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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륜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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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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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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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검흔(3)

DUMMY

※※※



허공답보(虛空踏步).


설화 속의 경지다. 경지를 넘어 일신의 무위가 하늘에 닿는다면, 발 디디고 있는 곳이 허공이라 해도 능히 땅처럼 움직일 수 있다고.


달리 허황된 소리로 치부되는 경지이기도 했다.


허공답보의 묘리로 허공을 밟고, 능공허도(凌空虛道)로 육신을 제어해 자유로이 움직인다. 인간이 창천을 누비는 새매마냥 자유로이 거동할 수 있다는 경지는 설화 속에서도 두어번 밖에 등장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 진실 여부조차 확실하지 않게.


‘무당의 삼봉이.’


원(元)을 수호하던 고룡(古龍)을 태극으로 찍어 죽여버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린아이들이 잠자리에 들때 들려주면 좋아할 법한 무용담인데, 그 이야기 속 삼봉은 허공을 밟고 움직인다.


구름자락을 도포마냥 두르고선 제천대성이라도 된 양 용의 발톱 사이로 움직이며 검을 휘둘렀다 묘사되는 허황된 이야기.


백연은 생각했다.


그것이 마냥 허황된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이 순간.


“백연. 괜찮......”


귓가에 들려오는 선아의 목소리마저 꿈결처럼 몽혼해지고 있는 탓이었다. 소년의 백회혈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직전 이해한 것을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검로(劍路)가 합치된다.


아무 의미없이 분절되어 따로 노는 것 같던 검흔이, 하나씩 이어지며 한없이 아득한 검로를 엮어낸다. 하나 하나의 검흔이 솟구치듯 상승하는 개세적인 힘을 담고 있었는데 마치 하늘이라도 찢어버릴 듯한 힘이다.


그 속에서 백연은 보았다.


백발 자안의 청년. 흐릿한 검을 한손에 쥐고 허공을 밟는다. 일보(一步)의 간격이 자유롭다. 그 검끝이 춤추듯 움직이며, 밤하늘 은하수를 엮어내는 양 떨어지는 순간-


“백연!”


쩌어어어어엉-!


귓가가 멍하게 울리며 일순 눈앞 풍경이 뒤틀렸다. 맑은 종이 깨지는 것 같은 소리가 뇌리를 연달아 강타했다. 소년은 그것이 환청이 아님을 뒤늦게 알아챘다.


“윽......”


미간을 찌푸린 백연이 비틀거리다 이내 곁의 나무등걸에 몸을 기대고 섰다. 머리를 숙인 소년의 입가에서 김이 희게 흩어져 나왔다. 진기 파동의 여파였다. 단지 검로를 뇌리에 되새긴 것 만으로 일어난 반동.


동시에 백연은 깨달았다.


허리춤에 매달린 여휘가 살아있는 것처럼 웅웅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괜찮아? 갑자기......!”


황급히 달려온 선아가 그를 부축하려 손을 뻗었다. 백연은 크게 숨을 들이쉬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그리 말하며 백연은 검파에 손을 올렸다. 여전히 부드럽게 지잉거리는 진동이 손끝에 와 닿았다. 그대로 힘을 주어 여휘를 뽑아내자 흐린 빛살이 눈앞에 당겨져 올라왔다. 산길의 찬바람 사이에서 은백색으로 물든 검신이 옅은 떨림을 반복하다 이내 조용해졌다.


어느새 주변에는 적막이 내려앉아 있었다. 선아조차도 눈을 크게 뜨고 여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검신의 울림을 뒤늦게 인지했는지.


“그거, 네가 일으킨거야?”

“아니.”

“그러면......”

“검이 스스로 움직였어. 자칫하면 무아(無我)에 빠질 뻔 했는데.”


백연이 말했다.


뒤늦게 이해한 것들이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방금 전, 백연 자신은 선아의 말을 들은 것으로써 발상을 전환. 동굴에 새겨진 검흔 묘리를 받아들이기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여휘의 검명(劍鳴)이 그것을 박아버렸다.


강제적으로 일으킨 진기 파동을 통해 상단전 집중을 깨버림으로써.


그 설명에 선아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면 안되는 것 아니야? 무아지경은 경지 상승의 시발점이라고......”

“본래라면 맞는데.”


백연이 여휘의 검신을 손가락으로 쓸었다.


“지금은 외려 다행이야.”


소년이 담담하게 말했다.


“여휘가 아니었으면 죽었거나 입마(入魔)에 이르렀을 테니까.”


그의 말대로였다.


무아지경에 이르러 깨달음을 얻는 것은 수많은 무인들이 겪는 일이다. 그를 통해 길을 찾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이 많은 무인들이 꿈꾸는 상황.


허나 백연은 이해했다. 방금 그 순간, 소년이 닿으려던 경지는 지금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벽을 족히 두번은 뛰어넘어야 하는데, 그걸 모조리 생략하고 손에 쥘 뻔 했어.”


그랬다면 아마 죽었다. 아니, 백이면 백 죽었다.


소년은 옅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본래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결과를 통해 과정을 이끌어내려 시도했고 그 덕에 반쯤 성공해버렸다. 무연의 경지를 잠깐이나마 몸으로 직접 느껴본 까닭에, 그의 상단전 통찰이 지금 육신의 경지를 아득히 넘어 있는 탓이었다.


백연 자신이었기에 무연의 검흔을 이해했고, 그 덕에 죽을뻔했다.


그 과정에서 입마에 빠지고 늦게 죽거나, 아니면 곧장 죽어버리느냐의 차이만 있었겠지.


백연의 말을 들은 선아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여휘가 널 살린거라고?”

“그렇다고 봐야겠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건진 모르겠는데.”


백연이 자신의 검을 내려다보았다.


이제는 완전히 조용해진 검은 가만히 흐린 빛을 내며 소년의 손아귀에 쥐어져 있을 뿐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쇠붙이라도 되는 양.


“이름난 신검들은 이해할 수 없는 공능이 있다고 이야기는 들었는데, 이건......”


백연이 말끝을 흐렸다.


검에 의지가 새겨져 있기라도 한듯한 감각은 처음 받아보는 것은 아니었다. 여휘도 그랬고, 검귀 시절의 묵령검도 그랬으니까. 강호 무림에서도 극히 드물지만 가끔 일어나는 일이었다.


소유자가 지나치게 강대한 영성을 지니고 있다면 검에 그것이 스며들어 기이한 일을 일으키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거꾸로 요검(妖劍)이나 혈검(血劍)같은 귀물들은 주인을 잡아먹는다는 소문도 있으니 말이 안되는 것은 없으리라.


하지만 이런 식의 현상은 백연조차도 처음 보고 듣는 것이었다. 여휘를 응시하던 소년이 이내 선아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의 눈길에 잠시 눈을 깜빡인 선아가 이내 생긋 미소를 지었다.


“그럼 내가 살린거기도 하네?”

“아하하. 그렇게 되나.”


픽 웃은 백연이 여휘를 다시 집어넣었다.


“그래도 앞으로는 조심해줘.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네.”


선아가 말했다.


“갑자기 기파가 막 치솟을때 얼마나 당황했는 줄 알아?”

“미안. 그래도 얻어낸 것도 있으니까.”


백연이 직전의 감각을 되새기며 말했다.


“그 검흔은 지금 재현이 불가능해. 완벽히 똑같은 검법을 엮어낼 생각도 없고. 하지만......”


그 검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


허공답보(虛空踏步).


천하 무당의 제운종이 대성에 다다르면 천상제(天上梯)의 묘리를 재현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신체의 움직임 없이 수직으로 치솟을 수 있는 절세지경의 보신경.


백연은 생각했다.


‘무공 기예의 공능이 절세에 달하면, 경지를 인위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곤륜의 분광뇌풍검법(分光雷風劍法)이 그러하듯이.


그것은 의념의 문제다. 그가 엮어낸 빛살을 가르는 검법은 벨 수 없어야 하는 것을 베고자 만들어졌는데, 그로써 본래의 경지에서는 불가능할 절삭력을 손에 쥐었다.


때때로 절세지경에 달한 무공의 공능은 경지를 넘어선다. 그 의념을 완벽하게 대성한다면 그것 자체로써 또다른 경지의 방향이라 볼 수도 있는 까닭이다.


단적인 예로써 소림의 수많은 신공들이 그러하다. 백팔나한진은 합격진으로써 초월자조차 능가하는 압도적인 전력을 발휘한다 하니까.


무공으로 경지를 이룩한다.


어찌보면 또다시 역(逆)이다. 만류귀종의 법칙과도 일맥상통하는 면모가 있는데, 아득한 경지에 이른 이들은 무공이 중요하지 않아진다는다는 소리를 거꾸로 뒤집는 느낌이다.


천마나 삼봉이 삼재검법을 펼쳐도 절세지경이었을테니까.


소년은 그 역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단순 경지로써 허공을 걷고자 한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심상세계의 검왕이 보여주었던 전성기의 그조차 구름을 밟는 것에 그쳤다. 초월에서 다시 한번 벽을 넘어야 한다는 소리인데, 그것은 많은것이 필요한 일이다.


때문에 백연은 다른 방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검을 엮어내고자 하면, 허공을 누비는 보신경이 선행되어야 하니까.’


산길을 천천히 걸으며 머릿속으로는 생각을 거듭한다. 선아와 함께 조용히 걷는 와중에도 백연의 머릿속에서는 보신경 구결이 합쳐졌다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본래는 무엇이라도 발디딜 곳이 있어야 해.’


답설무흔이나 등평도수의 경지도 결국 뭔가를 밟는 것이다. 그게 물이 되었건, 아주 얇은 눈가루가 되었건 그렇다.


소년은 고민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론을 내었다.


‘신법 운해비영의 움직임 자체가 애초에 검격 경파의 바람을 추진력 삼는건데.’


그렇다면 바람은 못 밟나?


태연하게 미친 생각을 한 백연.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생각에서 그치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찰나에도 수백가지의 현상이 그려지고 돌아간다. 산길을 따라 곤륜파의 경내까지 걷는 짧은 와중에 백연은 셀 수 없이 많은 가설을 엮어내고 상상으로 실험해냈고.


“......여덟번.”


결론을 내렸다.


막 곤륜파의 경내에 걸음을 디디는 순간이었다.


백연의 말에 선아가 눈을 깜빡였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최대 여덟번까지 움직이는게 가능해. 불가능한건 아니야.”

“뭐가?”


백연이 시선을 던졌다. 곤륜파 경내를 수놓은 수많은 건물들 너머로, 깎아지른 듯한 산맥과 그 아래 휘도는 구름의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응시하며 백연이 중얼거렸다.


“허공을 걷는것이.”



※※※



“형님!”


와락 달려드는 녹빛 눈의 소년은 일전에 보았을때보다 훨씬 커져 있었다. 고작 몇개월 보지 못했을 뿐인데, 키가 훌쩍 커버린 모습에 백연이 웃었다.


“잘 있었어?”


그 물음에 해랑이 생긋 웃으며 답했다.


“엄청요. 무공도 배우고 있는데, 이제는 진기를 잘 다룰 수 있게 되었어요. 사숙조들도 빠르다고 칭찬해주셨는걸요?”

“정말로? 엄청 빠른데?”


백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진심이었다. 평생 외기를 다루려 시도해본 적 없는 소년이 고작 몇달만에 진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면 그것은 굉장히 빠른 것이었다. 몇몇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이례적일 정도다.


“잘했네. 열심히 했구나.”


그의 칭찬에 배시시 웃음을 흘린 해랑. 그 사이 둘에게 다가온 것은 신유였다.


“잘 돌아왔구나. 고생이 많았다.”


도포자락 아래에 엿보이는 흰색 천. 그것에 핏물이 꽤 배어있다는 것을 확인한 백연이 미간을 좁혔다.


“괜찮으신겁니까?”

“뭐 이것 가지고. 나도 칼잡이란다. 소싯적에는 배에 구멍이 뚫려도 멀쩡하게 걸어다녔던 것을.”


백연은 신유를 쳐다보았다. 표정에 한점 변화가 없는 진실이었다.


‘청해는 도대체.’


과거 마도 무림보다 배는 무도한 땅이었던 것 같았다. 어떻게 여기 살았던 사람중에 칼부림 한번 안해본 사람이 없는건지.


“자세히는 어떻게 된겁니까?”


백연이 물었다. 해랑이와 신유와 함께 걸음을 옮기면서였다.


“패흑련 군세가 별안간 쳐들어왔다 들었는데.”

“본래 남하하고 있던 것은 알았다. 련주 본인이 쳐들어오면 옥수를 버리고 물러날까도 고민하고 있었는데, 련주가 이편으로 걸음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옥수를 수호하기로 했지.”

“목적성이 있던겁니까? 곤륜파를 노린다거나.”

“그런 것은 아닌듯 보였다. 우리를 죽이려 들긴 했으나, 만약 다른 방향으로 도주했다면 굳이 뒤를 쫓지는 않았을 것 같더구나.”


백연은 눈매를 찌푸렸다.


목적성이 없는 진군이라. 그럴리는 없다. 무엇이든 목표하는 바가 있었을텐데, 그것이 무엇인지 지금 파악할 수 없었다.


“무영방주에게 물어보아야겠군요. 그는 패흑련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던데.”

“본래 무(武)를 숭상하는 집단이라 하더구나. 그 말대로 모든 구성원이 정예를 상대하는 느낌이었다.”

“시간을 꽤 끌었다던데 대체 어떻게......”

“산맥은 우리가 익숙한 곳이지. 거기에다 아이들도 많은 실전을 겪었지 않으냐.”


신유는 담담히 말했다.


“어린 이들은 전부 경내에 놓고, 나머지가 하오문과 합세해 교란을 펼쳤다. 보신경 성취는 우리가 앞섰기에 다행이지.”


그렇게 버티다가, 정말로 수세에 몰린 순간에 무영방주와 천라방주가 나타났다고.


“산 전체가 흐려졌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땅 전체를 따라 그림자가 몸을 일으켰는데,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일어나더구나.”

“월영신공의 극의(極意)군요.”

“설화속의 괴력난신을 보는 줄 알았다. 그 앞에서는 군세의 숫자가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

“초월에 이른 괴물입니다. 그럴법 하지요. 천라방주의 싸움은 보셨습니까?”

“나중에나 보았다. 전장 한가운데서 고고히 걸음을 옮기는데, 그 어떤 공격도 그녀의 옷자락을 스치지 못했다. 그러며 손으로는 뭔가를 바삐 기록하다 가끔씩 부채를 휘둘러 달려드는 무인들을 쓸어버리더구나.”


생생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는 사이 세 사람은 넓다란 연무장에 도착했다. 사방에 사람이 많이 몰려있는 것이 꽤나 왁자지껄했는데, 그 모습에 백연은 미소를 지었다.


“많군요. 열성적인게 보기 좋은데.”

“흐음.”


턱을 매만진 신유가 불만스러운 어조를 뱉었다.


“이럴 줄은 몰랐는데. 나도 좀 기다려야겠구나.”

“......뭐 수련이라도 하려 하셨습니까?”

“당연하지.”

“그 몸으로요?”

“하루라도 검을 안 휘두르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 것처럼 생각하라는건 네 말이 아니더냐. 뭘 새삼스래.”

“아니, 다친 몸으로 하라는 소리는 아니었는데요.”


그러나 신유는 백연의 말에도 미소를 짓고는 슥 연무장 안으로 들어갈 뿐이었다. 한숨을 푹 내쉰 백연은 곁의 해랑을 내려다보았다. 생글거리는 어린 소년의 표정은 이런 일에 익숙해보였다.


“평소에도 이랬어?”

“네. 저보고는 자주 못하게 하셨지만요.”

“......사람들 얼굴좀 보려고 안내해달라 했더니 왜 연무장으로 오나 했는데.”


백연이 픽 웃으며 중얼거렸다.


“내가 아주 무(武)에 미친 사람들을 만들어놨군.”


그리 말했지만 머릿속 한켠으로는 나쁘지 않다고도 생각했다.


아마 이들도 패흑련과의 싸움에서 느낀게 있는 것이겠지. 수련에 진심 전력으로 매진하는 것은 괜찮은 일이다. 크게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저들은 그 선을 잘 아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백연은 그리 걱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오자마자 이런 광경을 볼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그리 중얼거리며 연무장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해랑과 함께 발을 들이자 근처에서 백연을 힐끗 쳐다보고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드는 이들이 많았다.


사형들을 비롯한 사람들. 저 한켠에서 팔짱을 끼고 앉아있다 고개를 끄덕이는 신웅 사숙조까지도.


“그럼 어디 뭘 하고 있나 볼까.”


중얼거린 백연이 안을 돌아보았다. 오늘은 일대일 대련을 통한 수련을 하고 있는 모양. 어느 정도 무공 성취를 이룬 이들이 흔히 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특히 실전을 중요시하는 곤륜파같은 문파는 더욱더 그렇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도 연무장에서는 여러 소년 소녀들이 짝을 이뤄 무공을 펼치고 있었는데, 그 중 백연의 시선을 유독 끄는 사람들이 있었다.


“......음?”


한순간, 시야가 어두워진다.


시린 불빛이 번뜩이며 겹겹이 진기 파동을 뻗어내고, 은빛 창대에 휘감긴 빛살은 떨어지는 별똥별마냥 쏘아진다.


암천화광창.


악예린이었다. 백연과 함께 돌아온 그녀가 어째서 연무장에 올라 창을 휘두르고 있는지는 나중 문제였다. 백연이 눈을 휘둥그레 뜬 것은 그녀의 앞에 선 소녀가, 그 자리에 있을거라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람인 탓이었다.


“려려?”


찰나였다.


한순간 어린 소녀의 손끝이 그림처럼 올라갔다. 자기 몸에는 너무 커 보이는 검을 가볍게 쥐고 휘두르는 모습.


그 순간, 석려려의 검끝에서 짙푸른 청염(靑炎)이 청명하게 일었고.


쩌어어어어어엉-!


암천화광창의 초식이, 일거에 분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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