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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님의 서재입니다.

남경. 상해. 봉천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하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28
최근연재일 :
2019.06.24 20:32
연재수 :
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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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766
추천수 :
3,775
글자수 :
217,324

작성
19.04.03 06:00
조회
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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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글자
9쪽

평양 전투 3)

DUMMY

징그러운 느낌에 부르르 떠는 데 문이 열리며 보초가 뛰어든다. 쓰러진 덩치를 보더니 대뜸 총을 겨눈다.

“너 뭐냐? 슝 정목님을 어떻게 한 거냐?”

“아니... 그게 아니고.”

실랑이 하는 사이에 덩치가 깨어났다. 깨자마자 보초의 총을 홱 낚아채더니 총열로 경석의 목울대를 냅다 찌른다. 쓰러진 경석을 마구잡이로 차고 내려치자 놀란 보초가 더듬댄다.

“정목님, 아까 조장님이 잘 지키라 하셨는데 이러시면...”

“놔! 이 새끼야. 전시에 조선 놈 하나 죽는 게 무슨 대수라고...!”

개머리판으로 냅다 찍는다. 그런데... 아무런 반응이 없다? 내려다보니 어느새 숨이 끊어져 있었다.


돌아온 순찰조와 장작림은 기함을 했다. 경석은 중요한 증인. 좌보귀 장군이 찾기라도 하는 날이면 난리가 난다. 감영에는 내의원 출신 의원이 있다고 들었다. 다급한 중에도 군의는 믿을 수 없어 들쳐 업고 무작정 평양 감영으로 달려갔다.

같은 중인계급인 의원은 평소 왕래하던 신 역관 댁 자제, 경석을 알아보았다. 심한 충격으로 기혈이 일시 막힌 상태라 했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뜸을 뜨자 잠시 후 숨이 터졌다.

막상 놀란 것은 의원이었다. 보호자 앞이라 굳이 티는 내지 않았지만 이미 가망 없던 환자였다. 에멜무지로(헛일하는 셈 치고 시험 삼아) 응급처치만 해주었는데 숨이 끊겼던 사람이 되살아나다니...! 하지만 내막을 모르는 순찰조장은 원래 그러려니 했고 괜히 끌고 와 변을 당하게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작림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진상은 누구도 몰랐다. 역관 신경석은 이미 죽었고 누군가가 그의 몸을 대신 차지했다는 사실을....! 의원 못지않게 놀라고 혼란스러웠던 것은 졸지에 경석의 몸을 차지한 유병호였다.

깨어나 보니 생면부지의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그것도 조선시대의... 양자 감응은 같은 시간대에서만 있는 현상인줄 알았다. 내가 살던 21세기에도 아직 이론상의 이야기일 뿐이었지만...

‘막상 겪고 보니 시공을 훌쩍 뛰어 넘는 현상이었어!’


모르는 일들이 마구잡이로 떠오른다. 다가오는 평양성 전투. 청나라, 일본군...! 아마도 이 몸의 주인이었던 청년의 기억이리라. 나라와 가족을 걱정하는 순수한 마음. 중국 근대사를 공부한 나는 그 단어들만으로도 지금 시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다음 순간, 숙명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내게 고스란히 전이된 청년의 기억. 중국어 실력. 그리고 장작림과의 인연까지... 그 기억들과 내 지식이 섞이면 새로운 그림이 나올지도 모른다.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늘그막에 새로운 삶이 주어졌다. 큰 은혜다....! 상상조차 못해본 신비로운 초자연 현상. 왜? 를 따지기보다는 그냥 주어진 기회에만 충실하고 싶다 ! 마음을 다잡은 나는 새로 얻은 몸을 뒤척여보았다.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다. 하지만 그 정도는 이미 죽음의 고통을 겪어본 내게는 가볍게 긁힌 정도에 불과했다. 달려온 식구들은 나를 감영 의방에서 집으로 옮겼다. 그리고 며칠간 자리보전만 하며 지냈다. 치료를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새로운 삶을 얻은 내게는 모든 것이 새로운... 실로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이윽고 털고 일어난 내 앞에 청나라 군복의 작달막한 사내가 나타났다. 장작림. 누워있는 동안에도 매일 다녀갔었다 한다.

“이제 정신이 드는가?”

와락 손을 잡으며 묻는 얼굴에 투박한 진정이 넘친다.

“왔는가? 위팅”

아직 기운을 차리지 못한 맥 빠진 반응에 작림은 미안해 어쩔 줄을 모른다.

“다 내 잘못이야. 자넬 병영으로 끌고 가는 게 아니었어.”

나는 희미하게 웃었다.

“됐네. 다 잘 끝났으니. 그보다 정보는 어찌... ?”

작림의 표정이 확 밝아진다.

“그게 말이지, 생각보다 훨씬 더 잘 풀렸어.”


보급난 얘기를 들은 섭지초는 둥베이 결전 전략을 바꾸었다. 좌보귀를 부사령으로 삼아 수성전 준비가 한창인데 군복 입힌 제웅(짚 인형) 수백 개를 성벽에 늘어세울 계획이라 했다. 또 곧고 굵은 나무들을 벌채 중이라 했다.

위장용 포대를 세울 요량이라고... 나무에 검은 칠을 해 바퀴를 달면 멀리서는 영락없이 진짜 대포로 보일 것이니 포탄 소모용으로 적절할 것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적들의 탄약을 더 빨리 바닥내려는 술책. 조조군 화살 10만 개를 털어간 공명식 작전이었다.

“저들의 군량과 탄약이 떨어질 때까지만 버티면 이긴다!”

이 모두가 경석의 제보를 바탕으로 세운 계획이었다. 섭지초의 헛소리와 지휘부 분열로 사기가 바닥을 치던 청군 진영은 이제 활기차게 움직인다고 했다.

“이게 다 자네 덕분이라네.”

작림은 환하게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난 초장(소대장 급)으로 진급했네. 좌 장군님 특명으로.”

제 아무리 오합지졸 잡탕인 청군이라 해도 일개 병졸에서 바로 장교 계급장을 달기는 쉽지 않다. 이는 지휘부 분열로 위축된 장병들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그렇게 수성준비로 숨 가쁘게 돌아가던 어느 날,

드디어 대동강 너머에 일본군이 나타났다.


1894년 9월 14일 저녁

평양성을 포위한 일본군은 총 1만 6천, 개인 무장은 단발 후장식 무라타 소총, 그리고 소구경 야포. 무더위 속으로 허덕이며 행군해 지쳐있었지만 휴식시간 따위는 주어지지 않았다. 배낭 속의 건량과 30발씩 지급된 총탄, 그리고 포차에 실린 포탄이 전부. 믿을 거라곤 병사들의 용맹과 유능한 지휘관뿐이었다.

평양성 남쪽,

대동강 방면에 포진한 부대는 오오시마 요시마사 소장의 9 혼성여단 5천, 그리고 삭녕 방면에서 북상한 타츠미 소장의 2천명, 강을 건너기 어려웠던 포병대도 이들과 함께 움직였다. 5 사단장 노즈 중장의 본대 3천 명은 원산으로 상륙해 이동해온 사토 대좌의 3천 6백과 연합해 대동강 너머의 북쪽과 동쪽에 포진했다.


대동강 남쪽 3km 지점에 숙영지를 정한 오오시마 소장은 천연 해자를 이룬 강 너머 성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일찍이 죠슈 번의 영재로 이름을 날린 오오시마는 돌격만 아는 무모한 지휘관이 아니었다.

주어진 시간은 이틀. 그 이상은 무리다.

정공법만으로는 어렵다. 틈을 찾아야 한다.

야행복의 닌자들이 어둠을 타고 대동강 기슭으로 스며들었다. 이어서 조선인 복색의 첩자들도 주변 마을들로 흩어져갔다.


성환 전투의 패잔병들이 대량으로 성안으로 들어갔다.

매일 두 차례씩 성 외곽을 순찰한다.

최근 며칠 동안 벌채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청군들의 작폐가 심했다. 그래서 민심을 잃었다.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들, 별다른 정보는 없었다. 근데 벌채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성벽 안의 청군이 목책 세울 일은 없을 터, 그런데 왜...? 갸웃대던 오오시마는 성안으로 간 닌자들을 기다렸다.


외성에도 포대를 설치했다. 성벽을 따라 촘촘하다.

대동강 방면을 겨냥한 진지만 10개 이상.

이건 좀 이상한데..? 지금까지 보아온 청군과는 다른 모습이다. 역시 북양군의 정예라는 건가? 마지막 조는 청군 포로를 잡아왔다.

“선제공격을 삼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겁에 질려 반쯤 정신이 나간 포로의 말은 두서가 없었다. 그 병사는 위장 포대와 짝퉁 병사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흥, 지구전으로 나오시겠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급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요오시! 오오시마 소장은 각급 지휘관들과 참모를 소집했다.

적은 먼저 발포하지 않는다. 저격부대를 편성하라.

성가퀴를 조준해 고개도 못 들게 견제한다.

성문 포격 후 돌격.

적의 포격이 심할 것. 각개 전투는 산개散開 대형으로 이동하라. 일단 적의 포화를 제압한 다음, 단숨에 성문을 돌파한다.

일찍이 실패해본 적이 없다는 오오시마 표 전술이었다.




청일전쟁, 둥베이, 이홍장, 원세개, 명치유신, 서태후, 손중산, 군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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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80 Minten
    작성일
    19.04.03 11:09
    No. 1

    연참부탁드려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8 하산
    작성일
    19.04.03 11:36
    No. 2

    격려의 말씀, 고맙습니다.
    답례로 싱거운 소리 하나)
    - 식당에서 밥 먹던 비구니 스님들과
    옆 테이블의 중년남자들이 서로 노려보고 있습니다.
    이유인즉슨 남자들의 건배사였지요.
    “ 중년들을 위하여...! ”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56 검은사하라
    작성일
    19.05.11 02:00
    No. 3

    ^^ 소설을 읽는 건 현대독자들이니, 굳이 옛말로 지문을 쓰시고 따로 설명을 쓰는 것은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가독성의 첫째는 쉽고, 편리하게 읽히는 거니까요 ^^ 갸우뚱해지는 단어는 피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반드시 스토리상 필요한 게 아니라면, 시경이나 풀이가 필요한 내용은 쓰지 않는 것이 독자를 넓히는데 좋답니다 ^^;;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8 하산
    작성일
    19.05.11 09:01
    No. 4

    고맙습니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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