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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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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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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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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휴식(2)

DUMMY

※※※



“흐아, 흐아......백연, 안 다쳤어요?”


걱정섞인 목소리가 귀에 틀어박힌다. 돌벽에 손을 짚고 간신히 몸을 끌어올리자 열심히 줄을 끌어올린 청율이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보는 중이었다.


“괜찮습니다. 으윽......”


간신히 절벽 위로 올라와 대자로 드러누운 백연이 신음을 뱉었다.


멍하니 올려다보이는 밤하늘 위로는 화려한 별무리가 춤추고 있었다. 그것을 응시하며 백연은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될 것도 같았는데.”


세 번.


세차례의 낙하였다. 허공을 걷기 위해 뛰어내린 세차례의 시도는 전부 실패했다. 여덟 걸음은 커녕 한걸음도 딛지 못했다. 그대로 낙하한 백연은 절벽의 각각 다른 부위에 세번이나 들이박았고, 성라청휘극이 아니었으면 온몸의 뼈가 부러져 요양을 했을 일이었다.


손을 들어올린 백연은 옷자락 위를 따라 희미하게 일렁이는 푸른 호신강기를 가늠했다.


“......한번만 더 할까요?”

“안돼요. 애초에 세번까지만 시도 한다고 했잖아요.”

“아직 진기가 조금 남았습니다.”


백연이 답하며 몸을 반쯤 일으켜 앉았다.


나름의 문제였다. 새로운 보신경 창안을 위해 몸으로 덤벼드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실제로도 할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감각이 느껴질 것도 같았는데, 문제는 역시 몸을 보호하기 위해 두른 호신강기였다.


‘내공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다. 애초부터 초월자의 일격까지 몇차례는 방어할 수 있는 호신강기인데, 그 탓에 진기를 물처럼 써댄다. 감당해야 하는 충격이 약하다면 그래도 덜 쓸지 모르지만, 지금의 백연은 십여장이 넘는 거리를 낙하해 그대로 절벽에 들이받고 있으니.


호신강기가 없다면 죽을지도 모르는 양의 충격이 한차례의 시도마다 전해진다.


‘결국 필요해.’


단순 호신기로는 안된다. 충격이 전신에 전해지는 까닭에, 성라기단으로는 온몸에 가해지는 충돌을 막아낼 수 없다.


성라기단의 성능은 분명 뛰어나다. 하지만 그 공능은 기동성을 확보하고 적은 양의 진기로도 방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한점에 진기를 집중해 일격을 받아내는 형태. 전신 보호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기에 반드시 성라청휘극을 둘러야만 하는데.


“......위험할텐데요.”


청율의 말에 잠시 내력을 가늠하던 백연은 한숨을 푹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숙의 말이 맞겠네요. 아예 호신강기를 풀고 뛰어내릴게 아니라면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습니다.”


애매하게 남았다. 이 이상은 무리라고 봐야 했다.


절벽 끝자락에 걸터앉은 백연이 중얼거렸다.


“사실 쉬우리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만.”

“당연하죠. 단박에 성공했다면 오히려 말이 안되는 일인걸요. 아무리 백연이라고 해도.”


곁에 같이 주저앉은 청율이 말했다.


“그래서, 느낌은 어땠나요?”

“아예 성과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진기를 압축해 발 디딜곳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터무니없진 않아요.”


백연이 답했다.


직전 세번의 경험동안 느낀 감각을 머릿속에 정리하면서였다.


그가 바라본 것은 허공에서의 걸음. 진기 압축을 통해 바람을 엮어내 허공을 밟아내겠다는 발상의 방향성 자체가 틀린것 같지는 않았다. 당장 일전 세번의 낙하에서 느낀것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떨어졌다. 바람이고 뭐고 몸을 가눌 새도 없는 낙하.


두번째부터는 조금 달랐다. 걸음을 딛기 직전에 폭발적으로 진기를 발산한다. 진기의 밀도를 조밀하게 높이고, 그를 통해서 몸을 밀어낼 힘을 창조한다. 그 덕분에 실제로 두번째와 세번째의 시도때에는 몸의 방향이 움직였다. 즉, 허공에서 방향을 찰나지만 조절하는 것에 성공한 것이다.


특히 세번째에는 아주 잠깐 둥실-뜨는 듯한 감각과 함께 몸이 살풋 상승했었으니.


“하지만 그런 형태를 원하는건 아니니까요.”


진기를 뿜어내 바람을 두르고 허공에 잠깐 부유하는 듯한 형태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백연의 말에 청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검법을 펼치기 위함이라고 했으니. 그렇다면 보법을 펼칠 수 있어야겠죠.”

“맞습니다. 허공에서 보법을 펼친다......”


단순한 보법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보법과 신법. 크게보면 경공까지 결합된 형태의 신공. 걸음을 딛는것은 보법, 몸의 방향을 가누는 것은 신법, 긴 거리를 움직이는 추진력은 경공인 까닭이다.


“우선 발 디딜곳을 만드는게 일차적인 문제지만, 그 다음도 생각해야 합니다.”


백연이 중얼거렸다.


“세번 뛰어내리고 난 뒤에 느낀건데, 너무 감각이 달라요.”

“감각이 다르다?”

“대지에 발을 딛고 펼치는 보법은 전후좌우가 존재하고, 방향성이라는게 있습니다. 결국 발은 땅에 딛고 있는 것이니 그를 기반으로 모든 검로를 구성하고, 예측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이건 좀......”


백연이 미간을 좁혔다.


“아예 방향이란게 존재하질 않는 느낌이라.”


생소하다. 방향이 구분되지 않는다. 결국 선아의 말대로였다. 구형(球形)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말처럼, 그의 인지 자체를 바꿀 필요성이 있었다.


“아무래도 처음 겪는 감각이라 굉장히 어색하군요.”

“그렇겠죠. 누가 하늘을 걷겠다고 절벽에서 뛰어내리겠어요. 어린아이의 망상도 아니고.”


그렇게 말하며 후훗-하고 웃는 청율. 휘어드는 사숙의 눈매에 짙은 장난기가 어렸다.


“제가 어렸을때 마을 나무에 올라가서 날아보겠다고 뛰어내리는 녀석들이 꼭 하나씩 있었는데 말이죠.”

“다리가 부러졌겠군요.”

“다리만 부러졌으면 다행이죠. 그래도 그 와중에 멀쩡하게 착지하는 녀석들이 있었는데......하다보니 점점 요령이 붙는지 나중에는 훌쩍 훌쩍 뛰어내리더군요.”

“부러져도 계속 했나보군요.”

“아이들은 원래 겁이 없으니까요.”


그렇게 말하고는 백연을 보며 덧붙인다.


“저는 백연의 생각이 틀리거나 불가능하다 생각지 않아요. 다만 놓치고 있는게 있을지 모르니까. 조급해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알고 있습니다.”


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되지는 않을 것 같군요. 결국에는 무언가 발상이 필요한데.”

“헌데 궁금한게 있어요. 왜 여덟번인가요?”


청율이 물었다.


“백연이 말한 바로는, 여덟번까지 몸을 가누는 것이 가능할거라고 했는데.”

“간단하게 보면 두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백연은 발 아래로 펼쳐진 구름을 응시하며 답했다.


“첫째는 추진의 이유입니다. 결국에는 능공허도나 허공답보의 경지가 아닌, 인위적으로 무공을 통해 경지를 재현하려는 시도니까요. 첫 출발하는 시점은 땅을 박차는 동작으로 이뤄지죠. 그때 얻은 추진 경파를 가지고 이어지는 모든 동작에 힘을 더하는데......그 증폭이 최대 여덟번이 지나면 처음 얻었던 추진력이 전부 떨어집니다.”


첫 걸음의 추진 경파. 허공으로 뛰어오르는 순간 몸에 지닌 경파를 이용해 다음 동작을 연이어 이어나가는 형태다. 결국 처음 사용한 힘을 전부 소진하면 아무리 몸을 비틀어도 쉽지 않으리란 이야기.


“물론 개개인의 성취에 따라 증가할 여지가 없지는 않지만, 적어도 제 생각 속에서 수천번정도 고민해본 결과는 그랬습니다. 여덟번의 움직임을 통해 한번에 네개의 방위씩, 삼십육방(三十六方)의 공간을 전부 보신경 범위에 넣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두번째 이유는요?”

“두번째는.”


백연이 청율을 힐끗 쳐다보았다. 밤하늘 아래 소년의 자색 눈동자가 별무리처럼 빛나며 흔들렸다. 조용히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한점 의심도 없는 내용만이 담겨 있었다.


“이 보신경을 만드는 이유는 검법을 펼치기 위함이죠. 헌데, 만약 보신경과 검법이 전부 완성되면......”


그 자색 눈 안에서 밤하늘이 반사되어 휘몰아친다. 휘도는 별무리가 소년의 눈동자 속에서 천구(天球)를 이루기라도 할 듯이.


그 속에서 담담한 음성이 울렸다.


“여덟 걸음 이상은, 필요가 없습니다.”



※※※



산새의 울음소리가 맑았다. 풍령처럼 투명한 지저귐이 창틀을 타 넘어 물방울처럼 떨어지고, 그 위로 흐르는 듯한 햇살이 내려앉는다.


사락.


무궁각의 가장 윗층, 조용한 아침이었다. 고요함 속에 울려퍼지는 소리는 산새의 지저귐과 옅은 바람의 소리, 그리고 붓 한자루가 종이 위를 스치는 소리와-


“......”


새근새근 들려오는 소년의 숨소리 밖에 없었다.


“잘 자네요.”


속삭이듯 중얼거린 청율이 미소를 지었다. 붓을 내려놓고는 곁에서 작은 이불을 끌어다 백연의 위에 덮어주면서였다.


소년의 투명한 눈꺼풀은 미동도 하지 않고 조용히 내리감겨 있었다. 또래에 비해 넓지만, 여전히 가는편인 어깨선을 타고 짙은 흑발이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종이에 글씨를 쓰던 자세 그대로 머리를 책상에 박고 잠든 모습.


보기 드물게 평화로운 광경이다. 언제부턴가 청율의 눈에도 백연은 검을 빼들고 있는 모습이 더 익숙했으니까.


검을 쥐고, 뺨에 피를 잔뜩 묻힌채로도 아무렇지 않게 태연히 다른 사람부터 챙기는 소년.


제 나이같지 않은 행동을 볼때마다 청율은 왠지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지는 기분이었다.


이래도 되는걸까.


무궁각주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청년의 머리 한 구석에 매번 스치는 물음이었다.


보고 듣는 것이 많다. 아는것도 많다. 호사가들의 입에 암화라는 이름이 종일 오르내린다는 것도 잘 안다. 이제는 그 이름에 수라궁주 격살의 전공까지 더해져 더욱 날아오르고 있다. 조만간 새로운 별호가 암암리에 떠돌 가능성도 지극히 높았다.


더 이상 후기지수가 아니다. 신성도 아니다.


강호 무림에서 이제 백연이라는 이름은 능운검절을 비롯한 중진 고수들과 공공연히 같은 반열에 놓인다. 그 이름이 나타난지 고작 일년여의 시간이 지났을 뿐임에도.


‘기련산의 일을 이 아이에게 맡기는 것도 그렇고.’


어쩌면 이미 그 이상의 무인으로 대접받고 있다 보아야겠지. 하오문 방주들 뿐만 아니라, 구파나 세가의 수장들도 그러하게 취급한다. 이번 수라궁주와의 전투에서 당가주 본인이 직접 백연을 지목해 함께 전투에 임했다던가.


강호 무림의 무인이라면 누구라도 꿈꿀만한 자질과 영광이다. 먼발치에서 바라보았다면 청율도 똑같이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어린데.”


바로 곁에서 지켜보는 그로써는 이 상황에 자꾸만 마음 한켠이 무거워진다.


그는 초월적인 무인이 아니다. 때문에 검왕을 비롯한 이들이 이 아이에게서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들의 눈에는 아이가 무엇이든 감당할 수 있는 자질이 있는 것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지.


허나.


“가끔씩 다들 잊어버리는 것 같아서요.”


이 아이가 얼마나 어린지. 짧은 기간에 얼마나 많은것을 감당했는지.


그리고 또 앞으로 얼마나 많은것을 감당해야 하는지.


청율은 흐린 미소와 함께 한숨을 지었다.


그가 이 자리를 대신할 능력이 있었다면 그리했으리라. 허나 그럴수가 없다는 것은 그도 잘 알았다.


며칠 뒤면 이 아이는 다시 위험한 여정을 떠나야 할테지.


“그래도, 지금만큼은-”


푹 쉬었으면 좋겠네요. 청율은 그리 중얼거리며 붓을 들어올렸다. 햇살이 비스듬히 내려앉은 소년의 얼굴에 걸린 옅은 미소를 보지 못한채로.



※※※



“이게 다 뭡니까?”


백연이 물었다. 그에 호탕하게 웃은 철야방주가 답했다.


“뭐긴. 축제지!”


백연은 눈을 깜빡였다.


막 정오에 이르는 느지막한 시간이었다. 전날 진기를 과하게 소진한 탓일까. 아침 내내 무궁각에서 곯아떨어졌다 나온 소년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놀라운 광경이었다.


한순간, 백연은 자신이 곤륜파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고 착각할 정도였으니까.


“아니, 이게 뭔......”

“비키시오! 비키시오!”


쿠구구구궁-


왁자지껄한 외침과 함께 그야말로 거대한 철상이 옆을 지나간다. 화려한 가백금과 철조각으로 장식된 장식품은 용도가 무엇인지 짐작하기도 어려웠다. 백연은 그것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그 장식품이 용 모양 조각상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다.


“진짜 뭡니까?”

“곤륜의 상징이 용이라 들었네만. 아닌가?”

“맞......긴한데.”

“본래 구파의 본산에 가면 화려한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네. 그는 곧 문파의 위상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지.”

“허어.”

“소림사에서 중생들을 내려다보는 명왕(明王)들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아나? 무당파는 자네도 가보았을테니 화려한걸 알테고.”


백연은 볼을 긁적였다.


“뭐, 그렇긴 했지요.”


무당산에는 곳곳에 삼봉의 흔적이 남아있다. 삼봉이 직접 남긴것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후대에 개파조사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와 더불어 도문(道門)인 바, 상제들을 모시는 곳도 당연히 있고.


“그런 까닭이네. 이번에 문파를 개방한다 들었는데, 찾아오는 향화객들이나 손님들에게 위엄을 보여야지.”

“그럴 필요까지 있습니까?”

“물론.”


뒷짐을 진 거한이 바삐 움직이는 철야방도들을 내려다보며 말한다.


“문파의 위상은 그냥 툭 튀어나오는게 아닐세. 친근한게 나쁜것은 아니네만, 분명히 어떠한 선이란건 존재해야 하지. 민초와 거리를 두지 않는 문파는 천하에 개방뿐이고, 앞으로도 개방뿐이어야 하네.”

“흐음.”

“그건 단지 곤륜파를 위한 것이 아니야. 민초들은 이러한 것을 보며 자신들의 마음에 믿음을 새기게 되네. 자네들이 우뚝 선 기둥으로써 그들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철야방주의 말은 타당했다. 그 또한 이런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애시당초 다 쓰러져가던 곤륜파의 전각들을 돈이 생기자마자 깔끔한 새것으로 전부 갈아치운 이유가 그것 아니었던가.


백연도 이런 일의 필요성은 잘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 이 시기에, 이런 규모로 진행될 줄 몰랐던 것이지.


“공자! 간만이네요.”


그 사이 귓가를 파고드는 익숙한 목소리에 백연이 시선을 돌렸다. 한켠에서 성큼성큼 걸어올라온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선화? 그렇잖아도 어딜 가셨나 물어보려 했습니다만. 주루에 안계시길래.”

“저희 방주께서 제 방에 들어앉으셔서요. 쫒겨났지 뭐에요.”


그리 말하며 생긋 웃는 루주다.


“잠시 이것저것 할 일도 있어 바삐 돌아다녔네요. 돌아왔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궁주를 상대했다더니 다친곳은 없나요?”

“예. 선화께선......?”

“저는 멀쩡해요. 팔영은 조금 다쳤었는데.”

“호들갑 떨지 마시오. 루주.”


후욱.


그와 함께 연기처럼 스치는 기척. 선화의 옆에 뚝 떨어진 외팔의 노인이 고개를 까딱여 인사를 건넨다. 주름진 얼굴에 보기 드물게 반가운 기색이 일었다.


“간만이구려, 공자.”

“팔영. 다치셨습니까?”

“노부는 이미 다 나았소.”


그리 말한 팔영이 철야방주를 힐끗 쳐다보며 고개를 까딱였다.


“방주.”

“그림자.”


짤막한 인사다. 백연은 그 둘의 대화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각기 다른 방의 소속이라 저리 대한다고 했던가. 무영방의 그림자는 무영방주한테만 충성한다고.


그럼에도 실제로 보니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하령은 조금 존경받는 것 같긴 했는데.’


그리 생각하던 백연이 선화에게 시선을 돌렸다.


“흑랑은요?”

“그는 지금 없어요. 무영방주와 함께 움직였습니다.”

“그렇다면......”

“네. 감숙으로 갔을거에요.”


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빠르군요. 얼굴도 보지 못했는데.”

“그래도 공자에게 인사는 남기고 떠났어요. 조만간 보자고 했던가.”

“하하. 패흑련과 한바탕 했다면서 멀쩡한가 보군요.”

“그렇죠. 그리고 아마 무영방주께 무언가를 배울 기회이기도 할테니까요. 더 강해져서 돌아오려 할거에요.”


그렇겠지. 월영신공의 한계는 드높다. 흑랑 또한 무영방주 본인에게 배운다면 실력이 빠르게 늘 일이다. 월영비도까지 그가 가지고 있으니, 다시 만날때면 한층 강해져 있으리라.


“그나저나 날도 더운데, 슬슬......”


선화가 말을 꺼내려던 그때였다.


사박.


귓가에 옅은 소리가 바람처럼 내려앉는다. 어느 순간 소년의 눈 앞을 가린것은 새하얀 궁장이었다. 달리 표홀하다 말할 수 밖에 없는 몸놀림.


“방주님......?”


뒤에서 선화의 놀란듯한 목소리가 들리고.


“암화.”


백연의 앞에 돌연 나타난 천라방주, 은림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지금, 그대에게 한가지 부탁하고픈 것이 있습니다.”

“......부탁이요?”

“저와 손을 좀 겨뤄주실 수 있겠습니까?”

“갑자기 무슨......”

“포영이 그대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한 것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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