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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이런 서재는 처음이지?

낙성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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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가別歌
작품등록일 :
2012.11.27 07:38
최근연재일 :
2016.12.10 22:14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5,726
추천수 :
32
글자수 :
39,679

작성
12.11.2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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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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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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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쪽

토선생총전, 여는 마당

DUMMY

<토선생총전兎先生摠傳>

- 여는 마당


군불이 공기를 뎁히며 아지랑이를 피우는 방 안에, 밖의 추위를 피해 할아비의 방으로 피신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뭇 정겹다. 그 면면을 보아하니 저 멀리 뭇돌골 삼돌이에 그 윗집 사는 욱이와 감길집 갑출이, 촌장집 손자인 곰보 용칠이, 거기에 골목 대장 덕쇠까지 그야말로 동네 악명 높은 꼬마 장군들이 다 모였다. 그런데도 삼기네 할배는 남들은 보기만 해도 홰를 치며 달아날 녀석들 어디가 그리 좋으신지, 짓궂은 장난에도 그저 이리 허허, 또 저리 허허 웃어넘기실 따름이다. 되려 군불에 갓 구워낸 밤을 호호 불어 깐 다음 입에 넣어주시기까지 한다.

그러자 뒹굴던 아해들은 좋다고 까불랑 거리며 받아먹기 바쁘다. ―물론 몇몇 성급한 녀석들은 입을 데어 「나 죽는다―」며 뒹굴곤 했지만, 이내 다시 발딱 일어나서는 먹이를 기다리는 새끼 새처럼 입을 한껏 벌리고 서로 제 달라고 아우성이다.

겨울이라 그런지, 머리에 눈을 함뿍 머금으신 할아버지는 여전히 웃으시며 ‘어느 놈이 더 착한고오…….’를 연발하시니, 꼬마들 애간장이 타들어간다. 동네에서는 내로라 하는 악동 골목 장군들도 노오란 군밤 알맹이를 든 할아버지 앞에서는 순한 양이 따로 없다.

얼마를 그리 재롱을 떨어 댔을까. 슬슬 군밤도 떨어져 갈 무렵, 평소 곰살갑기로 유명한 아랫집 덕이가 특유의 느릿한 발음으로 말문을 연다.

“할배요, 심심한데 옛날 이바구나 하나 해주이소.”

하긴 한창 들녘을 뛰놀 나이에 동장군을 만나 어디 가지도 못하고, 이 비좁은 방 안서 화롯불이나 쬐고 있으려니 좀이 쑤실 만도 허다. 그러니 다들 가장 순한 덕이 옆구리나 쿡쿡 찔러대는 것일 터.

할아버지는 ‘요 녀석들, 다 안다.’라는 눈빛으로 그저 귀엽게 봐주실 뿐이다. 아니, 오히려 동심으로 돌아가 괘씸한 아이들 장단 맞춰 주시기까지 한다. 어지간하면 자신이 거하는 방을 이 모양으로 만든 장난꾸러기들에게 화 한 번 낼만한데, 그저 이래도 허허, 저래도 허허, 하고 웃으신다.

“오냐. 이 할배가 아주 재미난 옛날 이바구를 하나 해 줄 꼬마. 제목은 ……보자아아. 옳지! 제목은 고마 「토선생총전」이라카이.”

그러자 동네 천하무적 악동들의 입에서 ‘와아~’하는 함성이 들려 온다. 요새 들어 한창 인기인 홍길동전이나 전우치전과 이름이 비슷한 걸 보니 뭔가 굉장히 기대되는 눈치들이다. 벌써 눈들이 초롱초롱한 것을 보니, 그 기대감을 익히 알 수 있으리. 하지만 이 노인이 누구던가? 젊은 시절부터 장사치로 안 다녀온 곳이 없는, 꼬부랑 말로 하자면 베떼 머시기랄까.

철면피는 기본이요, 배짱도 둘째 가라면 서러울 최고의 장똘뱅이! 그런 그는 젊을 적 안 가본 곳이 손에 꼽을 정도인 만큼, 알고 있는 얘기도 무궁무진 했다. 사실 상황을 만든 것은 아이들이지만, 그 말이 떨어지길 간절히 바란 것은 노인 그 자신일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면 언제나, 항상, 연례행사처럼 벌어졌던 일이니까.

아이들의 시선이 정확히 그의 입술로 모이고 긴장감이 흐를 즈음, 마치 비밀의 문이 열리듯,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그의 입이 오랜 세월 담아온 이바구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전체적으로 사투리를 썼는데 정확하지 못합니다. 고로 이에 대한 지적 대환영합니다.

더하여 이 글은 연재 게시물로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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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콜라주Collage +1 12.12.13 410 1 7쪽
7 으 아니……. +1 12.12.03 351 1 5쪽
6 오르골(Orgel) +4 12.12.01 668 3 20쪽
5 청소왕의 Clean&Clear - 부제 : 본격진지뻐ㄹ글 +2 12.11.29 499 3 8쪽
4 홍란(1) +2 12.11.29 359 3 5쪽
» 토선생총전, 여는 마당 +2 12.11.27 313 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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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6:40 +2 12.11.27 532 4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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