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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의 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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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
작품등록일 :
2021.05.14 11:01
최근연재일 :
2021.05.28 20: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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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2
글자수 :
50,403

작성
21.05.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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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허순평 (10)

DUMMY

허순평 (10)


마을에 출몰한 여섯 체의 매구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선 꼬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생기가 사라진 얼굴은 사람의 피가 얼룩덜룩하게 엉겨붙었다. 매구는 괴성을 지르며 날카롭고 긴 손톱으로 사람을 잡아 사정없이 할퀸다. 저잣거리 바닥은 관아의 병졸의 시체와 마을 사람들의 시체가 찢어져 있고 미처 피하지 못하고 화를 입은 사람들의 비명소리로 들끓고 있다.


끼아아아아아


“스승님, 이전 마을을 습격한 요괴가 얘들 같은데요?” 리인이 소매에서 봉을 꺼내 길게 늘이고는 전투태세를 갖춘다.


“발자국이 같구나.” 남자는 매구가 지난 자리를 쳐다보며 말한다.


“맞아요.”


“여우는 성정이 온순하다. 호기심이 많지만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면 사람을 해치지 않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깊은 산의 여우굴에서 무엇 때문에 민가에 내려와 행패를 부리는지 알 수가 없구나.” 남자가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대피 시키며 말한다.


“얘네, 뭔가 이상해요.” 리인이 매구를 주시한다.


“사령”


남자의 부름에 지하에서 나타난 백구렁이가 혀를 날름거리며 말한다.


“정신을 조종당하고 있는 것 같다.”


남자는 매구의 얼굴을 자세히 본다. 여섯 체의 매구 모두 찢어질 듯한 괴성만 내지를 뿐 표정의 변화가 없다. 동공이 풀려있다. 남자는 어디선가 이들을 조종하는 자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지만 눈에 띄는 형상은 없다.


“잠깐.”


남자는 매구가 걸어간 자리를 다시 유심히 본다. 여우가 지간 자리에 붉은 피가 끌린다. 성체 여우라면 관아의 병졸 따위로는 생채기를 내는 것조차도 버거울 텐데 피를 흘리고 있는 매구의 모습이 의아한 남자는 매구의 꼬리로 시선이 고정된다. 여우는 본래 모습이든 사람의 모습이든 상관없이 깨어있을 때는 꼬리가 하늘로 서 있지만 이상하리만큼 이들의 꼬리는 축 쳐져있다.


남자는 매구의 몸을 다시 살펴보다가 꼬리 아랫부분에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다. 매구 성체라면 있어야할 꼬리의 수가 부족하다.


“잘렸군.”


성체인 매구는 최소 4미 이상의 꼬리가 있어야 하지만 저잣거리에 출몰한 매구들 중 꼬리가 3미에 불과한 매구를 보고 남자는 인위적으로 꼬리가 절단 된 것임을 확신한다. 누군가가 여우의 꼬리를 잘라서 이들을 조종하고 있다. 여우는 요괴 중에서도 지능이 높은 요괴로 인간과 대화가 가능하지만 지금은 전혀 먹히지 않는다. 입에서 푸른 입김을 뿜어대는 무리 가운데 우두머리로 보이는 매구의 목에 쇠로 만든 염주가 감겨있다. 염주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저것이군'


“사령, 매구들의 발을 묶어줘 염주를 풀어보겠다. 할 수 있겠나.” 백구렁이에게 말한다.


“물론.”


_침(針)


백구렁이의 입에서 수백의 침이 쏟아져 내린다. 예리한 침은 날아가 여우의 발을 꿰뚫어 땅에 박힌다.


_침(針)


백구렁이가 다시 머리를 흔들어 침을 쏟아낸다. 살을 파고든 거친 바늘에 발이 완전히 묶인 매구가 비명을 지른다.


끼아아아아


사지가 속박된 여우는 입뿐만 아니라 초점을 잃은 눈에서도 푸른 광채가 새어나온다.


“스승님, 제가 저놈을 눕힐게요!” 리인이 장봉을 들고 우두머리 매구에게 달려든다. 매구는 자신에게 뛰어오는 리인을 보고선 괴성을 지르며 손톱을 세운다. “차앗, 어림도 없지!” 리인은 원거리에서 대봉을 크게 휘둘러 매구의 뒤에서 그의 무릎을 찌른다. 관절이 꺾인 매구가 휘청거리며 무릎을 꿇는다. 남자는 허리춤에서 검을 꺼내 매구에게 빠르게 다가간다. 리인이 남자를 보고는 장봉을 다시 들어 매구의 뒷통수를 가격한다.


빠악-


크아아아악!


대봉의 충격으로 매구가 머리를 앞으로 숙인다. 남자는 검을 들어 매구의 목에 걸린 염주를 내려치는데 그 순간, 번뜩이는 푸른빛이 남자의 검을 튕겨낸다.


‘결계?’


남자가 인상을 쓰며 중얼거린다.


“피곤하게 됐군.”


남자는 품안으로 손을 넣어서 뒤적거린다. 여우는 개과의 요괴, 개는 12지지 술(戌)이다. 술을 잡을 방법을 생각하던 남자가 부적을 하나 꺼내들더니 매구를 노려본다.


_입형축술미(入刑丑戌未), 합(合)


“쳐부수는 힘은 형(刑)살을 당해낼 재간이 없지.” 남자가 씨익 웃으며 주문을 외우자 부적에서 노란 빛이 발산된다. 남자가 부적을 검에 붙이자 노란 빛이 칼날로 옮겨 붙어 영롱한 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남자는 자리에서 튀어 올라 짧은 기합소리와 함께 매구의 목을 감고 있는 염주를 가격한다.


"하아압!"


폭발하는 굉음에 염주가 터지고 염주알이 사방팔방으로 빗발친다.


“아얏! 아씨 쪼끄만 게 되게 아프네.” 머리에 염주를 맞은 리인이 말한다.


“쇠로 만들었으니까.” 남자가 매구를 주시한다.


크아아아아악!!


염주에서 해방된 매구는 엄청난 괴성을 지르더니 자신의 옆에 있던 다른 매구의 목을 움켜쥐어 당긴다. 매구의 이상 행동에 남자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이봐, 내 말이 들리나.” 남자가 매구에게 묻는다.


“도...와..ㅈ..크아아아아악!!!”


염주가 풀려 남자와 겨우 눈을 맞추던 우두머리 매구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비명을 지른다. 순간, 매구의 몸통에서 푸른 빛이 나타난다. 이윽고 그 빛은 매구의 목으로 뿜어져 나와 매구의 몸 전체를 감싼다.


‘이것은...’


“리인! 물러서라.” 남자가 리인에게 소리치며 한 발 뒤로 물러선다.


푸른 연기가 자욱한 우두머리 매구는 다시금 초점을 잃었고 손톱이 더욱 길어졌다. 그는 손으로 쥐고 있던 동료를 쳐다보지도 않고 손의 날을 세워 몸통에 그대로 내리 꽂아 심장을 뽑아 잡는다. 기습을 당한 매구가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지르는 동안 심장에서 우두머리 매구의 손을 타고 꿀렁꿀렁 무멋인가가 옮겨간다.


‘요력을 흡수해? 매구가 서로의 요력을 흡수하여 전투한다는 기록이나 보고를 들어본 적이 없다. 누구의 짓일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남자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스승님! 매구의 몸집이 커지고 있어요!” 요력을 빨아드리는 매구를 보고 리인이 소리친다.


“염주는 함정이었군.“ 남자가 말한다.


“사령”


“뱀과 개는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원진(怨嗔)의 관계이다.” 백구렁이의 눈에 살기가 돋고 벌어진 입에는 독이 뚝뚝 흐른다.


“몸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저 녀석을 조종하는 무언가가 뿌리를 내린 곳이, 남아있는 매구들은 저 녀석의 요력 보충분에 불과해 먼저 차단해야한다.” 남자가 말한다.


‘이 난리는 저 매구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실험할 목적일 것이다’ 부득부득 이를 가는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심장을 노린다.” 백구렁이가 독을 품으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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