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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게임 : 염전노예에서 재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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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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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5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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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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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염전에서 탈출하시오

DUMMY

* * *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열이면 열 모두 성공할 수 있다고 답할 것이다. 가치가 폭등할 주식과 부동산, 가상화폐만 사도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테니까.

인간의 욕심이라는 게 끝이 없다 보니 더 큰 돈을 벌려다, 기억엔 없는 것들까지 욕심내려다, 더 나은 이가 되려다 자본주의의 정상 근처에서 자본주의의 밑바닥으로 추락할 확률이 매우 높은 게 사실이지만, 어쨌든 가져보지 못한 돈은 벌 수 있을 것이다.

최소 더 나은 인생을 살 것이다.

단순히 돈만 많은 인생은 아닐 것이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재능이 있든 없든 공부라는 외길만 걷다 평범 근처의 삶만 살던 이들이 재능을 꽃피울 수도 있고 선구자로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큰 성공을 거머쥘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없어 컴퓨터 게임을 취미로도 좋지 않게 보던 시대에 사느라 프로게이머의 재능을 타고났음에도 프로게이머의 성공을 지켜만 보고 있던 이가 프로게이머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더 나은 배우자, 더 나은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회귀라는 건 행복이다.

행복을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벌 수 있어서가 아니라 모든 선택이 행복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과거로 돌아왔는데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된다면 어떨까?

빙의게임은 이런 의문에서부터 시작됐다.

사실 빙의는 회귀보다 더 대단한 행복일 수 있다.

아무리 시간을 돌려도 바뀌지 않는 것도 바꿀 수 있으니까.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난 이가 멀쩡한 이가 될 수 있고. 남보다 못한 가족과 살아야 하는 이가 멀쩡한 가족과 살 수 있다.

그 반대도 가능하다.

사지만은 멀쩡했던 이가 사지가 절단된 장애인이 될 수도 있고. 수십 년을 부모님께 기생하며 살던 이가 수백억을 벌고도 그보다 많은 부모님의 빚을 갚느라 등골이 휠 수도 있다.

어쩌면 신호위반 한 적 없었던 사람이 살인자에 빙의해 교도소에서 평생을 썩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빙의는 회귀와 마찬가지로 어마어마한 기회인 게 사실이다.

그런데 만약 빙의자가 100명이라면 어떨까?

이 백 명 중 가장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굴까?

금수저에게 빙의한 사람일까?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진 이에게 빙의한 사람일까? 아니면 미래 지식을 가장 잘 활용한 사람일까?

아니면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는 말대로 빙의 전부터 탄탄대로를 달리던 사람일까?

그런데 성공이라는 건 뭘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은 역시 돈이다.

그런데 세계 최고의 부자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일까?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누군가는 고개를 저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돈이 최고고 누군가에겐 명예가 최고일 테니까. 또 다른 누군가는 본인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걸 성공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작가에겐 불후의 명작을 남기는 것이 최고의 성공일 수 있는 것이다. 정치인에겐 대통령이 최고의 성공일 것이다.

한마디로 성공의 형태는 하나가 아니다. 그래서 이를 줄 세울 수 없다.

하지만 빙의게임은 성공의 다양한 형태를 인정하면서도 이 형태 하나하나에 점수를 매겼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에게 10점,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이에게 10점, 재산이 천억인 사람에게 10점을 주는 식으로.

그리고 모든 빙의자가 모든 분야에서 정점에 설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빙의자가 퀘스트를 수행할 때마다 포인트를 주고 이 포인트로 재능과 기타 등등의 것을 살 수 있게 한 것이다.

나는 이 빙의게임의 100번째 참가자다.

정확히는 100번째 말이다.


“빨리빨리 일하라고!”


그리고 염전노예다.


“밥 먹기 싫다는 거지? 그래. 먹지 마.”


몽둥이 대신 밥그릇을 들고 염전에 나타난 주인이 밥그릇을 염전 바닥에 패대기치더니 주워 먹을 생각도 하지 말라는 듯 바닥에 떨어진 밥을 발로 짓이겼다.


“저녁도 먹기 싫으면 계속 그렇게 뭉그적거리라고.”


처음엔 이 게임의 우승자가 되어 천억의 상금을 타고 싶었다. 그런데 점점 상금보단 게임에 흥미가 생겼다.

내 몸은 캡슐에 갇혀있지만, 내 정신만은 1980년의 대한민국을 마음껏 돌아다니며 현실에선 감히 꿈꿀 수 없던 것들을 누리며 살 거라고 확신했으니까.

특허로 시드머니를 벌어 우량주에 투자해 배당금을 받으며 돈만 쓰며 살아도 나쁘지 않은 인생이었다.

그런데 벌써 삼 일째 이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염전을 못 벗어나고 있다.

차라리 교도소의 사형수에게 빙의한 게 나았을 것 같다. 그럼 미련 없이 이 세상을 뜰 수 있을 테니까.

최소 죽을 때까지 몸은 편하겠지. 교도관은 교도관이라서 안 건드리고 죄수들도 죽기 전에 무슨 해코지를 할지 모를 사형수는 안 건드린다더라.

그런데 여긴······.

주인은 말할 것도 없고 동네 사람들 전부가 나를 섬의 똥개들보다 함부로 대한다.

섬의 경찰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섬의 모든 걸 벌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섬을 빠져나가고 싶지만 불가능이다.

육지와 섬을 연결해 주는 배의 선장이 주인의 친구이자 나 같은 노예를 거느리고 있는 사람이니까.


“후······.”


이대로 게임을 포기해야 하나?


[남은 플레이어 : 85]


사흘 만에 벌써 열다섯 명의 탈락자가 발생했다. 나처럼 염전노예에 빙의한 사람들일까?

답이 없긴 하다. 염전노예에게 허락된 건 노동밖에 없으니까. 이대로 가다간 진짜 게임이 끝날 때까지 염전에서 일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절대 그럴 생각 없다.

그렇게 사느니 저 몽둥이로 이 섬에 있는 놈들 대가리를 전부 깨 사형대에 오르는 게 낫다.

막말로 사형대에 오를 필요도 없지. CCTV가 있어도 없는 시대에 누가 나를 잡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사라진 열다섯 명의 플레이어는 염전노예가 아니라 장애인이 되는 건가?

단 한 번도 장애인으로 산 적 없는 이들이 장애인으로 살 자신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지도.

어쩌면 다른 플레이어의 먹이가 됐을지도 모르지.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한 명이 되는 순간 끝나는 게임이니까.

나처럼 우승이란 염불보단 ‘게임’이라는 잿밥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결국 플레이어는 이 게임에서 우승해 천억을 갖고 현실로 돌아가는 게 목표일 것이다.

그래야 사랑하는 가족, 친구와 함께 살 수 있을 테니까.

단지 최고의 가족 최고의 친구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이 게임에 참가했을 뿐이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내가 이 게임에 참가한 건, 천억도 천억이지만, 단 한 번이라도 단 한 순간이라도 행복이라는 걸 맛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염전노예네.

복수와 살인이라는 행복을 누려보라는 신의 계시일까?


꼬르륵.


지금은 그냥 배가 너무 고프다. 사흘째 굶었더니 주인이 짓이겨 놓은 밥은 버틸 수 있는데, 어젯밤 염전에 묶인 개에게 양보했던 밥이 아른거린다.

사흘 만에 이럴 순 없는 건데, 나는 사흘인데 이 몸은 사흘이 아닌 모양이다.

하긴 이 비쩍 마른 몸이 타고난 체질이겠냐고. 다리만 세 개지 팔이나 다리나 앙상한 게 웬만한 여자보다 얇은 것 같다.

이러다 아사하는 거 아닐까?

몽둥이를 휘두를 힘은커녕 쥘 힘도 없다.

주인의 말대로 일을 제대로 하면 저녁밥은 먹을 수 있을까?

하나 확실한 건, 게임에서 죽는 순간 현실의 몸도 죽을 거라던 주최 측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확실히 알겠다.

내 온몸을 괴롭히는 허기도 통증도 모두 진짜다.


“바보야!”


이 녀석도 진짜일까?


“대답해야지!”


게임사가 만든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1980년의 염전에 존재했었던 염전 주인이라는 짐승의 새끼일까?


“예, 주인님! 하고 대답하라고!”


아니, 짐승의 새끼가 아니다. 악마다. 짐승은 악마를 낳았다.


“대답!”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것만 같은 놈이 호스를 채찍처럼 휘둘러 내 등을 때렸다.


“나도 해볼래!”

“그래!”


잠자리의 날개를 뜯고 개미의 다리를 뜯으며 노는 이들에게 염전노예는 확실히 꽤 재밌는 장난감일 것이다.

손짓 한 번에 팔다리가 잘려 나가는 벌레와 달리 난, 내구성도 남다르지만, 자기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는 이인 덕분에 벌레들을 괴롭히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쾌감을 줄 수 있을 테니까.


“어쭈! 피해?”


호스가 채찍이 될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터득했을 것들이 이런 무조건 반사를 문제 삼는다고?


“밖에 나가서 놀아!”


다행히 염전의 인부들이 아이들을 내쫓아 준 덕분에 매타작은 피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들 역시 결국 나를 괴롭히는 이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밥 안 먹고 뭐 하냐?”


아이들을 내쫓아 준 인부가 담배 연기를 내 얼굴에 뿜으며 주인이 짓이겨 놓은 밥을 가리켰다.


“밥을 먹어야 일을 하지.”


그의 한마디에 몸이 저절로 바닥으로 향했다. 그리고 혓바닥이 바닥을 핥았다.


“아이고, 잘한다.”


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사악하게 웃으며 쪼그려 앉아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밥 다 먹었으면 일해야지.”


염전노예들은 정말 이런 인생을 산 걸까? 도대체 왜? 복수가 힘들면 자살로 이 고통의 사슬을 끊었어야 했던 거 아닌가?

그 사람들이 나처럼 미래 지식이라는 희망이 있었던 것도 아닐 텐데. 아, 혹시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었나?


꼬르륵.


“배 속에 거지가 들었나 너는 밥을 먹고도 또 밥이 먹고 싶니?”


어쩌면 ‘밥’이라는 희망을 보고 산 걸지도 모르겠다.


“먹고 싶으면 더 먹어야지.”


다른 인부 하나가 먹다 남긴 밥이 담긴 그릇을 갖고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밥을 바닥에 뿌리고 발로 짓이겼다.


“먹어.”


밥이라는 거창한 희망이 아니라 ‘폭력’이라는 재앙을 피할 수만 있다면 된다고 생각한 걸지도 모르겠다. 아픈 건 싫으니까.


“그만 해라. 그러다 또 죽으면 어쩌려고 그러냐?”

“자살은 뭐 아무나 하냐?”


그래. 난 절대 자살하지 않는다. 너희를 죽이더라도 살인범이 되진 않을 것이다. 고작 너희들 때문에 인생이 망할 순 없으니까.

솔직히 복수의 필요성도 못 느끼겠다. 벌레에게 물렸다고 그 벌레를 죽이려 쫓아다니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한심하니까.

그냥 하루빨리 염전에서 탈출하자. 섬 탈출은 힘들어도 염전 탈출은 생각보다 쉬울지 모른다.

이 염전의 주인도 결국 흔한 부모일 뿐이니까.


* * *


염전에 있는 작은 창고가 내 집이다. 불도 안 들어오고 물건이 너무 많아 다리를 쫙 펴고 앉을 수도 없는 곳이지만, 밤만 되면 섬의 악마들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바보야, 밥 먹어!”


개밥만도 못한 음식물쓰레기를 건네주러 온 어린 악마를 돌려보내기만 한다면 말이다.


“숙제는 했어?”


다만, 오늘은 조금 오래 붙잡아둬야 한다.


“뭐 이 새끼야?”

“안 했으면 내가 해줄까?”

“한글도 모르는 바보가 내 숙제를 어떻게 해!”


역시 나에 대한 무시가 가득하면서도 나를 통해 숙제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바보’라는 호칭에 담겨 있는 원망의 뿌리인 것이다.


“알아.”

“진짜?”

“갖고 와. 다 해줄게.”


이놈은 아무리 생각해도 공부와는 거리가 먼 놈이다. 하지만 공부를 잘하고 싶을 것이다. 정확히는 어른들의 칭찬에 목말라 있다.


“잠깐만 기다려 봐!”


이런 간절한 마음이 나라는 바보를 지푸라기로 만든 것이다.

이놈의 부모라고 다를 리 없다. 이놈에겐 입버릇처럼 공부하라 말하지만, 본인들이 더 잘 안다.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이놈에겐 공부에 대한 재능이 없다는걸.

단지 부모의 의무를 다할 뿐이다. 좋은 선생을 구하는 것 또한 부모의 의무 중 하나다.

곧 염전 정도는 탈출할 수 있을 것 같다.


[염전에서 탈출하시오.]

[성공 보상 : 포인트 100]

[포인트는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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