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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님의 서재입니다.

초월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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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1.1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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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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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4장 2막. 검가

DUMMY

룬어는 일반적인 언어와 많이 달랐다.

육망성을 돌려 의도적으로 집중하면 룬어가 튀어나온다.

마법을 쓸줄 모르니 룬어는 동혁에게 기실 불필요했으나 지금처럼 사물의 형질을 변경시킬 때는 꽤 유용하다.

룬어는 글자마다 뜻이 존재했다.

비록 이설아처럼 마법은 쓰지 못해도 이제는 몇 글자 정도는 그 뜻에 따라 현실에서 운용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설아가 ‘파破’, ‘침侵’ 이란 단어로 플루토를 부수거나 부식시킨 것처럼 룬어의 뜻은 모름에도, 우습게도 룬어의 구현은 가능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치유기가 심어진 청동옥불상은 손으로 대기만 해도 청량감이 맴돌았으며 심신을 상쾌하게 해줬다.

친구의 얼굴을 떠올리자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그래. 이 정도면 적어도 민수 체면은 까먹지 않겠지.’

옥산느를 데려오기를 잘했다 생각했다. 확실히 현명하고 똑똑한 여자다.

그녀 때문에 일이 한층 편해진 것이다.

“다 왔어.”

“꽤 크네?”

“후후, 이제 내가 좀 달라 보이냐?”

“어허, 깝치지는 말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검가라고 쓰여진 명패였고, 그 뒤로 보이는 것은 전통 한옥집들이다.

검가에는 이런 가옥이 수십 채가 있었는데 넓이만 봐도 동혁의 집보다 몇 배는 더 커보였다.

천년 명문가의 저력이란 이런 것일까?

곳곳에 경비를 서는 무인들의 수준도 예사롭지 않은데다 손님들이 타고 온 에어카가 있는 주차장은 하나 같이 호화로웠다.

그에 반해 내부는 의외로 소박했다. 그 흔한 장식 같은 것들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외문을 지키는 제자로 보이는 인물들을 지나치자 안채가 나타났는데 내부는 현대식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었다.

중년의 남녀 여러 명이 이리저리 하객을 맞이하다가 민수와 동혁을 맞이했다.

“그래, 민수 친구라고? 잘 왔다.”

“안녕하세요. 동혁이라 합니다.”

“어서 와요. 반가워요.”

“네.”

“민수 막내 이모입니다. 저쪽으로 들어가면 안내하는 애가 올겁니다. 거기를 따라가세요.”

이 때 민수가 누군가의 부름에 얼굴을 찡그리며 다가왔다.

“미안, 어머님이 부르셔서 먼저 가야 될 것 같아.”

“그래.”

“내가 불러 놓고 챙겨주지 못해서 어떻게 하냐?”

“자식, 웬일로 네가?”

“암튼 밥 잘 챙겨 먹어. 나중에 보자.”

“응!”

동혁은 민수의 어깨를 가볍게 치더니 몇 개의 통로를 거쳐 메인 홀로 들어갔다.

메인 홀은 상당히 넓었다. 생각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북적였는데 곳곳에는 음식을 세팅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동혁이 자리는 홀에서 가장 뒷편의 구석이었다. 원형 테이블의 의자에 앉았을 때 이미 예닐곱명의 사람들은 대화를 하느라 동혁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나저나 선물을 안 받는다고 하더군요.”

“그러게요. 유장주님. 멀리서 왔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후후, 소이온 길드는 그래도 검가에 친척이라도 있으니 말이라도 통하겠지만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데 왔어요.”

“에잇, 통하기는요. 어림도 없어요. 이리저리 인맥을 통하다 걸친건데 인사만 잠깐 나누고 말았어요.”

“하긴 소개라는 것도 한 다리만 건너도 남이니 뭐···”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흔드는 여자를 보며 이 자리에서 연배가 가장 높은 유장주란 인물이 가볍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자 젊은 남자가 궁금한 듯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초대장을 살 생각을 다했습니까? 그게 가능해요?”

“역시 패왕회의 후계자답습니다. 그걸 알아차리다니요.”

“간단한 논리죠. 정문에서 철저하게 검사를 하는데 초대장 없이는 들어올 수가 없을 테니 그 방법 외에는 없잖습니까.”

소이온 길드의 부길드장인 백아연이 감탄하듯 말했다.

“역시 호연 산장이 최근에 번창하는게 이유가 있군요.”

“별 말씀을요.”

동혁은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다 무심결에 물어 보았다.

“그걸 파는 사람이 있나요? 초대장이 대체 뭐라고.”

백아연은 묘한 눈빛으로 동혁을 향해 비꼬듯이 말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젊은 친구네요. 검가에요. 한평생 검가와 연을 맺기를 원하는 인물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그 말에 패왕회의 젊은 사자라 불리는 주동훈이 끄덕였다.

“초대장은 검가에 연관된 사람들한테만 돌아가지. 그것도 오백도 안 되는 소규모 모임이야. 특히나 검가처럼 폐쇄적인 가문은 더욱 그래.”

“오백명이면 많은 것 아닌가요?”

“천만에! 검가처럼 명문가는 하객이 오면 수천명도 와. 그게 명문가의 영향력이지.”

“대단하네요.”

동혁은 그 때서야 깨달았다. 이들은 검가와 친분을 맺고 싶어하는 이들이었다. 최근 수많은 세력들은 저마다 자신의 그늘이 되어 줄 수 있는 거대 조직을 찾는 경향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고 나면 지방의 무슨 장원이나 길드가 멸문했다는 흉흉한 소문만 나돌고 있는데다 힘이 없으면 가진 것을 잔인하게 뺏기는 것이 일상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어느 정도 조직을 가진 이들은 낫다. 하지만 이들처럼 작은 조직들은 제아무리 강해도 규모의 차이 때문에 방법이 없었다.

항쟁은 피를 부른다. 피는 자신 뿐만 아니라 일가족을 생존의 기로로 몰고 갔다. 그러니 기를 쓰고 성공을 위해 사다리를 오르는 것이다.

이 때 한유철이라 부르는 무천 장원에서 나온 인물이 동혁을 향해 물었다.

“자네는 어떻게 온건가?”

“그냥 아는 친구가 있어서 왔어요.”

한유철은 동혁의 말에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래? 검가에 올 정도면 부자집 도련님인가 보네.”

“아닙니다. 근데 연회는 언제 시작하나요? 기다리는게 슬슬 지겹네요.”

그 말에 유철은 이채롭다는 듯 보았다.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일까.

말끔한 슈트와 여유로운 행동을 보면 어느 정도 급이 있는 집안의 자식인 것 같았다. 그렇다해도 후미진 곳에 배치된 것을 보면 검가에서 중요시하는 인물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각성자라면 느껴지는 기파가 없었다.

‘상계쪽이겠지?’

그렇게 연회가 시작되었는데 초대 가수가 나와 오페라를 불렀고 검가의 당대가주인 조현우가 나서자 박수가 우뢰처럼 터지기 시작했다.

작지만 단단한 체형.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조현우는 무복을 입고 간단한 인사말을 하는 중이다.

동혁은 음식을 대충 먹고는 할 일이 없어서 전체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결이 보였다.

각성자가 아닌 이들부터 능력이 낮은 이들, 적당히 강한 인물들, 그리고 소수의 강자들도 드문드문 존재했다.

‘생각보다 약한데?’

가주에 대한 첫 느낌.

워낙에 검가에 대해 신화와 같은 전설을 많이 들었던 까닭일까?

특히나 이곳에서 가장 강자인 가주인 조현우를 보자 약간의 실망을 느꼈던 것이다.

‘혜미 누나보다는 확실히 높아. 하지만···’

현재 혜미의 수준은 과거 무위를 초월했다.

검가라면 내심 자신보다 더 높은 능력자를 만날 수 있을거라는 예감 때문에 평소에는 안 하던 짓까지 했지만 적어도 이 자리에는 없었다.

“그런데 그쪽은 무슨 일로 온겁니까?”

“아, 만날 사람이 있어서···”

동혁은 말끝을 살짝 흐렸다. 허나 술이 약간 들어간 호연산장의 장주인 유대명이 웃으며 말했다.

“무슨 일은··· 도와 달라고 온거지. 최근 무천 장원이 한올 길드와 항쟁 중인데 하필이면 한올 길드의 인물 중에 율령의 6 당주 사위가 생겼거든. 그래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거지 뭐.”

이번에는 소이온 길드의 부길드장인 백아연이 끼어 들었다.

“후후, 맞아요. 주제도 모르고 한올 길드의 이권을 뺏으려다 당하게 생겼죠. 그래서 무천쪽도 백방으로 아는 인맥이란 인맥은 다 동원해서 제자들을 보낸거에요.”

한유철은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혔다.

“거 참, 말씀이 지나치시네요.”

“그래도 자존심은 있나 보네. 쯧!”

“그러게요.”

“말이야 바른 말이지 그 동안 무천 장원이 제대로 행동했다면 이런 말이 나올까?”

“무천 장주가 너무 탐욕을 부렸어.”

몇 명이 더 동조해서 비웃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한유철은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무천장원이나 호연산장, 소이온 길드, 패왕회 모두 인천의 부천과 부평쪽에 위치한 중소 세력들으로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딱히 돌출될만큼 강한 조직은 없었다. 그 때문에 이들은 지난 십여년간 적지 않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기, 질투, 탐욕과 같은 감정들이리라.

그러다 최근에 율령의 비호를 받은 한올 길드의 엄포로 이미 나머지 세력들은 무천 장원의 몰락을 그저 지켜만 보는 중이었다.

유철은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우리가 힘을 합치면 아무리 율령이라도 대항이 가능할겁니다. 왜 굳이 우리끼리 이러는지를 모르겠군요.”

“언제부터 우리야?”

“그러게. 잘 나갈 때는 들은 체도 안 하더니.”

한유철은 기분이 나빴으나 더 이상 반박을 하지 않았다.

오늘 온 인물들은 대부분 조직의 중추에 앉은 인물들이다. 일단 신분으로 볼 때 그보다 윗급이었고 무엇보다 날이 가면 갈수록 무천장원은 몰락하고 있었다.

이들과 척을 진다면 더 힘들어질 것이다.

호족들.

언제부터인가 힘을 가진 이들을 이렇게 불렀다. 황궁에서 정식으로 신분을 하사한 ‘노블’과는 약간 다른 자생적으로 생겨난 무리들.

이들은 무력이나 돈으로 세력을 모아서 각종 이권 사업을 펼치며 그 성세를 넓혀갔으며 한국의 기득권층이 되었다.

결국 한유철은 독한 위스키를 위장에 냉큼 쏟아 부으며 한탄했다.

‘후후, 내 신세도 처량하군.’

동혁은 어떤 상황인지 모르나 위로를 하기 위해 빙그레 웃었다.

“술이나 한잔 더 하시죠.”

“그래. 마시자고.”

“그나저나 생각보다 허례의식이 강하네요. 뭐 이렇게 진행이 길죠?”

“원래 명문가문들은 그렇다네. 그래도 검가 정도면 소박하게 하는거지. 어떤 곳은 몇 주는 기본으로 하는 곳도 있으니까. 그런데 나이도 어린데 동생이라 불러도 될까?”

“저는 뭐 괜찮습니다. 어차피 처음부터 말 놓으셨던데요 뭘.”

“하하, 미안하네. 그래도 여기 음식이 괜찮군. 수삼 더덕채에 달래 전복죽, 궁중 신선로, 특히나 오리 스테이크가 담백하군.”

“그렇네요. 소금 대신에 후추와 간장에 마늘, 벌꿀을 넣었는지 입맛에 맞네요.”

“그래? 난 몰랐는데 어디 요리법이라도 배웠어?”

“후후, 그건 아닙니다.”

그의 말처럼 특제 요리로 나온 오리 고기의 맛은 뛰어났다. 아마도 위에 넓게 뿌려진 투명한 소스 때문인데 동혁은 소스의 성분을 바로 파악한 것이다.

“근데 동생도 검가에 아는 인물이 있다면서?”

“아,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그 사람도 참···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리를 어떻게 이런데···”

“왜요?”

“아니야. 그냥 혼잣말이야.”

동혁은 사실 테이블을 잘못 앉았다.

민수와 함께 방문했을 때 원래는 한참 윗쪽으로 갔어야 하는데 너무 바쁜 탓에 대충 손짓으로만 말했고 이를 잘못 알아들은 것이다.

유철이 혀를 차는 것도 이유는 있었다.

자신들과 달리 검가에 인맥이 있음에도 가장 안 좋은 테이블로 보낸 이유는 그만큼 영향력이 없는 낮은 직급이거나, 동혁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러나 차마 자존심이 상할까봐 말을 흐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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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27장 3막. 비사벌 +1 19.02.15 2,513 45 13쪽
101 27장 2막. 비사벌 19.02.14 2,515 47 12쪽
100 27장 1막. 비사벌 +4 19.02.12 2,692 46 12쪽
99 26장 8막. 멸살 滅殺 +2 19.02.11 2,587 49 12쪽
98 26장 7막. 멸살 滅殺 +1 19.02.09 2,665 47 11쪽
97 26장 6막. 멸살 滅殺 19.02.08 2,756 48 11쪽
96 26장 5막. 멸살 滅殺 19.02.07 2,795 53 12쪽
95 26장 4막. 멸살 滅殺 19.02.06 3,016 55 12쪽
94 26장 3막. 멸살 滅殺 +2 19.02.04 3,049 61 12쪽
93 26장 2막. 멸살 滅殺 +4 19.02.03 3,154 61 13쪽
92 26장 1막. 멸살 滅殺 19.02.02 3,325 53 12쪽
91 25장 2막. 변화 19.02.01 3,337 57 13쪽
90 25장 1막. 변화 19.01.31 3,364 61 13쪽
89 24장 10막. 검가 +2 19.01.30 3,310 69 13쪽
88 24장 9막. 검가 +3 19.01.29 3,272 71 12쪽
87 24장 8막. 검가 +2 19.01.28 3,192 66 12쪽
86 24장 7막. 검가 +5 19.01.27 3,393 71 11쪽
85 24장 6막. 검가 +5 19.01.26 3,323 67 12쪽
84 24장 5막. 검가 +2 19.01.25 3,283 61 13쪽
83 24장 4막. 검가 +4 19.01.24 3,283 64 13쪽
82 24장 3막. 검가 +3 19.01.23 3,360 58 12쪽
» 24장 2막. 검가 +3 19.01.21 3,342 65 12쪽
80 24막 1장. 검가 +4 19.01.20 3,628 60 14쪽
79 23막 4장. 그들이 원하는 것 +3 19.01.19 3,441 61 14쪽
78 23막 3장. 그들이 원하는 것 +1 19.01.18 3,501 58 12쪽
77 23막 2장. 그들이 원하는 것 +4 19.01.16 3,504 62 13쪽
76 23막 1장. 그들이 원하는 것 +2 19.01.15 3,549 62 13쪽
75 22막 3장. 워로드 +2 19.01.14 3,523 6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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