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몽몽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고인물들!

웹소설 > 작가연재 > 게임, 현대판타지

완결

몽몽이™
작품등록일 :
2023.11.15 19:02
최근연재일 :
2024.04.05 19:05
연재수 :
145 회
조회수 :
25,742
추천수 :
313
글자수 :
835,086

작성
24.01.03 19:05
조회
100
추천
2
글자
12쪽

52

재밌게 봐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DUMMY

"헉, 헉, 다른 것? 어떤 건데? 혹시 또 두더지가 먹는 음식 종류냐? 또 지렁이 같은 게 나오면 내가 여태껏 죽인 그 어떤 두더지보다도 잔인하게 고문할 테니까 각오해!"


지쳐서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두더지를 구타한 본좌는 두더지 부장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기로 했다.


죽음의 유예.

자신의 목숨이 살며시 연장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부장은 후들후들 떨리는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짧은 다리를 움직였다.


눈앞에 쌓인 상자들을 부수어 갇혀 있던 지렁이들에게 해방을 선사한 본좌는 두더지 부장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부장은 달아나는 지렁이들을 보며 아쉽다는 생각을 했지만, 목숨이 경각에 놓인지라 내색하지는 않았다.


한참을 걷던 두더지 부장은 다른 상자를 꺼내 들고는 본좌를 향해 몸을 돌렸다. 마침 우연히 자기 엉덩이에 겨누어져 있던 검에 자신의 소중한 급소가 닿자 움찔하며 뒤로 넘어졌다. 뒤로 넘어지면서 떨어뜨린 상자가 바닥에 닿으며 박살 났다.


콰직! 떼구루루······.


깨진 상자의 틈에서 환한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 빛은 주위 바닥을 굴러다니며 그 빛을 어둠에 전파했다.


"이, 이것은!"


야명주였다. 상자 가득 들어 있는 야명주. 본좌의 두 눈이 커지며 입이 찢어지려고 하자 두더지 부장은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비록 던전이 망가질 때를 대비해 복구팀들이 쓸 야명주를 비축한 것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목숨이 위급한 이상 숨길 이유가 없었다.


'젠장, 일 끝나면 멀리 도망가야지.'


하지만 야명주를 본좌에게 전한 부장은 돋아난 희망의 새싹에도 불구하고 웃을 수만은 없었다. 야명주를 사사로이 쓴 일에 대해 상부에서 떨어질 문책 역시 목숨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은 발등에 붙은 불부터 끄고 봐야 했다.


"헤헤, 만족하십니까?"


"헤에······."


입을 벌리고는 연신 야명주들을 쓰다듬는, 정신이 나간 듯 보이는 유저를 바라보며 두더지 부장은 살며시 뒷걸음질 쳤다. 눈앞의 유저가 정신이 없는 틈을 타서 도망을 가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하늘은 돕지 않았다. 상자가 깨지면서 쏟아져 나온 야명주를 밟고는 미끄러진 것이다.


“헛!”


쿵!


"어이쿠야!"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본좌는 검을 빼 들었다.


"뭐얏!"


일이 틀어진 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부장의 입에서 아부의 말이 새어 나왔다.


"헉!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다른 야명주 상자들을 찾다가 넘어졌습니다."


"호오, 그으래?"


본좌는 입에서 떨어지는 침을 닦을 새도 없었다. 떨어져 있는 야명주들을 모조리 챙겼다. 갑자기 배낭에서 커다란 자루를 꺼내는 본좌의 모습에 두더지 부장은 눈앞이 캄캄했다. 그는 자신의 말실수를 자책했다.


'으으윽, 요놈의 입! 요놈의 입······!'


두더지 부장은 결국 다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유저의 탐욕을 채워주어야만 자신이 살아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두더지 부장은 한숨을 내쉬며 상자들을 열었다. 본좌는 열린 상자들을 바라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상자들에 가득 쌓여 있는 야명주들. 본좌는 야명주들을 챙기다가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야! 이것 말고 다른 종류는 없냐? 야명주 말고 더 비싼 것은 없어?"


말귀를 알아들었을까.

두더지 부장은 커다란 자루를 야명주로만 채우기는 아쉽다는 듯 혀를 차는 유저를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보석을 꺼낼 수는 없었다. 아명주만이라면 어떻게 용서를 빌어보겠지만 다른 보석까지 빼앗긴다는 것은 용서의 여지조차 사라지게 만든다.


게다가 상대는 한 명의 유저가 아닌가. 한 명의 유저에게 이런 막대한 양의 보석을 준다는 건 안 될 말이었다.


"어, 없습니다."


하지만 떨어지는 인공지능의 한계인가.

뒤에 놓인 상자를 가리며 고개를 도리도리 흔드는 부장의 모습에 본좌의 입에서 웃음꽃이 피어났다.


"흐흐, 그래? 그럼 이제 죽어줘야겠다. 야명주밖에 없는 두더지 따위는 살려둘 필요가 없지."


"사, 살려주신다고 했잖습니까?"


급해진 부장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왔다. 하지만 본좌의 표정은 얼음장 같았다. 일말의 흔들림도 없는 차가운 동공에 부장은 공포를 느꼈다.


본좌는 검을 치켜세웠다.


"그거야 내 맘이지. 보물이 내 맘에 들면 살려준다는 거였지. 맘에 안 들어도 살려준다는 말이 아니었잖아."


본좌의 잔인한 말에 두더지 부장은 짧은 앞발을 연신 휘두르며 고개를 저었다.


"자, 잠깐만요! 있습니다, 있어요. 살려주세요. 아악!"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검을 보며 두더지 부장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콰직!


"아아악!"


두더지 부장은 자기 머리가 박살 났다고 생각했다. 극도의 공포심으로 인해 다리가 풀려버리자 바닥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툭, 툭.


하지만 깨진 것은 자신의 머리가 아니었다. 굳게 감았던 눈을 슬며시 뜨자 보석과 은자들이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은자가 가득 쌓여 있던 작은 상자가 깨지며 내용물이 자기 머리 위로 떨어진 거였다.


“아, 안 죽었어...”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 두더지 부장은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꽥!"


본좌는 은자를 주워 담으며 주저앉아 있는 두더지 부장의 배를 걷어찼다. 두더지 부장은 자기 복부에서 느껴지는 충격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 자식이 어디서 편하게 놀고 있어! 너도 어서 주워 담아!"


"꾸에에에엑!"


두더지 부장은 강렬한 충격에 하마터면 본좌에게 경험치를 주고 사라질 뻔했다. 하지만 삶에 대한 욕구는 강했다. 유난히 목숨에 집착하는 두더지 부장은 한 손으로 배를 움켜쥔 채 다른 한 손으로는 연신 은자를 자루에 퍼담았다.


"좀 더 빨리 못 하나! 네가 두더지지 굼벵이냐? 어쭈! 게으름이냐!"


두더지 부장은 자신의 신세를 탓할 새도 없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꼭 살아남아서 어떻게든 복수해야만 했다.


'나쁜 놈······.'


물론 아직 힘이 달리는 두더지 부장이 모험을 감행할 만큼 용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시키는 대로 할 뿐이었다.


그런 두더지 부장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닥쳤다.


"됐다. 자루를 꽉 채웠으니 인제 그만 해라. 이제······."


흠칫.

두더지 부장은 드디어 올 것이 왔음을 직감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였다.


"일단 내 일행이 어디 있는지 좀 알아봐라. 그러면 살려줄게."


"보, 보물들만 주면 사, 살려준다고 했잖습니까!"


두더지 부장은 애초의 약속과는 다른 본좌의 말에 몹시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본좌의 서슬 퍼런 눈빛을 대하자 분노마저도 사라졌다.


"이게 어디서 말대꾸야! 지금 칼자루를 누가 쥐고 있는지 깜박했나 보지, 엉? 한번 해볼까!"


"아, 알겠습니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웠다. 두더지 부장은 자기 부하들에게 귓말을 날리며 현재 미궁에 있는 유저들의 위치를 파악하도록 지시했다.


"잠시만 기다리면 연락이 올 겁니다."


두더지 부장의 말에 본좌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허튼수작 부리면 알아서 해. 설마 네 부하들을 시켜서 날 기습하려고 한다거나 하면······."


본좌는 말을 끝내지 않았다. 그저 행동으로 두더지 부장을 제압해 버렸다. 길고 날카로운 칼로 엉덩이 부분을 툭툭 쳐대는 바람에 두더지 부장은 또다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부하들이 당하던 모습을 목격한 그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자극이 아닐 수 없었다.


"무, 물론 아닙니다. 허튼짓이라뇨. 전··· 아! 연락이 왔습니다."


"어디 있냐?"


"여기서 12번 굴을 타고 나가시면 됩니다."


"안내해."


"예?"


두더지 부장의 반문에 본좌는 짜증이 난다는 듯 검을 휘둘러댔다.


"안내하라고! 지금 나보고 네 말을 믿으란 말이야? 안내를 하란 말이야, 안내를!"


검으로 위협하는 본좌에 의해 두더지 부장은 뒤로 한 걸음씩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안내만 제대로 하면 놓아주지."


두더지 부장은 순간 눈앞에 천사가 보이는 듯했다. 자신의 고통을 알게 된 신이 자신을 살려주려는 모양이라 생각했다.


"그, 그럼··· 따라오십시오. 저기, 그 검 좀··· 무섭습니다."


본좌는 피식 웃고 말았다. 보석이 든 자루를 챙긴 본좌는 두더지 부장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작은 굴을 기어들어 가 한참을 가자 진동이 느껴졌다.


"뭐, 뭐야! 왜 이래!"


"여기 바로 위가 격전지인 것 같습니다. 더 올라가시면 광장이 나옵니다."


"광장?"


"예. 이번에 새로 추가된 곳입니다. 아직 미완성이죠. 한 2~3주 뒤에나 공개될 곳입니다. 지금은 공터일 뿐이지요."


순간 본좌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2~3주 뒤에 생긴다고? 그게 뭐지?"


"글쎄요, 저도 아직 통보받지 못해서요. 다른 던전들과 이어질 문이 생긴다는 말이 돌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모릅니다."


본좌의 눈이 빛났다.

드디어 찾아냈다.

이벤트 장소가 어딘지 확실하게 알아낸 본좌는 희열에 몸을 떨었다.


간혹 가다가 부스스 떨어지는 흙 조각에 매장이 될까 걱정도 들었지만 본좌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여깁니다. 다 왔습니다."


과연 굴은 끝이 나 있었다. 본좌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작은 토굴에서 빠져나왔다. 본좌가 나온 곳은 무척 넓은 광장의 한쪽 구석이었다. 일행들이 두더지들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본좌는 두더지 부장의 목에 검을 얹고는 크게 소리쳤다.


"모두 동작 그만!"


순간 일행과 두더지 몹들의 시선이 본좌 쪽을 향했다. 본좌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두더지 부장의 목에 검을 얹고는 인질극을 시작했다.


"두더지들은 모두 자기 땅굴로 돌아가라! 안 그러면 너희들 두목의 목숨은 없다!"


순간 두더지들이 움찔거렸다. 그저 서로만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 같았다.


"어이!"


멀리서 지존이 본좌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괜찮아? 걱정했다고!"


"하하, 난 괜찮아. 내가 보기엔 네가 더 많이 당한 것 같은데?"


본좌의 말마따나 지존을 비롯해 강추와 만세의 방어구들은 여러 군데 공격받고 망가져 있었다. 그에 비해 본좌는 흙만 조금 묻었을 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 상태였다. 


"자, 뭐 해! 빨리 움직여!"


"어서 물러나라! 이놈들아! 내가 죽는 걸 바라는 거냐!"


자기 목에 놓인 검이 날카롭게 빛을 내자 두더지 부장은 다급해졌다. 손수 일일이 지휘해 가며 부하들을 땅굴 속으로 귀환시켰다.


"자, 이제 나가자."


본좌는 두더지 부장의 목에 검을 들이댄 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요. 부하들도 다 보냈으니 이젠 저를 보내주셔야지요."


"흥, 지금은 안 돼! 지금 너를 보내주면 우리가 밖에 나갈 때 공격할지도 모르잖아!"


"아이고, 안 그러겠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잔말 말고 움직여!"


"흑흑흑!"


두더지 부장은 훌쩍이며 짧은 다리로 걷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 녀석은?"


일행이 어리둥절해하자 본좌가 그간 있었던 일을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물론 야명주며 은자를 챙긴 사실은 빼놓고 말이다.


본좌의 이야기를 듣고 난 일행은 몹시 놀라워했다. 아무리 인공지능을 가진 몹이라지만 인질극을 벌일 생각을 하다니. 그 어떤 게이머도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물론 본좌의 뛰어난 창의력은 큰 효과가 있었다. 다시 뫼비우스의 미로로 나올 때까지 아무런 공격도 당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이제는 놔주세요. 벽돌이 있는 곳으로는 저희 두더지들이 나오지 못합니다."


"그 말이 사실이냐?"


"그, 그렇고말고요! 사실이고말고요! 애초에 만들어질 때 설정이 그렇게 된 걸요!"


두더지 부장은 동족의 습성까지 설명해 가며 애원했다.


"맞는 말 같은데? 이젠 놔줘도 될 것 같아."









예전에 작업한 글을 다듬어 리메이크 한 작품입니다. 리메이크라기 보다는 리부트에 가깝습니다. 워낙 오래된 글이라 기억하시는 분도 없을 것 같지만,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런 쓰레기 같은 고인물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6 55 24.01.06 92 2 14쪽
55 54 24.01.05 85 2 12쪽
54 53 24.01.04 90 2 12쪽
» 52 24.01.03 101 2 12쪽
52 51 24.01.02 108 2 12쪽
51 50 24.01.01 120 2 13쪽
50 49 24.01.01 113 2 13쪽
49 48 24.01.01 114 2 12쪽
48 47 23.12.31 120 2 13쪽
47 46 23.12.31 120 2 12쪽
46 45 23.12.31 126 2 12쪽
45 44 23.12.30 131 2 12쪽
44 43 23.12.29 132 2 13쪽
43 42 23.12.28 139 2 12쪽
42 41 23.12.27 147 2 13쪽
41 40 23.12.26 157 2 12쪽
40 39 23.12.25 167 2 12쪽
39 38 23.12.24 179 2 12쪽
38 37 23.12.23 183 2 12쪽
37 36 23.12.22 194 2 12쪽
36 35 23.12.21 209 2 13쪽
35 34 23.12.20 219 2 13쪽
34 33 23.12.19 240 2 13쪽
33 32 23.12.18 249 4 12쪽
32 31 23.12.17 258 3 13쪽
31 30 23.12.16 274 3 12쪽
30 29 23.12.15 288 3 13쪽
29 28 23.12.14 300 3 13쪽
28 27 23.12.13 316 2 12쪽
27 26 23.12.12 327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