.’


만금장의 악의적인 행위. 처음 옥수에 왔을때 이미 직접 눈으로 목도한 바가 있다. 하오문도 완전히 깨끗한 단체는 아니라 하나 만금장은 선을 넘었다. 그 나름대로 마음속에 그어둔 선을.


그런 이상 그는 만금장과 타협할 생각이 없었다. 금원방이 만금장과 손을 잡았을지 모른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이번 안휘행을 수락하기로 결심한 이유였다.


‘만금장과 금원방. 그리고 용봉지회.’


전부 그의 시금석으로 삼을 것이다. 무학의 길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에 더없이 좋은 발판 들이다. 그의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번 여정에 많은 것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고.


백연은 운결에게 포권했다.


“다녀오겠습니다.”

“몸 조심하거라.”


운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어 단휘도 운결을 향해 포권했다. 두 제자의 인사를 받는 장문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려있었다.


한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던 여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검은 피풍의를 걸친 루주는 갈색 준마를 두 마리 끌고 와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 여정에 발이 되어줄 녀석들이었다.


“얌전한 아이들로 데려왔어요. 잘 부탁드린답니다?”

“감사합니다. 루주.”


소년들은 각자 말에 올라탔다.

높아진 시선으로 주변을 보았다. 이제 막 동이 트고 있는 하늘 아래 곤륜산의 모습이 드높았다. 다시 돌아오면 저 위에 눈이 쌓여 있겠지.


“안휘 천주산이라. 조금 두근거리는데?”


그새 말을 타고 다가온 단휘가 씩 웃으며 말했다. 가볍게 고삐를 휘어잡은 백연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머리를 돌렸다.


안휘행의 시작이었다.



※※※



내달리는 말발굽 소리만 요란했다. 휙휙 스쳐가는 주변의 풍경들. 두 소년은 거침없이 말을 달렸다. 가을에 열리는 용봉지회까지는 시간 여유가 꽤 있었으나, 백연은 안휘에 조금 이르게 도착하고자 했다.


‘주변 상황을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막상 용봉지회가 시작되면 여러모로 바쁠 것이다. 그때에 가서 금원방과 만금장의 동태를 파악하려 들기에는 일이 너무 많아진다. 더해 천주성의 남궁세가. 그 위용이 더없이 드높다. 그들의 눈 아래 개최되는 용봉지회다. 대회전 기간 동안 마음대로 움직이기란 쉽지 않을 듯 했다.


‘시간 여유를 길게 잡고 움직여야 해.’


급하게 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약간은 이른 시점에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나중에는 경공을 배워야겠어.”


말을 내달리며 중얼거리는 단휘의 목소리였다. 그에 백연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왜?”

“이거 온몸이 아픈데.”


단휘는 말을 타 본적이 있다 했다. 그 덕에 지금도 백연의 속도에 뒤쳐지지 않고 잘 따라오고 있었다. 균형감각이 뛰어나 기마술에 능한 듯 했다. 그러나 말을 오래 타는 것은 또다른 영역인 바. 이렇게까지 길게 타고 달리는 것은 처음인 듯 했다.


“경공을 배우더라도 말은 타야 할텐데.”

“엑, 그래?”

“사형이 경공으로 하루 내내 달리고도 남을 공력이 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말이 더 낫다.

중원 무림의 무인들. 경공을 익히는 이들은 많으나 그들도 장거리를 이동할때는 주로 말을 탄다. 세가나 구파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경공이 말보다 느려서가 아니다. 성취가 높다면 짧은 거리를 내달리는 속도는 말보다 우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그것을 하루종일 유지할 공력이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였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종일 내달렸다가, 쉬어야 할 때는 어떡하려고?”


몸에 쌓아놓은 내공을 전부 소진하고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무인. 칼밥되기 딱 좋은 신세다. 말을 타는 것은 그러한 의미도 있었다. 험한 무림에서 언제나 몸 상태를 만전에 가깝게 유지하는 것.


경공을 사용하고도 넘칠만큼 내공이 가득하면 말을 탈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그러한 경지는 드높았다.


“그러니까 말하고 친해져.”


그에 단휘가 입술을 내밀었다. 허리를 짚는 모양새가 몸이 아프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었다. 백연이 픽 웃었다.


“정 아프면 동공을 돌려. 한결 나을거야.”

“......오. 정말이네.”


옅은 감탄. 그와 함께 두 소년은 빠르게 길을 내달렸다.


청해를 벗어나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마차를 타고 오갈때보다 하루 가량 단축된 시간이었다.


중간에 하오문의 지부에 들러 말을 바꾸는 것도 수시였다. 놀랍게도 어떤 방법을 썼는지, 말을 타고 달리는 그들보다 하오문의 소식 전달이 더 빨랐다. 도착하는 곳마다 그들을 미리 알아보고 환대하는 천라방의 사람들. 무서울 지경이었다.


“내 생각인데, 하오문이 현 무림의 천하제일방파 아닐까?”


말을 갈아타고 움직이며 단휘가 중얼거렸다.

백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이렇게 거대하고 영향력이 큰데?”

“그렇다 해도 천하제일이라 하기에는 멀었어.”


그만큼 가벼운 이름이 아니었다. 하오문의 세력은 넓고 방대하게 퍼져 있었으나 그것만으로 천하제일에 닿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천하제일은 모두의 시선이 닿아야 하지. 한 걸음에 세상이 주목하면 그때쯤 되어야 천하제일이라 할 수 있을까.”

“그런 방파가 있어?”

“아마 지금의 무림에서 그에 제일 가까운 이들을 고르라 하면, 숭산의 소림(少林) 아닐까 싶네.”

“소림이라.”

“소림의 방장. 한 걸음에 황실을 비롯한 천하가 주목하지. 고매한 법승이 숭산을 내려오는 것 만으로도 무림 전역이 동요할거야.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무승들과 나한들의 움직임은 언제나 강호 무림의 눈이 따라붙어.”


그 정도는 되어야, 천하제일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말에 단휘가 약간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럼 너는 곤륜파를 그 정도 경지로 만들겠다는 거냐?”

“글쎄?”


백연은 싱긋 웃고는 고삐를 당겼다. 그의 말이 대지를 한걸음 앞서 박차고 나아갔다. 급하게 따라붙는 단휘의 모습.


두 소년의 신형이 탁 트인 지평선을 배경으로 대지를 갈랐다.



※※※



그로부터 열댓번의 낮밤이 흘렀다. 섬서에 갈때보다는 조금 더 아래로 향하는 길을 택했다.


길을 달리는 동안 놀라우리만치 아무 일도 없었다. 필시 녹림을 위시한 사파 무리들이 곳곳에 있을 것인데. 작금 무림 정세가 어지럽다 하던 이야기는 허언이었는지 그들의 여정길은 평화로웠다.


“오늘은 저기서 자고 갈까.”


사천의 끝자락에 이르렀을 즈음이었다. 말을 멈춰세운 소년들의 뺨을 차가운 바람이 쓸었다. 아직 해가 남아있는 늦은 오후임에도 그러했다. 가을의 초입에 닿은 탓이었다.


“좋아.”


눈앞에 나타난 객잔. 크기나 모양새가 작지 않았다. 사천을 오가는 여행객들을 위해 만들어진 객잔인 듯 했다.


말에서 내린 두 소년이 객잔으로 걸어들어갔다. 문을 열고 걸음하자 더운 공기가 훅 밀려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우렁찬 목소리의 점소이가 나와 그들을 맞이했다. 객잔의 안에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다. 대부분이 상인이나 유랑하는 객들로 보였는데, 허리춤에 칼 하나 차고있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백연은 자연스레 구석진 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객잔 내부가 한눈에 보이는 위치의 자리였다.


“무엇을 드릴깝쇼, 공자님들?”

“뭐뭐 있습니까?”

“오늘은 닭과 돼지고기가 주입니다. 국수도 있고요.”

“궁보계정(宮保鷄丁: 닭 볶음)은 가능합니까.”

“사천인데 당연합죠. 그런데 혹, 돈은......”


말끝을 흐리는 점소이의 모습에 백연이 손을 탁자 위로 쓸었다. 어느새 손에 나타난 은자가 그 위에 놓였다. 그것을 본 점소이의 눈이 일순 반짝였다. 재빠르게 손을 내밀어 은자를 집어든 그가 씩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 금방 가져다 드리겠습니다요.”


점소이가 사라지고, 백연은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버릇같은 행동이었다. 시선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 탁자에 모여있는 사람이 다섯. 전부 상인들인 듯 했는데, 봇짐이 커다랬다. 음식을 앞에 놓고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 그 옆을 따라서는 두 셋씩 모여앉은 사람들이 술잔을 나누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대화의 소음이 객잔을 왁자지껄하게 만들고 있었다.


“으아, 피곤하다.”


단휘가 몸을 죽 늘이며 표정을 잔뜩 찌푸렸다. 탁자에 턱을 괴고 앉은 사형이 눈을 감았다.


“음식 나오면 깨워줘.”

“그래. 잠깐 눈 좀 붙여.”


순식간에 사형의 숨소리가 잦아들었다. 놀라운 능력이었다. 저렇게 아무 곳에서나 눈을 감고 잠을 청할 수 있다니. 위험한 무림에서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 물론 옆에 백연이 있어서 저럴 수 있는 것이겠지만.


‘그나저나.’


가만히 앉아 시선을 돌리던 백연의 눈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짙은 암녹색의 피풍의를 두른 사람. 한 구석에 혼자 앉아 있는 것이 일행 없이 온 듯 했는데, 짐이나 물건이라 부를만한 것이 눈에 띄지 않았다.


‘무인인가?’


작은 몸의 균형이 무인같은 기세를 풍기고 있었는데, 눈에 띄는 병장기가 없었다.


가만히 앉아 물을 홀짝이던 그가 고개를 들어올리는 순간 백연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드러난 얼굴 선이 앳된 소년이었다.


그런데 그의 움직임이 조금 이상했다. 얼굴 옆선을 따라 드러난 짙은 눈동자가 쉴새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백연 자신과 비슷하게 주변을 확인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때 점소이가 다시 나타났다. 접시 가득 담긴 궁보계정의 향이 짙었다. 향료를 듬뿍 집어넣은 듯 했다. 과할 정도였다.


‘너무 빠른데.’


요리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지나칠 정도로.


“여기 있습니다요.”


그들의 탁자 위에 내려놓는 고기 볶음. 그것을 본 백연이 여상한 말투로 물었다.


“술도 있습니까?”

“당연하지요. 무슨 술을 가져다 드릴깝쇼?”

“검남춘(劍南春) 한병 부탁 드립니다.”


그에 점소이가 잠깐 멈칫하더니 얼굴에 미소를 걸고 답했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검남춘이 남아있는 것이 없습니다요.”

“그럼 두강주나 한병 주십시오.”

“당장 가져다 드립죠.”


검남춘. 사천의 명주(名酒)이다. 가격이 비싼 탓에 잘 팔리지 않는 술이다. 허나 그럼에도 규모가 있는 객잔이라면 구비해둔다.


이런 크기의 객잔에, 검남춘이 한병도 남아있지 않다.


“사형, 음식 나왔어. 일어나.”


그의 말에 단휘가 눈을 번쩍 떴다. 하품을 하며 몸을 늘이는 사형을 보며 백연이 기파를 끌어올렸다.


-정신차리고, 이 말에는 대답하지 마.


전음이었다. 그의 말을 들은 단휘의 눈썹이 살짝 움직였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표를 내지 않았다. 그 또한 청해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다. 왠만한 상황에는 놀라지 않는 무인인 것이다.


가볍게 턱을 괴고 앉은 그가 머리를 긁적였다.


“맛있어 보이네, 이거. 그런데 벌써 나온거야?”

“응. 빨라서 좋네. 많이 먹어. 내일도 하루 종일 달려야 하니까.”


여상한 대화.


-이 객잔, 함정인 것 같은데. 음식도 손대지 마. 향료가 너무 짙어.


독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백연은 전음을 행하며 왼손을 가볍게 늘어뜨렸다.


-내가 신호를 보내면 일단 밖으로 몸을 날려. 알았으면 하품 한번 더하고.


“흐아암. 내일도 종일 달리는 거야? 안휘까지는 언제 간담.”


백연의 시선 한켠에 술병을 들고 나오는 점소이가 보였다. 술병을 잡은 손 모양이 이상했다. 본디 점소이가 술을 다룰때에는 저리 병목만 잡지 않는다. 병이 깨질 위험이 있기에.


그것을 본 순간 몸에 가볍게 기파를 일으켰다. 그의 발 뒤꿈치를 타고 바람이 풀려나왔다.


-지금.


“손님, 여기 주문하신 두강주가 나왔습니......”


휘익-!


그의 손이 움직였다. 동시에 번개같이 발검된 여휘검이 허공을 갈랐다. 순간 점소이의 표정이 뒤바뀌며 그의 손 끝에서 은빛 비도가 발출되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백연이 더 빨랐다.


서걱.


점소이의 목이 날아가며 허공에 핏물이 비산했다. 동시에 백연이 발끝에 담아놨던 바람을 일으키며 자리를 박찼다. 그의 시야 사선에 한꺼번에 몸을 일으키는 다섯의 상인들이 보였다. 그들이 봇짐을 집어드는 모습.


‘암기.’


그것을 보자마자 백연은 발로 탁자를 내리찍었다. 일순 허공에 떠오른 거대한 나무 탁자. 그것이 방패처럼 백연의 몸 앞을 가리고.


타다다닥!


봇짐 속에서 비처럼 쏟아져 나온 암기들이 일제히 나무 탁자에 틀어박혔다.

그 순간 이미 백연은 불꽃을 일으키고 있었다. 몸을 따라 풀려나온 불길이 혈맥을 타고 질주했다.


여전히 떠올라 몸 앞을 가리고 있는 탁자. 그 뒤편에서 그를 향해 달려드는 기세가 느껴지는 순간, 여휘검이 불길을 휘감고 탁자를 갈랐다. 한줄기 불꽃의 선이 횡으로 이어지며 탁자 너머의 인영을 양단했다.


쿠웅-!


반으로 갈라진 탁자와 함께 사람의 몸뚱이가 바닥을 구르고, 그를 둘러싼 무인들이 각자 무기를 꺼내들었다. 객잔 안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한통속이었던 듯 보였다.


저 구석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소년을 제외하면.


그것을 보며 백연은 입매를 비틀었다.


“이 객잔은, 폐업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곤륜환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8 신강(2) +5 23.09.06 5,781 110 21쪽
87 신강 +7 23.09.04 5,881 109 22쪽
86 설화(雪花)(4) +8 23.09.01 6,121 108 21쪽
85 설화(雪花)(3) +9 23.08.30 6,320 116 23쪽
84 설화(雪花)(2) +6 23.08.28 6,524 109 21쪽
83 설화(雪花) +8 23.08.25 6,824 117 17쪽
82 선택(5) +6 23.08.23 6,956 121 21쪽
81 선택(4) +5 23.08.21 6,791 122 20쪽
80 선택(3) +8 23.08.18 7,308 126 22쪽
79 선택(2) +6 23.08.16 7,270 120 24쪽
78 선택 +6 23.08.14 7,432 127 21쪽
77 검귀의 검, 곤륜의 검(6) +8 23.08.11 7,502 139 19쪽
76 검귀의 검, 곤륜의 검(5) +8 23.08.09 7,202 125 20쪽
75 검귀의 검, 곤륜의 검(4) +7 23.08.07 7,333 132 21쪽
74 검귀의 검, 곤륜의 검(3) +6 23.08.04 7,596 134 18쪽
73 검귀의 검, 곤륜의 검(2) +4 23.08.02 7,807 134 19쪽
72 검귀의 검, 곤륜의 검 +5 23.07.31 8,147 140 16쪽
71 검왕(4) +10 23.07.30 7,647 121 13쪽
70 검왕(3) +7 23.07.29 7,404 138 12쪽
69 검왕(2) +7 23.07.28 7,424 134 15쪽
68 검왕 +8 23.07.27 7,517 141 16쪽
67 마기 +5 23.07.26 7,541 132 14쪽
66 금원방(2) +5 23.07.24 7,708 141 16쪽
65 금원방 +4 23.07.23 8,162 136 17쪽
64 용봉지회(9) +6 23.07.22 8,168 138 20쪽
63 용봉지회(8) +4 23.07.21 7,895 137 15쪽
62 용봉지회(7) +6 23.07.20 7,959 141 16쪽
61 용봉지회(6) +5 23.07.19 7,940 143 18쪽
60 용봉지회(5) +6 23.07.17 8,295 150 17쪽
59 용봉지회(4) +6 23.07.16 8,378 153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