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5315 님의 서재입니다.

패배 왕귀형 주인공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SF

5315
작품등록일 :
2021.10.25 02:45
최근연재일 :
2022.08.19 23:04
연재수 :
8 회
조회수 :
216
추천수 :
0
글자수 :
42,521

작성
21.10.25 12:30
조회
28
추천
0
글자
14쪽

등장(2)

DUMMY

“헉헉 씨발, 덤벼!”


“성현아! 괜찮다, 지금은 안전해!”


“으아아아악”


방금 전 일어난 일에 대한 트라우마가 계속해서 떠오른다. 그들이 내게 심은 공포는 원초적인 본능을 일으켰고 내 몸은 방어기제로 그 기억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난 다시 한번 발작했다. 그리고선 또 정신을 잃었고 금방 깨어나 발작하고, 정신을 잃고, 이걸 얼마나 반복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위태로웠다. 심지어는 가끔씩 옆에 있는 물건들을 집어 마구잡이로 휘두르기도 했다.


의식이 안 느껴짐에도 오랜 시간이 흘렀음을 알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몸에 감각이 없어질 때쯤 내 정신이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손은 무의식적으로 벌벌 떨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 머리는 주위를 둘러보며 제 할 일을 하기 시작했다. 긴 통로와 개찰구, 의자들, 여긴···


“지하철역이다. 괴물이 나타난 후 사람들이 어디서 본건 있어서 여기로 다 모였더구나”


아버지다. 내가 발작하는 동안 옆에서 누구 목소리가 들리더니 그게 아버지셨구나. 의자에 앉아 계셨나 보네.


“아, 아버지··· 다행히 무사하시군요...”


“그래 성현아, 우리 아들! 그나저나 현철이가 경찰들이랑 같이 쓰러진 너를 데리고 오던데 혹시 학교에도 그 괴물들이 나타난거니?“


“네 맞아요. 운동 배운 덕분에 살아남았습니다.”


이야, 비싼 돈 들여가면서 운동시킨 보람이 있네. 이렇게 산거 보니까, 하하. 아 참, 현철아 선물 있다.”


“네?”


“자!”


힘차게 내미신 아버지의 손에는 내 사랑스러운 롱소드, 그러니까 장검이 들어있었다.

하··· 이제 못 보는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우리아들 보물인데 당연히 가져와야지!”


나는 감격에 벅찬 얼굴로 검을 보다가 감사인사를 하기위해 아버지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내가 본 아버지는 분명 웃고 계셨다. 하지만 내 정신이 온전치 않아도 아버지를 오래 보아온 난 안다. 저 웃음이 거짓이란 것을. 입도 웃고 있었고 눈도 웃고 있고 계셔서 얼핏 보면 진짜 웃음 같지만 눈빛은 죽어있으셨기 때문에 가진 확신이다.


나는 아버지가 주신 내 롱소드를 받아 들며 생각했다.


‘아버지가 고작 재난이 일어난 걸로 이렇게 흔들리는 분은 아니신데··· 뭔일이지’


“아버지, 어머니는 어디 계시나요?”


“······.”


내가 아버지께 어머니의 위치를 물었으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다시 한번 아버지의 눈동자를 보았을 땐 그 눈빛은 조금 전보다 더 흔들리고 있었다. 설마 어머니가··· 나는 그런 불온한 생각을 떨쳐내고자 고개를 털었다.


“네 엄마는 저기 나가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있을거다.”


“알겠습니다···”


다행히 돌아가신건 아닌 모양이다.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지친 몸을 이끌어 자리에서 벗어났다. 한발짝 한발짝 조심스레 걸으며 도착한 그 곳은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었다. 부상자들이 누워있고 다들 흉터가 크게 남을정도의 상처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팔다리가 잘린 사람도 흔했다. 눕혀놓을 공간마저 없어서 땅에다 눕혀놓고 있는 그곳은 간이병동이었다.


‘어머니가 이런 곳에 계시는건가?’


난 어머니를 찾아 눈을 굴렸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건 중환자들과 다를 바 없이 크게 다쳐 침대 위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는 어머니였다.


“어, 어머니?...”


대답이 없다. 의식이 없으신 거다. 당연하겠지. 아버지가 크게 흔들리셨던 것도 사랑하는 어머니가 다치셨기 때문이었다는 걸 난 그때 깨달았다.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난거지···


그때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개만 돌려서 소리가 나는 곳을 보았다.


“김경화씨 아들인가??”


“맞는데 누구시죠?”


“아, 난 지금 여기 대피소에서 의사를 맡고 있는 현오준이라 한다. 그리 큰 병원에서 일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실력은 있으니 걱정말고. 그나저나 이런 말 해주긴 좀 그렇지만 꼭 말해야 하는거여서...”


“뭔데요?...”


나도 모르게 긴장해 손에 힘이 들어갔다.


“··· 네 어머니, 앞으로 두발로 걷기 힘드실 거다. 응급처치를 빨리 해 놔서 죽는 건 면했다만 척추가 다치셔서 나도 하반신 마비는 어쩔 수가 없었다.”


“······. 네?”


귀에서 삐- 하는 이명이 들려온다. 내 심장은 세차게 뛰며 신체 곳곳에 피를 흘려보낸다. 내 머릿속의 피는 빠르게 돌며 혈관을 압박하기 시작했고 난 몰려오는 두통에 눈을 찌푸렸다.


내 어머니의 이름 경화, 굳센 꽃이란 뜻이다. 내가 어릴때 우리 가족은 그리 잘 사는 편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일을 나가셔야 했지만 가난이란 바람에도 굳세게 버틴 꽃 덕분에 현재는 안정된 상태이다. 하지만 그 어떤 바람에도 꺽이지 않던 꽃은 지금 저 썩을 괴물 때문에 다시는 해를 바라보지 못하게 됐다.


내 안에 솟아오르는 분노가 느껴졌다. 다시 한번 심장이 뛰고 피가 내 몸 전체로 흐른다. 구석구석으로 흐른 피는 세포 하나하나를 활성시키고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켰다.


“씨발···”


의사 선생님이 앞에 있었지만 난 욕을 참을 수 없었다. 죽여버리고 싶다. 저 씹어 죽여도 시원찮을 괴물들을 갈기갈기 찢고 영원한 고통 속에 살게 하고 싶다. 내 생각에 대답이라도 하듯 심장이 더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방금 전 나의 트라우마는 분노로 덮어 씌워졌다. 계속해서 트라우마로 인한 두려움으로 떨려오던 손이 이젠 분노로 부들거렸다.


곧 그가 자리를 비우자 물소리가 들려왔다.


-투둑, 툭


바닥에서 들려오는 물소리. 시야는 흐려지고 바닥은 젖어간다. 마치 바닥이 울기라도 하듯 두군데에만 물이 떨어졌고 난 이 원인이 뭔지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 나 울고있구나


“흐흐흑, 흑, 끕 끄으으읍···”


한참을 울어 내 눈이 따갑고 목이 다 쉬어갈 때 즈음, 등 뒤에서 손길이 느껴졌다. 난 화들짝 놀랐다. 왜냐하면 이 손길은 내가 아주 잘 아는, 그런 손길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


“성현아, 엄마는 괜찮아. 성현이가 엄마 도와주면 되잖아. 그치?”


“흐흑 끕 네···”


여러해살이 꽃은 뿌리가 남아 매년 살아간다고 한다. 나의 가장 소중한 꽃은 사실 여러해살이 꽃이었고 여전히 이름에 걸맞게 굳셌다. 나와는 다르게, 나보다도 휠씬.



***



어머니와의 요란한 재회가 끝나고 혼자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방금 일어났던 감정의 파도 덕분에 내 머리는 아주 냉정한 상태였다. 멍하니 벽에 붙은 타일의 개수를 세다가 문득 중요한 것이 떠올랐다. 그건 바로


‘나 왜 살아있는거지?’


현철이가 경찰을 부르러 나가고 괴물에게 머리를 맞아 기절한 것이 내 기억의 끝이었다. 내가 기절하고 난 그 괴물들에 의해 죽음을 맞이 했을텐데 어째서 이렇게 사지 멀쩡히 살아있는 것인가. 혹시 환상이었나 하고 의심을 해보았지만 눈앞에 펼쳐진 괴물이 만들어 낸 참혹한 광경을 보고선 그만 두었다. 설마 날 죽은 것으로 착각하고 흥미가 떨어져서 내버려뒀나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그놈들이 죽은 시체도 다시 한번 찌르던 모습을 떠올리곤 고개를 털었다.


그때 난 내가 기절하기 직전 떠올린 주마등을 기억해냈다. 주마등에서 본 하연이라는 여자, 혹시 그 여자가 날 구해준 건 아닐까? 하지만 그녀가 혼자서 어떻게 그 괴물들과 맞서 싸웠는지 의문이었다.


‘음··· 이건 보류, 아니 그럼 대체 뭐 덕분에 산거지?’


그때 한 인물이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류현철?’


이거다. 현철이가 경찰을 빨리 끌고 와서 내가 죽기전에 구해진거라면 납득이 간다. 아까 아버지께서 현철이가 경찰들과 함께 쓰러진 나를 데려왔다고 하시기도 했다. 역시 아무리 끔찍하고 혐오스러워도 과학기술의 집합체인 총 앞에선 평등하구나. 내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뭔 생각을 하길래 그렇게 실실 쪼개냐.”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진짜였네.”


“내가 좀 호랑이처럼 용맹하긴 한데 갑자기 그건 왜?”


“헛소리 하는거 보니까 멀쩡하네. 지금 인터넷 되냐?”


“어 근데 좀 불안정함.”


“다행이네, 너희 부모님은 어떻게 됐냐?


“······.”


현철이의 얼굴에 그림자가 씌워졌다. 난 그만 탄식을 감추지 못했다.


“아······.”


“나 가볼게”


“···. 가라 그리고 힘내.”


뒤돌아서는 현철이의 눈가엔 빛이 반사되었다.


현철이가 가고서 잠깐 머리가 멍해졌다. 이제 현철이는 이 험난한 세상을 혼자만의 힘으로 헤쳐나가야 하는구나. 모두가 괴물에 의해 소중한 것을 잃었다. 누군가에겐 재산, 누군가에겐 사람, 누군가에겐 자신. 나는 모두를 위해 마음속으로 잠시 기도했다. 비록 믿는 신은 없지만.


“······..”


짧은 기도를 마친 후, 주머니 속의 핸드폰을 꺼냈다. 액정이 충격으로 인해 많이 깨져 있었지만 보는데 크게 지장이 갈 정도는 아니었다. 느려진 인터넷 속도에 한국인인 나는 참을 수 없어 휴대폰을 던져버리려 했으나 던지기 바로 직전 로딩이 다 되어서 그만두었다. 힘들게 들어간 인터넷은 괴물이야기로 시끄러울 줄 알았으나 생각보다 조용했었다. 다들 정신이 없어서 그런가. 그럼에도 신문사들은 열심히 기사를 찍어내고 있는 모습에 난 실소를 흘렸다. 깨져서 까끌까끌한 액정위로 손가락을 올려 그중 하나를 클릭해 보았다.




----------------------------------------------------

[도심 속 괴생명채의 출현]

오늘 오전 8시경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각지 곳곳에서 괴생명체들이 출현했다. 이와 동시에 하늘에선 예측하지 못했던 운석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12시간이 흐른 지금, 운석은 눈에 띄게 가까워졌다. 괴생명체는 사람을 공격하는 호전적인 특성을 보여 경찰이 투입되었다. 처음에는 권총이 통하는 듯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경찰들의 약한 권총으로는 그들을 제압하기 힘들어져 결국 군대가 나서게 되었다. 군대는 이들을 일시적으로 몰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괴생명체들의 완전소탕은 하지 못해 시민들이 불안에 떠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일어난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을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그 결과 시민들은 공공시설이나 편의점 같은 곳에서 절도 등의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경찰과 군대가 이를 통제하기 위해 투입되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현재 모든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고 있고···

-----------------------------------------------------




나는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12시간이나 누워있었다니··· 그건 그렇고 이렇게 되면 세상이 망하는 거 아닌가?...‘


다시한번 여러 생각들을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지하철역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1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생각보다 많은 걸 해냈다. 아까 보았듯이 나름대로 환자들을 격리할 공간을 만들어 최대한 치료하고 있었고, 다른 곳에는 식량을 모아두고 있었다. 사람들의 반발이 심했을 거 같은데 어떻게 한 것인지 신기했다. 괴물이란 눈앞의 공통된 위협 때문에 이루어진 일이 아닌가 내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려 보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이렇게 폐쇄된 공간에 있으면 위험한 거 아닌가? 괴물 놈들이 한 번 들어오면 끝일 거 같은데. 아 뭐 군대가 순찰 돈다니까 상관없겠지.


계속해서 난 걸음을 옮기며 지하철역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내 왼발은 바닥에 있는 작은 구멍을 밟았고 나의 감각은 몸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알려주었다. 곧 왼발은 작은 구멍에 살짝 걸쳐지게 되었다. 갑작스레 일어난 상황에 다리근육은 반응하지 못해 그대로 난 왼발을 접질렀다.


“아악!”


결국 고통을 견디지 못해 내입에서 외마디 비명과 함께 상황에 대한 원망이 흘러나왔다.


“으윽··· 아니 여기 왜 구멍이 나있는거야? 왜? 하필 왜?”


의미없는 원망을 계속하며 발목을 돌려 상태를 확인해봤다. 다행히 큰통증은 금방가셨지만 잔통증이 아직 남아있어서 격렬하게 움직이는 건 힘들 것 같았다. 설마 인대가 늘어난거는 아니겠지? 인대는 한번 다치면 계속 다친다는데···


어쩔 수 없이 좀 쉬기 위해 깨어나기 전 원래 내가 누워있던 자리로 향했다. 올 때는 5분도 안 걸리더만 발목한번 다치니까 10분이 걸리네.


원래 누워있던 그 장소에 도착했을 땐 아버지는 이미 어디론가 가시고 없으셨다. 아버지 때문에 여기까지 온 건데 없으시니 뭔가 허무한걸. 난 바닥에 몸을 뉘였다.


“으어어엉어억”


괴랄한 신음소리가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내가 누운곳은 분명 바닥이지만 어째 따듯했다. 그리고 뭔가 구수한 냄새가 나는게···


-킁킁


“아”


내 입에서 흘러나온 외마디 탄식, 이건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걸 꼽자면 ‘시발’ 정도? 그도 그럴 것이 이 냄새는 내가 많이 맡아본 냄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어릴 때부터 맡아본, 그립진 않지만 아무튼 그런 냄새. 바로 아빠의 방귀 냄새다.


“핡캌칵카가카각카갸캭갸캬각 흐어억 크흥 크큭크크킄”


“아버지···. 어디가셨나 했더니 이런 장난을!..”


“우리 아들 놀리는게 젤 재밌어. 허허헣헣허 아아, 오랜만에 잘 웃었다. 성현아. 그럼 아빠 진짜로 갔다올게?~”


“제발 다녀오세요”


아버지는 나를 놀리시고는 진짜 자기 볼일을 보러 가셨다. 아마 지인분들 만나러 가시는 거겠지. 심란해하셨던 아버지가 좀 나아진 걸 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는 그 편안한 마음 그대로 다시 몸을 눕혔다. 긴장이 풀린 내 몸은 열심히 휴식을 갈구했고 나는 그대로 몸을 맡겼다. 운동할 때도 배운거지만 휴식은 중요한 것이다. 뇌가 수면으로 회복하듯이 우리 몸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이 이야기를 왜 하고있냐면 결국엔 난 쉬지 못했기 때문이다.




항상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패배 왕귀형 주인공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표지입니다 22.08.23 7 0 -
공지 일러스트입니다 21.10.28 27 0 -
8 몰락, 그리고 부활(1) 22.08.19 8 0 11쪽
7 변화(2) 22.08.15 11 0 7쪽
6 변화(1) 21.10.31 15 0 14쪽
5 조사 21.10.28 23 0 14쪽
4 등장(4) 21.10.26 38 0 8쪽
3 등장(3) 21.10.25 30 0 13쪽
» 등장(2) 21.10.25 29 0 14쪽
1 등장(1) 21.10.25 54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