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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이런 서재는 처음이지?

낙성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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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가別歌
작품등록일 :
2012.11.27 07:38
최근연재일 :
2016.12.10 22:14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5,729
추천수 :
32
글자수 :
39,679

작성
12.11.29 23:11
조회
499
추천
3
글자
8쪽

청소왕의 Clean&Clear - 부제 : 본격진지뻐ㄹ글

DUMMY

<청소왕의 Clean&Clear>

- 부제 : 본격진지뻐ㄹ글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다. 바람 탓에 기껏 모아놓은 쓰레기가 다시 날려가기 일쑤니 당최 비질에 흥이 일질 않았다. 괜스레 짜증이 나 모자를 벗는다. 초록 모자로부터 벗어나 바람을 만난 흰 머리칼이 자유로이 휘날렸다.

에드가는 앞주머니에서 잎담배를 꺼내 물었다. 탁, 탁. 능숙한 손놀림으로 부싯돌을 튕긴다. 동시에 볶인 콩처럼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바알간 불똥 알갱이들의 기세가 사뭇 매섭다. 어이쿠야. 과장된 언행과 달리 그의 손은 능구렁이처럼 재빨랐다. 어느새 담배에는 불똥이 옮겨 붙어 있었다.

“후우.”

깊게 빨아들인 담배 연기는 폐와 기도를 거쳐 입 밖으로 다시 내뿜어졌다. 흰 연기는, 그러나 나오자마자 바람에 휘말려 사라져 버린다. 흰 머리칼은 여전히 휘날렸다. 에드가는 눈가를 때리는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겼다. 다시금 나타난 흰 연기는 꿈결처럼 흩어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남은 것은 독한 담배향 뿐.

담배 한 모금에 노인의 눈이 아련히 젖어들었다. 그러고보면 담배를 배워두기 참 잘한 것 같았다. 그에게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담배와 추억, 그리고 참회 뿐이었다. 그리고 담배는 언제나, 추억을 불러온다. 낡은 사진첩을 꺼내들 듯, 담배에 불을 당긴 그 순간부터 노인은 세월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가곤 했다.

오늘도 그는 흐릿한 담배 연기를 따라 어렴풋한 과거를 더듬었다. 뭉글뭉글한 기억들을 헤아리던 그의 손길은, 어느새 쩍 벌어져 아직까지 아물지 못한 상처에 가 닿았다. 순간 가슴이 아려왔다. 하지만 노인은 세월의 힘을 믿었다. 세월이 준 지혜가 그에게 아련하게 속삭였다. 이 붉디 붉은 상처도 언젠가는 나와 함께 아물리라.

담배 하나가 다 타버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끝맛이 쓰다. 그래, 그렇겠지. 노인은 꽁지만 남아 매케한 연기를 피워 올리는 담배 꽁초를 신발 밑창에 비벼 꼈다. 그리고 왼손에 쥔 모자를 들어 여기저기를 털어냈다. 어느새 이렇게 많이…….

뽀얗게 일어난 먼지는 바람에 휘말려 하늘 저 너머로 사라져 버린다. 그 모습이 마치 담배 연기 같아, 노인은 하얗게 웃었다. 그놈 참 자알 가는구먼. 그는 그것들을 향해 손을 저었다. 자알 가게.

“콜록콜록. 이 영감탱이가 미쳤나?”

“영감, 여기 전세 냈어?”

훅 하고 거세게 불어온 바람에 에드가의 세계가 깨어진다. 와르르 무너진 그 사이로 보인 것은 잔뜩 얼굴을 찌푸린 불한당 둘이었다. 갈색 머리칼에 키가 크고 우락부락한 녀석과, 검은 머리칼에 신경질적으로 생긴 녀석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자신만의 시간을 방해한 두 녀석을 향해 한바탕 훈계라도 퍼부어주고 싶었으나, 어찌되었든 잘못은 자신에게 있었다. 노인은 평온한 표정으로 허공 중에 모자를 두어번 휘저었다.

“허허. 아이구. 이 늙은이가 두 사람에게 실례를 했으이.”

갑자기 기침을 해대던 검은 머리칼의 청년이 쓰러졌다.

“콜록콜록. 커헉. 아이고, 진폐증에, 콜록콜록. 걸린 것 같아.”

“헉. 진폐증!”

갈색 머리칼의 사내는 화들짝 놀라더니, 에드가를 향해 얼굴을 들이밀며 으르렁댔다.

“이봐, 노인장. 당신이 털어낸 먼지 덕에 내 친구가 진폐증에 걸렸어. 이제 어쩔거야?”

“허허. 이보시게나 젊은이. 진폐증은 광부들이나 걸리는 병일세. 그것도 수십 년을 일해야…….”

“닥쳐! 그래서 지금 치료비를 못 내놓겠다 이거야?”

갈색 머리칼의 청년은 막무가내였다. 쓰러진 놈은 이제 죽는다며 데굴데굴 뒹굴고 있었다. 갑자기 손을 내민 갈색 머리칼이 에드가의 멱살을 움켜 잡았다. 에드가도 노인치고는 제법 건장한 편에 속했으나, 한창 때의 젊은이를 당할 수는 없었다. 어어, 하는 순간 그의 발은 공중으로 떠올라 있었다.

에드가는 고통스러운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이건 분명 억지였다. 아니, 의도적인 접근이었다. 그는 호흡이 곤란한 와중에도 그들의 행동을 지탄하려 했다. 그러나 갈색 머리칼의 청년은 그럴 여유조차 주지 않았다.

“내놓으라고, 돈!”

“네 이놈들!”

순간 에드가로부터 어마어마한 에너지의 파장이 뿜어져 나왔다. 와악, 깡패 녀석은 비명과 함께 나자빠졌다. 무언가에 후려 맞은 듯 가슴이 너무 아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모두가 혼비백산하여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볼 때.

에드가는 하늘을 향해 오른손을 번쩍 치켜 들었다.


*


우주 저 멀리, 오비트 베이스.

기계음이 가득한 사령실 내부로부터 한줄기 날카로운 외침이 터져 나왔다.

“에드가이거로부터 디바이딩 브룸 사출 요청입니다!”

모두는 긴장한 표정으로 허가만을 기다린다. 누군가의 이마에 맺힌 땀 한 방울이 떨어지려는 찰나, 굵직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것은 거대한 영혼의 고동! 파동하는 외침은 모두의 가슴을 울리나니.


명령이다―!


“디바이딩 브룸 사출!”

붉은 머리의 마코토는 힘차게 복창했다.

“라져. 좌표점 고정! 디바이딩 브룸 슈트 No.21. Immision(사출)!”


콰우우우우우우우ㅡ!!


디바이딩 브룸은 한 점의 빛줄기가 되어 우주를 내달렸다.


*


“디바이딩 브룸!!”

쭈우우우웅ㅡ.

공간 팽창 한계선 고정.

전투 공간 팽창 완료.

공간 분할 에너지 소멸.


“나니(なに)!”


대지가 갈라졌다.


*


청소부 에드가, 아니 청소왕 에드가이거는 천천히 한 발, 한 발 내딛었다.

“승부다, 불량배.”

가공할 에드가이거의 기백에 두 불량배는 완전히 질린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검은 머리칼의 녀석은 죽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벌떡 일어나 손을 싹싹 비볐다. 헤헤, 어르신. 제가 뭔갈 착각했나 봅니다. 진폐증은 무슨. 저 이렇게 멀쩡합니다. 가슴까지 팡팡 치며 호언장담하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각성한 용ㅈ, 아니 청소왕에게 자비는 없는 법. 그는 차갑게 웃었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분리수거는 필수.”

크허어어엉.

거대한 포효가 이지러진 공간을 가로질렀다.

“으아아악!”

두 사내는 혼비백산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으나 만곡된 공간 속은 하나의 감옥이 되어 그들의 숨통을 조여왔다. 거대한 공포 앞에 발을 뗄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단지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며 손사레를 치는 일 뿐이었다. 아이고, 어르신. 오해, 오해라니까요! 시끄럽다!


*


우우우우우웅.

청소왕의 굵은 팔뚝에는 핏줄이 솟아 오르고!

그의 두 손에는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에너지가 집적된다!


“Clean―!”

파지직.


마주한 양 손 사이로 스파크가 튀어오르고!

뜨겁게 달아오른 손에서 쉴 새 없이 수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And―!”

쿠웅!


한계에 달한 빛이 속박을 벗어나 터져 나오고!

마주 잡은 두 손에 모든 것을 정화할 거신巨神의 힘이 실린다!


.

.

.


폭발!

가라, 에드가이거!!


“Clear―!”





모든 것은,

한줄기 빛으로 화했다.


작가의말

청소.

그거슨 용, 아니 청소왕으 숙명.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분리수거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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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황해(荒海) 13.03.09 305 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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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콜라주Collage +1 12.12.13 410 1 7쪽
7 으 아니……. +1 12.12.03 351 1 5쪽
6 오르골(Orgel) +4 12.12.01 668 3 20쪽
» 청소왕의 Clean&Clear - 부제 : 본격진지뻐ㄹ글 +2 12.11.29 500 3 8쪽
4 홍란(1) +2 12.11.29 359 3 5쪽
3 토선생총전, 여는 마당 +2 12.11.27 313 3 4쪽
2 추행록(1) +4 12.11.27 706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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