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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의 골방

조선음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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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
작품등록일 :
2021.05.14 11:01
최근연재일 :
2021.05.28 20: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455
추천수 :
12
글자수 :
50,403

작성
21.05.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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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허순평 (8)

DUMMY

허순평 (8)


동굴 밖으로 나온 그들은 손을 털고 있는 남자를 발견한다. 어느새 정리 되어있는 현장엔 낮은 돌무덤이 쌓여있다.


“스승님, 수호령이 회복을 마쳤어요.”


“사형에게 가르침도 받았습니다.” 순평이 씩씩하게 말한다.


“가르침?” 남자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순평을 쳐다본다.


“예! 오행의 상생과 상극이요!” 순평이 답한다.


“네가 누구를 가르칠 정도라니 기가 차는구나.” 남자가 리인을 돌아보며 말을 하더니 걸음을 옮긴다. ‘마을까지 얼마나 되지’ ‘금방 갑니다. 동막형네가 주막을 해요 일단 거기서 묵으시죠’ 순평은 종종걸음으로 남자의 뒤를 따른다.


“아이, 드디어 집다운 곳에서 잠을 자는구나!” 리인이 신나게 뛰어간다.


“어서 가시죠, 친절히 모시겠습니다 사형.”


넷은 마을로 향한다. 순평은 일단 납작 엎드려서 비위를 맞춰보기로 했다. ‘오행이야기를 들어보니 더더욱 배우고 싶다. 아... 어쩌지...’ 뒤따라오는 임인을 힐끗 쳐다보는 순평의 마음이 복잡하다. ‘아버지를 뭐라고 설득해야하나 음양사의 ‘음‘ 자만 꺼내도 노발대발 하실 게 분명한데’ 마을로 향하는 순평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는다.


뉘엿하게 지는 해를 보면서 걸음을 바삐 옮긴다. ‘음양사의 활약으로 요괴의 수가 많이 줄긴 했지만 웬만해서는 해가 지고나선 외출을 삼가는 편이 좋아’ 남자가 말한다. ‘예전처럼 대놓고 인간들을 공격하진 않지만 어둠을 틈타 인간을 덮치는 경우는 지금도 많다, 공격성이 적은 요괴라 해도 인간에게 우호적인 요괴는 극히 일부니까’ ‘우호적인 요괴가 있긴 합니까’ 동막이 묻는다. ‘있기야 하다만’ 그들은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이어나간다.


‘조정에서 방어 연구를 하고 있다죠?’ 리인이 풀을 입에 물고 남자에게 묻는다.


“그 양반네들이 얼마나 할 수 있으련지는 모르지 애초에 가능할지부터가 의문이었다.”


“조선엔 뛰어난 학자가 많잖아요.”


“글쎄다, ‘뛰어나다’의 기준이 뭔지를 모르겠구나.” 남자가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방어연구가 뭡니까 사형?”


“음양사를 각 마을마다 배치할 수 없으니 마을 입구와 그 주변에 방어막을 치는 연구인데 꽤 오래전에 시작했다고 알고 있어, 잠잠한 걸 보니 성과는 아직 없는 거 같지만.” 리인은 물고있던 풀을 퉤하고 뱉는다.


“연구가 성공한다면 아주 요긴하게 쓰이겠네요.”


“그렇지? 성능만 제대로 낸다면 최소한 마을 안에 숨어드는 요괴는 없을 테니까, 앗! 마을이다!” 리인이 소리친다.


“주막은 이쪽이유, 따라들 오셔유.” 동막이 안내를 받아 그들은 주막으로 향한다. 리인은 검은 모포를 머리끝까지 써서 얼굴을 가린다.


“스승님 먼저 들어가 계세요, 저는 관아에 좀 다녀올게요, 오라버니 관아까지 함께 가줄 수 있지?” 리인이 순평 쪽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물론이죠, 형 잘 모셔다 드려!”


“그려.”


넷은 갈림길에서 둘씩 찢어진다. 순평과 길을 걷는 리인은 검은 모포 안에서 두리번거린다.


“이 마을은 조용한가봐 오라버니?”


“우리 마을 안에서 요괴가 나타난 적이... 있었던가?” 순평이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한다.


“산 넘어 오기 전에 들렸던 작은 마을은 요괴 떼의 습격을 받아 송두리째 사라졌었거든, 생존자는 한 명도 없었어.”


“요괴가 떼를 지어 다녀요?” 순평이 놀라 묻는다.


“응, 발자국과 피해로 보아서 한 둘의 요괴에게 당한 흔적이 아니었어, 최소 열댓은 되었을 거야. 요괴는 독립적인 존재라 주로 혼자 다니거나 굳이 같이 다닌다면 둘 셋 정도의 소수지만 언제부턴가 다양한 요괴들이 몰려다닌다는 보고가 있었어.”


“허, 그 무시무시한 요괴가 하나도 아니고 떼로 몰려다니면 당해낼 재간이 없겠어요.”


“일반인들은 그렇지.”


“음양사라면?” 순평이 묻는다.


“사실, 음양사라도 열댓은 힘들지 않을까?” 리인이 싱긋 웃는다.


“저 앞이 관아지? 여기서 기다릴래? 전리품만 주면 되는거라 금방 끝나.”


“알겠어요.”


순평은 리인을 보내고 길가에 쪼그려 앉아 아까의 일을 떠올려본다. ‘이무기를 보다니, 평생의 술안주거리네’ 주머니의 수정령의 흔적을 꺼낸다. 아까보단 미약하지만 아직 오묘한 빛을 내고 있는 작은 돌을 만지작거리는 순평은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허락을 해주지 않으신다면 결국 그 방법밖엔...” 순평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무니 저 왔구만유, 오늘은 손님을 오시고 왔어유” 동막이 남자와 함께 주막에 들어온다.


“나으리, 식사 방으로 가져다 드릴게유 술도 한 병 올릴까유.”


“아니, 술은 됐다.” 남자는 방으로 들어간다. 방에 들어온 남자는 갓과 겉옷을 벗고는 몸이 찌뿌둥한지 가볍게 몸을 푼다. 방 한 편에 쌓여있는 이부자리와 작은 탁상이 전부인 방 안에서 남자는 자신의 수호령을 부른다.


“사령, 이 마을은 좀 어때?”


“별 다른 기운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지하에서 머리만 드러낸 백구렁이가 대답한다.


“요괴가 대낮부터 마을을 치고 있다니 세상이 엉망이로군.”


“복귀할 것인가?” 백구렁이가 묻는다.


“글쎄”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어무니 상은 지가 올릴게유‘ 밖에서 달그락거리는 동막의 목소리가 들린다.


“어린놈이 음양사를 하겠다고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다니 겁도 없는 녀석이야.”


“너와 닮았군.”


“흥, 닮긴 어딜.” 남자가 콧방귀를 뀐다.


“나으리 저 들어가유.” 동막의 문두드리는 소리에 백구렁이는 지하로 들어가고 남자는 몸을 일으켜 벽 쪽으로 앉는다.


“리인아씨와 순평이는 오는 대로 차려주면 되니 시장하실 텐데 얼른 드셔유.” 동막이 금세 구워온 생선의 가시를 바른다. 국밥의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남자는 숟가락을 들어 국밥을 휘젓는다.


“근디, 나으리는 어디서 오셨는지 여쭤 봐도 될까유.” 동막이 손가락을 쪽쪽 빨며 묻는다.


“나 같은 떠돌이 현상금 사냥꾼이 집이 어디 있겠느냐.”


“그럼 리인아씨는유? 머리랑 눈알이 특이하던디...”


“그 아이가 좀 특이하긴 하지.”


“처음엔 진짜 요괴라고 생각했슈.”


“걔는 ㅂ...”


“스승님 저희 왔어요, 아 배고파!!” 리인이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양반은 아니다.” 남자는 국밥을 먹는데 집중한다. 동막은 문을 열어준다. ‘이 방이여, 금방 오네’ 순평과 리인은 방 안으로 들어온다. 리인은 검은 모포를 벗어던지고 바닥에 털썩 앉는다.


“더워 죽는 줄 알았어, 모포 좀 그만 쓰고 싶은데.”


“마을이라 어쩔 수 없다, 잘 쓰고 다니거라.” 남자가 말한다.


“형, 우리도 밥 좀 말아줘.”


“나는 술도 한 병 부탁해 오라버니!” 일어나는 동막을 향해 리인이 바닥을 뒹굴다가 소리친다. 동막이 나간 후 리인은 허리춤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 든다. 짤짤 거리는 엽전의 소리가 들린다.


“아우 짜, 오라버니 이 마을은 가난해?”


“음? 무슨 말이에요 사형?” 순평이 묻는다.


“현상금 말이야, 이건 마을의 관아마다 재량껏 책정하거든. 근데 이 마을은 좀 짜네 에잇.”

리인의 입이 비쭉 나온다.


“거저먹은 주제에 말이 많구나.” 남자가 말한다.


“히히, 그렇긴 하죠? 그래도 심장은 제가 찔렀습니다!”


“내가 남긴 것 아니더냐.”


“지금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감사함이 올라오고 있어요 스승님!” 리인이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모습에 순평이 픽 하고 웃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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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허순평 (6) 21.05.19 20 0 8쪽
6 허순평 (5) 21.05.18 23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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