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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000 님의 서재입니다.

염전노예에서 재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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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000
작품등록일 :
2024.06.15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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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2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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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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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미션을 거절했습니다

DUMMY

* * *


함무라비의 제안으로 몇 가지 가설이 만들어졌다.

하나. VIP는 입장 시기와 상관없이 나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둘. VIP들에게도 백만 포인트는 크다.

셋. 많은 보상이 걸린 미션은 VIP들을 모을 수 있다.

넷. 백만 포인트는 지금 당장은 많아 보이지만, 점점 아무것도 아니게 될 것이다.

다섯. 온라인 게임에서와 마찬가지로 S급 닉네임은 귀하고 그만큼 귀한 이들의 차지가 된 것 같다.

함무라비는 분명 끗발이 좀 있는 VIP 같지만, 뒤늦게 들어온 ‘군주’와 ‘정의’가 더 세 보인다.

너무 세서 잡다하면서도 얕은 기술을 주렁주렁 장착한 나라는 말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것만 같다.

단지 이런 내가 무려 백만 포인트가 걸린 미션을 받았다고 하니까. 무려 그 미션이 ‘살인’이라고 하니까 일단 들어온 것이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진짜 함무라비의 제안을 받아 염전주와 그 가족을 죽여야 할까?

아니. 염전주와 가족을 죽이면 이 섬에 있는 모두를 죽여야 한다. 내가 증거를 남기든 안 남기든 용의자는 나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마을 잔치 날 잔치 음식에 독을 푼다면 백만 포인트도 얻고 복수에도 성공할 수 있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일이 잘못되면 포인트만 많은 낙오자로 게임이 끝날 때까지 감옥에서 썩어야 한다.

이 세계에 있는 내내 모든 법을 지키며 살 순 없겠지만, 노예인 상태에서 법을 어길 순 없다.

불법은 가진 자와 인생을 포기한 이는 되어야 누릴 수 있는 호사니까.


[미션을 거절했습니다.]


무엇보다 VIP들의 손바닥 위에서 놀기 싫다.


[함무라비 님께서 미션을 제안했습니다.]

[일주일 안에 염전주와 그 가족을 죽이시오.]

[보상 : 2,000,000포인트]

[실패 시 사망]

[미션을 수락하시겠습니까?]


함무라비는 동물애호가와 마찬가지로 내 마음을 보상으로 꺾으려고 들었다.


[미션을 거절했습니다.]


역시 내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일단은 거절했어야 했다.


[함무라비 님께서 미션을 제안했습니다.]

[나흘 안에 염전주와 그 가족을 죽이시오.]

[보상 : 500,000포인트]

[실패 시 사망]

[미션을 수락하시겠습니까?]


잔머리 굴려 봐야 소용없다는 건가?


[미션을 거절했습니다.]


이대로 날 떠난다고 해도 상관없다. 결국 함무라비는 재밌는 구경거리가 필요한 존재일 뿐이다.

내 우승에 베팅한 VIP는 절대 아닐 거라는 거지.

내 우승에 베팅한 VIP가 나타날 때까지 나를 지킬 필요가 있다.


[정의 님께서 미션을 제안했습니다.]

[섬에 있는 인간을 죽이시오.]

[보상 : 죽인 인간당 1,000,000포인트.]


이놈은 닉값을 못 하네. 하긴 100명의 플레이어 중 99명이 죽어야 하는 반인륜적인 게임에서 사전 속 정의를 추구하는 놈이 VIP일 리 없다.


[미션을 거절했습니다.]


미션과 상관없이 섬에 있는 사람들에게 복수를 해야 하는 데다가 시간제한도 없고 실패 페널티도 없는 고마운 미션이지만, 일단 거절해야겠다.


[관전 중인 VIP : 40]


이제 막 VIP‘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나도 결국 다른 플레이어들과 다름없는 VIP들의 꼭두각시라는 걸 증명하면 될 일도 안 될 테니까.

오히려 미션과 상관없이 완벽한 복수에 성공하는 한편 이 게임이라는 사회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눈요기용 미션이 아니라 우승에 보탬이 되는 미션을 주겠지.


[관전 중인 VIP : 45]


제법 힘이 있는 VIP들과의 신경전에서 밀리지 않은 덕분인지 VIP들의 나에 대한 관심은 유지되는 걸 넘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내가 배짱만 두둑한 놈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 낸다면 다음엔 분명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 올 것이다.

보디빌더에서 운동기구를 파는 사업가로 변신해 이름을 떨친 유진 샌도우보다 내가 낫다는 걸 증명한다면 헬창뿐만 아니라 사업가를 찾고 있던 VIP가 내 편이 되어줄 거다.


꼬꼬댁!


최소 내가 동물애호가의 미션은 받고 함무라비와 정의의 미션은 거절한 이유 정도는 알아서 깨닫겠지.


“형, 뭐 해!”


평상에서 영어단어를 외우고 있던 강민이가 닭의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깜짝 놀라 맨발로 평상에서 뛰어내리더니 닭장까지 뛰어왔다.


“개밥 좀 주려고.”

“어?”


강민이는 내 말을 얼른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세, 세상에······.”


[기술-도축을 습득했습니다.]

[1포인트를 얻었습니다.]

[총 포인트 42]


내가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 죽이자 양손으로 하얗게 질린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형, 미쳤어?”

“너 설마 수업료도 안 내고 나한테 영어에 국어에 수학에 그림까지 배우려고 했던 거냐?”

“그, 그게······.”

“강민아, 정신 차려. 너랑 나랑 남이야.”

“아, 아빠한테 다 이를 거야!”

“다시 염전으로 들어가면 그만이야. 너도 다시 바보가 되는 거지.”


미션이 아닌 후원이 들어올지도 모른단 생각에 부풀어 있었지만, 사이다가 약한 건지, 미션 보상 말곤 나한테 포인트를 줄 방법이 없는 건지 VIP들은 잠잠했다.


[관전 중인 VIP : 50]


그래도 나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뜨거워지는 분위기였다.


“이참에 지금 당장 네 친구들한테 달려가서 네가 어떤 식으로 숙제를 했는지 떠들어줄까?”


자기가 열심히 한 건 숙제가 아니라 도둑질이었다는 것 정돈 예전에 깨닫고 있었을 놈이다.


“굳이 땀 뺄 필요 없이 너희 선생님한테 전화 한 통만 넣으면 되겠다. 사실은 제가 강민이 대신 숙제를 했습니다.”

“아, 안 돼!”


사실 1학기 내내 강민이를 지켜본 선생이라면 강민이의 숙제가 강민이의 작품이 아니라는 것 정돈 금방 눈치챌 것이다.

다만, 저학년의 숙제는 부모의 숙제인 게 사실이라 굳이 문제 삼으려고 하지 않겠지.

그래도 ‘일회용 비닐 우산집’에 관한 아이디어를 비롯해 여덟 살의 동심이 녹아 있는 아이디어만큼은 강민이의 아이디어로 믿어줄 것이다. 작정하고 이해하려고 들면 이해는 되는 문제니까.

강민이는 이걸 노리고 있다. 그런데 내가 끼어든다면 강민이는 동네 아이 중 가장 미련할 뿐만 아니라 노예의 아이디어를 훔친 한심한 놈이 될 것이다.


“그럼 그냥 가만히 있어. 다시 평상에 올라가서 영어단어나 외우라고.”


* * *


[미션을 완료했습니다.]

[200,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총 포인트 200,042]


당분간 포인트 걱정은 할 필요 없겠다.


아그작! 아그작!


“와······. 잘 먹는다······.”


나 이상으로 부모님께 혼날 걱정을 하느라 발을 동동거리고 있던 강민이가 생닭을 씹어먹는 개의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봤다.


“나도 줘 볼래!”

“그래. 근데 지금은 안 돼.”

“왜?”

“아직 ‘앉아’를 안 가르쳤거든.”

“응?”

“앉아.”


맛있는 먹이만 있다면 간단한 개인기 정도는 얼마든지 가르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앉아’는 가장 기본적인 훈련이면서 가장 가르치기 쉬운 훈련이다.


“우와!”


수년을 이 개와 살았지만, 이 개와 산책을 한 적도 이 개와 논 적도 없음은 물론, 이 개가 TV에 나오는 명견처럼 개인기를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못 하고 있던 강민이가 깜짝 놀라 두 눈을 부릅떴다.


“나도 해볼래!”


강민이는 이 개가 TV에 나오는 명견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놈이라면 앞으로는 아이디어 도둑이라는 걸 들키기 싫어서가 아니라 명견의 주인이 되기 위해 스스로 닭을 잡을 수 있다는 듯 생닭이 담긴 통을 통째로 들고 개에게 앉아를 명령했다.


“안 되는데? 닭만 먹는데?”

“우선 개의 목줄을 왼손으로 잡고 먹이는 오른손으로 쥔 후 개가 먹이에 관심을 보일 때, 먹이를 코로 가져갔다가 머리 위로 올리면 개는 먹이를 먹으려고 일어서다 중심을 잃고 앉는 거야.”

“아······.”


강민이가 이제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며 생닭에 이어 개의 목줄까지 가져갔다.


으으응!


하지만 개는 강민이 따위에겐 훈련받기 싫다는 듯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안 되겠다. 이리 내.”

“아니, 이 새끼는 형 말은 들으면서 주인인 내 말은 왜 안 듣지? 개는 충성스럽다더니 다 뻥이네!”

“개는 확실히 충성스러워. 근데 아무한테나 충성하지 않아.”


평생 한 명의 주인만 섬기는 진돗개의 피가 흘러서가 아니다.


“이 집에 온 순간부터 내가 나타나기 전까지 마당을 벗어난 적이 없는 놈이 너한테 충성하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니냐?”


이 시대의 시골에 사는 개 대부분이 마당에 묶인 채 개밥의 탈을 쓴 사약을 먹다 죽는다. 사약이 아닌 사료를 먹는 건 더 고통스럽다.

사약을 먹고 죽은 개들의 고통이 100이라면 사료를 먹으며 평생을 우울하게 살아야 할 개들의 고통은 1,000 정도 되니까.

마당에 묶여 살던 개가 밥을 주러 온 주인을 물어 죽인 건 개도 결국 감정의 동물이라는 증거다.


“주인의 사랑을 받고 자란 개는 주인이 물에 빠지면 주인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들어. 근데 주인의 사랑은커녕 학대를 받으며 자란 개는 주인이 물에 빠지면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

“지, 진짜?”

“개는 바보가 아니야. 물에 들어가서 주인의 목을 물어뜯어 버리기도 해. 물에 빠지기 전엔 무서운 주인이었지만, 물에 빠지면 한 끼 식사라는 거지.”

“뭐, 뭐?”

“너도 그렇잖아.”

“어?”

“너도 힘이 생기면 널 괴롭히는 놈한테 한 방 먹여주고 싶잖아.”

“나, 난 아닌데······.”


떨고 있는 건가? 그래도 어느 정도 눈치는 있네.


“너희 지금 뭐 하고 있냐?”

“어, 엄마!”


하지만 사모가 등장하자마자 강민이는 다시 악마의 표정을 지었다.


“설마 지금 너희끼리 닭을 잡은 거야?”


사모는 마당 한쪽에 쌓여 있는 닭털과 생닭이 담긴 통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나는 안 된다고 했는데 해강이 형이 잡았어!”

“너 미쳤냐?”

“이 정도는 해주실 수 있는 거 아닙니까?”

“하! 뭐, 뭐라고?”

“제가 해강이 공부도 가르쳐주고. 라디오국에 보낸 사연이 당첨돼 상품 받으면 그거 다 사모님이 가지실 거잖아요. 신춘문예에 당선되면 상금도 작품의 저작권도 다 가져가실 거잖아요. 그런데 닭 한 마리를 못 주십니까?”

“품삯을 받겠다?”

“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거 아니라더니······. 지금껏 먹여주고 재워준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겠다고?”


그냥 죽일까?

지금 갖고 있는 포인트를 피지컬에 투자하면 이 섬에 사는 사람 모두를 죽일 수 있음은 물론, 항해 기술까지 습득해 이 섬을 탈출할 수도 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꼬마 행세를 하며 아무 보육원에 들어가는 게 여기서 노예 짓을 하며 사는 것보단 낫겠지.


“계십니까?”


그런데 못 보던 얼굴이 나타났다. 이 섬에 사는 사람이라고 하기엔 너무 세련된 차림인데······. 누구지?


“아니, 또 오셨습니까?”

“평생 착실하게 공부만 한 녀석입니다. 그런 애가 근본 없는 여자랑 한 이불을 덮었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데 모든 걸 팽개치고 떠나다니요. 이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염전노예라는 비리를 세상에 알린 건, 우연히 여행을 왔다가 염전노예를 발견한 외지인이었다고 들었다.

그런데 수십 년 동안 염전노예를 구하려고 했던 외지인이 한 명이었을까?

아니. 많았다. 여행이 아니라 염전이 있는 섬으로 발령을 받은 공중보건의와 교사, 공무원 등 착한 인간으로 살다 착한 인간으로 죽은 이들이 있었다.

내 눈앞의 중년 여자는 이렇게 죽은 이의 어머니 정도 되는 모양이다.


“너무 공부만 해서 여자에 미쳤나 보죠.”

“아, 글쎄 그런 애 아니라고요!”

“아,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딱 보니까 의사 아들 덕 좀 보려고 아들만 보고 산 거 같은데, 이러니 도망을 가죠!”

“네?”

“아들 입장에선 이 숨 막히는 섬보다 아줌마랑 같이 있는 게 더 숨이 막혔을 것 같아요.”

“우리 아들 그런 애 아닙니다! 소문난 효자라고요!”

“그렇게 아들에 대해서 잘 알아요?”

“당연하죠!”

“그럼 당신 아들이 이 섬에 있는 창녀들이랑 밤낮 할 것 없이 뒹굴었다는 것도 알겠네요?”

“뭐, 뭐라고요?”

“보건소에도 창녀들을 불렀었답디다.”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걔랑 도망간 거예요.”

“진짜로 그렇게 좋아 죽겠는 여자였으면 도망을 칠 게 아니라 제 앞으로 데리고 왔었어야죠!”

“하하! 데려오면요? 데려오면 결혼이라도 시켜주는 겁니까?”

“그건······.”


사모의 말대로 창녀와 살고 싶어 의사고 가족이고 다 때려치운 걸 수도 있겠지만, 나는 왠지 염전노예의 편을 들다 섬의 악마들에게 잡아먹힌 것만 같다.


“아가, 혹시 이 사람 못 봤니?”


중년의 여자는 내 마음을 읽었는지 돌연 사모를 건너뛰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넌, 방에 들어가 있어!”


사모는 도둑이 제 발 저리듯 나를 방으로 집어넣으려고만 했다.


“못 보던 아인데 쟤는 누구죠?”

“누구라고 하면 압니까?”

“누군데요?”

“조카예요! 조카가 방학이라서 놀러 왔습니다!”

“혼자서요?”

“네!”


미션을 받을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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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노예에서 재벌까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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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진짜 빌런 NEW 8시간 전 14 0 12쪽
12 선생님의 진짜 꿈 NEW 15시간 전 33 1 13쪽
11 첫 번째 거래처 24.07.01 57 5 12쪽
10 직업의 의미 24.07.01 55 6 13쪽
9 군자의 복수 24.06.30 75 4 12쪽
» 미션을 거절했습니다 24.06.29 69 4 13쪽
7 VIP의 미션 24.06.29 73 6 12쪽
6 더 돈이 되는 일을 할게요 24.06.28 83 4 11쪽
5 상점의 아이템 24.06.27 88 6 13쪽
4 주최측의 의도 24.06.26 106 4 12쪽
3 아버님,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24.06.26 120 4 13쪽
2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노예 24.06.25 162 9 13쪽
1 염전에서 탈출하시오 +2 24.06.24 23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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