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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의 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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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
작품등록일 :
2021.05.14 11:01
최근연재일 :
2021.05.28 20: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466
추천수 :
12
글자수 :
50,403

작성
21.05.2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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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허순평 (9)

DUMMY

허순평 (9)


동막이 상을 들고 들어온다. 리인은 막걸리를 병째 벌컥벌컥 들이킨다. 꺼억- 트림을 하는 리인을 벌레 보듯이 쳐다보는 남자는 국밥을 깨끗이 비운다.


“사형은 열병에 걸리신 적이 있어요?” 순평이 김치를 집어 먹으면서 묻는다.


“무슨 열병? 아, 이 얼굴 때문에?”


“눈알 색깔, 머리카락, 이제 보니 피부도 엄청 허옇구먼.” 동막이 대답한다. 리인은 막걸리를 들이키다 말고 머리를 긁적인다.


“얼굴이 다른 사람들과는 많이 다르지 근데, 나도 몰라 날 때부터 이런 몰골이었고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숨어 지내다가 스승님을 만나서 수련을 하는 중이야 꽤 됐어.”


“부모님도 그려유?” 동막이 묻는다.


“부모라... 나는 부모가 없어. 태어나보니 나 혼자였고 형제도 없어. 뭐 보살펴주는 사람이 몇 있긴 했지만 그럼 그들을 부모라고 부를 수 있으려나?” 리인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숙인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동막이 머뭇거리다가 말한다.


“아아 그럴 수도 있쥬. 그럼 고향이 어디유?”


“히히 고향도 모르는데?”


“그려유... 고향도 모를 수 있쥬.” 동막이 김이 빠진 표정으로 밥상을 만지작거린다. 분위기가 이상해진 느낌에 순평이 다른 질문을 한다.


“그럼 사형, 올해 나이는 어찌 되십니까?”


“올해로 열다섯이야.”


“나랑 동갑이네? 어려보였는데...” 순평이 놀란다.


“우와 동갑이라고? 얼굴 보고 당연히 오라버니라고 생각했는데.” 리인이 더 놀란다.


“나는 두 살 많어.” 동막의 말에 ‘음, 역시 오라버니는 분명 연상일거라고 생각했어’ 리인이 생긋 웃는다. ‘분명이라니’ 뜨거운 햇빛을 고스란히 맞으면서 농사일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인다는 소리를 듣고 동막은 처량해진다.


“그럼, 이제부터 말 놓을게 순평아? 오라버니도 말 편하게 하세요!”


“아유, 지는 아씨라고 부르는 게 편해유.”


“나는 그래도 사형이라고 부르고 싶어.” 순평이 남자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연다.


“사부님!, 저도 사부님 따라다니면 안됩니까!!!” 순평이 큰소리로 말한다.


“아잇, 깜짝이야.” 리인이 손으로 집어먹던 반찬을 놓친다.


“스승님, 저는 이 오라버니들 마음에 드는데 같이 다니죠!”


“지.. 지도유?” 동막이 놀란 눈으로 리인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그래 형, 같이 가자 나는 형을 진심으로 내 친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순평이 확신에 찬 눈빛으로 동막에게 추파를 던진다. 어버버거리는 동막의 손을 두 손으로 맞잡은 순평은 ‘형, 우리 넓은 세상의 멋진 사람이 되자, 언제까지 이 촌골에 살거야’ 살살 꼬시기 시작한다.


“나는 너를 내 친동생으로는 생각하고 싶진 않은디.” 동막의 반응이 시원치 않다.


“아, 형!!!!!”


“야야, 너 아부지는 어째 설득할겨. 그게 제일 큰 문제 아니것냐.” 동막이 허를 찌른다.


“형, 예전에 우리 사촌도 음양사한다고 집을 떠난 적이 있잖아.”


“그려그려, 잘 알지 그 형님, 그러곤 반병신 되어 돌아왔잖여.”


“음... 맞아, 참 슬픈 결말이었지. 끝이 좋지 못했지만 나는 그래도 그 형의 도전정신을 본받고 싶은데.”


“아부지께 그리 말하면 뭐라 하시것냐.”


“아무 말 않고 때리시겠지?”


“그려."


“그럼, 이 방법밖엔 없어. 최후의 수단이지.”


“뭔데?” 둘의 대화를 깔깔대며 듣고 있던 리인이 끼어든다.


“응, 가출.” 순평이 진지하게 말했지만 다들 표정이 어둡다. ‘집에나 붙어 있거라, 피곤하니 다들 물러가도록 해’ 남자는 베개를 꺼내든다. 순평은 남자의 옷을 잡아끈다. ‘설득을 하자. 아버지도 아버지지만 결국 사부님이 안 데리고 가시면 말짱 꽝 아냐’


“아뇨 사부님. 저는 임인이를 강하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왜지?”


“수호령이 힘을 얻는 것이 순리라잖아요.”

‘어라 순리라고 했던가?’ 순평이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말한다.


“단순하구나 그런 이유라면 안 된다.”


“아뇨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는 부모님처럼 평생을 농사나 지으면서 살고 싶지 않...”


꺄아아아악!


밖에서 찢어질듯 한 비명소리가 들린다.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챈 남자는 갓을 쓰고 날아가듯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 뒤를 리인이 곧장 따른다. 그들을 보고만 있던 순평과 동막은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다.


“형, 우리도 따라가 보자.”


“야 인마, 요괴가 나온 거면 어떡하냐.”


“그럼 더 가봐야지!!! 인아 나와 가자!” 은근히 신이 난 순평은 동막을 잡아끌고 나간다. 지하에서 임인이 튀어 올라온다.


“아아아악! 나는 무섭다고!!!” 동막, 절규한다.







해가 진 저잣거리 한복판이 엉망진창이다. 사람들의 비명을 지르는 소리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 서로 앞 다퉈 몸을 피하는 발자국 소리가 뒤엉킨 아비규환의 현장에 순평과 동막은 사람들과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어디에선가 타는 듯한 냄새가 난다. 다리 건너편 대장간 쪽에서 큰 불길이 솟아오른다.


‘잠깐, 저긴 어머니 좌판이 있는 곳인데’ 순평이 설마 하는 마음으로 더욱 빠르게 달려 나간다. ‘인아 먼저 가서 봐줄래? 어머니 있는 곳 근처에 불이 난 것 같아’ 임인에게 부탁하는 순평의 다리가 덜덜 떨린다. 임인은 곧 지하로 사라진다.


“불이 크게 난 것 같은디.” 점점 더 크게 타오르는 불길을 보고 동막이 말한다.


“응... 그래서 인이를 먼저 보냈어.”


“아까, 리인아씨가 그랬잖냐, 화생토(火生土) 병술이가 흙의 성질이니 나무 성질인 니 수호령 보다는 불에 강할 것이여.” 동막의 말을 듣던 순평은 아차 싶다. 말을 마친 동막은 수호령은 부른다.


“병술아, 먼저 가서 상황 좀 봐주라, 아주머니가 계신지도 살펴보고.” ‘알았다’ 병술이 지하에서 대답하더니 사라진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점점 더 커진다. 어깨에 피를 흘리고 뛰어오던 노인이 다리를 절며 넘어진다. 동막은 노인에게 뛰어간다.


“금이 할아버지? 할아버지 이게 무슨 난리예유?”


“어서 피햐! 요괴여!! 머릿수가 한 둘이 아니여!” 노인이 소리친다. 그 말을 듣던 순평의 얼굴이 하얘진다. 요괴 떼의 습격을 받아 마을이 송두리째 사라졌다는 리인의 말이 떠오른다. 다시 급히 불이 난 곳으로 뛰어가는 순평은 눈물이 차오른다.


‘어머니’


‘어머니 제발’


눈을 질끈 감는 순평에게 수호령이 돌아왔다. “요괴다, 매구.” 임인이 말한다.


“매구?”


“그렇다. 여우 요괴, 6마리가 사람을 닥치는 대로 잡아서 찢고 있다.”


“어머니는?”


“보이지 않는다. 좌판은 엎어져있었고, 불길이 거세서 안쪽으로는 들어 갈 수가 없었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병술이 뒤따라와서 말한다.


“다만 저잣거리에 이미 찢겨진 시신이 많다.”


순평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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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허순평 (5) 21.05.18 24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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