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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의 골방

조선음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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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
작품등록일 :
2021.05.14 11:01
최근연재일 :
2021.05.28 20: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468
추천수 :
12
글자수 :
50,403

작성
21.05.17 12:25
조회
33
추천
2
글자
7쪽

허순평 (3)

DUMMY

#허순평 (3)


“누구...십니까?”


“산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네놈의 멍청함을 제 발로 거길 가다니.”


낮선 남자는 성큼성큼 순평무리를 향해 걸어왔다. 씻은 지 오래 되어 보이는 꾀죄죄한 얼굴 사이로 꽤나 멀끔한 이목구비가 대조된다. 남자는 임인에게 다가가 상처를 보더니 ‘이무기 이빨에 물렸군’ 중얼거리면서 인상을 쓴다.


“이곳이 이무기 터임을 몰랐느냐?”


“알... 턱이 없지 않습니까...”


순평이 남자의 기세에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하긴, 그러니 이런 무모한 짓을 했겠지.”


“제 수호령이 저 때문에... 많이 다쳤습니다. 어찌하면 좋을까요.”


울먹이는 순평을 잠시 바라보던 남자가 말을 이어간다.


“이무기는 요괴 중에서도 상급 요괴다. 네놈이 죽지 않은 것은 천운이고 수련이 안 된 수호령임에도 이만한 부상에 그쳤다면 또한 그 천운이지.”


“훌쩍”


“아이고 나으리 아시는 게 있다면 좀 도와주십쇼.”


동막이가 말을 거든다. 둘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남자는 한숨을 푹 쉰다.


“12마리 동물의 모습을 한 수호령은 각각의 속성이 있다. 네놈의 수호령은 검은 호랑이, 사주명리학으로 나무의 기운이니 목(木)의 정령이 모여 있는 곳에 가면 상처가 나을 것이다.”


“그것으로 나아질 수 있습니까?”


“이무기 굴에서 보지 않았느냐 수정령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순평은 쥐고 있던 옥색 돌을 바라본다. 5가지 자연의 정령은 고유의 정화 능력이 있다. 깊은 계곡 물에서 본 수정령은 밝은 빛을 내면서 물을 정화하고 있었다. 그들이 내는 말간 빛이 바로 정화의 산물이었다.


“목정령이 있는 곳은 어디입니까?”


“산에서 가장 신성한 곳이지.”


“가장 신성한 곳?”


“그래, 인간의 발길이 거의 미치지 않는 곳 말이다.”


산에서 인간의 발길이 거의 미치지 않는 곳이 어딘지 순평은 머리를 굴리다가 동막을 쳐다본다.


“음...뒷산에 기도 터?”


동막이 자신감 없는 표정으로 말한다.


“형... 울 어머니는 보름마다 가셔.”


“우리 집도 그려, 마을 사람들 자주가지 참 인적이 빈번한 곳이여.”


둘은 시름에 잠긴다. 낯선 남자는 슬슬 짜증이 나는 표정으로 쏘아보다가 입을 연다.


“너희가 산에 오를 때 어떤 길로 오르는지를 생각해봐라.”


“산에 오를 때요?”


순평이 말한다.


“자주 다니던 길로 오르죠, 마을 사람들이 다녀서 발자국길이 난.... 아!”


순평은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소리쳤다.


“사람이 안 다니는 곳이겠네요? 수정령이 있었던 곳처럼 찾기가 힘든, 깊은 곳이요!”


“그렇지.”


낯선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한다.


“산의 중턱 부근을 찾아봐라, 버려진 여우 굴에 있을 수도 있고 우거진 숲 밑동이 굵은 나무들 근처에도 모여 산다.”


남자의 말을 귀 담아 듣던 순평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의문점이 생긴 순평은 남자에게 묻는다.


“도사님, 신성한 곳에 정령이 모여 있는 것이라면 이무기 같은 요괴는 왜 수정령의 살고 있는 신성한 곳에 터를 잡을 수 있었던 것입니까?”


남자는 눈썹을 치켜뜨고 놀랍다는 듯이 순평을 쳐다본다.


“의외로 예리한 구석이 있구나.”


“이무기는 요괴 아닙니까?”


순평이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정령은 누구의 편도 아니다. 정령은 하늘 그 자체 하늘은 지상에서 벌어지는 것에 일체 개입하지 않는다.”


“누구의 편이요?”


“못 알아듣겠는가? 너는 세상의 주인이 인간이라 생각하느냐?”


“예, 인간이지요.”


“어째서지?”


남자가 흥미롭다는 듯이 되묻고는 바위에 앉는다. 순평은 그 앞으로 다가가서 털썩 앉는다.


“저의 부모님, 그 위의 부모님, 그 위의 위의 부모님 쭉 조상 대대로 살아왔으니까요.”


“단지 오랫동안 살아왔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의 주인이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더냐.”


남자가 씨익 웃는다.


“요괴는 언제부터 살았는지 아느냐.”


“잘... 모릅니다.”


“요괴가 인간보다 먼저 더 오래 전부터 살았다면, 세상의 주인이 요괴이겠구나?”


“네??”



“네놈이 생각해도 설득력이 없지?”


순평의 얼굴이 빨개진다. 옆에서 킥킥 웃는 동막에게 주먹을 쥐어 보이는 순평은 이내 남자를 쳐다보며 입만 삐쭉거린다.


“네놈의 입장에서 이무기가 요괴인 것이지 이무기 입장에선 네놈이 요괴다.”


“네?”


“아까의 상황을 생각해 보거라, 이무기가 물 밖으로 올라와서 네놈들을 공격하더냐.”


“아뇨.”


“생각을 해 보거라, 네놈이 집에서 자고 있는데 웬 희한하게 생긴 놈이 집 안으로 들어와서 온통 헤집어 놓으면 그 놈을 가만 내버려두겠느냐.”


“아뇨...”


“같은 이치다.”


순평은 옥돌로 넓적한 바위를 벅벅 긁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고 있고 동막은 병술의 붉은 털을 만지작거리며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구경하고 있다.


“그러나 요괴도 요괴 나름이다. 난폭한 놈들은 먼저 인간을 공격하기도 한다.”


순평을 보고 있던 남자의 시선이 먼 산봉우리로 옮겨간다. 회상에 잠긴 듯한 남자는 들릴 듯 말 듯 나지막한 소리로 말한다.


“17년 전, 칠화산 대전투가 그러했지.”


순평은 발을 핥고 있는 임인을 쳐다본다.


“인의 발에서 뭐가 자꾸만 흘러나옵니다. 저것이 무엇입니까?”


남자가 임인을 보면서 말한다.


“령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수호령은 령의 결정체 저들의 몸은 령으로 이루어져있다. 깊은 상처가 나면 몸에 균열이 생겨서 밖으로 흐르게 되지 저대로 놔두다간 모든 령이 빠져나갈 것이다.”


“빠져나가게 되면 어떻게 됩니까?”


“소멸한다.”


“예???”


남자가 뭘 당연한 걸 묻냐는 듯이 태연하게 대답한다.


“그것도 질문이라고”


“아이고 일 나겄네! 순평아 얼른 산에 가서 목정령 숲을 찾아보자.”


동막이 벌떡 일어나 짐을 들쳐 매고 순평이를 재촉한다. 정신이 번쩍 든 순평은 허둥지둥 옷을 입는다.


“수호령은 본능적으로 제 주인의 위험을 감지한다. 그러니 네놈을 구하러 물속으로 뛰어 든 것이고.”


남자는 옷을 훌훌 털고 일어나 떠날 채비를 한다. 갓을 고쳐 쓴 남자는 갓에 또 다른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보고는 혀를 끌끌 찬다. 자신이 내려온 산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남자.


저고리를 여미던 순평은 멀어지는 남자를 보고 있다.


‘저 분은 뉘실까’


‘음양사일까?’


‘에이, 음양사가 이런 촌구석에 계실 리가 없지......이? 아니! 계실 수도 있잖아!!’


남자가 수풀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조급한 마음이 드는 순평.


‘수호령에 대해서 조예가 깊으신 것 같은데, 인이도 그렇고 좀 더 말씀을 듣고 싶다’


머릿속이 복잡해진 순평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도사님!!!!”


산으로 올라가는 남자를 순평이 부리나케 따라온다.


“도사님, 염치가 없는 김에 좀 더 없어도 되겠는지요!”


“뭐라?”


남자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순평을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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