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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5 님의 서재입니다.

패배 왕귀형 주인공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SF

5315
작품등록일 :
2021.10.25 02:45
최근연재일 :
2022.08.19 23:04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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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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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21

작성
21.10.2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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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등장(3)

DUMMY

-쿠르르르


진동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려 오기 시작했다. 물건들이 떨어지고 발에서 진동이 느껴져 왔다.


‘지진이구나!...’


그때, 대피를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괴물이다! 괴물이 들어온다! 모두 도망쳐요!!”


‘뭔 개소리야. 괴물은 군대가 처리했잖아. 게다가 밖에 군부대가 돌아다니면서 지키는데’


“빨리 피하라고요오!!!”


그순간 떠오른건 기사에서 보았던 군대가 괴물들을 ‘일시적으로’ 몰아냈다는 기사의 한 문구였다.

다른 사람들도 처음에는 나와같이 무슨 헛소리를 하나하고 무시하려 했던거 같지만 곧이어 또 다른 사람들이 와서 똑같은 경고를 하는걸 듣더니 그제서야 대피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악”


충분히 쉬지 못해 머리가 다시 아파온다. 방금 다친 발목도 뇌가 만들어내는 스트레스에 반응해 아파온다. 그러나 나에게 떠오르는건 오직 1가지 밖에 없었다. 그건 바로 부모님이 어떻게 됐는지 걱정하는 마음이었다. 그중에서도 난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어머니는 그곳에 그대로 계시는 건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롱소드케이스를 들고 일어났다. 여전히 발목이 불편하지만 그 누가 와도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건 지금 같은 비상상황에 그런 자잘한 것을 따지는 짓은 바보같은 짓이라는 거다.


나는 서둘러 어머니가 계신 간이병실로 향했다. 아까 다친 발목이 계속해서 나를 방해해왔다. 어머니에게 도착할 때까지 발목이 버텨줄 수 있을까? 움직일수록 격렬해지는 통증에 비명을 삼키며 인대가 늘어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젠장, 아파도 어쩔 수 없다. 어머니, 아버지가 더 중요하니. 비록 발을 쓰지 못하게 되더라도 나아간다. 가족을 구하기위해.


-터벅..터벅..


더 이상 움직이면 영원히 불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어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아”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의 몸을 꼬챙이처럼 손톱에 꽂은 채로 있는 괴물도 함께였다.


“성현아···?”


아버지의 얼굴은 이미 핏기가 싹 가셔서 창백했고 어머니는 나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셨다.


“어머니, 아버지는··· 어떻게···”


키에에에엑


그때 괴물 놈이 소리를 지르며 나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사람은 긴장상태에서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는데 이 아드레날린은 인간의 신체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평소라면 절대로 잡지 못했을 놈의 팔을 붙잡고서는 어머니 아버지를 빼내었다. 아버지는 이미 차가우셨다··· 아마도 어머니를 지키다 먼저 돌아가신 것 일거다. 그런 아버지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어머니도 점점 손발이 차가워지고 계셨다.


나는 그만 치솟아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괴물 놈을 멀리 던졌다.


-쿵


케에에에에에에에엑-!


-쿠구구구구궁, 쾅!!!


놈이 날라가 벽에 맞자 하필 그곳의 천장이 약해져 있던 것인지 무너져 내렸다. 고통스러워하는 비명이 들려왔지만 그게 뭔 상관인지. 내 가족이 내 눈 앞에 있는데. 저 새끼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할 거다.


나는 다시 한번 힙겹게 입을 열어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니, 아버지는···.”


그러나 내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이미 나 스스로도 아버지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돌아가셨단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러나 그런 나의 뺨을 감싸는 하나의 손이 있었다.


어머니였다.


내 손에 비하면 너무나 작고, 곱다기보단 집안일 때문에 오히려 거친, 그런 어머니의 손. 나는 내 손을 어머니의 손에 포개었다.


아까보다 조금 더 차가워진 느낌이다.


“성현아.”


“네···”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를 애써 숨겨보았지만 어머니는 괜찮다는 듯이 미소지으셨다.


“네 아빠가 마지막에 한말이 뭔지 알아?”


“···뭔가요?...”


“성현이가 살았으면 좋겠대. 성현이가 여친도 만들고, 현철이랑 같이 술도 마시며 놀고, 상견례도 해보고, 그런 너의 모습이 보고 싶었대.”


“······”


내 고개는 푹 숙여진 채 들어지지 못했다. 점점 더 거칠어지는 숨소리와 들썩이는 등만이 나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현철아, 엄마도 그런 현철이가 보고 싶었어...”


나도 모르게 어머니의 손을 꽉 지고 있었나보다. 어머니의 손이 피가 통하지 않아 창백해져 있었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이제 감각마저 사라지신건지 아무런 아프단 기색도 없으셨다.


“현철아, 엄마랑 약속 하나만 해줄래?”


“당연..당연하죠···.”


어머니가 나에게 새끼 손가락으로 고리를 만들어 뻗으며 말하셨다.


“앞으로 현철이가 살아있을 거라고 약속해줘”


나 또한 어머니에게 새끼 손가락을 뻗으며 고리를 걸었다.


“···맹세할게요··· 평생 그 어떤 일이 있고, 세상에 어떤 불합리한 일이 있을지라도, 저의 삶을 살아갈게요.”


내가 고리를 걸어 어머니와 약속의 제스쳐를 취하고 저 말을 내뱉는 순간, 어머니의 손이 내려갔다. 나는 그 손이 내려가지 않게 새끼 손가락에 강하게 힘을 주었으나 죽음이 주는 압도적인 무게감에 버티지 못하였다. 그리고 난 그 무게감 앞에 무릎 꿇으며 고개를 조아렸다. 죽음의 경이로움을 찬양하며,



==============================================================

아아 너무나도 슬프고 잔혹한 현실아, 어연 일로 한 송이의 꽃을 따가는가?


저 하늘에 한 송이 아리따운 꽃이 필요하였던가?


여인의 머리에 꽃아 줄 하나의 꽃잎이 필요하던가?


왜 하필 이 시대에 아포칼립스가 일어 난건가?


이 물음에 답할 자 누구인가?


저 너머의 그대는 이 답을 알고 있으리


나는 그대를 향해 달려가리

==============================================================



-쾅-!


괴물이 있던 자리에서 돌이 날라왔다. 놈이 깨어 났나보다.


“······..”


나는 한방울의 눈물 없이 일어섰다.


분노가 한계치를 넘어서니 오히려 머리가 차갑게 식기 시작했다. 동시에 나의 집중력도 올라가 다른 쓸데없는 것들은 신경 쓰이지 않고 오직 괴물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쌓여 있던 분노는 놈 덕분에 더욱 커져갔고 곧 나, 괴물, 그리고 이 방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죽인다, 찢는다, 갈아버린다.’


어느샌가 손이 자연스럽게 내 옆에 있던 롱소드 케이스로 향했다. 여태 수백번도 더 열었던 케이스를 순식간에 열어내고 검을 꺼낸다. 천장에 있는 전등이 검에 비쳐 내 눈을 밝게 해온다. 어릴적 태양을 보며 눈쌀을 찌푸리던 때가 생각 나는건 왜일까···


그 잠깐의 순간, 괴물이 나를 향해 달려왔다. 저 흉측스러운 손톱을 내게 세우며.


이미 수천번, 수만번을 휘둘렀던 검은 무기력하게 당했던 전과는 다르게 내 의지대로 움직여 손톱을 쳐낸다. 아니, 흘려냈다. 흘려낸 검은 괴물의 팔가죽을 베어냈다. 내가 배운 검술의 특징, 공방일체. 나는 이 특징을 최대한 활용해 괴물에게 피해를 입혀갔다.


-키에엑?


그 얼굴, 아니 상판때기에는 처음 나에게 달려오던 자신만만한 웃음은 없어지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자신의 공격이 계속 통하지 않자 화난 놈이 팔을 크게 휘둘렀다. 내가 학교에서 당했던 그 모션 그대로. 나는 그때를 잊지 않았다. 나는 이제 당하지 않는다. 저번에는 두려움과 공포심에 무기력하게 당했지만 이젠 그러지 않을 것이다. 오직 저 괴물을 찢기 위해,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내 몸은 한계를 뛰어넘어 괴물을 갈아냈다. 날이 무뎌진 칼이 괴물을 베어내다 못해 찢어 냈지만 난 배운 검술을 토대로 착실하게 죽여나갔다. 하지만 때로는 난폭하게, 몰아붙이기도 했다.


내 검은 괴물의 심장이 멈추고서도 계속해서 움직였다. 괴물의 형체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고 나서야 내 검은 멈추었고 칼날을 따라 작게 빛나는 물방울이 떨어졌다. 내 눈에서 흐른 작은 물방울은 칼날에 묻은 피를 조금씩 걷어냈고 피가 전부 씻겨나갔을때엔 바닥에 작은 진홍색의 물웅덩이가 생겨났다.


나는 검을 지팡이 삼아 걸어갔다. 방금의 분노로 인해 일어난 학살 때문에 내 발목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분명 인대가 끊어진거다. 앞으로 정상적인 걸음은 힘들겠지.


바닥에 쓰러진 채 있는 두분에게 최선을 다해 걸어갔다.


두분은 서로 껴안고 계셨다.


어머니는 죽기 전에 그리 고통스러워 보였지만 가장 사랑하는 이와 함께 마지막을 보낼 수 있다는 안도감에 편안해보이셨고 아버지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이를 지키며 마지막을 보낼 수 있다는 마음에 자랑스러운 표정이셨다.


나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불러보았다.


“어머니, 아버지”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입에선 계속 이해할 수 없는 괴음이 나오고 입가에 느껴지는 쓴 피맛, 전신에서 보내오는 고통들, 이 모든 것이 합쳐져 내겐 비극이란 기억으로 남았다. 그리고 기억은 벌써 나를 괴롭게하고 있었다. 나는 이 비극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눈을 감았다. 더이상 내 눈 속에 피를 담고 싶지 않았다. 그냥 좀··· 그래, 쉬고 싶을 뿐....


쿠르륵, 캥!


-쾅 쾅 쾅


잠깐 눈을 뜬 순간 또 다른 괴물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지긋지긋하다. 왜 내가 저것들한테 고통을 받아야 하는건지. 나는 그냥 다시 눈을 감았다. 괴물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또 한 번 눈을 떳을 땐 깜빡이던 조명이 꺼지면서 놈의 아가리가 벌려지는 것이 보였다. 그 잠깐의 찰나, 내 눈에는 아가리 속 아주 어두운 암흑이 들어왔다. 드디어 붉은 피 대신 다른 것이 내 눈 안으로 들어왔다. 나름 안정되는 건 왜일까···


의식이 흐려지고 눈앞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눈앞에 있는 저 깊고 어두운 심연으로 빠져들어갔다. 뒤에서 푸른 빛이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채.



***



누군가 내 멱살을 끌고 잡아당겼다.


“성현아 일어나!”


감았던 눈을 뜨자 내 앞엔 현철이가 있었다. 그리고 내가 누워있는 곳은 방금전까지 있던 피로 얼룩진 그 장소가 아니였다.


‘시발 이 쓸모 없는 몸뚱어리는 또 살았구나. 바퀴벌레도 아니고···’


나는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 그 광경을 떠올리며 입술을 짓이겼다. 혀에 철맛이 씁쓸하게 돌았다. 그러면서 속으로 나는 부모님에게 좀 더 빨리가지 못한 것에 분노했다. 정말 힘들어서 포기했건만 이 빌어먹을 세상은 나를 놔주지 않는다. 이젠 나에게 남은건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나의 자랑이자 모든 것이었던 내 가족은 다시 생각하기만 해도 분노에 몸이 떨려오는 그 괴물에 의해 산산히 조각났다.


아니다 사실 내가 지키지 못한 것이다. 내가 좀만 더 일찍 갔으면 어머니는 물론 아버지까지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너무나도 괴로워 소리를 질렀다.


충혈된 눈에서 마른 눈물이 흘러나온다.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마저 고통스러워서 마치 피눈물처럼 느껴졌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고통스러운 피눈물에 저항하지 않고 그대로 그 고통을 받아들였다.


어머니를 이해하기 위해, 어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그 두 분을 구하지 못한 나를 속죄하기 위해.


어머니가 뭐라하셨더라. 항상 곧은 사람이 되라 하셨지. 하지만 어머니, 곧기만 하면 결국엔 부러지더군요.


나는 어머니와 관한 것들을 떠올렸다. 어머니의 얼굴, 목소리, 향기 같은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 아직도 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는데 어째서 보지 못하는가? 내가 이제 살아야 하는 이유가 남아 있는가? 목을 옥죄어오는 고통이 느껴졌다. 그때 어머니가 남기신 말이 떠올랐다.


-앞으로 현철이가 살아있을 거라고 약속해줘


나는 작은 목소리로 그 말을 속삭였다.


살라니요...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더 살라고···


그치만···


“그치만···”


그 순간 내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맹세할게요··· 평생 그 어떤 일이 있고, 세상에 어떤 불합리한 일이 있을지라도, 저의 삶을 살아갈게요.”


그 말을 중얼거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목에서 느껴지던 고통이 사라졌다. 어머니는 살라고 하셨다. 나에게 삶의 이유를 찾아주셨다.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을 지키기 위해, 난 산다. 난 반드시 생존해야한다.


나에게 있어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동기가 탄생했다.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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