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매섭게 몰아치는 한겨울의 칼바람이 떨어지는 함박눈을 힘차게 소용돌이치며 하늘 위로 날려 보냈다. 마치 하늘과 땅이 뒤바뀌어 버린 것처럼 깊은 밤의 어둠 속에서 눈이 거꾸로 솟아올랐다가 비산했다.
그 순간, 높은 빌딩 위로 훌쩍 뛰어오른 청년이 주위를 매섭게 둘러봤다. 그의 눈은 형형한 빛을 번뜩이며 발광하는 것만 같았다.
“...... 어디로 튄 거야?”
검은색 점퍼에 청바지를 입고 등에 장검을 멘 그의 눈은 고즈넉한 산과 대도시의 건물들을 찬찬히 둘러보다 이내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쪽을 향했다.
그때, 그의 눈에 길고 새하얀 털을 가진 커다란 짐승이 건물 지붕 위를 힘차게 뛰어 건너가는 것이 보였다.
“벌써 저기까지 도망쳤어? 하아, 더럽게 빠르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미간을 찌푸린 남자가 쌓여있던 눈을 힘차게 튀기며 점프했다. 놀라운 운동 능력으로 몸을 날린 그가 날으는 제비처럼 사뿐한 운신으로 건물 지붕을 내딛으며 쏘아진 화살처럼 달려갔다.
그의 존재를 알아채고 뒤를 힐끗 돌아본 짐승이 멧돼지 어금니처럼 생긴 이빨을 드러내며 낮게 그르렁거렸다.
삽살개를 닮았지만 곰처럼 크고 육중한 체구의 녀석이 더욱 속도를 높여 도망치기 시작했다.
파밧!
짐승과 청년이 향하는 바다 쪽에는 거대한 항구가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 낮에는 밝고 활기찬 곳이었으나, 지금은 귀신이 튀어나와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것처럼 음산했다.
쌓여 있는 컨테이너와 정박한 배들의 어둠 사이로 드문드문 불빛이 켜져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따뜻한 기분을 안겨주기 보단 도리어 항구의 스산함을 더욱 짙게 만들 뿐이었다.
문득 짐승을 쫓던 남자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저 항구...... 혜성이가 알바 뛴다던 거기 아닌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불길한 예감이 든 남자의 신형이 빛살처럼 빠르게 튕겨져 나갔다. 그가 발을 내디딘 자리에 쌓여있던 두꺼운 눈이 폭발하듯 휘날리며 어지러이 소용돌이 쳤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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