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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님의 서재입니다.

남경. 상해. 봉천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하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28
최근연재일 :
2019.06.24 20:32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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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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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5
글자수 :
217,324

작성
19.04.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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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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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글자
7쪽

톈진 天津 3)

DUMMY

톈진에는 10년 전에 설립된 중국 최초의 서구식 군사학교 북양 무비학당武备学堂이 있다. 간부와 기간병 양성소지만 이번 전쟁으로 임시휴교 상태였다. 또한 톈진에서 조직된 정무군定武军도 있다. 4,750명. 10영 규모.

모두 전선으로 출동해 병영은 비어있다. 봉군과 단련군은 북양 무비학당과 정무군 병영에 나누어 주둔했다.


도착 다음날부터 무비학당 연병장에서 조교 백 명의 제식훈련을 시작했다. 나는 4명씩 조를 짜 연습시켰다.

하루 4차례의 훈련성과를 채점해 우수조는 휴식시간과 담배로 격려해주었다. 경쟁심리가 생긴 병사들은 열성으로 임했고 3일 만에 제식동작에 숙달되었다. 정사각형으로 대오를 맞춘 10열 종대의 병사 백 명이 전후좌우로 착착 방향을 바꾸어가며 한 사람처럼 움직이자 좌보귀 장군을 비롯한 장령들은 감탄해 마지않았다.


이들은 다음날부터 봉군과 단련군 훈련에 투입되었다. 조교들 역시 4인 1조 교육을 실시했고 조별 경쟁으로 분발시켰다. 그러나 일반 병사들은 엄선된 조교들과는 달랐다. 첫날부터 탈락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훈련으로 어찌해볼 엄두가 안 나는 구제불능 수준이라 야포와 개틀링 기관포 수송대 그리고 지원조로 돌렸다. 수송대는 대오를 맞추는 부담이 적으니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지원조는 행군로의 군중을 통제하고 행사장 정리 등 잡무 담당. 탈락자는 천명 가까이 나왔지만 수송대와 잡무 일손도 아쉽던 터라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단정하게 입혀 도로 표지판으로 써먹을 테니 사고칠 일은 없으리라.


백 명 단위훈련은 5일 만에 끝났다. 다음은 합동훈련 단계.

5백 명씩 1조로 편성한 합동훈련은 역시 만만찮았다. 백 명 단위 사각형 5개를 모아놓자 우선 줄맞추기부터가 어려웠다. 백 명끼리는 잘 맞던 줄이 부대별로 집합하자 삐뚤빼뚤 들락날락 엉망이었다. 행진은커녕 정지 상태에서조차도 그랬다.

새끼로 선을 치고 석회로 기준점을 표시하니 겨우 맞는다. 행사장소를 사전 답사하며 이런 표시를 해두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뭐 잡무담당 병력은 충분하니까... 다행이었다. 문득 병신자식 효도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지휘관과 병사들이 제식훈련에 매진하는 동안 좌보귀 장군과 풍신아 상교는 북양군 본부에 출근하다시피 하며 탐색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우선 병사들의 여독을 푸는 시간 7일을 청했다. 그 동안 참모들과 어울리며 정전협상 경과도 들었다.

협상은 마무리 단계고 협상단 대표 이홍장 북양대신은 자금성에 보고를 마친 후 톈진으로 돌아올 예정이라 했다. 생각보다는 여유가 있는 편이라 다행이었다.


“그럼 일본군 포로들의 송환 일정도 잡혔는지요?”

군무처 장경章京(문관)으로 있다는 원세개는 둥근 눈을 굴리며 싹싹하게 대답했다. 조선에서 경력을 쌓은 원세개는 당나라 시대의 안록산 못지 않은 탁월한 처세술로 이홍장 산하에서 두각을 드러낸 인재였다.

“그건 아마 조선주재 공사 당소의 공이 아실 겁니다. 대표단은 원칙적인 것들만 다루니까 송환 일정 같은 구체적인 건 실무진 소관이지요.”

그도 그렇겠다고 주억인 풍신아 상교가 운을 떼었다.

“평양성 전투 총사령이신 섭지초 장군도 이번 행사에 참석하시겠지요?”

원세개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소직은 그 일에 대해 들은 바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불쑥 덧붙였다.

“여하튼 열병식 준비는 차질없이 진행 중이시라 들었습니다.”


여하튼... ? 여운이 묘한 말이었다. 총사령 없이도 잘 하고 있는데 굳이 부를 필요 있느냐? 라는 의미가 함축된 것으로 해석한 풍신아는 고개를 주억였다.

일본군 포로를 참석시키자는 좌보귀의 말에 당소의는 난색을 드러냈다.

“평양의 섭지초 총사령은 골치 덩어리들을 빨리 송환하라 독촉합니다. 포로 때문에 발이 묶인 셈이니까. 하지만 배상 전에 인질부터 내주기는 어렵지요. 여하튼 협상중이니 아직 유동적입니다. 포로 송환도 거기 연동되겠지요.“

“송환 일정이 많이 남았다면 행사참석은 문제없는 거 아닌가?”

“그건 제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닙니다. 개선식에 끌고 나오면 망신주자는 건데 협상에 악영향을 줄 소지素地가 없지 않습니다. 따라서 중당 각하의 승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베이징의 이홍장은 만족스러웠다. 이등박문은 청국 측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대신 포로들의 조기 송환만을 요구했다. 1억냥의 배상금 또한 절반은 즉시, 나머지는 5년 분할로 지급하기로 했다. 숙소에 오니 천진으로부터 전문이 와 있다. 발신자는 당소의.

“일본군 포로들의 열병식 참여를 좌보귀 장군이 요청.

대응 지침 앙망.”

이홍장은 피식 웃었다.

“무골로만 알았는데 제법 잔머리도 쓰는구먼.”

개선식에 끌려온 포로는 승전국의 위신을 한껏 높이는 구경거리다. 그러나 일본 측이 이걸 허락할까? 평양에 억류된 1만 6천명의 포로는 메이지 육군의 정예였고 죠슈 번의 인재들이다. 국가예산의 절반에 이르는 배상금을 치르고라도 데려와야 할 소중한 자원.

이등박문은 포로들에 대한 연민을 감추려하지 않았다. 그들이 얼마나 군을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한 그가 수치스러운 행사참석을 과연 용납할까? 이 사실을 알면 오히려 극단적으로 나올지도 모른다. 좌보귀의 제안은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위험한 발상이었다.


좌보귀는 이홍장의 회신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포로를 개선식에 끌고 나가는 건 승전국의 당연한 권리. 이걸 왜 말리는 걸까?

그러나 나는 이홍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일본 입장도 짐작할 수 있었다. 메이지 정부는 군과 혈맹관계. 서로를 존중한다. 더욱이 이등박문은 육군의 근간을 이루는 죠슈번 출신. 포로가 된 죠슈번 출신 장교단에 대한 정이 각별할 것이었다.


역지사지 易地思之, 나는 그 자존심을 역으로 이용할 궁리를 했다. 오오시마 장군에게 편지를 썼다. 당소의를 통해 평양으로 전하고 좌 장군께도 보고했다.

『이제 귀국할 날도 멀지 않았다 들었다. 축하한다.

포로가 된 것은 전투에 패해서가 아니다. 탄약이 떨어지고 식량이 떨어져서였다. 비록 졌지만 병사들은 살렸다. 항복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불명예스러울 거 없다.누군가가 포로라 능멸하려 들면 긍지로 제압하라.

그 기회를 주겠다. 기백을 과시할 기회. 포로 신분에도 불구하고 나라의 명예를 드높인 군인으로 기억될 기회

열병식에 참여해 귀군의 정예함을 보여라.

승전군을 압도하는 힘을 보여 모두를 압도하라.

이건 강요가 아니다. 거절하면 그뿐인 제안. 선택은 장군의 몫이다.』




청일전쟁, 둥베이, 이홍장, 원세개, 명치유신, 서태후, 손중산, 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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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파견 근무 3) +3 19.04.09 2,904 69 7쪽
9 파견 근무 2) +1 19.04.08 2,979 6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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