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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HelloEN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1
최근연재일 :
2023.07.14 12:25
연재수 :
72 회
조회수 :
3,854
추천수 :
8
글자수 :
392,447

작성
23.05.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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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미리의 여의주

DUMMY

부상당한 미리를 공주님처럼 품에 안은 혜성이 월영보를 펼치며 덕유산을 빠르게 내달렸다. 힘없이 축 늘어진 미리가 혜성의 어깨에 얌전히 앉아있던 미호를 힐끔 보며 말했다.


“...... 그래서 가야산 산신령의 부탁으로 서울에 가던 중이란 말이지? 저 어린 구미호를 그들의 무리에 꽂아주려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미호라고 부르세요.”

“작명 감각 하고는...... 구미호라서 미호라 부르는 거야?”

“기억하기 쉽잖아요. 예쁜 이름이기도 하고.”

“뭐, 도령과 본인이 마음에 든다면야 상관없겠지. 그런데 여우골은 서울에만 있는 것이 아냐. 다른 곳에도...... 쿨럭!”


말하던 미리가 기침과 함께 토혈을 했다. 놀란 혜성이 말을 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녀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무기는 각각 타고난 재능이 있어. 내 경우엔 엄청난 수준의 생명력이지. 치료가 급하긴 하지만 이 정도로 죽지는 않아. 아, 저기 보이는 큰 돌 앞에서 멈추게, 도령!”


미리의 말에 혜성이 일어선 곰을 닮은 바위 앞에서 멈춰 섰다. 그러자 미리가 그 바위 옆의 아주 작은 짐승 길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 협로로 들어가게. 나 이외의 자가 들어가려 하면 결계가 발동하고 저 바위가 곰으로 변해 공격하지만 지금은 괜찮아.”

“...... 보통 사람이 뭣도 모르고 들어가면 어떡하려고 그런 위험한 걸 설치해놨어요?”

“후후, 보통 사람은 이 근처에 오지도 못하고 뱅글뱅글 돌다 다른 곳으로 빠지게 된다네. 우린 이미 결계 안에 들어와 있어.”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혜성이 신기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리고는 그녀가 말한 협로로 들어갔다. 그러자 주변의 풀과 나무들이 경건하게 주인을 받아들이듯 옆으로 가지를 치워 길을 열어줬다.


사박, 사박!


길을 따라 점점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이내 커다란 공터가 나왔다. 겨울인 바깥과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와......!”


혜성이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봄처럼 생기가 가득한 녹음이 펼쳐져 있었다. 녹음의 한가운데엔 커다란 나무 그루터기가 의자처럼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작은 폭포와 청량한 계곡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나비와 벌도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꽃 위를 노닐었다. 위를 올려다보니 비 내린 후처럼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고, 새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다녔다.


“마치 천국에 온 기분이네요!”


혜성이 감탄을 터뜨리자 미리가 기분이 좋은 듯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혜성의 어깨에서 폴짝 뛰어내린 미호도 이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나비를 쫓아다니며 장난을 치고 풀 위를 신나게 뒹굴었다. 그 모습을 본 혜성과 미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꽤 정성을 들여서 만든 곳이야. 마음에 들어?”

“네! 너무 아름다워요!”

“고맙군. 내 은신처는 저 폭포 안으로 들어가야 해.”

“아, 미호는 여기서 놀고 있을래? 난 미리님만 데려다 주고 금방 나올 테니......”


키잉!


혜성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후다닥 달려온 미호가 다시 그의 어깨 위로 올라타 자리를 잡았다. 귀를 쫑긋거리는 그녀를 보며 미리가 말했다.


“도령을 아주 좋아하는군. 원래 구미호들이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쿨럭!”


각혈하는 미호의 모습을 본 혜성이 황급히 폭포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자 폭포수가 순간적으로 멈추며 양 갈래로 길을 열어줬다. 그리고는 혜성이 그곳을 통과하자마자 다시 폭포수를 왈칵 쏟아냈다.


타닷!


“.......!”


밖에서 본 폭포는 그리 크지 않았으나, 안으로 들어오니 엄청나게 큰 공간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곳엔 잘 꾸며진 정원과 고래 등 같은 거대한 기와집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사극에서도 이런 곳은 최소 정승 집이었다. 혜성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한 표정을 짓자 미리가 키득 웃었다.


“내 취향이 좀 고상하지? 임진년 왜란이 일어났던 이후 인간 세상에 환멸을 느끼고 지금까지 칩거하는 바람에 그래. 쿨럭! 저쪽 안채로......”

“지금 갈게요, 조금만 참아요!”


혜성이 날듯이 그녀가 말한 안채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대왕대비 마마의 침실을 보는 듯 고즈넉한 방에 향긋한 꽃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어......”


방 안쪽에 원앙금침이 펼쳐져 있었으나, 혜성은 피투성이인 그녀를 그 위에 뉘어도 되는지 고민하며 우물쭈물했다. 그러자 미리가 그의 생각을 알아채고 실소했다.


“신경 쓰지 말고 눕히게 도령.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나? 이무기라고. 더러워진 이불 정도는 훅 불면 깨끗해져.”

“집이 꽤 화려하네요. 이무기가 수련을 하는 곳이라곤 상상도 못하겠어요.”

“훗, 난 용이 되려는 것이지 스님이 되려는 게 아니야. 쿨럭! 쓸데없는 말 걸지 말고, 저 수납장에서 오색으로 된 구슬을 꺼내와.”


미리를 원앙금침에 조심스레 내려놓은 혜성이 그녀가 말한 수납장을 뒤졌다. 한눈에 봐도 신기하고 비싸 보이는 장신구들이 가득한 와중에 그녀가 말한 구슬이 보였다.

이리 귀해 보이는 걸 참 너저분하게 관리한다고 중얼거리며 구슬을 꺼내던 혜성이 깜짝 놀랐다.


“이 구슬은......!?”


놀란 혜성이 구슬을 든 채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미리가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왜 그러냐는 듯 물었다.


“뭘 그리 놀라나, 도령? 여의주 처음 보나?”


손에 든 구슬이 여의주라는 말에 혜성이 놀라 말을 더듬거렸다.


“아니, 이게...... 여의주라고요? 여우구슬 아니고요? 미호가 일전에 보여준 적이 있는데, 이것과 똑같던데요?”

“여우구슬과 여의주는 같은 것을 뜻한다네, 도령. 물론 쓰임새는 조금 다르지만...... 쿨럭! 결국 구미호와 이무기의 영기가 모인 결정체이자 놀라운 비술을 펼치는 도구라는 점에선 같지. 그런데 언제까지 그러고 서 있을 텐가? 내 몸에 피가 다 빠져나갈 때까지?”

“아, 죄송해요!”


정신을 차린 혜성이 황급히 들고 있던 여의주를 미리에게 건넸다. 미리는 그 여의주를 두 손바닥으로 감싸든 채 편안히 누워 정신을 집중했다.


번쩍!


“......!”


여의주에서 밝고 아름다운 빛이 뿜어져 나와 방 안을 오색으로 물들였다.

광대한 영기의 크기에 겁을 먹은 듯 미호가 후다닥 혜성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혜성이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리를 쳐다봤다.

미리의 몸에 난 상처들이 마치 역재생 버튼을 누른 영화처럼 빠르게 아물어갔다. 특히 만신창이가 되었던 그녀의 얼굴은 푸른 피가 묻어 있다는 것만 빼면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 이전보다 더 아름다워져 있었다.

만약 그에게 펜을 들려주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그려보라 했다면, 그의 그림엔 미호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을 것이다.


“......”


몸의 상처를 치료한 미리는 이내 소실한 영기까지 회복시키느라 더 긴 시간을 보냈다.

혜성은 그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멍하니 그녀의 얼굴만 쳐다봤다.


번쩍!


“......!”


마침내 치료가 끝나고 빛이 사라졌다. 눈을 뜬 미리가 여의주를 아무렇게나 휙 던지자 저절로 원래 있던 수납장 안으로 쏙 들어갔다.

여의주라면 엄청나게 소중한 것 아닌가? 그녀는 무슨 야구공 던지듯이 굴었다.


“그렇게 함부로 다뤄도 되는 거예요? 무려 여의주인데......?”

“괜찮아. 여의주는 던진다고 부서지거나 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난 저거 말고도 두개 더 있어.”

“예? 여의주를 여러 개 가지고 있어요?”

“응. 바리도 몇 개 더 가지고 있어. 물론 승천할 때 필요한 여의주는 하나뿐이라 죄다 쓸모없긴 하지만...... 가끔 통 큰 이무기는 남는 여의주를 인간에게 선물로 주기도 하고 그래. 그걸 받은 자는 학문적으로도 대성하고 역사에 남을 대업을 이룬다지. 그래서 인간들이 그거 하나 받겠다고 온갖 아양을 다 떨었었는데...... 지금은 이무기라 밝혀도 미친 여자 취급이나 하니 원.”


미리가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혀를 차며 투덜거렸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아, 이제 그대들은 어쩔 텐가? 역시 서울로 갈 것인가?”

“원래의 목표가 그랬으니까요. 산신령님께서 시키신 거라면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흐음! 바리가 큰 부상을 입었다고는 하지만 나처럼 여의주를 이용해서 금세 치료할 거야. 그리고 그 녀석은 이미 도령과 미호에게 앙심과 탐욕을 품었으니 결코 포기하지 않을 거야. 악에 받친 이무기만큼 악질은 없으니......”

“그럼 어떻게 하죠?”


혜성의 걱정 어린 물음에 미리가 팔짱을 낀 채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잠시 후 번쩍 눈을 뜨며 말했다.


“좋아! 나도 서울까지 동행하겠네!”

“네?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저희야 감사하지만......!”

“바리가 더 강해지는 것을 두고 볼 순 없지! 도령과 미호에게 도움을 받았으니 보답도 해야겠고, 내 공덕과 수련에도 분명 도움이 될 테니 헛수고는 아니야!”

“혹시라도 그 놈이 뒤따라와서 구미호들의 은신처를 공격하진 않을까요?”

“아니, 그럴 리 없어. 구미호도 생각보단 강한 존재야. 오랜 세월을 살며 여의주에 해당하는 여우구슬을 부리고 강력한 술법을 펼치지. 그런 그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는데 단신으로 공격해? 미친 짓이야!”


미리의 확신에 찬 말을 듣고서야 혜성은 걱정을 덜어놓을 수 있었다. 미리가 그런 혜성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그럼 도령은 저 아이를 구미호들에게 데려다 준 다음, 뭘 할 생각인가? 혹시 괜찮다면 나와 같이 설악산에 가지 않겠나?”

“설악산이요?”


뜬금없는 제안에 혜성이 눈을 끔뻑이며 되물었다. 미리에게 무슨 음흉한 속셈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슬그머니 치고 올라왔다. 그 사실을 눈치 챘는지, 못 챘는지, 미리가 신나서 말했다.


“설악산에 사는 설악호군을 찾아갈 생각이다! 바리를 잡는 것을 도와달라고 말이다!”

“설악호군? 무슨 호랑이 영물 같은 건가요?”

“음! 너는 잘 모르겠구나? 나도 칩거하고 간간히 나비가 들려주는 소문 같은 것으로만 접했지만...... 들어 봤나? 사방신인 주작, 현무, 청룡, 백호?”

“네, 들어봤습니다.”

“그 중 백호라고 보면 된다! 물론 반쪽짜리긴 하지만.”

“......!?”


너무 엄청난 이야기에 혜성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이 우스웠는지 미리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쿡쿡 웃었다.


“그 설악호군에 대해서 이야기 좀 해주세요! 백호란 존재는 어떤 존재인가요? 바리를 이길 수 있는 건가요?”


침을 꼴깍 삼키며 묻는 혜성의 얼굴에 호기심과 의기가 가득했다. 미리가 묘한 시선으로 그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대는...... 내 옛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구나. 허리춤에 차고 있는 그 사인참사검 때문인가?”


잠시 추억을 회상하듯 아련한 표정을 지었던 미리가 이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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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우화등선심결의 해석 23.07.14 31 1 15쪽
71 부상과 원기 혈주술 23.07.11 27 1 11쪽
70 괴물 두꺼비 23.07.09 27 1 12쪽
69 요란연화장 23.07.04 28 0 11쪽
68 거인과의 싸움 23.07.02 28 0 13쪽
67 괴적단의 습격 23.06.30 30 0 11쪽
66 천사옥대 23.06.29 32 0 14쪽
65 개마고원 능구렁이 23.06.27 34 0 10쪽
64 너구리 영감 이래온 23.06.25 36 0 10쪽
63 너구리 영감 이래온 23.06.24 36 0 12쪽
62 내기 23.06.22 34 0 17쪽
61 유령선 23.06.19 38 0 10쪽
60 향랑각시 23.06.17 36 0 10쪽
59 눈빛 23.06.15 31 0 10쪽
58 설란의 귀환 23.06.13 37 0 11쪽
57 소백산파 도장의 죽음 23.06.12 43 0 13쪽
56 연화봉 도깨비 23.06.10 33 0 11쪽
55 설악호군의 의뢰 23.06.10 32 0 15쪽
54 파괴의 끝 23.06.09 35 0 13쪽
53 난전 23.06.09 34 0 16쪽
52 치열한 전투 23.06.09 32 0 12쪽
51 아스트라 23.06.08 31 0 13쪽
50 땅속에서의 사투 23.06.07 32 0 12쪽
49 고독 23.06.07 32 0 12쪽
48 야차와 가물치 장군 23.06.06 37 0 13쪽
47 유현의 정체 23.06.06 32 0 11쪽
46 별장으로 23.06.05 38 0 10쪽
45 학선무 23.06.05 36 0 11쪽
44 모습을 드러낸 바리 23.06.03 36 0 14쪽
43 달을 찢어라 23.06.03 34 0 15쪽
42 새끼 지네 23.06.02 35 0 14쪽
41 명옥 선녀의 죽음 23.06.02 38 0 11쪽
40 불 지네 왕 23.06.01 41 0 14쪽
39 사라진 여의주 23.06.01 36 0 14쪽
38 설악산 전투 23.05.31 38 0 15쪽
37 바리의 소환술 23.05.31 33 0 14쪽
36 금화선녀 23.05.30 36 0 15쪽
35 만신 23.05.30 39 0 12쪽
34 려월의 꿈 23.05.29 46 0 15쪽
33 저주 23.05.29 44 0 14쪽
32 탈출 23.05.27 44 0 17쪽
31 흡혈귀 은동 23.05.27 43 0 12쪽
30 영사 23.05.26 43 0 10쪽
29 영사 23.05.26 44 0 9쪽
28 천년호의 여우구슬 23.05.25 47 0 13쪽
27 붙잡힌 팔척귀신 23.05.25 43 0 11쪽
26 선유도 전투 23.05.24 48 0 13쪽
25 선유교 23.05.24 54 0 11쪽
24 사인검의 기억 23.05.23 51 0 12쪽
23 려월과 허씨 부인 23.05.23 51 1 11쪽
22 용왕의 사자 23.05.22 50 0 13쪽
21 북두 그룹의 지하시설 23.05.22 48 0 11쪽
20 여우골을 향해서 23.05.20 53 0 13쪽
19 다가오는 위협 23.05.20 51 0 12쪽
18 낮도깨비 23.05.19 56 0 13쪽
17 팔척귀신 23.05.18 61 0 10쪽
16 소백산파 이설란 23.05.18 60 0 12쪽
15 설악호군 23.05.17 58 0 11쪽
» 미리의 여의주 23.05.17 57 0 12쪽
13 영력 대결 23.05.16 6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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