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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님의 서재입니다.

초월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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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12 19:38
최근연재일 :
2019.03.26 16:50
연재수 :
1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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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3,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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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27,138

작성
19.02.0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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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글자
11쪽

26장 6막. 멸살 滅殺

DUMMY

‘뭐야? 보이지가 않잖아?’

파동은 느껴졌다.

허나 초감각의 기척으로도 파악이 안 되었다.

동혁은 강기 다발을 연사하며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당황하지 않고 관안을 불러냈다.

그러자 마치 청새치떼처럼 동혁을 쫓아 회선하는 수십개의 무형시가 시야에 잡혔다.

비록 흐릿한데다 정신력을 집중해야 하는 탓에 힘이 들었지만 일단 형태가 잡히자 그 다음부터는 순식간이다. 동혁은 유도탄처럼 쫓아 오는 무형궁을 손짓 한 번으로 쳐내더니 바람을 응축했다.

원소계 속성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사막 같이 뜨거운 곳은 화 火 의 속성을, 강이나 밀림은 수 水 의 속성을, 그리고 지금처럼 차가운 곳은 풍 風 의 속성이 제일 낫다.

눈깜짝할 사이에 몇 번의 공간 이동으로 수많은 무형시를 피한 동혁은 허공에 멈춰섰다. 동혁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너희들에게 원한은 없다. 그저 운이 없었다 생각하기를.”

말이 끝나자 무섭게 손으로 소용돌이가 거침없이 몰려들었다.



가뜩이나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북풍의 대지.

간섭기와 감응기는 만물의 형질을 이용하는 것이다.

바람이 몰려들었다. 공기가 빨려드는 것처럼 수백미터에 이르는 공간이 동혁을 중심축으로 거대한 태풍이 생겨난 것이다.

상상할 수 없는 능력자가 등장했음을 깨달은 아율타 전풍대는 눈빛이 식었다.

“모두 공격해! 후위대는 마법진 보호하고! 어서!”

동혁의 손이 펴졌다. 고도로 응축시켰던 회오리 바람이 또아리를 틀더니 지상을 향해 내리 꽂았다.

콰콰콰콰쾅--!!

태풍이 휩쓸었다. 무서울 정도로 강력한 태풍이다.

관목수들이 뽑혔고, 암석이 비산했다.

폭발음이 터졌다.

땅거죽이 흔들거렸고, 그 때문에 파티아는 공포에 질린 채 하늘로 나뒹굴었다.

비명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고통 섞인 비명들. 플루토에 탑승하려 하던 오퍼레이터는 필사적으로 외장갑을 잡고 버텼다.

섬광포를 예열하던 이들의 손목이 수수깡처럼 부러졌다.

모두들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얼이 빠져 있었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그럼에도 여전히 병력은 많았다. 아율타 전사들은 강하다.

또한 불굴의 의지를 가졌다.

보나르는 겁에 질린 시민 혁명군을 다그치며 재차 전열을 가다듬어 반격을 가했다.

“플루토 아직 멀었어? 당장 저 놈 잡아! 어서!”

“네!”

“섬광포는 좌표 설정하고 빨리 방진 시작해!

“네!”

“1대대와 2대대는 디펜스-런투스킵 Defence run to skip 진형을! 3대대와 4대대는 엑티브-크래시 Active-crash 진형을 펼쳐! 우측과 좌측으로 넓게 빠지라고!”

보나르는 분노하며 연신 외쳤다.

“후위대는 뭐하는거야! 화력 지원 안해? 혁명군은 모두 산개한다!”

“실시!”

보나르는 노련한 인물이다. 수많은 전투를 겪었던 백전노장으로서 동혁이 다시 아까처럼 폭풍을 쏟아낼 것을 알자 즉시 전력을 정비한 것이다.

보통 저런 식으로 대량 살상 공격을 할 때, 최선의 대비책은 바로 흩어지는 것.

어느새 네 기의 플루토가 날고 있었다.

3세대 플루토부터는 비행용 날개 장착은 기본 옵션이다.

1세대와 2세대 플루토가 최초 나왔을 때 사람들은 그 무지막지한 전투력에 경배와 경외를 보냈다.

특히나 전투에 있어서 분대 단위로 방진을 형성할 경우 웬만한 병력을 투입하지 않고서는 잡기 어려운 무적의 병기로 각광 받았다.

그러다 파훼법이 발견되었는데 바로 공중 공격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3세대부터는 아예 일정 시간동안 날 수 있게 했다.

플루토 네 기는 지상에서 아군을 방어했고, 또 다른 네 기는 이미 하늘로 날아 올랐다.

허나 놈은 처음부터 맞서지 않고 슬슬 피하기만 하면서 아까처럼 바람의 폭풍을 쏟아내며 융단 폭격을 하는 중이다.

‘벌써 이 백명··· 믿을 수가 없구나. 지치지도 않았어.’

경악이 스쳐갔다.

세 차례의 폭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 남은 것은 주검의 흔적뿐이다.

불과 얼마전까지 웃고 떠들던 동료들의 시신을 보는 것은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동혁은 검을 꺼내 들었다.

검신이 떨리더니 하늘에 십자수와 같은 꽃 무늬를 그려내고 있었다.

“검화 劍花 에 이어 검명 劍鳴 이라니.”

일반적인 검의 울음이 아니다. 말 그대로 공간을 타고 하나의 음율이 퍼지기 시작했다.

검은 이미 자연에 동화되고 있었다. 손짓 하나 하나에 따라 검이 요동쳤고 검로를 그려갔다.

검은 자유롭게 춤을 췄다. 꺽이고, 흐르며, 변한다.

흔히들 언뜻 보기에는 아무런 형식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보나르의 안색은 점점 경직되고 있었다.

“자연에 동화되고 있어···”

검의 연주가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빛이 번쩍였다.

그럴 때마다 대원들이 하나 둘씩 분해되고 있었다. 마치 모래처럼 신체가 잘게 부서졌던 것이다. 손과 발이, 눈과 코가 없어졌다.

고통도 없다. 애초에 현실이란 정보는 뇌가 느끼고 받아들이는 정보 신호에 불과하다.

자연의 관점으로 볼 때 무 無 와 유 有 는 서로 마주보며 뒤바뀔 수 있는 양면의 거울과도 같다. 그저 흩어진 것이다.

조화결.

파천검의 6초식인 조화결의 극의.

최근에 동혁은 간섭기와 감응기를 이용하여 마침내 자연을 그 안에 품었다. 아니 자연의 성질에 동화되어 섞인 것이다.

검은 검으로서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다.

하늘에서 움직인 검이 공간을 뛰어 넘어 재현한 검.

이제 검은 검이지만, 검이 아니다.

이를 무극의 해탈, 혹은 심검의 초입라 부른다.

뜻에 따라 모든 것이 행하여진다는 경지.

다시 이백여명에 이르는 이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져갔다.

검의 연주가 끝났을 때, 동혁은 비로소 거친 호흡을 내뿜었다.

‘이 정도가 한계인가? 확실히 집단 전투는 힘들어.’

그 틈 사이로 플루토 두 기가 돌진해 들어오고 있었다.

거대한 기형도를 손에 쥔 플루토는 연달아 삼격 三擊 을 휘두르며 파고들었고, 사방에서는 파동포와 섬광포가 난사되고 있었다.

동혁은 시간의 결을 사용했다.

아무리 그라도 쉴 틈 없이 공격하는 화력 앞에 일일히 대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멈췄다. 눈 앞에 전경이 보였다.

플루토 두 대와는 고작 십여미터 거리.

심지어 레이저처럼 에너지를 쏟아내는 현대식 무기의 궤적조차 정지된 상태였다.

늘 볼 때마다 그렇지만 황홀감이 감쌌다.

지상에는 불신에 가득한 눈빛으로 우왕좌왕하는 인간들의 정지된 모습도 포착되었다.

이제 2분 이상 늘어난 탓에 예전보다는 여유로워져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신체는 모래주머니 여러 개를 찬 것처럼 느릿하게 움직일 뿐이다.

‘젠장, 기분 더럽군. 그래서 웬만하면 쓰고 싶지 않았는데···’

온 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동혁은 50초가 넘어서야 플루토의 조종석에 다가갈 수 있었다.

바로 건틀릿에 힘을 증폭시켰고, 일직선으로 엔진을 뚫어버렸다. 아직 일분이 넘는 시간이 남아 있음을 확인하자 옆에서 창을 던지려고 하던 다른 플루토의 엔진마저 파괴시켜 버렸다.

흐르는 땀을 닦으려 할 때 시간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 놈! 죽어···. 어, 어! 이게!”

“엔진에 불이 나다니! 이런 미친!”

“크흑!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오퍼레이터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갑자기 엔진에 불이 붙어서 추락을 했기 때문이다.

콰콰콰쾅--!!

그렇게 플루토는 원인도 모른 채 폭발했다.

뒤이어 달려들던 다른 플루토 두 기도 이 믿을 수 없는 괴사에 기함을 토해야 했다.

공격을 하던 플루토 두 대의 엔진이 갑자기 부서진다는 것을 누가 믿는다는 말인가?

시간의 흐름에는 늘 인과 관계가 존재한다. 허나 지금 이 순간은 영사기의 필름이 중간 과정을 생략한 채 돌아가는 것처럼 철저하게 물리학의 법칙을 위반하고 있었다.

동혁은 다시 시간의 결을 썼다.

그렇게 플루토 네 대가 파괴된 것은 눈깜짝할 사이의 일이었다.

일단 거추장스럽게 하던 마도 병기가 제거되자 그 후로는 학살이다.

아무리 원거리로 섬광포를 쏘아대도 그 때마다 배리어를 치던지 가볍게 피했기 때문이다.

슈슈슈슝--!!

폭발이 일어났다. 불 덩어리들이 떨어진 것이다.

그것도 하나 둘이 아닌 수십 개의 화염으로 된 구체들.

마치 야구를 하듯이 동혁은 계속해서 화염 지옥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번 붙은 불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수목은 초토화가 되고 있었다. 일단 화염에 스치기만 해도 불은 꺼지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은 초원이라 워낙 넓은 탓에 산개를 적절히 했고, 그 때문에 생각보다 피해는 적다는 점을 위안으로 들 뿐이다.

문제는 파티아였다. 파티아는 6급 마수 주제에 이미 극심한 공포에 물들어 날뛰고 있었다.

상대방의 화력을 어느 정도 정리한 동혁이 계단을 걷듯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 때까지 생존해 있던 대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어렸다.

“크흑, 아, 악마!”

“시끄러! 아무리 강하다 해도 놈은 한 명이야! 각 분대별로 엄폐물을 만들고 일제히 공격해!”

“궁수들 뭐해! 전위대 지원해주고! 후위대는 양측면으로 물러나 약한 쪽에 신경써! 마법진 보호하던 나머지 플루토들도 모조리 출동시켜!”

“제법이군. 그래도 도망치지 않는 것을 보니 훈련은 잘 시켰나 보네.”

“누구냐? 누군데!”

“나? 그걸 알아 뭐하게?”

동혁의 음성은 건조했다. 아까보다는 확실히 지친 듯 얼굴에는 땀 몇 방울이 보였다.

다양한 속성을 가졌다는 것.

이는 축복일 수도 있으나 그만큼 적지 않은 대가를 요구한다.

육망성을 유지하는 에테르는 결코 무한한 것이 아니다.

이미 시간의 결을 여러 번 쓴데다 엄청난 마력을 잡아 먹는 조화결까지 쓴 상태.

거기다 장시간 하늘에 떠 있었던 탓에 어쩔 수 없이 내려온 것이다.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천 명에 가까운 전풍대와 혁명군은 이미 오백 이하로 줄어든 상태.

이제 그 누구도 동혁을 우습게 보지 않았다. 아니 두려워했다.

눈가에는 극한의 공포감이 물들어 있었다.

이들은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들이 불행하게도 조우한 이 남자가 상상할 수도 없는 절대 강자임을.

전우의 시신을 보며 눈물을 흘릴 낭만적인 여유로움도 사치였다. 목숨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기 때문이다.

동혁이 한 걸음 옮기자 서너걸음씩 자신도 모르게 물러나고 있었다.

압도적인 위압감이 아닐 수 없다.

다시 걸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두려웠다. 그럼에도 그 누구도 동료를 힐난하지 않았다.

단신으로 플루토 네 대를 처리한 인간. 어떻게 인간이 이렇게 강할 수 있을까?

절망과 분노의 감정이 스쳐갈 뿐이다.

왜? 어째서? 무엇 때문이냐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래봤자 의미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죽여! 죽이라고! 으악!”

보나르는 미친 듯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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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27장 1막. 비사벌 +4 19.02.12 2,692 46 12쪽
99 26장 8막. 멸살 滅殺 +2 19.02.11 2,587 49 12쪽
98 26장 7막. 멸살 滅殺 +1 19.02.09 2,665 47 11쪽
» 26장 6막. 멸살 滅殺 19.02.08 2,756 48 11쪽
96 26장 5막. 멸살 滅殺 19.02.07 2,795 53 12쪽
95 26장 4막. 멸살 滅殺 19.02.06 3,016 55 12쪽
94 26장 3막. 멸살 滅殺 +2 19.02.04 3,049 61 12쪽
93 26장 2막. 멸살 滅殺 +4 19.02.03 3,154 61 13쪽
92 26장 1막. 멸살 滅殺 19.02.02 3,325 53 12쪽
91 25장 2막. 변화 19.02.01 3,337 57 13쪽
90 25장 1막. 변화 19.01.31 3,364 6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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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24장 7막. 검가 +5 19.01.27 3,393 7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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