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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님의 서재입니다.

남경. 상해. 봉천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하산
작품등록일 :
2019.04.01 10:28
최근연재일 :
2019.06.24 20:32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153,765
추천수 :
3,775
글자수 :
217,324

작성
19.04.10 06:00
조회
2,898
추천
74
글자
8쪽

석탄 난로 1)

DUMMY

조선주재 영사 당소의에게 톈진으로부터 훈령이 왔다.

『일본군 포로 송환에 대비하라. 시기는 미정이나 금년 중 실시도 가능.』

영사관의 연락을 받은 섭지초와 좌보귀는 끄덕였다.

“겨울도 다가와 걱정했었는데 다행이군.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

역사가 비틀린 사실을 확인한 나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말 다행이다.”

“뭐가요? 애써 가꾼 말, 왜놈한테 갖다 바친 거요?”

보스를 돌려준 일로 잔뜩 심통이 난 돌쇠는 요즘 말끝마다 불퉁거린다.

“어이구, 이 가련한 중생아, 중생아, 음덕을 쌓다보면 언젠가는 복을 받는 법. 다 훗날을 위한 투자란다.”

“뭐, 말을 안고 우는 걸 보니 찡 하긴 합디다만.., 그나저나 청나라에는 언제 간대요?”

그건 나 역시 궁금한 대목이었다.

휴전 협상을 한다지만 바쁠 것 없는 정치가들은 세월아, 네월아 질질 끌 것이다. 그 동안 청군은 하릴없이 평양이나 지킬 것이고... 자고로 군대란 한가하면 사고 치기 마련, 잘못하면 그 뒤치다꺼리나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럴 땐 딴 짓거리 못하게 일거리나 왕창 안겨주는 게 상책이리라.


이제 10월도 막바지, 슬슬 겨울준비를 시작할 때다. 평양성의 청군은 15천, 수용소의 일본군 포로 역시 비슷한 규모, 자그마치 3만 명의 겨울나기 준비는 예사 일이 아니다. 평양의 혹독한 겨울을 천막 막사에서 버틸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큰 문제는 땔감 준비였다. 사방이 두루 평탄하다 해서 평양. 그건 땔감 구할 삼림도 적다는 얘기다. 갑자기 늘어난 3만 명의 땔감을 어디서 구하겠는가? 잘못하면 전사자보다 동사자가 더 많아질 판.

미래 지식은 모름지기 이럴 때 써먹는 게 마땅하리라. 조선의 석탄개발은 1896년 니시첸스키가 경성과 경원지방 석탄채굴권을 획득하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실제 개발은 1903년 내장경 이용익이 평양 사동탄광을 개발한 것이 최초. 사동은 평양성에서 불과 10리 거리에 있는 노지 탄맥이다.

나는 좌보귀 장군을 찾아 나섰다.

“흠, 듣고 보니 과연 문제로군,”

난방문제에 대한 설명을 들은 장군은 내 말에 수긍했다.

“일본군 포로를 써서 이 문제를 풀어보겠습니다. 그래서 포로 사역을 허락받고 싶습니다.”


난방 이야기를 꺼내자 오오시마 소장은 반색했다. 안 그래도 그 문제를 걱정했노라고... 일본과 달리 매서운 북국의 추위는 그도 알고 있었다. 젊은 시절 겪어본 둥베이의 겨울을 떠올리며 새삼 몸서리친다.

석탄 이야기는 자기도 들은 적 있다며 끄덕인다.

“홋카이도에선 장작 대신 쓴다는 거, 들은 적 있네. 헌데 본 적이 없어 잘은 모르겠어.”

“구체적인 건 소관이 압니다. 난로, 연통 등 연소 장비는 내구재지만 땔감인 석탄과 황토는 꾸준히 조달해야 합니다. 그걸 캐고 나르는데 일손이 많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장군님의 지원을 얻고 싶습니다.”

오오시마는 손사래를 쳤다.

“지원이라니, 무슨...! 내 일인데 당연히 내가 해야지.”


흔쾌히 수락한 오오시마 소장에게 나는 당근을 내밀었다. 산악지대가 많은 북도 지방에는 온천도 많다. 평양 인근에도 여럿 있고... 나는 채탄지 근처의 온천 후보지 한 곳을 점 찍어두고 있었다.

“작업 나가는 병사들에게는 보상이 있습니다. 온천욕을 준비하겠습니다.”

“온천..?”

눈이 반짝인다. 청결이 몸에 배인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씻기 힘든 수용소 생활은 또 다른 고통이다. 온천욕이라면 거부하기 힘든 유혹일 수밖에 없었다.


동원된 일본군 병력을 온천 개발과 채탄 작업에 나누어 투입했다. 온천 사역에 나선 병사들은 김이 자욱하게 서린 노천탕을 보더니 대뜸 기성을 내지르며 뜨거운 물로 풍덩 뛰어들었다. 찌든 옷에 훈도시까지 미친 듯이 빨아 널더니 삶은 문어처럼 벌게져 작업하러 나선다.

온천 개발은 하수 물길을 내는 것과 주변 정리가 전부라 불과 일 주일 만에 끝났다. 개장하는 날, 장교단 온천 회식을 가졌는데 다들 좋아했다. 온천욕을 하더니 황홀한 표정이 되어 작업 감독을 하겠노라 다투어 나선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로써 인력 조달은 걱정 끝.

온천욕으로 기력을 회복한 병사들은 수용소로 돌아오는 길에 우마차와 손수레로 석탄을 가뿐히 날랐다. 한 달 만에 석탄 언덕 세 개가 수용소에 불끈 솟아올랐다.


그동안 나와 돌쇠는 황토 장난에 푹 빠져 있었다. 감영 공방의 기와 장인들은 황토 연통과 화로를 가마에서 구워냈다. 두자 반 높이에 두자 너비의 장독형 몸통 밑에 이은 연통으로 연기를 보내는 구조.

황토와 반죽한 석탄 한 무더기를 밑불 위에 올리고 석탄 반죽에 숨구멍을 한두 개 뚫어주자 잠시 후 불이 옮겨 붙는다. 이윽고 석탄덩어리가 벌겋게 타오르자 미심쩍게 지켜보던 오오시마 소장은 뛸 듯이 기뻐했다.

“이걸로 겨울걱정은 끝이군. 이거, 신상에게 신세지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네.”

호칭이 어느새 꿍君에서 상으로 격상되어 있었다.


8인용 막사마다 설치하는데 필요한 난로는 줄잡아 2천개. 게다가 연통과 부삽, 황토 반죽통도 필요했다. 채탄작업이야 포로를 동원한 것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난로와 연통 제작비용만큼은 누군가로부터 받아내야 한다. 나는 당연히 청군이 부담할 것으로 믿었다. 장군 막사에 설치한 난로를 본 섭지초 장군은 번드레한 공치사를 늘어놓았다.

“어떻게 이런 신통한 궁리를 다 해냈나? 역시 자넬 데려오기 잘했어.”

마치 자신이 발탁한 양 과장된 태도로 내 어깨를 두드린다. 수상했다. 어째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수작 같았다.

‘설마... ! 말 한 마디로 퉁치고 날로 먹으려고?’

청군 장령들의 얍삽함을 겪어보지 못한 나는 순진하게도 착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결국 입을 싹 씻는다.

‘오호, 그렇게 나오시겠다...!‘

섭지초는 모르는 게 있다. 나는 승진에 목매는 그의 부하들과 입장이 다르다는 사실, 또한 내가 이 시대의 관습을 벗어난 사고방식을 가진 인간이라는 것, 관급물자가 될 뻔 했던 석탄난로가 사기업私企業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둥베이에서 잔뼈가 굵은 작림이나 그곳에 오래 근무한 좌 장군의 반응은 달랐다.

“이거야, 대단한 발명을 해냈군 그래.”

난로 뚜껑을 열고 벌겋게 타는 석탄에 감탄하더니,

“종일 이렇게 타는 건가?”

“예, 반나절은 가니까 서너 번 보충하면 종일 탑니다.”

“솥만 얹으면 물도 끓일 수 있겠구먼.“

“그렇습니다. 밤이나 고구마 구워먹기에도 딱 입니다.”

“고기도 굽고...”

장단을 맞추던 작림이 문득 말했다.

“이걸 시전市廛에 내다 팔면 대박나지 않을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 작림이었다.

“이건 조선에서만 팔릴 물건이 아냐. 둥베이에선 캉炕의 연료로 나무랑 가축 똥을 써. 그나마 넉넉하지도 않고... 하지만 석탄이라면 센양이나 푸순 주변에 지천으로 널렸어.쓰는 방법을 모를 뿐이지.”

좌보귀를 보며 말했다.

“장군님, 이건 그냥 넘길 일이 아닙니다. 엄청난 사업이 될 수 있습니다.”




청일전쟁, 둥베이, 이홍장, 원세개, 명치유신, 서태후, 손중산, 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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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톈진 天津 1) +2 19.04.13 2,849 65 9쪽
13 석탄 난로 3) +6 19.04.12 2,833 69 7쪽
12 석탄 난로 2) +3 19.04.11 2,801 64 7쪽
» 석탄 난로 1) +4 19.04.10 2,899 74 8쪽
10 파견 근무 3) +3 19.04.09 2,904 69 7쪽
9 파견 근무 2) +1 19.04.08 2,979 67 7쪽
8 파견 근무 1) +3 19.04.06 3,261 73 7쪽
7 평양 전투 6) +7 19.04.05 3,380 77 8쪽
6 평양 전투 5) +1 19.04.04 3,338 71 7쪽
5 평양 전투 4) 19.04.03 3,494 75 7쪽
4 평양 전투 3) +4 19.04.03 3,816 80 9쪽
3 평양 전투 2) +3 19.04.02 4,451 71 7쪽
2 평양 전투 1) 19.04.01 5,952 9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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