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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5 님의 서재입니다.

패배 왕귀형 주인공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SF

5315
작품등록일 :
2021.10.25 02:45
최근연재일 :
2022.08.19 23:04
연재수 :
8 회
조회수 :
210
추천수 :
0
글자수 :
42,521

작성
21.10.2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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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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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등장(4)

DUMMY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옆을 보았다. 고맙게도 현철이가 나를 기다려준 모양이다. 그가 굳게 닫혀있던 입을 열었다.


“다 끝났냐?”


“어, 고맙다 현철아.”


“오냐. 궁금한건 없어?”


궁금한거라··· 아 하나 생각났다.


“내 옆에있던 괴물 한놈, 어디갔어.”


“엥? 네 옆에 있던 괴물 시체말하는거야? 두 개던데?”


“뭐?”


“뭐야 너가 죽인거 아니였어? 난 저번에 학교에서 괴물 때문에 경찰끌고 다시 왔을때 괴물들 다 죽고 너만 있길래 그때처럼 이번에도 검술로 다 썰어버린 줄 알았는데.”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그리고 잠깐만, 학교에선 현철이가 경찰을 데려와서 내가 구출된 게 아니였나?


“하나는 죽인 거 맞는데 다른 하나는 아니야. 그리고 좀 가만히 있어봐.”


안그래도 죽기직전까지 갔는데 옆에서 정신 없게 알짱거리니까 머리까지 아프다. 진짜로 농담이 아니고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지금 시야 오른쪽위에 무슨 환각도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느낌표같이 생긴 환각인데···


[축하드립니다 한성현님. 한성현님은 각성하셨습니다.]


“!”


“뭐냐? 너 왜 갑자기 눈을 그렇게 부릅 떠?”


“어?.. 아, 아무것도 아니다.”


“흠··· 힘들어서 그런가보네 나 갈 테니까 혼자 쉬어”


“알았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난 하늘에 떠있는 파란 창을 보았다.


“이거 막 게임이나 웹툰 그런데서 나오는 각성같은건가?”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내가 방금 머리를 다쳐서 이런게 보이는건가 하고 머리도 두들겨 보았다. 그러나 나에게 돌아온건 고통뿐이었다. 머리를 싸매며 아파하고 있던 와중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시야가 살짝 변했다. 그니까 이게 뭐랄까 세상이 초록색으로 보인다던가 아니면 무지개로 보인다던가 그런게 아니고 그냥 세상이 뚜렷해졌다. 그리고 눈알을 계속 굴려봐도 시야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움직이지 않는 아이콘이 여럿 보였다. 위치를 말하자면 안경 썻을때 안경테 살짝 밖 정도?


마치 게임 속 인터페이스 같았다. 내 안의 남자의 로망이 끌어오르기 시작했다. 이거 내가 이세상의 주인공이 되어서 괴물들로부터 사람들을 지켜내는 그런건가?


-벌컥


갑자기 현철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 시발!!”


“뭐야, 뭐 딸치고 있었냐? 에휴··· 넌 그게 지금 하고 싶냐··· 아무튼 내가 말 안한게 하나 있었는데 여기 지하철역에 살아남은 사람이 한 100명 정도 되거든? 원래 700~800명이었으니까 많이 줄었지. 아무튼 그 100명중에 지금 14명이 각성이라는 거를 했어. 그 중 한 명은 나고.”


“각성?...”


방금 그거 말하는건가? 나만 각성한줄 알았더니 아니었나보다. 좋다 말았네··· 쩝


“그래 이몸이 선택받으셨다 이말이지. 크하하핳··· 흠흠, 각성에 대해 좀 알려주자면 약간 게임이나 만화, 웹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각성하는거거든? 그 왜 상태창 생기고 레벨업하고, 스탯 오르고 그런 거. 각성하자마자 신체능력이 어느정도 올라가서 딱 저 괴물들은 상대할 수 있게 되더라. 그래서 어찌어찌 수습은 되어있음.”


괴물이 나타났는데 어떻게 이렇게 조용한지 궁금했던 게 풀렸다.


“그 혹시 각성하면 투명한 파란 화면이 공중에 떠서 ‘축하합니다 000씨, 당신은 각성하셨습니다. 이러냐?”


“뭐야 너 어떻게 알아. 설마···”


“야 나두”


“···.”


현철이가 좆같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진짜 그딴 개노잼 드립 한 번만 더 치면 죽여버린다.”


“아 죄송죄송 크크크”


현철이랑 얘기도 다 했으니 한 번 나가봐야겠다.


“어디가?”


“산책”


“아하, 갔다와”


현철이의 배웅을 받으며 문을 나섰다. 문 밖으로 나오니 보이는 건 마치 유적 같았다. 아니지 폐허가 맞는 건가. 타일들은 부서져서 다 떨어져 있고 유리는 멀쩡한 걸 찾는 게 더 힘들었다. 곳곳에는 피가 묻어있었고 가끔가다 괴물 놈들의 시체가 보였다.


“하···보면 볼 수록 역겹네 진짜.”


보이는 것에 대한 감상평을 중얼거리며 계속해서 의미없이 걸어갔다. 그러던 와중 무언가 위화감을 느낀 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잠깐동안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내가 느낀 위화감이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발목이 움직이네?’


분명 싸우고 나서 발목의 인대가 끊어지는 것을 느꼈었다. 그런데 지금 내 발목은 움직인다. 살짝 걸려서 불편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원래는 움직이지도 못하는 게 정상인데···?


사실 이것에 대한 이유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내가 쓰러지고 난 후에 일어난 현상, 각성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으니.


‘각성하면서 신체 회복도 되나보네”


그때에는 감정에 휩쓸려 발목이 부서지든 어떻게 되던 상관이 없었는데 이성이 돌아온 지금은 발목이 멀쩡한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진짜 다행이네.


어느새 내 발은 다시 움직여 한 공간을 향해 가고 있었다.


내 발이 멈춘 곳은 어느 한사람의 시체 앞이었다. 그의 이름은 현오준, 어머니의 응급치료를 해주신 고마운 분이었다.


그의 하반신은 갈기갈기 찢어져 발은 저 멀리 있었고 다리 한쪽은 먹혔는지 보이지 않았다. 배에는 핏물이 다 빠져서 상처가 적나라하게 보였고 그 상처는 손톱모양으로 나 있었다. 인간의 손톱이 아닌 끔찍한 괴물의 것으로. 갑작스럽게 죽어서인지 눈이 부릅 떠져 있는 상태였다.


나는 그의 시체를 모으고 쪼그려 앉아 눈을 조심스레 감겼다. 마음 속으로 그를 위한 짧은 애도를 표하고서는 일어섰다.


“감사합니다, 어머니를··· 조금이라도 더 보게 해주셔서, 정말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흑 흐흑”


아 울고 싶지 않았는데. 진짜로 더 이상 울고 싶지 않았는데. 흘러나오는 눈물이 너무나도 야속했다. 요즘 우는 일이 많은데 야속하게도 이 눈물샘은 마르지가 않네


다행히도 주변에는 나랑 비슷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많은 덕분에 어색함 따위는 없었다. 이 공간에 있는 그들은 습격 이전에도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으나 지금은 단순한 슬픔이 아닌 광기 어린 슬픔이었다. 가족을 잃은 것에 분노하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것에 분노하고 결국엔 그들은 지키지 못한 제자신에게 분노를 느끼는 우리들이었다.


암울한 분위기 속에 나 또한 빨려 들어갔다.


불과 이틀전만 해도 우리는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는데 어째서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난 것일까. 미지의 존재들은 우리를 공격하고 우리는 그저 당하기만 해야했다. 우리는 너무나도 나약하다. 우리는 생존하지 못한다. 눈앞의 공포에 직면하면 그저 벌벌 떨기만 하는 것이 우리 현대인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그 껍질을 벗어야 한다. 너무나도 두렵지만 언제까지나 현실을 도피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기에 각성이란 힘이 우리에게 주어졌고 이젠 살아남을 것이다. 두려움을 이기고, 공포를 떨치고, 눈앞의 절망을 마주하며 맞서 싸운다. 그것이 나와 우리의 신념이 될 것이다.


파르르 떨리던 눈가가 진정되고 호흡은 진정되었다. 그리고 이틀만에 일어난 참상을 이해하지 못했던 뇌는 진정되었고 나는 새로운 세상을 직면하기 시작했다.


“나는···”


아니다. 이런 목소리를 원한게 아니다.


“나는! 우리는! 무엇인가!”


드디어 내가 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우리는 고개 들어 현실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약 스무 명의 각성자들도 있었다.


내가 외친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상태창이 떠올랐다.


[축하드립니다 한성현님, 한성현님은 각성하셨습니다.]


심장이 쿵쿵거렸다. 고양되는 분위기가 살갗으로 온전히 느껴져 따끔거릴 정도였다.


우리가 우리일 수 있게 도와준 각성. 우리는 단지 각성자거나 각성하지 않은 일반인이 아닌, 우리는 습격에서 살아남은,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우리는 생존자다.”


그 말을 끝으로 모두의 눈빛이 타올랐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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