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 아니…….
세상이 어떻든 알 게 뭐야.
그런 거 다 필요없어. 그저 등 따숩고, 배 부르고, 사지육신 멀쩡하면 그만이지. 안 그래? ……에, 아니라고? 말도 안 돼. 우리 할아버지의 평생이 담긴 인생철학이 틀릴 리가.
물론 댁의 말처럼 좋은 옷에 좋은 집, 그리고 부려먹을 수 있는 아랫것들이 있다면 금상첨화겠지. 하지만 그건 너무 큰 욕심이지 않아? 좀 불편하긴 하지만, 이 정도만 있어도 사는데는 아무런 지장 없다니까. 그런 고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한 푼만 줍쇼.”
아니, 그렇다고 화를 낼 필욘 없잖아? 어어, 지금 지팡이 든 거야? 진정해, 진정. 알았어, 알았다고. 갈게, 갈게. 가면 되잖아, 가면. 그러니까 지팡이 좀 내려놓으라고. 우린 충분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줄 아는 지성인이잖아? 폭력은 좋지 않은 거라고.
그리고 아까도 말했잖아. 사지육신 멀쩡한 거야 말로 최고라고. 그런데 그런 무식한 흉기로 맞는다고 생각해 봐. 분명 어딘가 탈이 나도 크게 날 걸? 그럼 안 되지, 안 돼.
“그런 의미에서, 대에려엉이요오. 얼음 도옹동 띄운 차茶 하은 잔.”
어디서 났냐고? 당연히 시켰지. 무더위를 물리치는데 얼음 띄운 차만큼 좋은 게 어딨겠어. 그러니 어서 쭉 들이키라고.
특히 이곳 운하다루雲河茶樓의 차맛은 끝내주기로 유명한 만큼 비싸니까, 한 방울도 흘려선 안되는 거 잊지 말고. 자세한 이야기는 그 뒤에, 한 숨 돌린 뒤에 하도록 하자고.
참,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내 걱정일랑은 저언혀 하지 말어. 나는 괜찮아. 이미 한 잔 했거든. 얼음 덕분인지 평소보다 배는 맛있었던 것 같아.
그러니 댁도 더는 망설이지 말라고. 얼음이란 녀석은 워낙 예민해서 이런 날에는 금방 녹아버리니까. 그럼 비싼 차도 밍숭맹숭 이상하게 되어버리고, 당연히 더 비싼 얼음을 추가한 보람마저 사라지지.
“오, 세상에. 벌써 반이나 녹았잖아? 뭐해, 서두르지 않고!”
응, 뭐라고? 거지 주제에 무슨 돈이 있어 이걸 시켰냐고? 아, 거 궁금한 것도 많네. 그냥 주면 고맙습니다, 하고 입 안에 털어넣으면 되지 뭘 그리 꼬치꼬치 캐묻나, 그래. 옛말에 이런 말도 있잖아. 모르는 게 약이다. 병가지상사.
뭐? 에이, 신경 쓰지마. 중요한 건 앞이니까. 그래, 모르는 게 약이라고. 단지 댁이 명심할 건, 이건 내 선물이라는 거지. 그 외엔 무엇도 중요하지 않아. 정말로. 자, 이제 됐지? 그러니까 이만 쭉 들이키고 아까 하던 얘기 마저하자고. 아, 알았어. 알았어. 얘기해주면 되잖아, 해주면. 에, 그러니까…….
“……댁 앞으로 달아놨지.”
으악, 또, 또 지팡이 들었어! 워워, 진정해, 진정. 진정하게 생겼냐고? 진정해야지! 안 그러면 그걸로 날 칠 기센데! 말 했잖아. 난 사지육신 멀쩡한 걸 최고로 치는 남자라고. 정말 최소의 최소의 최소로 잡은 내 행복의 기준을 깨진 말아줘. 사실 나도 댁처럼 좋은 옷에 좋은 집, 그리고 부려먹을 수 있는 아랫것들을 싫어하진 않아. 아니, 오히려 대환영이지.
하지만 어쩌겠어. 사정이 여의치 않는 걸. 나같은 놈 처지에는 등 따숩고, 배 부르기도 어렵다고. 아, 그러고보니 덕분에 배 부를 수 있었네. 고마워. 정말 고마워. 그런데, 이왕 고마운 일 해준 김에 하나 더 부탁해도 될까? 염치 없는 건 알지만, 아까부터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어. 정말이지, 그러니까.
“그 지팡이 좀 내려놔주면 안될까?”
그것만 내려놓는다면, 나는, 읔, 오늘 할아버지, 로부터 이어진……, 우리, 가문 비전 행복, 론의 세, 가지 조건 중, 켁! 무려 두, 가지 씩이나, 달성하게 되, 는 거라고……. 두, 웩, 가지 씩이나……. 그, 러니 댁의 심장 한 구석에 처, 크헉! 박혀있는 그 낡고 녹, 슨 배려와 자비를 쥐또…ㅇ 우컥! 만큼 베풀어 이 불쌍, 한 녀석의 몸뚱이, 크으…… 를 박자까지 타, 가며 두들기는 행위힠! 는 이만 멈춰주면 안, 될까으아!
“여기, 서 더 맞았다간, 엌, 정말 골, 병들 기세라고……!”
퍽.
으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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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말
내, 내가 ㄱ……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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