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어서 와, 이런 서재는 처음이지?

낙성별곡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중·단편, 시·수필

별가別歌
작품등록일 :
2012.11.27 07:38
최근연재일 :
2016.12.10 22:14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5,722
추천수 :
32
글자수 :
39,679

작성
13.03.09 08:44
조회
304
추천
1
글자
3쪽

황해(荒海)

DUMMY

- 거친 바다



이야기는 언제나 달빛 아래서 시작된다. 거리는 어둠에 잠긴 채 식어가고, 삐뚠 가로등 하나만이 그 틈새로 힘겹게 숨을 몰아쉰다. 비틀린 불빛 따라 기울어진 그림자 둘이, 유독 길다.

치익. 붉은 불꽃이 피어오르고 이내 뭉글, 하얀 연기가 솟아오른다. 작전 개시까지 앞으로 20분여. 담배는 충분히 짧았다. 그리고, 연기는 충분히 독했다. 코를 찌르는 니코틴 향에 비흡연자인 명길(Position ‘V’)의 말투가 곱지 않다.

“형, 자꾸 이러기에요?”

날 선 질문은, 그러나 공허했다. 지한(Position ‘G’)은 가타부타 답도 않고 다만 재를 떨었다. 툭, 툭. 떨어져 나간 잿가루가 시린 바람의 끝자락을 타고 곧 어둠 속으로 산산이 흩어졌다. 그렇게 지한은 명길의 삐죽한 눈매를 깔끔히 무시했다. 둘은 다시금 벙어리가 됐다. 그리고, 날은 여전히 매서웠다.


한편, 이동 본부의 석수(Position ‘C’)는 정신이 없다. 이미 작전은 다 짜둔 상태였지만, 그러나 계획과 실전은 다른 법이다. 무엇보다 한 조(組; Team)를 책임진 조장으로서 석수는 그 둘 사이의 오차 범위를 최대한 줄일 의무가 있었다.

〈오차는 곧 죽음〉이라던 조교의 말은 결코 허풍이 아니었다. 실제로 석수는 임무 도중 전위(前衛)를 잃은 적이 있다. 첫 임무 때였는데 모두 자신의 잘못된 판단 탓이었다. 그날, 석수는 조교의 말을 뼈에 새겼다. 그만큼 심연의 사도(The Avenger of Abyss)는, 지랄 맞게 강력했다.


「조우, 30초 전.」

마침내 인이어(In Ear)형 무전기가 울었다. 발신자는 후위(後衛)를 맡은 강찬(Position ‘P’)이다. 지한과 명길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명길의 눈동자는, 잘게 떨고 있었다. 하지만 자기극복은 오롯이 본인의 몫. 지한은 꽁지만 남은 담배를 내던지며 담담하게, 답했다.

「Set, Ready(준비, 완료).」

그저, 믿음을 주는 수밖에.


작가의말

1. 성스러운 수문장(Holy Gatekeeper)과 심연의 사도(The Avenger of Abyss)

  성스러운 수문장(이하 HG)과 심연의 사도(이하 AA)는 오랜 세월 싸워 온 앙숙이다. 세상이 열린 이래, 인간은 선과 악으로 나뉘어 끊임없이 다투었고 그것은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는 힘의 소유자, 초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각국마다 존재하던 선과 악의 초인 집단들이 범국가적으로 뭉치게 된 것은 세계 대전의 영향이 크다. 동과 서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교류하게 되었으며, 이로부터 성스러운 수문장과 심연의 사도라는 두 거대 집단이 탄생했다.

  다만 두 세력은 근본적인 이념의 차이로 결합의 정도에 차이를 보였는데, HG가 다소 느슨한 연맹체를 구축했다면 AA는 아예 하나의 이름 아래 조직을 통합해버렸다. 그 결과 HG는 국가별로 전통과 개성을 보장받는 상황에서 서로 활발한 교류를 바탕으로 발전했으며 AA는 더욱 거대해진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층 세계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HG의 한국 지부는 팔주회(八柱)로 이들은 단군의 도맥을 잇는 여덟 지파(支波)의 후예이며, 천부인을 받들어 지키며 민족의 얼을 바로잡고자 하는 세력이다. 반면 심연의 사도는 서역으로부터 발원한 뿌리 깊은 악의 근원으로, 6·25 당시 한반도에 상륙하여 차츰 세력을 넓힌바 그 성장세가 괄목할 만하다. HG는 단체전에 강한 반면 심연의 사도는 개개인의 전투력이 우월하다.


2. 팔주회의 조(組)

  심연의 사도에 맞서 팔주회 역시 세계로 눈을 돌리게 되는데, 그로부터 오랜 시간 각국의 비밀 호국 결사들과 교류한 끝에 맺은 결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조’라는 개념이다. 이른바 서양의 파티 개념을 차용한 것인데, 그리하여 한 조의 총원은 모두 넷이다. 

  조를 관할하는 조장이자 작전 계획의 수립자이며 전투를 제외한 모든 작전 상황을 지휘하는 사령관(C; Commander), 언제나 전투의 선봉에 서며 좌충우돌 적들을 몰아붙이는 역할의 전위(V; Vanguard), 그리고 전투 시 사령관으로부터 제한적으로 지휘권을 이양받아 앞선 전위의 뒤를 받치며 전투를 흐름을 주도하는 장군(G; General), 마지막으로 임무 지역 순찰과 정탐 혹은 저격·암살 그리고 퇴각에 이르기까지 전장을 살피고 보조하는 정찰자(S; Scouter)가 바로 그것이다. 편의상 조원들은 서로를 C, V, G, S로 칭하는 것이 관례다.




  무지 오래 썼는데, 채 1000자가 못 된다는 게 함정. OTL.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낙성별곡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남협 고검 괴탁주 16.12.10 196 1 7쪽
15 동유 관천맹풍 한굉 16.12.04 110 1 5쪽
14 강일백 매무기 +1 15.02.24 251 1 5쪽
13 사기沙記 13.12.27 170 2 5쪽
12 입타상루立唾上樓 13.04.23 255 2 10쪽
11 Race Syndrome -0- 13.04.22 184 1 4쪽
» 황해(荒海) 13.03.09 305 1 3쪽
9 인생 제길 솔로 +1 12.12.26 238 1 1쪽
8 콜라주Collage +1 12.12.13 410 1 7쪽
7 으 아니……. +1 12.12.03 351 1 5쪽
6 오르골(Orgel) +4 12.12.01 668 3 20쪽
5 청소왕의 Clean&Clear - 부제 : 본격진지뻐ㄹ글 +2 12.11.29 499 3 8쪽
4 홍란(1) +2 12.11.29 359 3 5쪽
3 토선생총전, 여는 마당 +2 12.11.27 312 3 4쪽
2 추행록(1) +4 12.11.27 705 2 4쪽
1 6:40 +2 12.11.27 531 4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