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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EN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1
최근연재일 :
2023.07.14 12:25
연재수 :
7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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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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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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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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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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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흡혈귀 은동

DUMMY

북두 그룹이 관리하고 있는 A동의 지하3층 감옥. 한 소년의 끔찍한 비명 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지다 몇 십 분이 지난 후에야 그쳤다.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실험실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 둘이 나란히 양팔을 붙잡은 채 축 늘어진 소년 하나를 질질 끌고 나왔다. 수척하고 지친 얼굴의 소년은 고개를 들 힘도 없는 듯 했다.


“정말 질긴 놈이로군! 어떻게 염산을 마시고도 죽지 않고 재생이 되지?”


눈이 작은 사내가 감탄인지 조롱인지 모를 말투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뿔테안경을 쓴 사내가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


“어제는 가위로 이 녀석의 소중이를 잘랐었어! 더 커지게 재생되는지, 그대로 재생되는지 실험한다면서 말이야! 그런데 어땠는지 알아? 더 커져서 재생되었어! 하하하!”

“그건 그냥 발기되어서 그런 거 아냐? 쩝, 부럽네. 내 것도 더 커질 수 있다면 잘라버렸을 텐데.”

“어차피 쓸 일도 없는데 그냥 잘라버리던가.”

“뭐야!?”


시시콜콜한 말장난을 하며 이동하던 그들은 어느 쇠창살 앞에서 멈춰 섰다. 안에서 무슨 수작을 벌여도 관찰할 수 있게, 쇠창살 사이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감방이었다.

키 카드를 꺼내 인식기에 대자 문이 ‘삐빅!’ 소리를 내며 자동으로 열렸다.

소년을 안으로 데려가 팔과 다리에 긴 족쇄를 채운 두 사람이 재수 없다는 듯 침을 탁 뱉고는 밖으로 나가 문을 소리 나게 닫았다.


“얌전히 있어라, 꼬맹아. 어차피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겠지만. 크흐흐흐!”

“그만 야식이나 먹으러 가자고, 배고파.”

“치맥 어때? 새벽에 엘클라시코(스페인 최고 명문 클럽인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더비 매치) 경기 있어.”

“콜!”


검은 양복의 사내 둘이 점점 멀어져 갔다. 소년은 힘없이 축 쓰러져 공허한 눈으로 환한 복도를 응시했다.


“호되게 당했구나.”


맞은편에 수감되어 있는 사내가 굵직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중년의 남자였다. 그는 점혈을 찍히고 팔 다리를 족쇄에 묶인 채, 홀로 주술을 무력화하는 방에 감금되어 있었다.

그는 자신을 강현우라고 소개했지만, 은동은 굳이 기억하지 않았다.


“일어날 수 있겠니?”

“......”

“대답할 힘도 없나 보구나.”


안쓰럽다는 듯 혀를 쯧쯧 찬 현우가 한 팔을 들었다. 족쇄에 연결된 쇠사슬이 철그렁 소리를 냈다.


꽈악!


현우가 팔을 물어뜯어 작은 상처를 냈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 있었지만, 은동은 피 냄새를 맡자마자 본능적으로 즉시 반응했다. 동공이 크게 확장되어 파충류의 그것처럼 변하고 상처의 피에 시선이 틀어박혔다. 생쥐처럼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살의가 피어올랐으며 강한 굶주림이 이성을 지배해갔다.


꿀꺽!


은동이 몸을 꿈틀거리며 군침을 삼켰다. 그가 몸을 일으키려 버둥거렸지만 온 몸에 힘이 없어 상체를 일으킬 수조차 없었다. 현우가 그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힘 빼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내가 알아서 해줄 테니.”


손바닥을 오므려서 상처를 통해 흘러내린 피를 천천히 모은 현우가 족쇄 줄이 허용하는 최대한 먼 거리까지 이동해서 은동의 얼굴 쪽을 조준하고 모은 피를 휙 던졌다.

일부가 쇠창살에 막히긴 했지만, 나름 정확하게 날아간 핏덩이가 은동의 얼굴이 있는 바로 앞바닥에 철퍽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


피를 보고 눈이 뒤집힌 은동이 머리를 땅에 붙인 채 혀를 날름거리며 게걸스레 그것을 핥아먹기 시작했다. 며칠 굶은 떠돌이 개처럼 처절한 모습이었다.

그리 많지 않은 양이었지만, 피를 섭취한 덕분에 힘이 어느 정도 돌아온 은동의 얼굴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혈색은 여전히 창백하고 몸에 힘도 부족했지만, 몸을 일으키고 말을 할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덕분에 힘이 좀 나요.”


여전히 피가 부족해서 눈은 현우의 상처에 못 박혀 있었지만, 겉으로나마 예의바르게 감사표시를 했다. 어차피 더 먹어서 힘을 얻어봤자 유럽의 흑마술사가 천장에 그려놓은 주술 진 때문에 곤란할 따름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전기통구이 신세쯤 되지 않을까?

잔뜩 주눅이 든 은동을 본 현우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봤을 땐 흡혈귀라는 점 때문에 안 좋게 봤었는데, 보다보니 세상 착하고 안쓰러운 아이였다.


“넌 어쩌다 흡혈귀가 되었느냐?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난 건 아닌 것 같은데.”

“저도 잘 모르겠어요. 방학 때 시골 큰집에 놀러갔었는데, 고향 친구들이 근처 흉가에 놀러가자고 해서 따라갔었어요. 담력 시험 같은 걸 하자면서 한명씩 들어갔는데, 제 차례 때 뭔가가 저를 공격했었어요. 동네 떠돌이 개 같은 건 줄 알았는데...... 그 후 제가 이상해졌어요.”

“가족들은?”

“모두 죽었어요. 종합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난 그 다음 날 밤, 집에 큰 불이 나서......”

“......”


현우의 머릿속에 안 좋은 시나리오가 딱 떠올랐다. 그건 현우만의 생각이 아니었던 듯 은동의 눈도 아이답지 않게 싸늘했다.


“크흠! 어쨌든...... 이곳에 계속 있을 순 없으니, 우리 힘을 합치자.”

“힘을 합쳐요?”

“너나 나나, 혼자 힘으론 이곳을 못 빠져나간다. 하지만 힘을 합치면 가능해. 일단 너는 얼굴이 안 보이도록 돌아누워서 죽은 척 하고 있어라. 그럼 내가 경비원을 불러 네가 죽었다고 말하마. 그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서 네 상태를 확인하겠지?”

“전......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아요. 그럴 힘도 없고.”


은동이 어두운 얼굴로 중얼거리자 현우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네가 죽일 필요 없다. 그저 경비원을 몸으로 밀어서 내 쪽으로 넘어뜨리기만 해. 그럼 그 뒤는 내가 알아서 할게.”

“어떻게 할 건데요? 죽일 건가요?”

“아니, 그저 허리에 차고 있던 삼단봉처럼 생긴 전기 충격기를 빼앗으려는 거야. 그걸로 이곳의 주술 도구를 부술 거다. 부적 같은 걸 붙여놨으면 피로 적셔서 파훼하면 되는데 저딴 걸 갖다놔서......!”


현우가 말하며 벽면에 세워둔 기괴한 석상을 힐끔 쳐다봤다. 높이가 30cm쯤 되어 보이는 인도풍의 가린샤 석상이 기이한 기운을 내뿜으며 현우의 도력을 흩트리고 있었다.


“그냥 아저씨가 배 아픈 척 연기해서 불러들이면 되지 않아요?”

“소용없어. 지욱이 놈이 미리 언질이라도 해놨는지, 내 근처로는 아무도 다가오질 않아. 빵이랑 우유도 멀리서 던져 주더구나.”

“그 검은 한복 같은 거 입고 있던 아저씨 말이에요?”

“그래. 내 친구였던 놈인데...... 어쨌든! 도와줄 거냐, 말 거냐?”

“......”


은동은 고민이 되는 듯 손톱을 물어뜯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마침내 용기를 낸 은동이 눈을 또렷이 빛내며 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이봐, 누구 없어? 여기로 좀 와봐!”


현우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자 이내 여기저기서 불만 가득한 사람들의 투정소리와 기괴한 괴물의 하울링 소리가 연달아 터져 나오며 감옥은 시장바닥이 되어버렸다.


“뭐야!? 왜 이렇게 시끄러워!”


멀리서 소란을 감지한 경비원 하나가 조용히 하라고 윽박지르며 성큼성큼 걸어왔다. 현우가 얌전히 자리에 앉은 채 턱짓을 하며 은동을 가리켰다.


“이봐! 저 꼬마, 죽은 것 같아!”

“뭐!?”


죽었다는 말에 경비원이 놀라서 은동을 살폈다. 그는 벽을 보고 돌아누운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어이, 거기 너! 고개를 돌려봐!”


경비원이 구둣발로 쇠창살을 세게 걷어차며 크게 소리쳤다. 하지만 은동은 아무리 그가 윽박질러도 죽은 듯 꿈쩍도 안 했다. 현우는 그의 불안감을 키우기 위해 일부러 죽은 게 틀림없다며 좀 전부터 상태가 어쩌고저쩌고 계속 떠벌려댔다.

결국 조바심이 난 경비원이 다급히 키 카드를 꺼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 꼬마 녀석이 대답 안 하고...... 어엇!?”


상태를 보기 위해 어깨를 붙잡으려던 순간, 재빨리 몸을 일으킨 은동이 있는 힘을 다해 경비원을 온 몸으로 밀어붙였다.

놀란 경비원이 뒷걸음질 치다 떠밀리니, 속절없이 우르르 밀려났다. 하지만 상태가 좋지 않았던 은동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처음에 놀라 떠밀리던 경비원이 순간적으로 정신을 수습하고 다리에 힘을 주며 딱 버티고 서자 은동이 아무리 세게 밀어도 밀려나질 않았다.


“이런......!”


마음을 졸이며 상황을 지켜보던 현우의 입에서 나직한 탄식이 새어나왔다. 은동이 당황하며 고개를 들자 성난 경비원의 얼굴이 야차처럼 변해 있었다.


“이 꼬마새끼가...... 날 속여!?”


뻐억!


순식간에 경비원의 구둣발이 은동의 배를 걷어찼다. 은동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크게 나동그라졌다. 현우가 뒤에서 그만하라고 소리쳤지만 경비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경비원이 발작적으로 쌍욕을 퍼부으며 은동의 배와 등을 걷어차고 짓밟았다. 한껏 몸을 웅크린 은동이 아파하며 비명을 내뱉었다.

그때 정신없이 은동을 때리고 있던 경비원의 뒤 쪽에서 ‘탱그렁!’ 하는 쇳소리가 크게 들렸다.

경비원이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보니, 삼단봉처럼 생긴 전기 충격기가 쇠창살 사이를 통과해 현우의 앞으로 튕기듯 떨어지는 게 보였다. 놀란 경비원이 허겁지겁 자신의 허리춤을 손으로 더듬어 보니 허전하기만 했다.


“이런, 씨발!”

“나이스다, 꼬마야!”


전기 충격기를 주운 현우가 즉각 전원을 키고 가린샤 석상에 전기 충격기를 갖다 댔다.


파지지직! 퍼엉!


“......!”


가린샤 석상에 전류가 흐르며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더니 순식간에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크게 쪼개진 가린샤 석상의 파편이 감옥 바닥에 이리저리 널브러졌다.

경비원이 황급히 허리에 찬 무전기를 꺼내들고 통신 버튼을 눌렀다.


“긴급......!”


그 순간, 현우가 감옥 바닥에 떨어진 가린샤 석상의 파편을 손으로 집어 들고 공력을 쏟아 부었다.


“탄지공!”


지욱에게 점혈 당한 탓에 내공을 쓸 수 없었던 그가 임기응변으로 도력을 쏟아 부어 탄지공을 날렸다.

바람 가르는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날아간 가린샤 석상의 파편이 무전기에 대고 말을 하려던 경비원의 관자놀이를 정확하게 때렸다.


따악!


“어억!”


관자놀이에 큰 충격을 받은 경비원이 서있던 자세 그대로 쿵 쓰러졌다.


“됐다! 그 녀석의 호주머니를 뒤져서 족쇄를 풀 열쇠를 찾아봐!”


경비원을 제압한 현우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신음을 내뱉으며 아픈 몸을 일으킨 은동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절한 경비원의 호주머니를 이리저리 뒤졌다. 도력을 되찾은 현우가 그 사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점혈을 풀기 위한 도력을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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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천사옥대 23.06.29 32 0 14쪽
65 개마고원 능구렁이 23.06.27 34 0 10쪽
64 너구리 영감 이래온 23.06.25 36 0 10쪽
63 너구리 영감 이래온 23.06.24 36 0 12쪽
62 내기 23.06.22 34 0 17쪽
61 유령선 23.06.19 38 0 10쪽
60 향랑각시 23.06.17 36 0 10쪽
59 눈빛 23.06.15 31 0 10쪽
58 설란의 귀환 23.06.13 37 0 11쪽
57 소백산파 도장의 죽음 23.06.12 43 0 13쪽
56 연화봉 도깨비 23.06.10 33 0 11쪽
55 설악호군의 의뢰 23.06.10 32 0 15쪽
54 파괴의 끝 23.06.09 35 0 13쪽
53 난전 23.06.09 34 0 16쪽
52 치열한 전투 23.06.09 32 0 12쪽
51 아스트라 23.06.08 31 0 13쪽
50 땅속에서의 사투 23.06.07 32 0 12쪽
49 고독 23.06.07 33 0 12쪽
48 야차와 가물치 장군 23.06.06 37 0 13쪽
47 유현의 정체 23.06.06 32 0 11쪽
46 별장으로 23.06.05 38 0 10쪽
45 학선무 23.06.05 36 0 11쪽
44 모습을 드러낸 바리 23.06.03 36 0 14쪽
43 달을 찢어라 23.06.03 34 0 15쪽
42 새끼 지네 23.06.02 35 0 14쪽
41 명옥 선녀의 죽음 23.06.02 39 0 11쪽
40 불 지네 왕 23.06.01 41 0 14쪽
39 사라진 여의주 23.06.01 36 0 14쪽
38 설악산 전투 23.05.31 38 0 15쪽
37 바리의 소환술 23.05.31 33 0 14쪽
36 금화선녀 23.05.30 36 0 15쪽
35 만신 23.05.30 39 0 12쪽
34 려월의 꿈 23.05.29 46 0 15쪽
33 저주 23.05.29 44 0 14쪽
32 탈출 23.05.27 44 0 17쪽
» 흡혈귀 은동 23.05.27 44 0 12쪽
30 영사 23.05.26 43 0 10쪽
29 영사 23.05.26 44 0 9쪽
28 천년호의 여우구슬 23.05.25 47 0 13쪽
27 붙잡힌 팔척귀신 23.05.25 43 0 11쪽
26 선유도 전투 23.05.24 48 0 13쪽
25 선유교 23.05.24 54 0 11쪽
24 사인검의 기억 23.05.23 51 0 12쪽
23 려월과 허씨 부인 23.05.23 51 1 11쪽
22 용왕의 사자 23.05.22 50 0 13쪽
21 북두 그룹의 지하시설 23.05.22 48 0 11쪽
20 여우골을 향해서 23.05.20 53 0 13쪽
19 다가오는 위협 23.05.20 51 0 12쪽
18 낮도깨비 23.05.19 56 0 13쪽
17 팔척귀신 23.05.18 61 0 10쪽
16 소백산파 이설란 23.05.18 60 0 12쪽
15 설악호군 23.05.17 58 0 11쪽
14 미리의 여의주 23.05.17 57 0 12쪽
13 영력 대결 23.05.16 6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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