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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님의 서재입니다.

남경. 상해. 봉천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하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28
최근연재일 :
2019.06.24 20:32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53,818
추천수 :
3,775
글자수 :
217,324

작성
19.04.08 06:00
조회
2,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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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글자
7쪽

파견 근무 2)

DUMMY

가업家業을 세습하는 그들의 풍습으로 미루어 가능성 있는 추리였다. 어쩌면 먼 훗날, 그 3괴와 부딪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날을 위해 한 가닥 인연을 심어두는 것 또한 나만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일본군 포로수용소는 평양성 외곽에 있다. 장교들은 따로 수용한다지만 이 시대의 열악한 기준으로 미루어 고생이 막심하리라. 설혹 관동군의 그 오오시마와 무관할지라도 곤경에 처한 그들에게 인정을 베푸는 것은 인간적으로 바람직한 일.

나는 당소의를 떠올렸다. 조선주재 영사가 될 그에게 이웃 일본은 주요 관리대상. 송환된 장교들은 조만간 현직에 복귀할 것이고... 생각 있는 외교관이라면 지금 그들과 연을 맺어두는 게 현명하리라.


나는 작림을 찾아갔다. 포로수용소 소식이라면 봉군의 마당발인 그를 통하는 게 빠르니까.

“하루 두 끼씩 꼬박꼬박 챙겨 먹인다 들었어. 어차피 자기네들 보급품인데다 우리 입맛에는 안 맞는 식자재가 많다나."

“대 이랑한테 회식 준비를 좀 부탁할 수 있을까?”

“얼마나...?”

“좌관급 이상만 꼽으면 끽 해야 스무 명 안쪽이겠지.”

”제법 비용이 들텐데.“

“그건 당 영사님께 부탁해보지.”


정식 발령이 내려올 때까지 청군 병영에서 대기 중이던 당소의는 쉽게 만날 수 있었다.포로가 된 장교들은 돌아가면 현직에 복귀할 것이라고 변죽을 울리자 바로 알아들었다.

“좋은 생각일세 你 聰明, 역시 외교관 자질이 있군.”

지금은 포로 신세지만 죠슈 번의 엘리트 장교들. 이대로 무대 뒤로 사라질 리가 없다.언젠가는 현직 복귀하리라는 건 삼척동자라도 짐작할 수 있다. 장신의 당소의는 내 어깨를 안으며 기뻐했다. 전생의 트라우마가 있는 나는 께름칙했다. 덩치들은 왜 걸핏하면 나를 안으러들지...?


섭지초와 좌보귀에게 협조를 구한 당소의는 일간에 날을 잡아 일본군 장교들을 위문하기로 했다. 음식 준비는 대이랑이 솜씨를 발휘하겠노라 장담했고... 이제 말을 끌고 가 생색낼 일만 남았다. 번개 불에 콩구워먹듯 행사준비를 후딱 마친 나는 작별인사를 했다.

“왜 벌써? 얘기나 하다 가지?”

사실 봉군 병영으로 매일 출근은 하지만 가봐야 할 일은 별로 없다. 이참에 당소의나 사귀어 보자. 일어서려던 나는 다시 궁둥이를 붙였다.


화제는 당소의가 어린 시절을 보낸 유학생활의 추억으로 이어졌다.

“내가 유학가게 된 건 북양대신 이홍장 덕분이야. 당시 외교책임자였던 이홍장은 1870년에 유학총부를 만들어 소년 관비유학생을 선발했지. 거금 백만 달러를 들인 야심찬 사업이었어. 지원자는 대부분 광동과 장쑤성 출신. 명문세가나 고위 관료 집안 자식들은 없었네. 군사, 항해, 법률 등 청나라에 가장 필요하다 생각한 분야를 전공시켰는데 미국 국적 취득이나 현지 취업은 금지였어.


2년이나 걸려 선발한 30명이 감독관 3명과 함께 출발했었어.우린 즐비한 고층건물에 넋을 잃었지. 승강기를 처음 타 본 날은 밤잠을 설쳤고... 신기하지 않은 게 없었어.

목적지는 코네티컷의 하트포드 시였는데 전설적인 열차 갱 제시 제임스가 출몰하던 시대였지. 우린『중국 출양出洋 사업국』이라는 3층짜리 건물에서 합숙했는데 숙소와 교실을 갖춘 깨끗한 건물이었어. 바로 이웃에는 마크 트웨인이 살았었지.


낮에는 미국식 교육, 저녁이면 사서삼경 등 중국 고전을 배웠어. 그런 식으로 매년 30명씩 4년간 120명이 유학했는데 50여명은 명문대로 진학했었지. 난 콜롬비아 대학을 다녔지만 이 제도는 겨우 4년 만에 없어져버렸어. 아이들이 정체성을 잃고 서양물만 든다는 이유였지.“


미국 화교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당시 미국 화교들은 광동성에서 온 쿨리들이 대부분이었어. 악질 모집책에게 속아 화물처럼 실려 온 사람들이지. 노예무역 수준의 악랄하고 비인간적인 대우였어.

다 그런 건 아니고 상점을 열거나 행상, 중개인으로 나서는 이도 있었는데 손미孫未 라는 화교가 있었어. 나랑 같은 광동성 향산현香山 출신인데 캘리포니아에 농장, 하와이에는 상점을 가진 제법 성공한 사람이었지.

그 동생에 중산中山이라고 있는데 반골기질이 강해 반체제 활동을 한다 들었어. 나보다 서너 살 아래라던데 미국 화교사회에서는 제법 알려진 친구라지 아마.“


화제는 차츰 현실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작금의 청나라의 현실을 신랄하게 꼬집는다고 해.

이를테면,

예로부터 국가는 백성을 수탈하는 폭력기관이었다. 세금은 있으나 혜택은 없다. 지배할 뿐 다스림은 없다. 비적이 창궐해도 모른 체 한다. 민중에게 관리들은 비적이나 다름없는 관비官匪였다.

그래서 공권력과 민중은 수천 년간 적대관계였다. 이게 바로 중국인에게 가족, 종교는 있어도 국가는 없는 원인이다. 중국인은 민족이나 국가에 애정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였다. 등등.

이쯤 되면 체제와 조정에 대한 정문頂門(정수리)의 일침 아니겠는가?“


어느 새, 단풍이 짙게 물든 10월.

오전에 포로수용소에 도착한 나와 취사반 병사들은 장교식당 뒷마당에 크고 작은 화덕을 세 개 설치하고 싣고 온 식자재들을 정돈했다. 좁아터진 주방은 불편하다는 대 이랑 때문이었다.

재료 다듬기와 화덕 설치를 마치고 한숨 돌리는데 당소의가 도착했다. 일본 장교들의 입장을 배려해 섭지초, 좌보귀 등 청군 장령들은 우정 참석하지 않았다. 이윽고 시간 맞추어 나타난 일본장교들이 착석하자 일어난 당소의가 머리를 숙였다.


“조선주재 청국영사, 당소의입니다. 비록 전장에서 만난 사이지만 모두가 대의를 위한 것, 서로 얼굴 붉힐 일은 아니라 믿습니다.“

유창한 일본어였다.

“장교님들께서는 명치유신의 일익을 맡았던 명예로운 분들이시라 들었습니다. 오늘의 고난을 옛 이야기 삼을 날이 언젠가는 오리라 믿습니다. 작은 정성을 준비했으니 즐겨주시면 기쁘겠습니다.“


이윽고 전채가 나온다.

작은 접시에 담긴 흰 요리. 나는 대이랑의 설명을 통역했다.

“초이퐁하이賽螃蟹라고 먹기 전에 입맛 돋우는 역할입니다. 옛날 북평에 살던 어떤 노인이 게가 몹시 먹고 싶었지요. 하지만 북평은 바다에서 먼 고장, 재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며느리는 계란 흰자를 게살모양으로 요리했는데 맛이 좋아 널리 퍼졌지요. 초맛이 조금 강한 편입니다.“

정말 게살 맛이다. 정종을 반주삼아 입맛을 다시는데 다른 접시가 나온다.


“이건 꿍뽀우밍하 宮保明蝦. 양념 새우를 튀겨 버무린 겁니다. 이쪽은 샤오룽빠우小龍飽. 젓가락으로 집을 때 국물이 새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이건 베이징 오리. 살보다 바삭하게 구운 껍질이 맛있지요. 베이징의 간판요린데 밀전병에 오이채랑 함께 싸 양념을 발라 먹습니다.“

대 이랑은 먹는 시범을 보였다.




청일전쟁, 둥베이, 이홍장, 원세개, 명치유신, 서태후, 손중산, 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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