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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의 골방

조선음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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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
작품등록일 :
2021.05.14 11:01
최근연재일 :
2021.05.28 20: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467
추천수 :
12
글자수 :
50,403

작성
21.05.17 11:15
조회
51
추천
4
글자
7쪽

허순평 (1)

DUMMY

#허순평 (1)


“아들이것지?”


“태몽이 호랭이여 이번엔 아들이 틀림없구먼.”


“목련이도 태몽이 호랭이 아니던가.”


“그렇지, 그래서 갸가 힘이 장사아녀.”


충청도 청주 수암골 농사꾼 허씨네 다섯 째 나는 날. 딸만 내리 다섯을 낳은 허씨는 초조하기만 하다. ‘아들 하나라도 있어야 죽어서 조상님 뵐 면목이라도 있을 텐데‘ 허씨는 짚신을 질질 끌고 다니면서 중얼거린다.


그 뒤로 보이는 노란 소의 모습을 한 수호령[己丑기축]은 담장 안의 풀을 뜯고 있다. 한 여름, 촌골의 밤은 사방이 고요하기만 하고 이따금씩 산중턱에서 정령의 불빛과 수련을 하는 자들의 빛이 번쩍이다.


“아유, 인쟈 머리 보이니께 힘 좀 더 줘봐.”


“흡으으, 아아아악!!!”


“첨도 아니고 여섯 짼디, 힘을 얼매나 쓰는겨 그래.”


산파는 흘러내린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면서 눈을 가늘게 뜬다. 시집 간 큰 딸을 대신해서 둘째와 셋째, 쌍둥이 막내딸들이 출산을 돕고 있다. 진이 다 빠진 산모는 거친 숨을 연신 내쉰다.


“엄니 힘 좀 더 줘봐유.”


둘째 목련이가 셋째에게 물수건을 받아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면서 말한다. 산모는 숨만 내쉴 뿐 대답이 없다. 백색 개[庚戌경술]수호령이 머리맡에서 연신 산모의 얼굴을 핥아주고 있다.


“언니! 이것 봐 내가 실로 매듭을 만들었어!”


쌍둥이 딸들이 구석에서 명주실로 매듭을 만들었다. 서로의 토끼 수호령에게 장난을 치며 놀고 있는 네 살배기 아이들.


“아이참 엄니 죽겄슈, 할매! 아직 멀었어유?”


“인쟈 다 나왔응께 힘 좀 더 줘봐 얼른!”


산파가 배를 누르면서 호흡을 맞춘다.


“으으읍!!!!!!”


끊어질 듯한 비명을 삼키면서 힘을 주니 마침내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고 문 밖에 있던 허씨와 동막아범은 귀를 쫑긋 세운다.


“아유!”


“얘, 목련아 뭐냐?”


“복희아범 새끼줄에 고추도 꼬으소.”


산파가 문을 조금 열고 말한다.


“아들이여?”


“예 아부지! 아들이유!”


안에서 목련이 소리친다.


“참말로 아들이여? 아이고 동네사람들, 아이고 조상님 고맙습니다!”


허씨는 자신의 수호령 기축을 불러 타고 문 밖으로 신나게 나갔다. 방 안에서 아기를 씻기는 산파의 입에도 미소가 번진다. 우렁차게 울어재끼는 아기 위로 작은 빛이 모인다. 그 빛을 보고 쌍둥이 딸들이 쪼르르 다가온다.


“할매, 이거 뭐야?”


“야도 수호령이 태어나는겨.”


“우리 토끼?”


“아녀, 오늘이... 가만있어보자 어제가 경자(庚子)일인가 아니, 아니다 신축(辛丑)일이니까 오늘이 임인(壬寅)일! 오메 참말로 호랭이구먼!”


“호랭이?”


“그려, 이놈 수호령은 호랭이여 검은 호랭이!”


작은 빛이 사방에서 모이더니 머리만한 구름이 되었다. 볼록볼록 뭉쳐진 구름에서 더 밝은 빛이 새어나온다. 이윽고 구름이 허물처럼 벗겨지더니 잔뜩 웅크리고 있는 검은 물체가 나타난다.


“우와! 나타났어 할매!”


쌍둥이가 소리친다.


“이놈도 저놈도 아주 장군감이네.”


산파는 아기 몸을 더운물에 씻기고 배냇저고리를 입힌 뒤 산모에게 가져다준다.


“아가, 고생혔다.”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산파와 눈물을 흘리는 산모. 그 옆으로 경술이 다가와 갓난아기의 냄새를 맡는다.


“술아, 내 아들이란다.”


위종 17년, 허순평과 그의 수호령인 검은 호랑이[壬寅임인]가 태어났다.





<14년 후>


“아버지, 저 오늘은 동막형이랑 계곡에 가서 놀다올게요.”


열다섯이 된 순평은 비쩍 마른 몸에 활달하고 싹싹한 성격이다. 6남매 막내아들로 태어나서 금이야 옥이야 자랐지만 활달한 성격에 온 마을 사람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성장했다.


“밭은 오전에 다 갈아놨어요!”


“오냐.”


낮잠을 잘 요량으로 평상에 누워 허벅지를 긁던 그의 부친이 대답한다. 인생사 아무 사고 없이 그저 순탄하게만 살라고 순평(順平)으로 이름을 지었다. 순평은 신나게 동막네로 뛰어가면서 수호령을 부른다.


“인아, 오늘은 형이랑 저번에 가려다가 아랫집 어르신이 못 가게 막으신 깊은 곳에 가볼 거야.”


순평의 부름에 땅속에서 혼령이 스륵 올라온다. 순평의 수호령, 검은 호랑이 임인은 땅 위로 뛰어올라 순평과 함께 달린다. 영(靈)의 존재인 임인은 매끄럽고 윤이 나는 검은 털 주위로 영롱한 빛이 뿜어져 나온다.


“위험한 곳이다.”


“내가 잠수해서 봤는데 안에 번쩍이는 뭔가가 있었다니까?”


“수(水)정령일거야, 그곳은 위험해 기운이 좋지 않다.”


임인은 커다란 발로 성큼성큼 순평을 앞서더니 그 앞을 가로막는다. 빠르게 내달리다가 갑자기 멈춘 순평은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 한다.


“으앗! 야!! 엎어질 뻔 했잖아!”


“그 곳엔 가지 않는 편이 좋겠다, 순평아 얕은 물에 있어 그리고···.”


임인이 머리를 떨구더니 눈을 치켜뜨며 말한다.


“아아 괜찮다니까! 그리고 형이 기다리니까 일단 가자고!”


순평은 임인의 잔소리가 지겨운지 말을 잽싸게 가로챈다. 뛰어가는 순평의 뒤를 하는 수 없이

쫒아가는 임인.


순평보다 두 살 많은 동막은 남자형제가 없는 순평에겐 친형과 다름이 없는 존재로 언제 어디서나 함께한다. 동막은 순평과는 다르게 소심하고 행동이 굼뜨지만 꼼꼼한 성격 덕분에 순평이 놓치는 부분을 잘 잡아내는 재주가 있다. 순평이 오는 기척에 봇짐을 꾸리다가 돌아보는 동막.


“형 가자! 근데 그건 뭐야?”


“오늘 계곡 가잖어, 주먹밥 좀 만들었어.”


“이야 역시 최고라니까! 나는 형 없으면 굵어 죽을지도 몰라.”


“너 근데 아부지가 허락은 하신 거 맞어?”


“그럼! 혹시라도 트집 잡힐까봐 내일 치 밭도 다 갈아 놓고 왔지 하하하.”


“장허네, 병술아 나와라.”


동막은 자신의 수호령 병술을 불렀다. 땅속에서 수욱 올라오는 붉은 털. 잠을 자던 병술이 기지개를 피면서 일어난다. 병술은 긴 꼬리를 흔들며 임인에게 다가간다. 넷은 계곡으로 출발한다.


“형, 오늘은 그때 못 가본 깊은 곳에 가보려고 마음먹었어.”


“저번에 뭐가 보인다고 말한 거기?”


동막이 턱을 긁으며 말한다.


“응, 거기를 꼭 가봐야겠어 궁금해서 말이지 요샌 꿈에도 나온다니까.”


“갑자기 요괴라도 튀어나오면 어쩐다냐···.”


“나의 무적 호랑이 인이가 있잖아!”


“무적이라는 말은 음양사 정도는 되어야 쓰는 말이여, 니 수호령 임인이는 수련은커녕 요괴를 한 번도 잡아본 적이 없잖어.”


“그래도 호랑이잖아!”


“수홍형님 기억나? 목련 누님이 시집갈 뻔 했던 옆 마을 형님, 그 형님 수호령은 용인데 어둑시니한테 쥐어 터져서 반 죽었다가 겨우 살아난 거 모르냐. 어휴, 불쌍한 형님이지. 괜히 얌전히 지나가는 어둑시니 건들어서 멋은 쥐뿔 겨우 남아있던 체면도 구기고 색시도 잃고.”


동막은 낄낄 웃으며 말한다.


“음 맞아 야밤에 누님이 형님을 업고 내려왔지, 그러곤 아버지께 당장 신랑감 바꿔달라고...”


“거봐, 수련이 안 된 수호령은 우리보다도 약할 걸.”


“너희들 보다는 세다.”


조용히 뒤따라오던 임인이 안광을 번뜩이며 이빨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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