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하랑님의 서재입니다

곤륜환생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새글

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4.09.20 18:19
연재수 :
365 회
조회수 :
1,824,078
추천수 :
36,043
글자수 :
2,700,996

작성
24.08.13 18:10
조회
1,302
추천
41
글자
16쪽

결집(2)

DUMMY

※※※



“극도로 가능성 높은 추측이었습니다.”


제갈명이 말했다.


약선객 제갈명의 의약당 안.


짙은 약향을 맡으며 들어선 백연은, 그가 건네준 차를 홀짝이며 눈을 굴렸다.


“가능성이라. 하지만......”

“저는.”


진지한 표정이었다. 항시 웃는것을 즐기는 약사는 보기 드문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현상을 믿습니다.”

“......”

“사람의 육체에 깃든 내력, 내공을 비롯해 상단전이라고 일컫는 영성. 저는 정기신을 면밀히 따지는 연구를 오랜기간 해보았지요. 모든 일에는 인과관계가 있고, 그것을 통해 추론해낸 결과는 한없이 정답에 가까울 수 밖에 없습니다.”


추론의 영역이다.


날이 추워지면 나뭇잎이 떨어진다.


현상을 보고서 결과를 읽어낸다. 그로써 이유를 도출해낸다. 그 이유를 통해 원리를 파악해낸다. 한없이 학자에 가까운 눈앞의 청년.


그 머리의 비상함에 더불어 멋대로 산다고 모두가 입모아 말할 만큼 스스로의 일에 몰두하는 성격이다. 그리고 근래에 그가 몰두하고 있던 일은 백연의 체질에 관한 것이었다.


그렇게.


“당신의 육신은,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불가능한 신체입니다.”


선언하듯 담담히 뱉는다. 눈썹 하나 깜빡하지 않고 백연을 쳐다보며 말하는 모습.


“불가능하다.”

“그렇지요. 그런데 백연은 그렇게 살아서 제 눈앞에 살아서 돌아다녔습니다. 때문에 결론은 둘 중 하나일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미쳐서 헛것을 보고 있거나, 백연의 육신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거나.”

“그래서 후자입니까?”

“저는 스스로가 매우 맑은 정신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잔 더 드릴까요?”


백연은 비어버린 찻잔을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쌉싸름한 향이 나는 검은 찻물이 잔에 가득 채워지는 사이 소년은 약선객을 가만히 응시했다.


뛰어난 오성을 지닌 사람이다. 동시에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 가득한 인물. 그가 알아낸 사실과 별개로, 약선객 제갈명의 말이라면 들을만한 가치가 있다.


그가 백연의 몸에 대해서 무엇을 알아내었을 것인가.


“간단하게 말씀 드리지요. 백연의 혈도와 육신, 그리고 피의 구성같은 기본적인 육체 요소는 전부 이상합니다. 환골탈태를 했다 해도 얻는 것이 불가능한 천무지체......아니, 그보다 더 지고한 육체지요.”


백연의 앞에 걸터앉은 약선객이 말을 이었다.


“육신의 회복 속도도 비정상적인 것으로 압니다. 백연은 운연동공을 익혀 그랬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건 부분만 사실입니다.”


소년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약선객의 말대로 확실히 그의 회복 속도에는 비정상적인 면이 있었다. 경지에 오른 무인들은 막대한 내가기공으로 인해 육신의 회복력이 평범한 이들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허나 백연은 이러한 경지에 도달하기 훨씬 이전. 그러니까 그가 처음 곤륜산에 올라 운연동공을 배우던 순간부터 남다른 육체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확실히 곤륜파의 무인들은 신공절학을 익힌것이 맞습니다.”


용의 호흡을 본떴다고 전해지는 운연공. 오랜기간 수련하면 종국에는 영물같은 신체능력에 도달하게 해준다-라고 백연은 생각했었다.


소림의 역근경이 강대한 외공 능력을 지니게 해주는 것처럼.


허나.


“그 무공으로써 볼 수 있는 효과는 분명 그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빠르게는 안됩니다.”

“그건......”

“당신의 사형들이 당신과 같은 회복 능력을 지녔다고 생각하고 있는건가요?”


아니다.


그렇지 못했다. 그의 사형들이 백연 자신만큼 빠른 회복능력을 보여준 적은 없었다. 그는 그것이 그저 무공 성취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건만.


“당신의 육신이 특별한 것입니다. 내력이 모이는 속도나 육신의 회복 능력을 비롯해 모든 면에서 앞서 나가는 신체. 저는 수없이 많은 연구를 거듭했고, 결국 한가지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천하에 이름을 날리는 의약사. 약선객 제갈명. 이 순간 거침없이 스스로가 엮어낸 결론에 도달한다. 그리고 그것을 백연에게 가벼이 내보여준다. 그가 혈귀궁에서 커다란 싸움을 거듭하면서 알아낸 결론과 일치하는 것을.


“당신의 육체는 만들어졌고, 영(令)은 심어진 것입니다.”


짤막한 어조. 백연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약선객도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곤 덧붙였다.


“같은 말도 안되는 망상같은 추측을 홀로 하고 있었습니다만, 아무래도 백연의 반응을 보니 진실인 듯 하군요.”

“맞습니다.”


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이러한 과정으로 추론해내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과연 약선객이라고 해야 할지.”


감탄할 수 밖에 없다. 그 또한 여러가지 정황과 과정을 읽어내고, 많은 단서를 마주하고 나서야 결론에 닿았다. 허나 약선객 제갈명은 그러한 어떤 일련의 과정도 없이 그 스스로의 연구만을 통해 백연이 얻어낸 것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허나 그럼에도 의문인 점이 하나 생긴다.


“헌데 일전에 저와 체질이 비슷한 사람의 기록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천마 무연에 관한 이야기. 하오문 의약당에서 진찰을 받았는데, 그렇다면 무연의 경우는 어찌될까.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약선객이 입을 열었다.


“조사를 거듭하니 알겠더군요. 거꾸로였습니다.”

“거꾸로라 하심은?”

“무연과 당신의 체질이 비슷한게 아니라, 완성된 그 사람의 육체를 본떠서 백연의 몸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담담한 말이다. 동시에 당황스러운 말인데, 백연이 이미 그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것이 아니었다면 크게 놀랐으리라.


“무연......당시 진찰받았던 청년의 육신은 초월은 커녕 이 세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사람의 몸입니다. 제 기억상으로 그와 똑같은 육신이 있다는 기록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데, 더 자세히 찾아보니 그곳에 적힌 내용으로는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닌 모양이더군요.”


완성된 천마 무연의 육신.


전성기의 그라는 의미다. 백연은 곧바로 이해했다.


‘애초에 거꾸로가 맞았군.’


체질이 아니다. 압도적인 무위 성취로 인해 육신과 체질이 인외의 경지로 탈바꿈했다 봐야 하는데, 백연의 몸은 처음부터 전성기의 무연과 같은 그런 상태였다는 소리다.


즉.


‘천마 무연의 재림을 위한 육신을 만드는 과정이었던 까닭에.’


그의 몸이 지금 이런 상태가 되었다는 소리다.


“헌데 기록상으로 그는 젊은 청년이었습니다. 그 나이에 그런 육신이라면 초월은 가볍게 뛰어넘고 고금에 이름을 새길 성취에 닿았어야 할 겁니다. 그렇다면 아마 가지고 있던 재능은 체질 같은 것이 아니라 압도적인 영성이겠지요. 그리고 저는 그러한 자질을 지닌 사람의 이름을 설화 속에서나 들어보았습니다.”


달마 대사, 삼봉 진인, 그리고 천마.


“셋중 둘은 제가 이름을 아는데, 하나는 모르니. 이 무연이라는 사람은 아마 천마겠군요.”


거기까지 홀로 추론해냈다.


단순히 백연의 몸을 진찰한 것과, 하오문의 진료 기록을 찾아낸 것 만으로.


단순히 근거로 결과를 추론한 수준이 아니다. 이것 아니면 현상이 일어날 수 없다는 확신을 기반으로 했는데, 그마저도 인외의 영역이다.


눈앞의 청년은 스스로의 연구 결과에 대한 완벽한 확신. 그것으로 세상을 통찰하는 사람이다.


‘놀랍군.’


백연은 생각하며 약선객에게 되물었다.


“좋습니다. 거기까지는 잘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제 몸에 관한 사실은 이미 확인해본 바, 더 알려줄 것이 있는지 궁금하군요.”


약선객의 추론은 지극히 뛰어났다. 하지만 그가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러한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을 이유가 없다.


이것은 그에게 무언가를 알려주기 위함이다.


“......있습니다.”


약선객 제갈명이 잠시 말을 흐리더니 중얼거렸다.


백연을 똑바로 응시하는 눈이 느리게 일렁였다. 그 속에서 찰나의 망설임을 읽은 백연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무슨 일입니까?”


앞선 내용도 한치의 망설임 없이 이야기하던 약선객이 잠시 백연을 바라보며 한숨을 삼켰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우선 일전에 제가 당신께 성장의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했지요? 그 이유가 있습니다. 백연에게는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응당 지녀야 할 생명(生命)이 없습니다.”


침을 한번 삼키는 약선객의 말. 동시에 백연은 그 내용에 멍하니 눈을 깜빡일 따름이다.


“생명이 없다......?”

“아니, 없다와는 조금 다릅니다. 정확히는, 모든 사람은 평생 스스로의 생명을 엮어나가며 살아갑니다. 체내에서 생기를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호흡하며 성장합니다. 세월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지요. 헌데 당신은 그것을 만들지 못합니다.”


그 육신 자체가 생명의 기운을 채워넣어 만들어진 것이기에.


“처음 채워진 것에서, 소모되면 복구가 되지 않습니다.”


백연의 눈썹이 기울었다. 미려한 눈매가 휘어지며 의문과 깨달음이 섞인 빛을 내었다.


“소모성이다, 라는 말이군요.”

“예. 처음에 당신의 육신에 얼마나 채워져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환골탈태의 경우 한번 크게 성장한 것이지요. 그때 크게 소진했을 것이며, 무공을 쌓아 경지를 넘어설수록 커다란 힘을 소모합니다. 다쳐서 회복하는 순간에도 그렇습니다.”


약선객이 덧붙인다. 다시말해.


“당신이 검을 휘두르며 나아가는 매 순간마다, 당신은 스스로의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겁니다.”



※※※



지천을 따라 흐릿하게 일렁이는 그림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압도적인 묵빛의 장막이 사방을 뒤덮고 있었다.


그 속에서 홀로 선 한 검객.


노인이다. 성성한 백발을 어둠 아래에서 물결처럼 흩날리는 노검객은, 홀로 그림자 한 가운데에 우뚝 서서 검을 쥐고 있었다. 길쭉한 철검의 면은 한없이 짙은 묵빛이었는데 본래부터 검은 것이 아니었다.


다만 흐르듯 뚝뚝 떨어지는 묵빛의 하늘이 검의 끝자락에 휘감겨 있었을 뿐.


“노부의 검은 이런 자를 상대로 쓸 것이 아니었건만.”


뇌까리는 음성이 탁하면서도 묵직했다.


찰나에 휘도는 무인의 장포가 어둠 아래에서 검푸른 빛을 휘감고 흔들렸다. 옷자락 위로 드러난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고랑처럼 패여있고, 눈매를 따라서는 한없이 강직하면서도 타협하지 않는 이의 기세가 자리했다.


“패흑련의 애송이가 너무 커졌구나.”

“사도 무림에서 가장 재능 넘치는 괴물 아니었나?”

“남궁산이 지녔던 자질의 반에도 못미치는 쭉정이었노라. 단지 시간과 타협하지 않는 인내심만이 봐줄만 했다.”

“그런 것 치고는 꽤 크게 당한 것 같군. 그 검을 꺼내어들게 만들었으니.”

“하오문의 그림자야. 쉬이 말하는 것을 삼가라. 성치 않은 몸으로 노부의 검권(劍圈)에 따라들어온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구나. 네 아끼는 아이까지 데리고.”

“그야-”


후욱.


목소리와 동시에 짙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어느 순간 노검객의 옆에서 뭉클 피어오른 그림자가 사람의 형체를 갖추며 일어섰다.


이윽고 물결치는 그림자가 인영(人影)의 형태로 고정되는 듯 하다가, 다시금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흐르고서야 노검객의 곁에 우뚝 선 검은 장포의 무인이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당신은 이곳에서 오래 머물러서는 안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현천검제(玄天劍帝).”


무영방주 포영(泡影). 이 순간에도 스스로의 형체를 유지하기가 힘든 것 마냥 수시로 일렁이기를 반복한다. 그 자리에 정말 서 있는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는데, 검제의 눈에도 찰나지간 녹아내리는 그림자로만 인지될 정도였다.


잠시간 무영방주를 응시하던 공동파의 장문인이 입을 열었다.


“때가 되면 자연히 나가게 될 것이다. 구태여 그런 몸을 끌고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되느냐.”

“지금 당장 나가야 한다. 패흑련주를 격살하기 위해 끌어쓴 힘이 어느 정도지? 못해도 한달은 여기 갇혀있을텐데.”

“......”

“나가면 내게 감사를 표하게 될거다. 그만큼 여유롭지 못하니.”


입가에서 후욱 연기와 그림자를 뿜어낸 포영이 중얼거렸다. 그에 노검객이 흰 눈썹을 치켜올렸다. 맹호(猛虎)처럼 솟구친 눈매가 날카로웠다.


“바깥에 무슨 변고가 일어난 것인고.”

“쉬이 말하자면 두가지다.”


무영방주가 품에 손을 넣더니, 작은 종잇조각을 꺼내들었다. 그것을 휙 던지듯 허공에 놓자 팔랑거리며 떨어지는 종이 사이로 적힌 자그마한 글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황실 군문을 대적으로 상정.

-마교 발호.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소식이다.


둘 모두가.


찰나지간에 그것을 안법으로 인지한 검제의 얼굴마저 일그러지는 것이 그를 방증한다.


“뭣이라......?”

“추가적인 소식이 들어왔군. 남궁산이 죽었다. 풍백 이신도.”


적막이 묵빛 그림자처럼 내려앉았다.


백발이 성성한 노검객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이윽고 눈을 지그시 내리감더니, 이내 납검하며 조용히 도호를 뇌까렸을 뿐.


“원시안진, 원시안진.”


그리고는 형형한 빛이 서린 눈으로 무영방주를 돌아본다. 안법 구결이 태풍처럼 휘몰아치는 시선이었다.


“나가야겠구나.”

“당신이 그리 말할줄 알고 있었다.”

“......헌데 어찌? 노부의 명현참결(冥玄斬結)은 무결하고 고강하나, 동시에 어길 수 없는 법칙을 지니고 있노라.”

“‘끝’에 가까워지면 얻는 괴리를 이용해 자아낸 신공......원리는 안다. 그리고 내가 그것을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을 연마했을 따름이다.”

“그 그림자로?”

“공간을 찢어 넘어가는 기예다. 당신이 현천을 두른 검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나는 이 그림자로 할 수 있는 것 뿐이지.”


그리 말하며 손을 들어올리는 무영방주. 어느새 그의 손아귀에는 흐릿한 그림자가 일렁이는 비도가 쥐어져 있었다.


“헌데 그 시체도 가져갈 셈인가?”


태연히 묻는 무영방주의 말에, 검제가 발치에 쓰러진 검객의 몸을 툭 걷어내었다. 패흑련주의 주검을 눈짓한 노검객이 고개를 저었다.


“이곳이 저자의 무덤이노라.”

“좋군. 나도 한번에 두 명이 한계라.”


그렇게 말한 무영방주가 곁에 쓰러져 있던 인영을 훅 잡아 들어올렸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흑랑이었다. 축 늘어진 청년을 떠밀듯 현천검제에게 밀어넘기는데, 그에 노검객은 눈썹을 치켜올릴 따름이었다.


“......무엇 하는 것인고? 제자의 신변을 남에게 넘기다니.”

“말했듯이 두명이 한계다.”


그렇게 말한 무영방주가 찰나 몸을 뒤틀었다. 그와 함께 일순 공간이 일렁이듯 흔들렸고.


파아아아아아앙-!


단숨에 검은 하늘이 크게 기울어진다. 찰나지간에 사방을 휘감았던 묵빛 진기가 휘몰아치며 한 점으로 휘어든다. 그와 함께 시야 너머로 깨진 거울마냥 허공이 쩍쩍 갈라지고, 무영방주의 코앞을 따라 세로로 공간이 쪼개지기 시작했다.


“이 비도는 제자 놈의 것이니 깨어나면 전해주면 좋겠군.”

“무영방주라 했던가. 그 육신은......”


현천검제의 말끝이 흐려졌다.


그가 자아낸 명현참결.


지금 이 순간, 패흑련주의 시체와 세 사람이 있는 공간은 공동산 어귀가 아니었다.


검제가 엮어낸 신공절학의 공능이었다.


이곳은 오롯이 그가 자아낸 권역. 현실과 괴리된 어떤 곳의 ‘너머’.


패흑련주의 광역 절기에 공동산이 폐허가 될 위기에 처한 순간 검제가 꺼내든 패였다. 그로써 결국 패흑련주를 격살하긴 하였으나, 스스로의 무공에 묶인 상황이 되었다. 막강한 만큼 그만한 대가를 치뤄야 하는 검인 까닭에.


허나.


“나가면 하오문에 안부나 전해주면 좋겠군.”


화아아아아악-!


찰나지간에 돌풍이 일어난다. 한순간에 짓쳐드는 밤 공기를 느끼며 현천검제는 눈매를 찌푸렸다. 그의 시야 너머로 점차 그림자에 녹아내리듯 크게 일렁이는 무영방주의 모습이 보였다.


빠르게 흐릿해지는 형상이기도 했다. 그렇게 검제는 별안간 명현참결의 여파를 삽시간에 벗어나며 현실에 반쯤 발을 디뎠고, 어느 순간부터는 정신을 잃은 흑랑과, 홀로 고고히 선 현천검제만이 그곳에 자리했다.


무영방주의 흔적은 온데간데 없이 비도 한 자루만을 남기고서였다.


사박.


높다란 산의 그림자가 드리운 곳 발치에 선 노검객이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시야 사위로 보이는 생소한 풍광에 검제가 눈매를 휘었다.


“......여기는?”


익숙한 공동산의 모습이 아니었다.


칼날처럼 치솟은 산맥이 천혜의 장성마냥 버티고 선 곳.


청해.


곤륜산맥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곤륜환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39 임전(2) +5 24.08.17 1,191 39 12쪽
338 임전 +6 24.08.16 1,215 38 14쪽
337 결집(4) +5 24.08.15 1,181 43 13쪽
336 결집(3) +6 24.08.14 1,242 42 13쪽
» 결집(2) +6 24.08.13 1,303 41 16쪽
334 결집 +5 24.08.12 1,311 38 14쪽
333 격랑(激浪)(6) +3 24.08.10 1,379 42 15쪽
332 격랑(激浪)(5) +6 24.08.09 1,380 38 14쪽
331 격랑(激浪)(4) +5 24.08.08 1,317 39 14쪽
330 격랑(激浪)(3) +4 24.08.07 1,376 39 15쪽
329 격랑(激浪)(2) +7 24.08.06 1,352 44 16쪽
328 격랑(激浪) +6 24.08.05 1,366 43 15쪽
327 별하늘이 지는 밤에(4) +6 24.08.03 1,421 44 12쪽
326 별하늘이 지는 밤에(3) +5 24.08.02 1,343 43 13쪽
325 별하늘이 지는 밤에(2) +6 24.08.01 1,425 44 17쪽
324 별하늘이 지는 밤에 +6 24.07.31 1,463 45 15쪽
323 용살(龍殺)의 검(4) +8 24.07.29 1,574 45 20쪽
322 용살(龍殺)의 검(3) +8 24.07.27 1,440 46 13쪽
321 용살(龍殺)의 검(2) +5 24.07.26 1,434 44 18쪽
320 용살(龍殺)의 검 +6 24.07.25 1,428 45 14쪽
319 초월(4) +5 24.07.24 1,437 42 13쪽
318 초월(3) +6 24.07.23 1,400 43 15쪽
317 초월(2) +7 24.07.22 1,481 40 14쪽
316 초월 +8 24.07.20 1,486 45 17쪽
315 용해곡(龍骸谷)(7) +7 24.07.18 1,566 47 17쪽
314 용해곡(龍骸谷)(6) +6 24.07.17 1,444 42 14쪽
313 용해곡(龍骸谷)(5) +6 24.07.16 1,422 43 14쪽
312 용해곡(龍骸谷)(4) +5 24.07.15 1,443 43 13쪽
311 용해곡(龍骸谷)(3) +6 24.07.13 1,574 48 14쪽
310 용해곡(龍骸谷)(2) +3 24.07.12 1,523 4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