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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의 골방

조선음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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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
작품등록일 :
2021.05.14 11:01
최근연재일 :
2021.05.28 20: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454
추천수 :
12
글자수 :
50,403

작성
21.05.18 13:00
조회
22
추천
1
글자
8쪽

허순평 (5)

DUMMY

허순평 (5)


“사령의 독은 알아주지”


남자가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백구렁이의 독에 온몸이 마비가 된 두억시니는 지푸라기처럼 축 처진 채 벌건 눈만 껌뻑거린다.


“이놈 현상금은 얼마더라.”


남자가 허리춤에서 단도를 꺼내든다. 요괴를 처치하고 전리품을 관아에 가져다주면 화폐와 바꿀 수 있다. 조정에서는 넘쳐나는 요괴를 막을 방안으로 현상금 사냥꾼을 정식 직업으로 인정했다.


“으으...”


곧 목이 잘려나갈 두억시니는 남자를 잡아먹을 눈빛으로 쏘아보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다. 남자는 날이 선 단도로 두억시니를 조롱한다. ‘네가 죽인 사람들 중엔 어린 아이도 있더라?’ ‘지금쯤 혼령이 되어 네놈 모습을 보고 있겠지, 이 얼마나 통쾌하냐 하하하하’ 남자는 호탕하게 웃는다.


“리인”


백구렁이가 남자 곁으로 다가와서 말한다.


“아, 리인이...”


“거의 다 왔을 것이다.”


“그 아이가 오지 참...”


남자는 꺼내들었던 단도를 다시 집어넣고는 입맛을 쩝쩝 다신다.


“이놈 처리는 그 아이에게 맡기고 이제 산을 내려가 볼까.”


“크으으...”


“너 두 시진까진 못 움직여 인마, 그 전에 리인이가 올 거니 그냥 포기하고 다음 생엔 한낮 풀로 태어나길 기도나해라.”




“미리 밟아주는 거야 풀은 밟아야 제 맛이지”


남자는 두억시니의 몸을 밟고 지나친다. 심하게 훼손된 인간의 시체로 향하는 남자. 어른 둘에 아이 하나. 가족으로 보인다.


“목정령의 흔적을 얻으러 왔다가 변을 당했군.”


남자는 품 안에서 염주를 꺼내 들어 시신 위에 올린다. ‘성불하시길‘ 짧은 기도문을 외운 남자는 무릎을 털고 일어나 산을 내려갈 채비를 한다.


자연의 정령은 고유의 능력이 있어서 민가에서도 필요에 따라 심심치 않게 쓰인다. 다만 워낙 정령 자체가 찾기 힘든 곳에 있다 보니 산 속 깊은 곳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오늘처럼 요괴의 습격을 받기도 한다. 이들 일가족의 수호령처럼 수련이 되지 못한 수호령이라면 셋이 모여도 두억시니 하나 상대하기 힘들다.


“사령, 이제 쉬도록 해.”


백구렁이는 남자의 말에 땅 속으로 스르륵 내려간다. 남자는 갓을 고쳐 쓰고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저를 받아주세요 사부님!!!!”


순평은 이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남자는 그 앞에 서서 순평에게 말한다.


“너 한 해에 음양사 하겠다고 떠나는 수행자가 몇이나 되는지 모르지?”


“......”


“자그마치 일 만이 넘는다.”


순평의 눈이 동그래진다.


“그 중에서 몇이나 음양사가 될 것 같으냐?”


“한......백?”


따악-


“아얏!”


남자는 순평의 이마에 꿀밤을 놓고는 손바닥을 크게 펼쳐 보인다.


“다섯 손가락이다 이놈아.”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음양사가 되지 못한 이들은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면 다행이지, 대부분 싸움터에서 죽는다.”


“사부님은 음양사이신거죠?


순평이 물음에 남자가 허리에 차고 있던 단도를 꺼내들어 옷으로 슥슥 닦는다.


“난 한낮 현상금 사냥꾼이지.”


“현상금 사냥꾼이라시면, 사부님의 수호령은 무척이나 강하겠네요? 요괴들을 무찔러야 하잖습니까.”


순평이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한다.


“제가 음양사가 될 수 없다면 사부님처럼 현상금 사냥꾼이라도 되고 싶습니다, 저를 데려가주세요!”


‘뭐라’


“너... 현상금 사냥꾼은 쉬워보여서 그러는 것이냐?”


“아뇨! 그런게 아닙니다, 저는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요. 고생길이라도 달게 가겠습니다. 호강하려는 거 아니니까요!”


“하”


“부탁드립니다 사부님! 시종 하나 들이세요, 제가 허드렛일 다 하겠습니다!”


“야아, 아부지가 허락을 하시겄냐.”


사뭇 진지한 자세에 이번엔 동막이 순평을 말린다.


“하하하, 이게 무슨 광경이에요 스승님?”


어디선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순평은 난데없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 주위를 살피는데 어디에도 그 모습이 보이지가 않는다.


“어딜 찾는 거야, 위야 위.”


“으악! 요괴?”


“아이고 이게 뭣이여!”


순평은 나무에 걸쳐 앉아 검은 모포를 머리까지 두르고 있는 사람을 보고는 깜짝 놀라 뒤로 나자빠진다. 동막은 임인의 뒤로 숨는다. 임인과 병술은 코를 킁킁 대면서 그를 응시한다.


“실례네, 아가씨에게 요괴라니.”


모포를 두른 자가 폴짝 뛰어 나무에서 내려온다. 바위로 착지한 그의 모포가 흘러내리면서 은발의 머리칼이 드러난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은발의 끝이 비쭉비쭉하다. 그는 허리를 움직여 몸을 풀더니 등이 매고 있던 더러운 꾸러미에서 뭔가를 꺼내 남자에게 보여준다.


“짠! 이번에도 깔.끔.하.게. 처치했습니다!”


“다 차린 밥상을 떠먹기만 한 주제에 기세가 등등하구나 리인.”


남자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말한다.


“요...요괴가 말을 한다!!”


동막은 임인 옆에 바싹 붙어서 리인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친다.


“거참, 오라버니 나 요괴 아니라니까? 생긴 걸로 차별하지 말지?”


리인이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다.


“오...오..오라버니는 뭔 오라버니여 이 요사스러운 것아! 눈알 색깔이 뻘건색인디 니가 요괴가 아님 뭣이여! 귀신인가 야, 왜 가만히 있는겨.”


동막은 병술과 임인을 쿡쿡 찌른다. 동막의 기대와는 다르게 병술과 임인은 리인을 경계하지 않은 채 가만히 서서 쳐다보고만 있다.


“너, 다쳤구나?”


리인이 임인의 상처 입은 발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여기 근처에 목정령 숲이 있어, 내가 거기서 내려왔거든 멀지 않아.”


“익숙한 냄새가 난다, 너는 누구지.”


임인이 리인에게 말한다. 리인은 싱긋 웃더니 남자에게로 돌아간다.


“스승님, 제자를 하나 더 들이시려고요?”


“끔찍한 소리마라.”


“아주 필사적이던데요?”


리인이 순평을 쳐다보며 남자에게 말한다.


순평은 머리를 굴려본다. ‘저 여자가 제자? 사부님은 요괴를 수련시켜서 사람으로 키우시는 건가?’


“오라버니, 안녕?”


잠시 생각에 잠긴 순평은 리인이 다가오자 슬금슬금 몸을 뒤로 빼고 있다.


“에이, 언제까지 놀라고만 있을 거야? 오라버니 수호령이 많이 다쳤던데 빨리 목정령 숲으로 데려가는 게 좋을걸?”


“아!”


리인의 말에 순평은 정신이 번쩍 들어 임인을 돌아본다. 다친 발로 서있는 임인. 순평은 조심스럽게 리인에게 묻는다.


“목정령의 숲이 어느 쪽에 있는지 알려줄래.....요?”


리인이 풉하고 웃는다.


“스승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이 오라버니들 목정령 숲까지 데려다 주고 오늘은 마을에서 묵으시죠? 오라버니들! 마을은 멀지 않지요? 노숙을 하도 많이 해서 삭신이 다 쑤셔요.”


“인연은 무슨.”


“에이, 제자로 안 받아주면 끝까지 따라올 것 같던데요?” 벌써 신(辛)시가 다 됐어요. 급한 불부터 끄고 얼른얼른 마을로 갑시다! 저 배고파 죽겠어요.“


남자는 하늘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애보기는 너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벅차다.”


“하하하, 저 이제 제 몫은 하잖아요.”


“그럼 그 제자 자리는 이제 비는 건가요?”


순평이 잽싸게 둘의 대화에 끼어든다.






<참고지식>

*동물 별 오행


목(木 나무): 호랑이, 토끼

화(火 불): 뱀, 말

토(土 흙): 소, 용, 양, 개

금(金 쇠): 원숭이, 닭

수(水 물): 쥐, 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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