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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5 님의 서재입니다.

패배 왕귀형 주인공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SF

5315
작품등록일 :
2021.10.25 02:45
최근연재일 :
2022.08.19 23:04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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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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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2,521

작성
21.10.3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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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변화(1)

DUMMY

우리가 역으로 돌아오고 나서는 무언가 꼬리가 밟힌 것인지 괴물들의 습격이 끊이지 않았다. 일주일에 서너번은 찾아와서 우리의 목숨을 위협했다. 어머니와의 약속 이후로 생존이 최우선이 되어버린 나의 가치관은 절대로 놈들을 용서하지 않았고, 화가 너무 난 나머지 무리하게 역 밖으로 나가 위험에 빠질뻔 하기도 했다. 저번 정찰 때 살아남고선 스탯이 성장을 해서 아슬아슬하게 죽을 위기는 면했다만 여전히 위험했던건 마찬가지다.


원래라면 이딴 거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을 텐데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였나보다.


아무튼 처참히 실패한 첫 정찰이후 사람들은 두려움 탓에 ‘밖으로 나가자’ 파와 ‘아니다, 그대로 있자’ 파로 나뉘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파가 나뉘어 회의를 하는 것도 처음 때의 이야기. 지금은 이렇게 회의를 가장한 정치싸움을 해대고 있었다. 물론 나와 현철이는 중립이었다. 대부분 각성자들이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의견이 중요했다만 우리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다시 돌아와서 현재다. 내 회상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여전히 의미없는 말 싸움은 지속되고 있었다.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먼저 자리를 뜨기 위해 형식적인 인사말을 건넸다. 물론 돌아오는 대답은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더 듣고 있으면 거짓 한 점 없이 스트레스로 점심 나가서 먹을 거 같다.


현철이와 나는 회의장소를 벗어나 역의 출입구로 향했다. 원래는 8개였지만 운석충돌로 인해 무너진 곳이 4개여서 쓸 수 있는 곳은 결국 2번, 7번 총 2곳 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어디로 갔느냐? 2번도 7번도 아닌 바로 3번출구다.


3번출구에는 벽에 금간 곳이 여럿 보였다. 다른곳은 금간 곳이 없거나 조금 있는데 유독 3번출구만 금간 곳이 많아 의심스러워서 현철이와 내가 주의깊게 보는 중이었다.



“이 금들은 뭘까?”



-쨍그랑


금을 검지로 훑자 타일이 떨어져 깨졌다. 그리고 금사이로 지난 며칠간 지겹게도 본 아주 익숙하고 단단한 것이 튀어나왔다. 이제는 지겹게 본 탓에 형체만 봐도 알 것 같은 괴물의 손톱이다.



“아 젠장”



현철이의 욕과 함께 손톱이 금을 가르기 시작했다.


-쩌적저적


들려서는 안 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동안 괴물들의 습격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때는 정직하게 입구로 들어왔는데.


-크에에에에엑



“놈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현철이가 잽싸게 달려와 구멍을 돌로 막으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어쩔 수 없나. 나는 등에 매인 장검을 쥐고 괴물의 손톱을 막았다.



-챙ㅡ!


금속끼리 부딫힐때 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괴물들의 손톱은 어찌된 일인지 강도가 거의 철에 가까웠었지. 덕분에 내 검의 이도 몇 번 나갔었고. 내 소중한 검을···



“크윽, 현철아! 뒤로 빠지면서 사람들 모아야겠다. 이거 우리만으로 감당 안돼”



좁은 틈에서는 괴물놈들이 계속해서 비집어 들어오고 있었다. 하나가 다 빠져나오기도 전에 그 하나를 짓누르며 다른 놈이 나오고, 그놈을 다시 짓누르며 또다른 놈이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가 먼저 나온 세 마리를 처치하는 동안 쌓인 것이 약 스무마리. 누구든지 그 모습을 보면 도망부터 칠 것이다.



“야 이 미치이이인! 왜 이렇게 많아!!!”



그래서 그런가 현철이가 소리를 지르면 먼저 뛰어갔다. 천천히 뒤로 빠지면서 사람들 불러모으는 게 원래 계획이었는데···


-크오오어어


···누구나 계획은 있다, 쳐맞기 전까진. 그런데 쳐맞기도 전에 계획이 없어지면 어떡하나요 타이슨 형님


나도 현철이를 따라뛰기 시작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3번출구는 주거구역에서 가장 멀리떨어져 있었다. 그 덕분에 주거구역에는 피해가 적게 가겠지만 대신 우리는 그만큼을 뛰어야 한다. 내가 저 긴거리를 계속 전력질주로 뛸 수 있을까? 나는 상태창을 바라보았다.


--------------------------------------------------


[한성현]

0등급-29레벨

힘:32 민첩:29 감각:23 체력:46 마력:0

잔여스탯:15 누적 포인트:358


---------------------------------------------------


처음 각성했을 때와 달라진 것은 잔여스탯과 내 레벨, 누적포인트이다. 레벨은 괴물놈들을 잡다보니 RPG게임을 하는 것처럼 레벨이 올랐고 잔여스탯은 레벨이 오를때마다 5씩 올랐다. 아마도 내 힘이나 체력 같은 것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어떻게 쓰는지 감이 안온다. 상태창에 물어보면 알려주려나. 누적 포인트도 괴물들 잡다보니 올랐다. 이거야말로 아예 쓸데도 모르겠다.


민첩 스탯 29와 체력 스탯 46이 내 눈에 들어왔다. 다른 각성자들의 스탯을 물어보니까 평균적으로 30정도 나왔는데 나는 체력이 무려 46이나 되었다. 이것도 운동 덕분이겠지. 아무튼 나는 지치않고 뛸 수 있을 것 같네.


-쿠국, 쿡


손톱이 벽을 파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뛰던 와중 잠시 고개를 돌려보니 놈들이 벽을타고 오고 있었다. 이 새끼들 벽은 언제부터 탈 수 있던거야.



“으아아악”



현철이가 비명을 지르면서 달렸다. 쟤는 체력도 부족할텐데 괜찮으려나.



“현철아, 뒤로 빠지면서 방화벽 내려버리자! 셔터 내리는거 어딨는지 아냐?”



“아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아아!”



“아 그냥 다른 사람들한테 셔터 닫아달라해.”



“오 님 하버드? 개 똑똑하네.”



달리면서도 조잘조잘 입이 쉬지 않는 현철이를 보면서 나는 살짝 감탄했다.


하지만 그 감탄은 괴물들이 오는 탓에 금방 깨졌다. 어느새 놈들은 우리에게 손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다가왔고 우리는 그만큼 죽을 수도 있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혔다.


‘제발!....’



“야, 허억허억, 저거 봐봐. 우리 다 온 거 아니야?”



현철이가 헐떡이며 소리쳤다. 나는 현철이가 말한곳을 쳐다봤고 저 멀리에는 방금 막 회의가 끝난 각성자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들을 향해 방화벽 닫을 준비를 하라고 소리쳤다. 다행히도 알아들었는지 무언가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자 이제 남은 건 우리가 무사히 방화벽 안으로 들어가는 것뿐이다. 그때 괴물 하나가 내 등으로 뛰어들었다.


-키에에엑


“아아악!”


마치 아기가 다른 사람에게 업히듯 놈이 내게 업혔다. 차이점이 있다면 목숨이 달려있느냐 아니냐 정도겠지.


놈의 날카로운 손톱이 내 가슴을 뚫고 들어갔다. 손톱이 뚫고 들어간 상처에서 피가 손톱을 따라 흘러나왔으며 조직의 손상을 알리는 고통도 함께 찾아왔다.


‘진짜 얼마 안남았는데,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폐가 뚫리는 고통 속에서 이 악물고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폐에 구멍이 생각보다 컸는지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현철이와의 거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다만 괴물들과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등에 있는 괴물을 떼어내려고 몸을 흔들기도 했으나 손톱에 상처가 더 깊어질 뿐 소용은 없었다.



“한성현!”



나를 부르는 현철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목소리는 머릿속에서 웅웅거리며 희미해져간다. 아, 숨 쉬는 것이 천천히 힘들어지는 것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내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는 느낌이다. 뒤에 매달린 놈은 계속해서 내 등의 살점을 물어뜯고 있는 최악의 상황



“!”



무언가 내 다리를 물어서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짐과 동시에 내 몸은 괴물들 사이로 빨려들어갔다. 등에 매달렸던 놈은 내가 넘어지자 깔려서 떨어졌고 대신 다른 괴물이 내 복부를 찢어가며 물어뜯는 것이 느껴졌다.


(1초)



“큽!”



눈이 안보이는 대신 다른 감각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저놈들은 사냥꾼, 우리는 사냥감. 여태까지 내가 지켜본 바로는 저들은 무리사냥을 하는 종족이다. 비록 시스템이 우리에게 주어져 대항할 힘이 생겼다 하더라도 그것은 놈들의 특기인 집단사냥을 쓰지 않은 그저 1대1 상황이 성립되었을 때의 이야기이다. 그마저도 힘겹게 이기는데 더 말해 뭘 하겠는가? 결국 피식자와 포식자의 관계는 명확했다.


나는 피식자로서 포식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비명을 참았다. 그러나 원래라면 참을만 했을정도의 고통도 감각이 확장되니 참기 어려웠고 곧이어 입에선 비명이 흘러나왔다.



“으아아아악!!!”



애써 막으려했지만 결국 새어나온 비명에 포식자들이 즐거워하는 것이 느껴졌다. 두렵다. 너무나도 두렵다. 신체에서 느껴지는 고통 따위 무시해버릴 정도의 심리적 고통이 나를 집어 삼켜왔다. 저들의 미소가 마치 광대가 웃는 것처럼 느껴지고 주변에 흐르는 피는 너무 오랫동안 시선에 담아두어서 이젠 초록빛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안면근육마저 내 마음대로 통제되지 않기 시작했다. 실성과 공포가 섞인 기괴한 표정으로 나는 발버둥쳤다. 열심히, 아주 격렬하게.


저 광대들은 장난감이 움직이는 것이 재미있다는 듯 더욱 괴롭히기 시작했다.


(2초)


나는 광대들이 나를 둘러싸서 만들어낸 심야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아 다시 한번 움직이기 시작했다. 생각하지 않고 본능에 따라서, 내가 생각해서 한 행동이 아닌 생명의 위협을 받고서 본능적으로 나오게 된 반사적인 행동들. 팔다리는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두려움은 계속해서 나의 몸을 휘감았다. 그러나 나는 살아남는다. 난 생존자니까. 어머니가 살아남으라고 했으니까.


(3초)


더 많은 양의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수많은 상처가 생겨나고 종국에는 죽음에 이를 괴롭힘. 아 고통이란 무엇인가. 아픈 것? 떡볶이 먹고 싶은데 가게가 열었으려나. 사실 가방에 초콜릿있는데 먹을걸. 아 그 초콜릿 엄마 주려던거지. 엄마는 어디갔지. 누군가의 얼굴, 손톱, 다리. 싫으니까 싸워왔는데 그 괴롭힘에 힙겹게 맞서 싸우는 나약한 우리를 굽어 살피소서


사고마저 점점 마비되어가지만 나는 마지막 한방울의 힘까지 쥐어짜내며 말했다.



“구원...”

···

...

...

···

···

···

···

···!

빛이 떠올랐다.


네모난 직사각형의 푸른 빛. 말로만 들으면 그저 망상으로 보이지만 나는 보았다. 이 빛이 우리를 ‘생존’하게 해주었다는 것을.


여기 지하철역의 각성자들 또한 모두 보았다.


나는 상태창을 향해 손을 뻗었다.


[상점기능이 개방되었습니다]


(4초)


기적과도 같은 완벽한 타이밍에 열린 상점이었다. 상점에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볼 겨를도 없이 상점 이용에 대한 지식이 머리로 흘러 들어오자마자 나는 힐링포션을 샀다.


(5초)


[누적 포인트:358->58]


펼치고 있던 손에 둥근 플라스크 병이 하나 잡혔고 그 안에는 초록색의 액체가 담겨있었다. 저 액체를 마시면 내 몸은 금방 회복되어 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유리병을 들어올린 순간.


(6초)


-쨍그랑


괴물이 내지른 손에 유리병이 깨지고 말았다. 안에 든 초록색 액체는 바닥에 흘러 피와 섞여갔다.


(7초)



“안 돼!...”



외마디 탄식과 함께 난 떨어진 포션을 조금이라도 먹기위해 땅에 고개를 쳐박았다. 적응현상으로 인해 피가 초록색으로 보이는 나에겐 무엇이 포션인지 알 길이 없었기에 그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핥아 마실뿐이었다. 바닥에 붙은 살점도, 뇌수도, 핏물도.


(8초)


정신없이 바닥을 핥던 와중 내 팔을 붙잡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나는 괴물이 또 가지고 놀려고 그러는 줄 알고서 팔을 뿌리칠려 했으나 생각보다 떨쳐내기 쉽지 않았다.


(9초)


팔에 붙은 무언가를 뿌리치지 못하자 내 몸은 바로 그것에게 끌려가기 시작했고 난 괴물들로 둘러싸인 암흑에서 탈출했다.


눈을 아프게하는 밝은 빛에 찡그렸고 빛에 익숙해질 때쯤 보인 것은 현철이와 다른 각성자들의 얼굴이었다.


(10초)


여기까지가 고작 10초였다. 나에겐 마치 10분과도 같았던 그 시간이, 세상에겐 10초에 불과했을 뿐이다.


현철이가 입을 떼며 말했다.



“성현아! 일어나!”



“괴물은!?.....”



“방화벽 내렸으니까 안심해.”



“허억허억··· 다행ㅇ쿨럭쿨럭!”



“너 말하지마. 지금 움직일때마다 피 베어나오고 있어.”



“핫··· 나 졸린데··· 좀 자도 되냐?...”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아무래도 충분한 양의 힐링 포션을 섭취하지 못한 것 같다.



“안 돼! 너 지금 자면 죽어”



“알았···어”



진짜 너무너무 졸리지만, 살아야 하니까 조금만 참자.


현철아, 고맙다. 다른 각성자 분들도 고마워요.


나는 속으로 감사를 전하며 편하게 누워서 쉬었다. 아, 잔다는 말이 아니다. 그냥 가만히 있다는 뜻이다. 죽은 것도 아니고, 그냥, 그저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 몸을 치유하기 위해서 쉰다.


살이 찢어진 부분에 혈액이 지나가며 붙는 것이 느껴졌고 고통이 계속 내 머리를 찔러와서 감각에 무뎌 질 때쯤, 너무나 쉬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긴장상태를 유지했던 탓일까? 천장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심신이 너무 지치기도 했고. 휴식이 필요한데 학교사건 이후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긴장상태를 유지했더니 죽을 맛이다.


‘하하, 이 망할 괴물놈들’


욕 정도는 해줘야 기분이 풀릴 거 같았기 때문에 속으로 한번 해주었다. 좋네 뭐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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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등장(1) 21.10.25 5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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