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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000 님의 서재입니다.

빙의게임 : 염전노예에서 재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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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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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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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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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더 돈이 되는 일을 할게요

DUMMY

* * *


왈! 왈!


개를 끌고 마당을 나오자마자 옆집 개가 짖어댔다.


왈! 왈!


이를 시작으로 온 동네의 개들이 짖었다. 괜한 짓을 한 걸까? 잘못하다간 날이 밝을 때까지 몽둥이찜질을 당할 것 같다.

뭐 까짓것 당하지 뭐.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그냥 지금은 좀 자유롭고 싶다. 내 옆을 지키고 있는 친구에게도 그나마의 자유를 선물해 주고 싶다.


멍! 멍!


집에선 나를 당장에라도 물어뜯을 기세였던 개가 언제 그랬냐는 듯 나를 위협하는 개들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짖었다.

자신의 첫 산책을 망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걱정하지 마라. 묶여 있는 개한테 쫄아서 돌아갈 일은 없으니까.”


그런데 개가 참 많다. 집집마다 한 마리씩은 키우는 것 같다. 한 마리가 뭐야 두세 마리를 키우는 곳도 있겠지.

염전 같은 일터에도 한 마리씩은 꼭 있을 것이다.

중성화 수술을 받은 개는 없을 것이고 목줄 없이 섬을 활보하는 개들을 생각하면 이 섬은 어쩌면 사람보다 개가 많은 곳일지도 모르겠다.

아니지. 주인이 준 음식물쓰레기를 먹다 탈이나 죽거나 잡아먹혀 죽어 사람보다 많을 순 없겠다.

하나 분명한 건 당분간 심심할 일은 없을 거라는 거다.


“거기 말고 이쪽이야.”


목줄 없는 개에게 꼬리를 살랑거리며 다가가려는 개를 염전으로 안내했다.


“너한테 소개해 줄 친구는 염전에 있다고.”


마음 같아선 섬에 있는 모든 개를 산책 시켜주고 싶지만, 지금 당장 산책시켜 줄 수 있는 건 주인의 개들뿐이다.


“사이좋게 지내란 말은 안 할게. 근데 내 말은 좀 들어라.”


발정기인지 이빨까지 드러내며 버텼지만, 다시 한번 목줄을 하늘 높이 들어 놈의 몸을 허공으로 띄우니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TV와 인터넷을 통해 가르침을 주셨던 개통령께서 이 모습을 보면 대노하시겠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이놈에게 줄 사료가 없다.

그러고 보니 사료가 필요하군.

주인이 사줄 것 같진 않은데······. 역시 돈을 벌어야겠다. 병원에도 데려가야 하니 꽤 많이 벌어야겠다. 주인이 내가 번 돈을 가만히 놔둘 것 같진 않지만, 어떻게든 해봐야지.

그런데 이 섬에 동물병원은 있나?

있을 리가. 이곳은 나한테만 지옥이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 지옥을 천국으로 만들 순 없어도 탈출할 순 있다는 거지.


* * *


“어딜 갔다 온 거야!”


개를 산책시키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사모의 고성이 들렸다. 내가 도망친 줄 알았던 모양이다.


“하하, 개랑 도망쳤나 했더니 개랑 산책이라도 하고 온 거냐?”


내가 도망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주인은 상의를 탈의한 채 평상에 앉아 아침부터 막걸리를 들이켜며 사악하게 웃었다.


“네.”

“그래. 잘했다. 비계뿐인 고기보단 비계와 살코기가 적절하게 섞인 고기가 더 맛나지. 하여튼 기특해. 근데 잠은 잤어야지. 그래야 일을 하지.”


내가 너무 안이했다. 염전 탈출이라는 퀘스트를 완료했다고 내 신분이 바뀐 게 아니었는데. 이 배불뚝이가 개과천선한 게 아니었는데 한가하게 개를 산책시킨 것도 모자라 잠도 안 자고 이 배불뚝이에게 돌아오다니······.


“아무튼, 밥 먹자.”


강민이의 선생님이 돼서 내가 얻은 건 창고와는 비교할 수 없는 보금자리와 밥밖에 없었던 거다.

막말로 이 보금자리와 밥이라는 것도 강민이를 가르쳐야 하는 곳이 ‘집’이 아니었다면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밥이라고 해봐야 라면이다. 아침부터 라면을 먹어야 하는 거다.

겸상은 허락해 줄까?


“꼭 염전에서 일해야 하는 건가요?”

“하하, 왜? 이 집에서 걸레질이라도 하려고?”

“네.”

“그럼 염전 일은 저 여편네가 하라는 거냐?”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고 있네.”


사모도 내 편이 아니었다. 나를 형이라 부르며 친하게 지내자던 강민이는 잠에서 깰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애초에 힘이 없다. 강민이가 먹고 자는 시간 빼고 공부만 할 것 같지도 않고 말이야.

그러니까 난 해가 떠 있을 땐 염전에서 일하는 노예고 해가 지면 책상 앞에서 일하는 노예가 된 거다.


“더 돈이 되는 일을 하겠습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더 돈이 되는 일?”


웹소설은 없지만, 신춘문예는 있는 시대다.


“글을 쓰겠습니다.”

“글?”


비록 삼류작가였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어쨌든 10년 넘게 글을 썼었다. 이 시대에도 글을 쓰면 일단 돈은 벌 수 있을 것이다.


“하하, 네까짓 게?”

“우산을 잃어버린 아이가 우산을 훔치기 싫어 일회용 비닐 우산집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그렇게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건 강민이가 글에서도 도둑이 되면 안 되니까 이렇게밖에 이야기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뭐?”

“비를 맞기 싫어서가 아니라 부모님에게 혼나기 싫어 우산을 훔쳤다. 그런데 부모님이 말했다. 우산을 잃어버린 아들은 부끄럽지 않지만, 우산을 훔친 아들은 부끄럽다. 우산을 잃어버린 날엔 열 대를 맞았지만, 우산을 훔친 날엔 한 대도 맞지 않았다. 그런데 그 어떤 날보다 아팠다.”


사실 이 시대의 작가는 배고픔의 상징이다. 찾아보면 돈을 많이 버는 작가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했다. 시장도 작거니와 글 쓰는 사람과 글로 돈을 버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장이었으니까.


“제가 아저씨를 작가로 만들어드릴게요!”


하지만 작가다.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왠지 갖고 싶은 타이틀.


“라디오 사연으로는 쓸 수 있겠네······.”


역시 그랬다.


“으흠, 한번 해봐.”


그런데 라디오라······. 나쁘지 않은데?


“그럼 우선 라디오 사연부터 써볼까요?”


집에서 키우는 개에게 잘해주고 싶은 마음에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줬다가 개를 죽인 아이의 부끄러운 고백을 라디오국에 보내면 프리미엄 사료와 동물병원 이용권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가로 만들어준다더니 순 뻥이었구나?”

“신춘문예까진 한참 남았으니까요.”

“신춘문예?”


신춘문예가 뭔지도 모르는 작자가 작가를 노리고 있다니······.


“평범한 사람을 작가로 만들어주는 대회 같은 거예요.”


아무튼, 욕심만은 많은 놈이라 다행이다.


“넌 보육원에서 별걸 다 배웠다?”

“가끔씩 사진을 찍기 위해 대단한 사람들이 참 많이 들락거렸거든요. 원장님 덕분에 뉴스도 많이 봤고요.”

“아······.”


내 글이 이 시대에 과연 통하겠냔 걱정보다 주인이 내 글의 가치를 알아봐 줄 수 있겠냔 걱정이 큰 게 사실이지만, 라디오를 통해 내 글의 가치를 조금씩 조금씩 증명해 간다면 염전에서 구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욕심이 난다. 보도국에 염전노예라는 비극을 제보한다면 이 섬을 탈출하는 시기가 더 빨라질까?

아니. 염전노예라는 비극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을 때, 자유를 찾은 염전노예는 손으로 꼽는다.

대부분은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이 되어 바다를 떠돌거나 섬의 차가운 땅에 묻혔다.

언론을 믿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이 게임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그래. 뉴스만 봐도 다 알 수 있지! 뉴스에 다 나온다고! 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주인이 갑자기 평상에서 벌떡 일어나 안채로 들어가 TV를 켰다.


-라면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우지라면이 공업용 우지로 만든 라면이라는 소식입니다.=


주인이 TV를 틀자마자 TV는 기자가 왜 기레기인지를 증명했다.


“뭐야? 이제 라면 먹으면 안 되는 거야?”


잠깐만. 지금 1980년 아니야? 그런데 왜 우지파동이 벌써부터 일어난 거지? 설마 플레이어가······.


“그럼 이걸 다 버려야 하는 건가?”

“아깝게 왜 버려?”

“설마 먹으려고?”

“이놈 줘.”


우지라면은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우지파동은 식품업계의 비리가 아닌 대한민국 언론의 비리니까.

그런데 화가 난다. 나는 이 지옥 같은 섬에서 염전주 아들을 천재로 둔갑시키고 맞춤법도 모를 염전주를 작가로 등단시키는 등의 한심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는 우지파동으로 대한민국 언론을 공개 저격하는 한편 어마어마한 돈을 벌려고 하고 있다.

1989년의 우지파동을 1980년으로 당긴 건, 일단 라면업계를 초전박살 내 라면회사의 주가를 떨어뜨려 그 회사의 주식을 사기 위해서가 아닐까?

라면회사의 회복과 라면시장의 성장은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일 테니까.

몇 년 안에 라면업계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가 출시하는 건 절대 우연이 아니다.

어쩌면 업계의 전설이 된 라면의 레시피를 들고 게임에 참가한 이가 대한민국 라면의 역사는 물론, 전 세계 라면의 역사를 바꾸기 위해 이 일을 벌인 걸지도 모른다.

플레이어들이 1980년의 누군가에 빙의할 거란 건 플레이어가 게임에 참가하기 한 달 전부터 공지된 사항이니까.

나도 그렇지만, 플레이어 모두가 어떻게 1980년을 살아가야 할지를 계획했다.

누군가는 같은 계획을 세웠을 것이고 그래서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라이벌인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들의 라이벌이 아니다.


“안 먹고 뭐 하냐?”


플레이어들과의 겸상은커녕 염전주 내외와도 겸상할 수 없는 노예다.


“먹어요.”


하지만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친놈, 너 지금 웃냐?”

“맛있어서요.”


그리고 게임은 어려워야 재밌는 법이다.


“역시 라면은 너만 먹어야겠다.”

“네.”


우지파동을 당긴 플레이어가 쉬운 길을 걷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솔직히 라면시장보다 더 돈이 되는 시장은 많으니까. 더 돈이 되고 쉬운 길도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핸드폰 시장을 겨냥해 1980년대 핸드폰 시장과 반도체 시장을 선도할 미국의 모토에 투자하면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 있다.

가장 좋은 건 거품이 어마어마하게 끼고 있는 일본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는 거겠지.

이걸 모를 리 없는 플레이어가 라면 시장을 택한 건 플레이어와의 경쟁을 피하고 싶어서지 않을까?

결국 경쟁을 하게 되더라도 처음부터는 하고 싶지 않은 거다.

첫 끗발이 좋다고 그 끗발이 끝까지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이걸 알고 있음에도 화가 나는 건, 내가 아직 출발선에도 서지 못했다는 것 때문이다.

나는 언제쯤 남 좋은 일을 그만둘 수 있을까?

10년은 더 해야겠지? 성인이 되어 군대는 제대 해야 내가 번 돈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을 테니까.

이제 보니 염전노예라는 시작점이 아니라 어린 나이가 문제였네.

아니지. 여기에서도 나이가 깡패다. 남들보다 늦게 출발선에 도착하는 대신 비단길에서 더 오래오래 뛸 수 있다는 거니까.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그래. 진짜 승부처는 IMF와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가상화폐 그리고······.

잠깐만. 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었다고 이 게임의 승자일까? 아니. 돈으로 벌 수 있는 점수는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해야 한다. 그러려면 포인트가 필요하다. 포인트를 벌려면······.


[관전 중인 VIP : 0]


우지파동을 일으킨 플레이어도 이제 막 출발선에 도착한 게 아닐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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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노예 24.06.25 60 6 13쪽
1 염전에서 탈출하시오 24.06.24 10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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