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하랑님의 서재입니다

곤륜환생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새글

설하랑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4.09.20 18:19
연재수 :
365 회
조회수 :
1,824,482
추천수 :
36,049
글자수 :
2,700,996

작성
24.08.06 18:10
조회
1,352
추천
44
글자
16쪽

격랑(激浪)(2)

DUMMY

※※※



一. 곤륜파 백자배 석려려가 황실 사방장군(四方將軍)에 의해 납치.


二. 사방장군의 행선지는 불명(不明).


三. 전투로 인해 곤륜파 및 옥수가 반파(半破). 다수의 부상자 발생. 곤륜파의 문도 중 사망자는 없음.


이상의 소식은 서녕(西宁)으로 와주시면 직접 전해드리겠습니다.


은림(隱林).



※※※



급하다.


그렇게밖에 느껴지지 않는 정보였다. 휘갈겨 쓴 글씨는 다급하게 써내린 듯 날카로웠고, 끄트머리에 찍힌 천라방주의 이름자는 반쯤 일그러져 있었다.


허나 백연의 눈에는 그런 것이 들어오지 않았다.


구겨진 작은 종잇조각을 꺼내 다시 한번 훑은 백연이 옅은 한숨과 함께 그것을 말아쥐었다.


“서녕......”

“이 속도면 앞으로 사흘 정도겠군요.”


그를 힐끗 돌아보는 녹빛 눈동자. 백연의 손아귀에 쥐어진 종이를 확인한 살막주의 눈매가 미미하게 움직였다.


“마음은 알겠지만, 계속 본다고 내용이 달라지진 않습니다.”

“압니다.”

“잡생각이 돌면 위험합니다. 입마에 빠지는 길이 대부분 그런데, 제가 서역에 다녀온 이야기라도......”


백연은 답하지 않고 종잇조각을 품에 갈무리할 뿐이었다. 떠들던 살막주마저 입을 다물자 메마른 바람 위로 스치는 말발굽 소리만이 요란했다.


검은 성도에서 소식을 받고 출발한지가 벌써 오래되었다. 날이 바람처럼 흐르는데, 백연은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끼고 있었다. 낮밤이 휙휙 바뀌더니 날씨가 훅 더워진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때쯤 일행은 이미 다시금 중원에 접어들고 있었다.


살막주의 안내를 따라서 녕하(寧河)를 지나, 감숙성 난주(兰州)를 거치는 길의 여정.


그 스스로가 말했던 대로 살막주의 안내에는 거침이 없었다. 장성이 없는 산의 길을 따라 일행을 안내하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는데, 평범한 이들이었다면 쉬이 따라하기 힘들 기예이기도 했다.


그들이 건너온 산맥의 험준함은 무림인이 아니었다면 두어번 쯤은 죽고도 남았을 정도인 까닭에.


허나 그로 인해 시간이 극도로 단축되었다. 천라방주의 서신을 전해다준 살막주는 일의 시급함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오셔도 되는건가요? 살막은......”

“괜찮습니다. 제가 맡아야 하는 큰 의뢰는 몇해 단위로 들어오니까요. 그리고 살막은 언제나 격동하는 난세의 한복판으로 걸음하지요. 지금은 그곳이 중원인 것 같군요.”

“......이곳이.”

“세상 천하는 넓고도 광대하지만, 이곳만큼 강자들이 횡행하는 곳도 거의 없지요. 개개인의 무력이 하늘에 닿는 괴력난신들 뿐이니.”

“그렇군요.”

“또 나름의 이유도 있습니다만, 개인적인 사정인지라. 하하.”


악예린과 살막주가 대화를 나누는 소리를 들으며 백연은 고삐를 당겼다. 밤낮없이 내달리면서도 소년의 머릿속에서는 끊임없는 생각이 휘몰아쳤다.


‘사방장군.’


적청백흑의 네 장군은 황실 군문의 가장 강대한 이들 중 하나라 들었다. 그 말대로라면, 천뢰시 종리군을 제외하고 황실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손패라는 의미.


‘아마 넷의 힘을 합치면.’


종리군보다도 강할지도 모른다. 황실의 전략병기라는 것은 그런 의미였다. 항시 황제의 명을 듣는 황군의 장수들.


저들 외에도 황제가 직접 움직이는 고수들이 존재한다지만, 사방장군만큼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곤륜산에 왔었다.


‘......죽지 않은게 다행이다.’


천라방주 은림이 그리 말했다. 죽은 사람은 없다고.


처음에는 마구잡이로 분노했으나, 머리가 조금 차분해지고 생각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사방장군 넷이 전부 왔다면 애초부터 성립이 되질 않는 싸움. 재해가 몰아쳤는데 고작 곤륜파와 옥수의 반파로 끝났다.


‘전투가 있었긴 하다는 소리.’


자신의 사형들이 눈앞에서 려려가 납치되게 놔두었을 것이라곤 생각되지가 않았다. 방주들도 있었으니 막으려고 덤빈 모양인데, 무영방주가 자리를 비운 이상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만일 무영방주가 있었다고 해도 사방장군 모두를 상대하긴 어려웠을 것을.


‘......그럼에도 죽지 않았다는 것은.’


아마 사방장군들이 피를 볼 생각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석려려를 납치했다면 애초부터 목적이 그녀였다는 소리. 쓸데없이 사형들의 목숨을 빼앗으려 들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겠지.


그러나 그것과 별개로 백연의 분노가 사그라드는 일은 없었다. 차갑게 가라앉았을 뿐.


‘감히.’


백연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의 문파를 건드렸다.


석려려가 잡혀갔다는 글을 본 순간이 뇌리에 화인처럼 새겨졌다. 아직도 장포의 한쪽 소매가 피로 얼룩져 있다.


정확한 상황은 확인해 보아야 하겠으나, 백연은 그것을 가만히 내버려둘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황실.


이제는 그의 머릿속에서 명백한 대적(大敵)으로 새겨졌다.


비단 석려려의 일 뿐만이 아니었어도 그리 되었겠지. 지금 그의 검에는 검왕과 검성의 칼질조차 깃들어 있었으니까.


“더......”

“예?”

“조금만 더 빨리 가도록 하지요.”


말과 함께 백연의 몸에 진기가 휘몰아쳤다. 그가 박차를 가하는 순간, 타고 있는 말의 육신을 따라서 물결처럼 진기 파문이 퍼져나갔다. 인마(人馬)의 몸에 진기 구결을 회전시켜 진격하는 기마술 무공.


대막의 전사들에게 배운 것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배우고 바로 완숙의 경지에 이르렀다.


삽시간에 백연의 신형이 밤을 가로지르며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빠르게 전진하는 소년의 뒷모습을 보며 악예린이 옅은 한숨을 내뱉었다.


“......백연.”

“급하군요.”

“그럴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당신이 잡아주시지요.”

“제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살막주가 어깨를 으쓱였다.


“저 소년의 검끝이, 여기서 엇나가기 시작하면 그게 재해입니다.”

“......”

“초월의 벽을 저리 빨리 뚫은 사람은 평생 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그 검법이나 무공들이 전부 스스로 창안한 신공절학이니. 과거의 천마나 그러했을까.”

“뛰어나고, 강한 사람이죠.”

“강한 사람도 엇나가지 않게 잡아줄 친우 몇명 정도는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악예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그렇듯, 노력할 수 밖에요.”


마찬가지로 말에 박차를 가하면서였다. 흑단같은 머리칼을 흩날리며 백연을 쫓아 달려나가는 악예린의 신형이 곧 밤속에 녹아들었다. 일행의 머리 위로 솟아오르는 달빛이 점차로 이지러지고 있었다.


눈썹처럼 휘어진 잔월(残月:그믐달)이었다.



※※※



잔월의 빛살마저 사라진 하늘 아래였다.


명백히 이질적이다.


검은 어둠으로 뒤덮인 하늘은, 달빛 뿐만 아니라 별빛마저 모두 사라진 흑색이었기에.


아직 삭월(朔月)이 떠오르기 까지는 며칠 남은 밤이었음에도 그렇다. 세상천지를 묵필로 덮어내기라도 한 듯이 칠흑같은 풍광.


한편 그 아래 펼쳐진 평원은 백지마냥 더없이 새하얀 순백이었다. 마치 세상을 두가지 무채색으로 물들여 놓은것만 같은 광경. 지평을 기준삼아 횡으로 갈라진 흑백(黑白)이다.


[......하아.]


그 위에 선 한 인영이 느릿하게 시선을 돌렸다. 눈밭만큼 새하얀 백발이 흑색 하늘 아래 홀로 은하수처럼 흘러내렸다.


[천주의 한 궤가 무너지고, 검을 쥔 바람이 북방의 평원에 잠들었다.]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겨울처럼 차가운 의념이 허공을 물들였다. 전보다 조금 더 거칠어져 있었는데, 마치 한줌 서릿발이 깃든 듯 하기도 했다. 시리도록 투명한 자색 눈동자 속으로 회전하는 진기의 파문이 허공에 짙게 묻어나오고 있는 까닭이었다.


직전까지 힘을 쓴 탓에.


[잔월은 죽고, 너는 살아왔구나.]

“......잡스러운 혈교의 초대가 부린 수작 탓에.”

[허하지 않았다.]


투쾅!


대지가 쪼개졌다. 찰나지간 무릎을 꿇고 앉은 화천귀제의 머리가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그와 함께 화천귀제의 발치를 따라 대지가 쿠궁-하고 내려앉았다. 짧은 순간 누군가가 그를 거대한 힘으로 내리찍어버린 듯한 광경.


동시에 화천귀제의 입가에서 핏물이 울컥 토해져 나왔다. 바닥을 적시는 핏물이 진했다. 허나 화천귀제는 천천히 기침을 삼키며 입을 다물었을 따름이었다.


[고하라. 무엇을 보았지?]

“......승천하는 교룡의 유해와, 검왕과 검성을 적대하는 황실, 천마께서 남기신 옷자락, 그리고.”


화천귀제가 낮은 음성으로 뱉었다.


과거부터 그의 뇌리에 새겨져 있던 그 벼락 줄기. 무덤에서 보았을때부터 확신했다. 검성이 필사적으로 지켜내려 했던 가능성을, 북방에 이르러 두 눈으로 직접 마주하고 나서는 더욱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아마 잔월도 그와 똑같은 것을 느꼈을 터. 때문에 그 소년이 더 성장하기 전에 싹을 짓밟고자 했을 것인데, 거꾸로 당하고 말았다.


이제는 명백히 위험한 자다.


“백락섬요(白落閃燿)라는 자가 휘두른 검을 보았습니다.”

[백락.]


투명한 음성이 부서지듯 밤하늘을 적셨다. 속삭이듯 가냘픈 음성이 스치자, 근처에 서 있던 한 노인이 천천히 입을 열어 대답하기 시작했다.


“백락섬요, 혹은 암화(暗火)라 불리는 중원의 신성입니다. 본명은 백연(百緣). 출신은 불명. 과거도 불명이며 어느날 갑자기 뚝 떨어진 듯 나타나 곤륜파라는 문파에 입문했습니다.”


거기까지 말한 노인이 마교주를 응시했다. 교주에게서는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고, 노인은 늘어뜨린 백색 수염 사이로 입을 다시 열었다.


“그로부터 일년간 중원 무림을 누비며 이름을 쌓았는데, 전례가 없을 정도의 성장이었습니다. 섬서에 날뛰던 수라궁을 절멸시킨 것으로 시작해, 크게 알려지진 않았으나 용봉지회가 열렸던 안휘성 천주산에서 금원방주와 격돌해 승리, 이어 천마의 무덤이라 알려졌던 곳에서 우리 교의 청화단주를 일대일로 격살. 청화단을 몰살시키고 무덤을 붕괴......”


툭툭 내뱉는 노인의 말이 쌓일때마다 자색의 눈동자가 느릿하게 움직였다.


시야 저편에 쓰러진 한 인영을 향해서.


“무당산으로 향하는 길에서 날뛰는 각종 사파 무인들을 베고, 비무제전에서 우승을 거머쥐었을 뿐더러, 과정에서 당가의 만천화우를 강탈. 종국에는 신승(神僧)의 진기조차 베어내는 검을 선보였고.”

[......]

“얼마 전, 사천에서 날뛰던 수라궁주의 목을 벤 것 또한 이자입니다.”

“......그답군.”


쿨럭.


기침과 함께 저편에서 흘러나오는 탁한 음성이 있었다. 옅은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가 지독히 매끄러웠는데, 죽어가는 와중에도 여전히 깊은 힘이 깃든 음성이었다.


“짧은 시간임에도.”


암혼제 천린.


아무것도 없었다. 가슴께를 따라서는 뻥 뚫린 구멍만이 자리했는데, 사지는 이미 뜯겨나간 뒤였다. 육신 전체를 따라서 흘러내리는 피의 양이 사방 대지를 다 적시고도 남을 양이었다. 순백의 눈밭 위에서 지독하게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허나 그 눈빛만큼은 이전과 달랐다.


메마르던 시선에 언뜻 백색 뇌광이 흐릿하게 스친다. 혈귀궁에서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던 소년을 생각한 듯이.


눈밭에 쓰러진 천린의 입매가 느릿하게 비틀렸다.


역시, 그 자신은 소년의 결말을 보지 못할 터이다.


허나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족했다. 백여년이라는 세월을 넘어, 그가 여기까지 와, 스스로의 결말을 지을 수 있게 된 것에는 소년의 힘도 컸기에.


언제고 천린을 죽이고 싶어했던 검객이다. 그리 되지는 못할 것이었다. 하지만.


“자윤(慈贇).”

[천린.]

“전대로서......하나 정도는 알려주겠다.”


사락.


별안간 마교주의 시선이 그의 위에 드리웠다. 지난 며칠간 하늘을 짓이기고도 남아, 아직까지도 별빛과 달빛을 지워버린 마교주의 신공을 뇌리에 떠올리며 암혼제 천린은 생각했다.


그가 본 소년과, 눈앞의 괴물이 맞서면 어찌 될까.


생각해본 적이 없지 않다. 그 또한 검귀와의 싸움을 항시 염두에 두고 있었던 탓이다. 그의 목을 노리는 검객에 대해서 천린은 아주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마교주의 신공. 육마파천류(六魔破天流)라고 했던가.


칠주야가 걸렸다. 혈귀궁에서 흡수한 모든 힘을 이끌어낸 천린 자신이 자윤의 세번째 마(魔)를 이끌어내는 것까지.


혈귀궁에서의 소년이라면 진다.


허나 지금의 그가, 그때의 그와 같을까.


“백락,......아니, 백연의 검끝은.”


천린은 확신했다.


“네게 닿을 것이다.”


잔재를 버리고 언제나 앞으로만 나아가는 소년이기에. 결국에 얼어붙어 버린 눈앞의 아이는 따라잡히고 말 것이라고.


[......]


눈밭에 쓰러진 천린을 흘깃 내려다본 마교주가 몸을 돌렸다. 그의 맨발이 부드럽게 피묻은 눈을 밟아내었고, 다음 찰나였다.


[직접 보아야겠다.]


찰나에 공간을 격했다. 이형환위가 아니었다. 잔상조차 남지 않았다. 어느 순간 우호법의 코앞에 가벼이 선 마교주.


한순간 우호법 화천귀제의 눈이 커졌다. 막대한 공포가 폭풍처럼 거한의 눈에 스며들었다.


“교주......님?”

[네가 본 것을.]


말과 함께였다. 소매 없는 백의(白衣)가 가냘픈 육신을 따라 겨울의 자락처럼 흘러내렸다. 그 사이로 살풋 드러난 발끝이 거한의 머리 끄트머리를 툭 밟아내었고.


쩌억.


우호법의 육신이 말라 비틀어졌다. 장대한 기골이 단숨에 사그라들고, 생명력이 한순간에 소멸한 듯이 없어졌다. 화염으로 휘감겨 있던 몸은 창백하게 질려 바닥으로 쿵-하고 쓰러져 내렸다.


오직 그 눈빛만이 살아있는 것 처럼 보일 지경이었는데, 세상을 오시하던 타오르는 눈동자에 깃든 것은 거대한 공포였다.


그와 함께였다.


마교주의 자색 눈동자가 소용돌이치듯 빛나기 시작했다. 그의 육신을 따라 막대한 진기가 태풍처럼 일렁였다. 찰나지간 태양을 연상시킬 정도로 강대한 열기가 투명한 백색 옷자락 위로 뜨거운 열풍을 일으키더니, 이내 분분히 튀어오르는 불티가 한줌도 남김없이 마교주의 몸 속으로 갈무리되어 사라졌다.


찰나.


자안속으로 수백가지의 기억이 스치듯 각인되었다.


무너지는 혈마의 미궁. 푸른 검기. 검은 화살과.


[......저 검(劍).]


노인이 놀란 얼굴로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다.


그 음성에 깃든 것은 희열(喜悅)이었다.


[무연의 것이다.]


노인이 마교주를 모신 이래 몇번 들어보지 못한 들뜬 음성. 천진한 아이같은 투명한 목소리가, 참을 수 없는 강렬한 감정과 함께 흐르듯이 허공을 울렸다.


[마침내.]


백발의 마교주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눈빛을 따라 강렬한 열기가 일렁였다.


[찾았구나.]

“......교주님.”

[율법(律法). 장로원을 소집시켜라.]


노인은 반문하지 않았다. 곧장 고개를 숙인 그가 답했다.


“존명.”


동시에 마교주의 시선이 움직였다. 어느새 그의 곁에 선 무인을 바라보는 눈길이었다.


흑발 흑안의 남성. 모든것이 검은 사내다. 마치 흘러내리는 밤하늘을 그대로 모아 녹여낸 듯한 형상. 등 뒤로 늘어진 거대한 검마저 묵빛으로 침잠한 모습이다.


말라 비틀어진 우호법의 시체를 흘깃 인지한 그의 눈매가 살풋 움직였으나,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고 고개를 숙인다.


[무월(無月).]

“......”

[본좌의 이름을 네게 맡기겠다. 출정(出征)을 준비하라.]

“예.”


화아아악-!


그와 함께 마교주의 몸을 따라 막대한 진기가 뭉클 피어올랐다. 흩날리는 백색 옷자락 너머로 지평까지 뒤덮였던 어둠이 한순간에 휘몰아치며 걷혔다. 별빛마저 앗아갔던 어둠이 마교주의 어깨 위에 장포처럼 내려앉았고.


[이제 일어날 때가 되었으니.]


대호법 무월(無月)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동시에 천마신교주의 음성이 속삭이듯 내려앉았다.


[교(敎)는, 중원으로 간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곤륜환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39 임전(2) +5 24.08.17 1,191 39 12쪽
338 임전 +6 24.08.16 1,215 38 14쪽
337 결집(4) +5 24.08.15 1,181 43 13쪽
336 결집(3) +6 24.08.14 1,243 42 13쪽
335 결집(2) +6 24.08.13 1,303 41 16쪽
334 결집 +5 24.08.12 1,311 38 14쪽
333 격랑(激浪)(6) +3 24.08.10 1,381 42 15쪽
332 격랑(激浪)(5) +6 24.08.09 1,381 38 14쪽
331 격랑(激浪)(4) +5 24.08.08 1,318 39 14쪽
330 격랑(激浪)(3) +4 24.08.07 1,376 39 15쪽
» 격랑(激浪)(2) +7 24.08.06 1,353 44 16쪽
328 격랑(激浪) +6 24.08.05 1,367 43 15쪽
327 별하늘이 지는 밤에(4) +6 24.08.03 1,421 44 12쪽
326 별하늘이 지는 밤에(3) +5 24.08.02 1,343 43 13쪽
325 별하늘이 지는 밤에(2) +6 24.08.01 1,425 44 17쪽
324 별하늘이 지는 밤에 +6 24.07.31 1,463 45 15쪽
323 용살(龍殺)의 검(4) +8 24.07.29 1,575 45 20쪽
322 용살(龍殺)의 검(3) +8 24.07.27 1,440 46 13쪽
321 용살(龍殺)의 검(2) +5 24.07.26 1,434 44 18쪽
320 용살(龍殺)의 검 +6 24.07.25 1,429 45 14쪽
319 초월(4) +5 24.07.24 1,437 42 13쪽
318 초월(3) +6 24.07.23 1,400 43 15쪽
317 초월(2) +7 24.07.22 1,482 40 14쪽
316 초월 +8 24.07.20 1,486 45 17쪽
315 용해곡(龍骸谷)(7) +7 24.07.18 1,566 47 17쪽
314 용해곡(龍骸谷)(6) +6 24.07.17 1,444 42 14쪽
313 용해곡(龍骸谷)(5) +6 24.07.16 1,422 43 14쪽
312 용해곡(龍骸谷)(4) +5 24.07.15 1,443 43 13쪽
311 용해곡(龍骸谷)(3) +6 24.07.13 1,574 48 14쪽
310 용해곡(龍骸谷)(2) +3 24.07.12 1,524 4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